Switch Mode

EP.155

       아이들과 함께 소피아를 따라나섰다.

       방송사에서 촬영을 하러 온다는 소식에 아이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상어야! 상어도 티비에 나가냐?!”

       

       “아니, 안 나간다.”

       

       “그러냐···?!”

       

       레비나스가 실망감을 표출했다.

       방송에 출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쉬운듯싶었다.

       소피아도 레비나스의 아쉬움이 신경 쓰였던 건지,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여는 그저 감시를 하는 게야.”

       

       “감시?! 뭘 감시하냐?!”

       

       “촬영하면서 시민에게 민폐를 끼치진 않는지, 공원을 어지럽히지 않는지 멀리서 지켜보는 기지.”

       

       “허어억!”

       

       레비나스의 귀가 쭈뼛 솟아올랐다.

       뭐 때문에 놀란 건진 알지 못했다.

       

       “레비나스, 왜 그래?”

       

       “왕아! 감시다! 감시!”

       

       “으, 응?”

       

       “티비는 대단한 사람만 나오는 건데! 그 대단한 사람을 감시하는 거다!”

       

       “아···”

       

       레비나스에게 텔레비전 출현은 대단한 거였구나.

       그녀가 왜 저리 놀랐는지 알 수 있었다.

       

       “소피아, 근데 무슨 촬영 한대요?”

       

       “잘은 모르겠구나. 모험가에 관한 다큐멘터리인지, 드라마인지를 찍는다던데···”

       

       “아, 그러면 우리 길드가 제일이긴 해요.”

       

       국내에선 단연컨대 일등이었고, 세계에서도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길드였다.

       정확한 통계 자료를 보진 못했으나, 한여름이 그리 말했으니 믿을 뿐이었다.

       

       “길드에 애정이 많구나.”

       

       “네. 길드에는 소피아도 있으니까요.”

       

       “흐, 흠. 그래, 이만 가자꾸나.”

       

       얼굴을 붉힌 소피아가 앞으로 나아갔다.

       지팡이를 짚는데도 걸음걸이가 빨랐다.

       

       “소피아, 같이 가요.”

       

       나는 아이들과 함께 소피아의 뒤를 쫓아 움직였다.

       가는 내내 레비나스가 열심히 몸단장했다.

       

       토끼처럼 양손으로 귀를 빗어내거나, 가슴팍에 달린 당근 배지를 고쳐 달기도 했다.

       그녀가 왜 저리 몸단장을 하는지 모르지는 않았다.

       

       “레비나스, 더 예뻐졌네?”

       

       “응! 예쁘게 하면 방송에 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

       

       레비나스의 발언에 새벽이가 헉 소리를 냈다.

       새벽이가 발뒤꿈치를 들어 올리더니, 내 귀를 핥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겪는 일이었음에도,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새벽이가 털 관리를 해 주고 있다는 것을.

       

       침이 묻어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수인족의 본능이 나를 얌전히, 평온하게 있도록 해 주었다.

       

       “새벽아, 왜 갑자기 그루밍이야?”

       

       “겨울이가 제일 예뻐야 하니까.”

       

       “음··· 난 방송 나갈 생각 없어서 괜찮아.”

       

       “방송인데?”

       

       “응. 난 텔레비전 잘 안보니까.”

       

       괜찮다는 의사를 표했음에도, 새벽이는 계속해서 그루밍을 했다.

       그냥 그루밍 자체를 즐기는 걸지도 몰랐다.

       

       “왕아, 왕아!”

       

       몸단장을 하던 레비나스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뭔가 급해보이는 모습이었다.

       

       “왜 그래?”

       

       “얼굴에 분칠하는 거 있냐?! 레비나스도 분칠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 레비나스는 화장 안 해도 예뻐.”

       

       “응! 그럼 안 하겠다!”

       

       레비나스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화장을 포기한다.

       그녀가 나를 보내주는 신뢰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레비나스, 그렇게 방송에 나가고 싶어?”

       

       “응! 레비나스는 방송에 나가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레비나스가 예쁘게 있으면 출연시켜 줄지도 몰라.”

       

       “예쁘게···! 알았다···!” 

       

       가만히 있어도 예쁜 레비나슨데.

