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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5

       남들이 바라보는 독고천은 어떤 인물인가.

         

       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훗날 정파 무림의 가장 꼭대기에 설 자.

         

       미래를 논하기엔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말도 간혹 있지만, 그와 함께 해온 사람들은 안다.

         

       그가 얼마나 완벽한 인간인지.

         

       그렇기에 그에게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받아먹기 위해 아양 떠는 이들은 수도 없이 많다.

         

       이는 생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한 교관에 의하면 사흘 뒤, 백우진과 제갈연지가 외출에 나선다고 합니다.”

         

       한 생도가 교관에게서 얻어온 정보를 그에게 속삭였다.

         

       “외출이라…?”

         

       여러 생도들에게 듣기로 그들은 최근 몇 달간 학관 밖으로 나선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 외출이라.

         

       ‘그것도 단둘이.’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그림으로 그려지듯 뻔하다.

         

       “꽃을 따려는가.”

         

       누구도 그녀를 채갈 수 없도록 제 손아귀에 넣고 싶은 거겠지.

         

       사실 별 상관은 없다.

         

       그에게 여인의 초야란 그저 있으면 맛있게 먹고, 없어도 상관없는 별미 정도에 불과했으니.

         

       그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맺혔다.

         

       “쉽게 내어줄 수는 없지.”

         

       자신에게 별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쉽게 내어주겠단 의미는 아니다.

         

       언제고 제갈연지는 자신을 섬겨야 할 몸.

         

       그런 그녀의 몸과 기억에 오로지 자신만 각인되어 있으면 더 좋은 것 아니겠는가.

         

       그는 자신의 앞에 부복하고 있는 사내를 향해 지시를 내렸다.

         

       “존명.”

         

       짤막한 대답과 함께 연기처럼 흩어지는 사내.

         

       예상치도 않게 찾아온 여흥거리에 더없이 즐거워진 그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그는 과연 위기를 헤치고 나아가 제갈연지의 초야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인가.

         

       “궁금하군.”

         

       깃털보다 가벼운 웃음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 * *

         

         

       사흘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대충 흘려보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더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녀와 있을 생각을 하면 시간이 느려지는 듯하니, 애써 그 생각을 배제하기 위함이었다.

         

       “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그는 해가 뜨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들이 운기조식하듯, 눈을 뜨면 일단 들이붓고 보았던 술도 오늘만큼은 참았다.

         

       오늘 술을 마시는 순간은 그녀와 단둘이 마시는 술뿐이리라.

         

       호리병을 허리춤에서 떼어놓은 뒤, 옷장 앞에 서는 백우진.

         

       ‘만반의 준비를 갖추자.’

         

       평소에는 대충 흑색 무복만 걸치고 다녔지만, 오늘만큼은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녀에게 오늘을 더없이 특별한 날로 각인시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그녀의 곁에 설 자신부터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하겠지.

         

       “햐, 많다.”

         

       이 몸은 명문가의 자식이다.

         

       지금까지 백우진이 외면했을 뿐, 격식에 맞는 화려한 의복들은 차고 넘쳤다.

         

       “오, 이거 괜찮네.”

         

       평소엔 치렁치렁해서 불편하다는 이유로 눈길조차 주지 않던 의복 하나를 꺼내어 몸에 가져다 대본다.

         

       “인물 산다, 살아.”

         

       캬!

         

       안 그래도 잘생긴 얼굴에 날개가 달리는 느낌이다.

         

       백우진은 곧장 입고 있던 허름한 옷을 벗어 던지고, 몸에 대보았던 옷을 걸쳤다.

         

       최고급 비단의 부드러운 감촉이 팔을 타고 흘러내린다.

         

       과거 판타지 세계에 있을 때 황제가 주최하는 연회에 나갈 때 입었던 옷과 비슷했다.

         

       “이래서 비싼 옷, 비싼 옷 하는구나.”

         

       치렁치렁한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입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가며 옷매무새를 깔끔하게 정리한 뒤, 너저분한 머리도 말끔히 빗었다.

         

       한쪽 구석에 놓인 섭선까지 손에 쥐니 그야말로 명문가 도련님의 자태가 났다.

         

       “어마어마하네.”

         

       동경을 통해 제 모습을 확인한 백우진이 짧게 탄식했다.

         

       판타지 세계에서 빌렸던 몸도 남들에게 꿇리지 않는 외모를 지니고 있었는데, 이쪽은 그야말로 벽이었다.

