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55

       

       

       

       

       

       155화. 다섯 종족 ( 2 )

       

       

       

       

       

       솨아아아ㅡ

       

       바람이 셀리나의 뺨을 스쳐 지나간다. 성지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무난한 어쩌면 평범한 초원의 마을 같은 풍경. 

       

       연장을 든 짜리몽땅한 사내들이 줄지어 갱도로 들어가고, 술집에서는 사내들의 시끌벅적한 이야기 소리가 들려온다. 대장간에서는 연신 망치질 소리가 들려오고, 신전에서는 엄숙한 기도 소리가 낮게 깔려온다.

       

       사내들밖에 없다는 것과 그들의 키가 굉장히 작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한적한 시골과도 같은 모습이다.

       

       그들이 스스로 소개하기를 드워프 형제들의 맏형 오푸스 팔락, 둘째 세듀스 팔락, 셋째 트리비우스 팔락 그리고 서리비룡 이베르.

       

       

       “예? 이 귀여운 애가 용이라고요?”

       

       “그럼. 아직 태어난지 얼마 안된 갓난아기 같은 놈이지만,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놈은 무시무시한 용으로 자라날거요.”

       

       “용은 애들 겁주는 동화에나 나오는 게 아니었어…?”

       

       “뭐, 그 시간이 좀 길어서 손님 같은 인간은 이베르가 처음으로 탈각(脫殼)하는 모습이나 볼련지 모르겠군.”

       

       “그 탈각이라는 게 얼마나 걸리길래…”

       

       “인간이 얼마나 살지? 한 70년 사나? 그러면… 손님 자식의 자식의 자식 정도는 되야겠군.”

       

       “…전 못 보겠네요.”

       

       “뭐, 우리야 위대하신 분의 은총으로 땅에 발 붙이고 있는 한 저 바위처럼 거뜬하게 버티지만 말이야! 흐하하하하!”

       

       

       셀리나 앞에서 오래 산다고 자랑하는 드워프 삼 형제. 그 말을 곰곰히 듣던 셀리나가 문득 떠오른 호기심을 내뱉었다.

       

       

       “드워프들이 오래 사는 이유가 은총 덕분인가요?”

       

       “그렇지. 우리가 받은 은총이 뭐냐면… 이게 말로 하기에는 좀 그렇고. 어디 보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오푸스 팔락이 어디론가 달려가더니 이내 커다란 바위를 들고 돌아왔다. 크기가 셀리나의 상반신보다 커다란 무식할 정도로 거대한 돌덩어리다.

       

       그것을 있는 힘껏 들어서 쿵ㅡ하고 내려놓은 오푸스 팔락. 멀뚱히 바라보는 셀리나를 향해 씨익 미소 지었다.

       

       

       “자, 고양이 귀 아가씨. 잘 보쇼. 이게 우리가 받은 은총이니까.”

       

       

       한 차례 숨을 마신 오푸스 팔락이 있는 힘껏 허리를 젖히더니, 바위를 향해 머리를 있는 힘껏 내리쳤다.

       

       두부처럼 드워프의 머리가 터질 것이라 예상한 셀리나가 새된 비명을 터뜨렸지만, 그녀가 상상한 풍경은 일어나지 않았다.

       

       쩌억ㅡ!

       

       거대하고 튼튼한 바위가 쩍ㅡ하고 두 조각으로 갈라진 것. 오푸스 팔락의 이마에는 조금의 생채기도 없었다.

       

       

       “흐하! 보셨소? 이게 우리가 받은 은총! 우리는 이 땅에 서 있는 한 바위보다 몸이 튼튼해지고 거석보다 오래 살 수 있지.”

       

       “와…”

       

       “형님 주책도 참. 그냥 말로 하면 되는 걸 그렇게 요란하게 해야 만족하는 거요?”

       

       “삑, 삐이익.”

       

       

       한 편의 차력쇼 같은 모습에 셀리나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제서야 이들이 신이 만든 일꾼이라는 것이 실감 났다.

       

       땅에 서 있는 한 바위보다 튼튼하고 거석보다 오래 산다니. 이건 정말 신의 은총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베르가 부지런히 다리를 놀려 바위 조각에 다가가더니, 자신도 할 수 있다는 듯 있는 힘껏 머리를 콩!하고 찧었다.