       예쁘게 행동하는 레비나스는 얼마나 더 예쁠까.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기대하며 촬영장소로 이동했다.

       

       

       **

       

       

       아직 아침이었음에도 촬영 장소는 꽤나 분주했다.

       카메라와 마이크, 처음 보는 방송 장비들이 공원에 설치되어 있었다.

       

       “우와.”

       

       전생을 포함해서 촬영 현장을 제대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호기심에 꼬리가 쫑긋 솟아올랐다.

       

       “벤치에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하거라. 어른들 방해하고 그러면 안 된다?”

       

       “네에.”

       

       아이들과 동시에 답한 뒤, 근처 벤치에 앉았다.

       그 때에도 새벽이는 내 귀를 그루밍 하고 있었다.

       

       본인이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굳이 말리지는 말까.

       나는 가만히 벤치에 앉아 옆자리에 앉은 레비나스를 돌아보았다.

       

       “레비나스···?”

       

       “······!”

       

       레비나스의 상태가 이상하다.

       경직된 몸이 평소의 레비나스가 아니었다.

       

       “레비나스 왜 그래?”

       

       “와, 왕아, 레비나스는 틀렸다···!”

       

       “틀려?”

       

       “응···! 몸이 말을 안 듣는다···! 방송은 왕이가 해라···!”

       

       레비나스가 내 꼬리를 붙잡더니, 낼름 핥기 시작했다.

       귀는 새벽이가 꼬리는 레비나스가.

       두 사람의 그루밍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앞만 바라보았다.

       

       “음··· 조금만 더 있어보자. 시간이 지나면 긴장이 풀릴지도 몰라.”

       

       “응···!”

       

       그렇게 우리는 가만히 앉아 촬영 준비를 구경했다.

       어째선지 두 아이의 그루밍이 끝날 생각을 하질 않았다.

       

       ‘침 냄새 나겠다···’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보았다.

       시큼한 냄새가 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수인족은 뭔가 다른 건가?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수염이 듬성난 중년 남성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구경하러 왔어?”

       

       “네··· 얌전히 있을게요.”

       

       “그래, 공원 빌려줘서 고맙다.”

       

       빌려줘서 고맙다니.

       마치 우리 공원인 것처럼 말한다.

       뺨을 긁적이다가,

       

       “저기, 뭐 찍는 거예요?”

       

       “다큐멘터리! 모험가들의 삶을 숨김없이 찍는 거지.”

       

       다큐멘터리구나.

       전문적인 배우가 나오는 게 아니라면, 레비나스가 나올 가능성도 있었다.

       긴장한 레비나스를 도와주기로 했다.

       

       “여기 레비나스도 모험가예요. 일 단계 던전도 깬 적 있어요.”

       

       “이야! 굉장한데?!”

       

       중년 남성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가 어떠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레비나스, 인사해야지.”

       

       “아, 안녕하시와요···”

       

       “와요···?”

       

       레비나스가 부끄럼 많은 숙녀처럼 행동했다.

       처음 보는 그녀의 행동에 뿔토끼 눈을 뜨고 말았다.

       

       “하하, 뿔토끼 친구 방송 나오고 싶구나?”

       

       “음··· 죄송해요.”

       

       “괜찮아. 기회 되면 방송에 넣어줄게.”

       

       “헉···!”

       

       레비나스와 내 귀가 동시에 쫑긋 솟아올랐다.

       새벽이도 그루밍을 멈출 정도였다.

       

       “민폐가 되진 않을까요?”

       

       “전혀? 어차피 너희도 모험가잖아.”

       

       “네. 맞아요.”

       

       “그럼 상관없어. 모험가를 찍는 게 우리 일이니까.”

       

       정말로 민폐가 되지 않는다는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레비나스의 소원을 이루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꼬리가 흔들렸다.

       

       “감사합니다···!”

       

       “그래, 이따 보자.”

       

       중년 남성이 손을 흔들며 떠나갔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터덜거리며 가는 모습이 뭔가 멋있었다.

       

       “레비나스, 텔레비전에 나오게 해준대.”

       

       곧장 옆자리에 앉은 레비나스를 돌아보았다.

       레비나스가 두 손으로 내 꼬리를 붙잡고 있었다.