         

       “완벽.”

         

       주접까지 시원하게 떨어준 백우진이 기숙사를 나섰다.

         

       그가 천천히 걸어가자, 아침부터 바삐 돌아다니던 이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모여들었다.

         

       “저 멋진 공자님은 대체 누굴까?”

       “배, 백우진이다….”

       “말도 안 돼…! 거기서 더 잘생겨질 게 남았단 말이야?”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뜬 여인, 경악한 표정으로 입을 쩍 벌리고 멈춰 선 여인 등등.

         

       그를 마주칠 때마다 어딘가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발걸음을 멈춰 선다.

         

       백우진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즐기며 유유히 지나쳐갔다.

         

       “백 공자…?”

         

       그러다 마주쳤다.

         

       이른 아침부터 땀을 줄줄 흘린 채로 돌아가고 있던 유화연과.

         

       “그 모습은….”

         

       근래 무복 차림을 고수하던 그의 색다른 모습이 그녀의 눈을 사로잡았다.

         

       기실 그녀에게는 무복보다 이쪽의 모습이 더욱 눈에 익었다.

         

       학관에 입관하기 전, 백우진은 자신을 만날 때마다 그러한 의복들을 입고 있었으니까.

         

       그가 지금 걸치고 있는 의복 또한 기억에 남아 있다.

         

       정확히 언제였는진 모르지만, 자신과 만날 때에 한 번쯤 입었던 것 같다.

         

       “그 모습을 보니 그립네요.”

         

       그와 함께 거닐던 나날들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를 마주보며 웃고,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던 소소한 나날.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나날이었는가를.

         

       그녀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이었기에, 그것이 없어선 안 되는 것이었음을 깨닫지 못했다.

         

       잃은 후에야, 그것을 깨달았다.

         

       어리석게도.

         

       ‘다시, 다시 한 번만….’

         

       늦은 걸 알고 있음에도, 그녀는 끊임없이 한 번 더를 되뇌었다.

         

       옛날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그와 지금보다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럴 기회를 얻을 수만 있다면.

         

       ‘영혼을 바쳐서라도 손에 쥘 텐데.’

         

       백우진은 보았다.

         

       그녀의 두 눈에 들끓는 욕망을.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에는 마주치지 않다가 왜 오늘 같은 날에 기분을 찝찝하게 만드는지.

         

       “어디 가시는 건가요.”

         

       어느새 눈동자에 들끓고 있던 욕망을 지워낸 그녀가 무덤덤한 척하며 물어왔다.

         

       “그냥 잠깐 볼일이 있어서.”

       “아….”

       “그럼 이만.”

         

       백우진이 유화연을 빠르게 지나쳐갔다.

         

       뒤쪽에서 이쪽을 하염없이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했다.

         

         

       * * *

         

         

       학관을 나선 백우진은 곧장 한성상단이 위치한 한중으로 향했다.

         

       가는 길이 매우 험난했다.

         

       치렁치렁한 의복이 나뭇가지에 찢어질까 염려해야 했고, 바람의 저항을 평소보다 세게 받는 바람에 이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하! 오늘 정말 제대로 꾸미고 오셨군, 그래.”

         

       안세하가 그를 반겨주었다.

         

       두 사람은 곧장 길거리로 나섰다.

         

       “준비는 잘 끝났습니까?”

       “나만 믿으라지 않았소.”

         

       걱정어린 그의 물음에 확신어린 눈빛으로 답하는 안세하.

         

       “모든 준비는 마쳐두었소. 동선까지 아주 완벽하게 말이오.”

       “오.”

         

       그들이 걸어간 곳엔 널따란 천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안을 살짝 들여다보니 간이로 마련된 무대 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었다.

         

       백우진은 제갈연지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다 떠오른 것은 지구에서의 연인들이 하는 데이트였다.

         

       그는 비록 지구에서 여자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쑥맥이었으나, 데이트의 기본적인 규칙은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영화 보고, 밥 먹고, 차 마시고, 밤에 모텔 가면 그게 데이트지.’

         

       이 세상에 영화가 있을 리가 없다.

         

       “이틀 전에 섭외한 유랑극단이오. 이 근방에서는 제법 명성이 있는 이들이라오.”

         

       그 비슷한 게 없을까 하다가 찾은 것이 바로 극단이었다.

         

       하지만 이 시대의 극단은 대부분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전국을 떠돌아 다닌다.