       

       

       “삐이익…”

       

       “아하하! 이베르 넌 아직 어려서 안된다 이놈아. 밥 잘 먹고, 푹 자면 우리처럼 힘이 세질 수 있다고!”

       

       

       물론 그 앙증맞은 힘으로는 바위에 약간 금이 가는 정도였지만. 그것도 결코 평범한 풍경은 아니었다. 셀리나는 점차 제 주변에 있는 이들이 무엇인지 실감 났다.

       

       신화의 지배자라 불리는 용과 신이 빚어낸 일꾼들.

       

       

       ‘도대체 신께서는 왜 나를…?’

       

       

       이런 어마어마한 이들을 두고, 후작의 말에 따르면 그저 잊힌 종족의 후손인 자신을 왜 찾으셨단 말인가?

       

       세듀스 팔락이 셀리나의 표정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거 아가씨. 생각이 너무 많은 얼굴이구만.”

       

       “예? 아…”

       

       “뭐 하는 생각이야 뻔하지. 내가 왜 여기에 왔지? 감히 나 따위가? 무슨 일로 부르셨을까? 이런 생각 하는 거 아니요?”

       

       “그걸 어떻게ㅡ”

       

       “흐하하! 아가씨 얼굴에 다 보이니까 하는 말 아니겠어?”

       

       

       짓궂게 한쪽 눈을 윙크한 세듀스 팔락이 셀리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 아가씨 나름대로 머리가 복잡할 테지. 위대하신 분께서 왜 불렀는지, 사명을 주신다면 잘 수행할 수 있을지…”

       

       “…”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말았으면 좋겠소. 아가씨도 알지 못하는 어떠한 가능성을 아가씨에게서 봤기 때문에, 위대하신 분께서 아가씨를 부른 거니까. 아가씨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아가씨를 부른 위대하신 분을 믿으면 되는 거요.”

       

       “그런…가요?”

       

       “그럼! 위대하신 분께서는 우리의 작은 머리로는 감히 상상도 못 할 지혜와 권능을 품고 계심인데, 이미 일어날 모든 일들을 안배에 두고 계심이 아니겠나? 흐하하하하!”

       

       

       세듀스 팔락의 어깨가 높이 치솟아 오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어쩐지 자신의 부모님이 이렇게나 잘났다고 자랑하는 아이의 모습과도 겹쳐 보였다.

       

       

       “삐익. 삑ㅡ 삐이익!”

       

       “응?”

       

       

       뒤뚱거리며 걷던 이베르가 셀리나의 바지춤을 잡아당겼다. 동시에 무언가를 가리켰다.

       

       츠파아아아ㅡ

       

       이베르가 가리키는 곳에는 거대한 은하수가 있었다. 맑은 물에 떨어진 잉크처럼, 하늘을 자신의 색깔로 물들이며 나아가는 은하수.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하늘을 타고 흐른다.

       

       세듀스 팔락이 반색하며 말했다.

       

       

       “아. 오셨군! 끙차. 그럼 이제 우린 가보겠소 아가씨.”

       

       “어? 같이 있어주시는 거 아니었나요?”

       

       “우린 일하러 가야지. 농땡이 피다가 걸리면 혼난다고. 가뜩이나 요즘 맥주도 많이 마시면 혼나는데.”

       

       “삐이익ㅡ.”

       

       

       은하수의 반대편으로, 그러니까 갱도를 향해 부리나케 달려가는 드워프 삼 형제와 이베르. 셀리나는 그 뒷모습을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신의 일꾼이라면서 몰래 농땡이 피우던 거였어?

       

       사는 곳은 성지라고 해도 비슷한 모양. 한숨을 푹 내쉰 셀라나가 고개를 들어 은하수를 바라봤다.

       

       

       “으음…”

       

       

       느껴진다.

       

       머리가 하늘까지 닿는 거인이 다가오는 것 같은 압박감.

       

       단순히 은하수가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지만,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무언가 그녀를 짓누르고 있다. 영혼이 짓눌리는 듯한 무게감.