       

       꼬리가 잘 안 흔들린다 싶었는데.

       그루밍 때문이었나.

       나는 붙잡힌 꼬리를 까딱거리며 레비나스의 코를 간지럽혀 주었다.

       

       “티, 티비···! 레비나스는 이제 영웅 뿔토끼님이다···!”

       

       “영웅 뿔토끼님이면 동물왕인가?”

       

       “응···!”

       

       영웅 뿔토끼님.

       동물왕 애니메이션의 최강자로, 작중 약한 뿔토끼들의 희망으로 나왔다.

       같은 뿔토끼인 레비나스에겐 우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레비나스가 꼭 방송에 나왔으면 좋겠다.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

       

       

       첫 번째 촬영이 끝나고, 약간의 휴식시간을 가졌다.

       겨울은 쉬지 않고 일하는 소피아를 위해서 민들레 차를 타왔다.

       

       “소피아, 차 드세요.”

       

       “고맙구나. 다른 이들에게도 나눠 주겠더냐?”

       

       “네. 그럴게요.”

       

       식물을 성장시키는 레비나스의 능력 덕분에 민들레 차는 남아돌았다.

       겨울은 주전자 한가득 끓인 민들레 차를 스무 명 남짓한 스태프들에게 나눠주었다.

       

       “저기, 이거 차 드세요.”

       

       “응? 이게 무슨 차래?”

       

       “민들레 차예요.”

       

       종이컵 한가득 따른 차를 중년 남성에게 건네주었다.

       차를 한 모금 홀짝인 그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와, 이거 맛있네? 뭔가 힘이 솟는 거 같기도 하고···?”

       

       “민들레를 직접 키우고 볶았거든요.”

       

       “오··· 수제야? 혹시 조금만 더 마셔도 될까?”

       

       “네. 이거 많거든요. 원하는 만큼 드셔도 돼요.”

       

       겨울이 비워진 잔에 민들레 차를 따라주었다.

       다른 스태프들의 잔에도 따라 주었는데, 인기가 많아 주전자를 여러 번 비워야 했다.

       

       “뭐지···? 나 어제 세 시간 자고 왔는데, 하나도 안 피곤하네?”

       

       “활력이 샘솟는데.”

       

       변화를 눈치챈 몇 스태프들이 손을 쥐락펴락했다.

       힘도 세졌고, 기력도 증진되었다.

       혼자만의 착각이 아닌, 모든 스태프가 같은 체험을 하고 있었다.

       

       “설마 차 때문인가···?”

       

       눈치 빠른 어느 스태프가 빈 종이컵을 내려다보았다.

       체력이 증진된 모두가 겨울의 차를 마셨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차···? 차에 뭔 효과가 있나?”

       

       중년 남성이 겨울을 내려다보았다.

       거의 다섯 잔은 마신 종이컵을 앞으로 내밀기도 했다.

       

       “네. 제가 끓인 차에 버프가 있거든요.”

       

       “버, 버프? 무슨 버프?”

       

       “막, 강해진다고 들었어요.”

       

       “그, 그래?”

       

       중년 남성, 촬영 감독 장영철이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이 정도면, 모험가가 아닌 자신조차 이 단계 던전은 깰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버프의 가격이었다.

       버퍼가 희귀한 만큼, 대부분의 버프는 상당히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초보자 사냥터에서 걸어주는 초보자의 버프만 해도 몇만 원 돈.

       그런데 여명 길드의 모험가가 걸어주는 버프라면···?

       

       이 차 한잔에 몇십만 원은 훌쩍 넘지 않을까?

       어쩌면 백만 원이 넘을 수도 있었다.

       장영철이 손을 떨며 조명 감독을 불렀다.

       

       “지석아, 우리 이거 몇 잔 마셨지···?”

       

       “글쎄요···? 애들 다 합치면 백 잔은 넘게 마신 거 같은데···”

       

       “미친···”

       

       백만원짜리 차가 백잔.

       난 망했구나.

       장영철이 공허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명 공원의 하늘은 꽤 맑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방송 출현 시켜달라고 협박하는 겨울이ㄷㄷㄷ

    ───
    딩딩딩님 36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굴뚝새님 2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