         

       백우진의 첫 번째 부탁은 가장 근처에 있는 극단을 섭외하여 한중에 머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내용도 애절한 사랑에 관련된 것으로 부탁해 두었으니 분위기가 아주 살아날 거요.”

         

       어떠시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되묻는 안세하를 보며 백우진은 조용히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곱니다, 최고.”

         

       그 이후로도 확인은 계속되었다.

         

       한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객잔을 통째로 빌려두었고, 요즘 젊은 여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다루 또한 수배를 해두었다.

         

       그리고.

         

       “이곳이 두 사람이 머물 곳이오.”

         

       한중에서 가장 비싼 별채를 빌려두었다.

         

       이곳이 제갈연지에게 잊지 못할 하루를 선물해줄 백미 중의 백미.

         

       백우진은 이곳을 현대의 호텔 분위기가 나도록 꾸미고 싶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요청한 것들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장미꽃잎으로 이루어진 길이었다.

         

       “공자 말대로 침상 근처까지 장미꽃을 깔아두긴 했소만, 이게 의미가 있소?”

       “있고 말고요.”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운 꽃은 여인에게 싱그러운 마음을 안겨주는 법.

         

       장미꽃으로 낸 길은 침상으로 향하는 여인의 마음을 더욱 두근거리게 만들어 줄 것이다.

         

       술도 근처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좋은 것으로 구해두었고, 조명 또한 은은하고 야릇한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도록 등에 붉은색 천을 씌워두었다.

         

       저기에 불을 켜두고 밤에 들어서게 되면.

         

       “흐흐흐흐흐흐흐흐흐.”

         

       저절로 분위기는 완성되리라.

         

       모든 확인을 끝마친 백우진은 곧장 한성상단으로 돌아왔다.

         

       “정말 고맙습니다, 상단주님.”

       “하하! 나도 준비하며 제법 즐거웠다오. 한때는 나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낭만적인 남자였지.”

         

       내가 지금 아내와 만나고 있을 때에도….

         

       입이 근질근질해진 그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본인 생각으로는 한창 흥미진진한 순간으로 넘어가려고 할 때, 염소수염을 한 총관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상단주님, 공자님!”

       “커험…! 무슨 일인가, 자네!”

         

       제 이야기를 방해받은 상단주의 언짢은 음성이 그를 멈춰 세웠다.

         

       “조, 조금 전에 웬 거지 꼬마가 이것을 주고 갔습니다요.”

         

       총관이 품에서 꺼낸 것은 한 통의 서찰이었다.

         

       “이것을 백우진 공자님께 꼭 전해드리라고….”

       “……?”

         

       의아했다.

         

       자신이 이곳에 나오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는 떨떠름한 얼굴로 서찰을 받아 곧장 펼쳐보았다.

         

       접힌 종이가 펼쳐지자 기다란 머리카락 한 줌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아이고!”

       “이, 이게 무슨!”

         

       아연실색하는 총관과 안세하를 뒤로한 채, 안색이 굳어진 백우진의 두 눈이 서찰을 읽어 내려갔다.

         

       [제갈연지를 되찾고 싶다면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와라.]

         

       짤막한 문장.

         

       백우진은 곧장 땅바닥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에 쥐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희미하지만 그것은 제갈연지에게서 나는 향기가 분명했다.

         

       그는 서찰 아래에 작게 표시된 지도와 그 위의 점을 살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산속.

         

       서찰을 주먹으로 쥐어 구겨버린 백우진이 한 가닥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리며 가슴에 내려앉은 무거운 숨을 내뱉었다.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가 생기네.”

         

       아무래도 오늘 하루를 잊지 못하게 만들어줘야 할 사람이 여럿으로 늘어난 듯했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좋은 날에는 꼭 마가 끼는 법이지요,,,

    오늘 편은 약간 운수 좋은 날 같은 느낌이라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다만, 결말 만큼은 화끈하게 조지고, 화끈하게 하룻밤도 조지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내일 연재할 편과 그 다음 편은 19금이 걸릴 것 같습니다.

    혹여 못 보실 분들을 위해 클린 버전도 마련하여 대략적인 내용 파악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이번 주 지나면 연재 시간도 정상화 될 것 같으니, 이번 주까지만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어제 편에서 여쭤본 백호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 잘 받았습니다.

    어느 쪽이 됐든, 먼 훗날 있을 내용이고 여러분이 부담을 느낄 만한 일은 없도록 할 생각이니, 지금은 그저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저는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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