       

       은하수를 바라보며 작게 침음을 흘린다. 단순히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이런 중압감이라니.

       

       그녀의 본능 깊은 곳에서 외친다. 시끄럽게 경종을 울리고 연신 그녀에게 말한다.

       

       무릎을 꿇으라, 경배해라!

       

       마땅히 모든 것들의 주인이 오셨으니, 머리를 조아리고 찬미하라!

       

       그녀를 뒷골목의 좀도둑으로 살아남게 해준 본능 혹은 직감. 그것이 시키는 대로, 또 그녀의 영혼이 외치는 대로 천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

       

       빠르게 다가오던 시선이 더욱 가까워진 것을 느낀다. 

       

       

       ‘…바로 위.’

       

       

       그녀의 머리 바로 위에. 그 분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지엄하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의 영혼과 그 너머까지 바라본다.

       

       

       《잊힌 것들의 후손, 셀리나. 고개를 들거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말라.》

       

       “흐읏, 후으읍ㅡ”

       

       

       시야가 덜덜 떨린다. 바닥을 향해 벌어진 입에서 통제되지 않는 신음이 흘러나오고 침이 뚝뚝 흘러내린다. 애꿎은 풀을 움켜잡은 손에 핏줄이 솟아오른다.

       

       목소리와 시선.

       

       그 두 가지로 알 수 있다. 그것은, 아니 저 분은. 그녀와 같은 인간을 개미처럼 취급할 수 있는 분이다. 까마득히 높고 아득한 격의 차이. 

        

       거인과 개미, 혹은 태양과 인간처럼. 

       

       그녀에게 허락된 것은 그저 머리를 조아리고 자비를 구걸하는 것 뿐.

       

       

       “크읍ㅡ, 후. 후읏…! 미, 미천한 년이… 여, 여섯 번째 신을 뵙습니다.”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지 말거라. 너희들은 모두 이 땅 위에서 생육하고 번성해야 마땅한 존재. 셀리나 너는 너의 존재를 아느냐?》

       

       “예…?”

       

       《머나먼 고대의 시절, 이제는 태양과 달만이 알고 있을 까마득한 과거. 너의 조상들이 초원을 누비며 번성했다는 것을 아느냐?》

       

       “저의, 조상…이요?”

       

       《너는 그들의 피를 이어받은 존재다. 허나 산과 바다의 위치가 뒤바뀌고, 별도 제 자리를 바꿀 정도의 시간이 흘러 그 피가 물처럼 옅어졌으니. 아주 일부분만이 너의 몸에 흐름이라. 이 또한 이치일 터.》

       

       

       셀리나는 조심조심 그녀의 꼬리를 바라봤다. 자신의 먼 조상들이 신께서도 저렇게 말할 정도로 뛰어난 존재들이었다고?

       

       

       《셀리나여, 가서 나의 의지를 전하거라. 그대의 동포들을 찾고 모아라. 그리하여 번성하거라.》

       

       “번성…이요?”

       

       《이는 나의 바램이요, 피를 물려받은 그대의 업일지니.》

       

       “제가 어찌 감히ㅡ”

       

       

       한낱 뒷골목 좀도둑 출신인 그녀에게는 너무나 막중한 임무였다. 그녀의 동포들을 모아 이끌어서 번성하라는 말씀 아닌가? 어찌 감히 도둑년이 그들을 모아서 이끌 수 있단 말인가.

       

       

       《그대는 혼자가 아닐 것이다. 앞서 다녀간 이와 뜻을 함께하라.》

       

       “…아! 프리우스 후작.”

       

       

       비로소 셀리나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수상할 정도로 유능한 후작과 함께한다면, 셀리나의 부담도 크게 줄 것이다. 

       

       

       《그대는 비로소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셀리나여 나의 말을 기억하라, 그리고 전하라!》

       

       “예, 예!”

       

       

       앞선 말들과 달리 더욱 위엄이 서린 말에 셀리나는 바짝 머리를 숙이고 한껏 집중했다. 행여나 한 글자라도 놓칠까 귀에 잔뜩 집중한다.

       

       

       《다섯의 종족을 기억하라, 그리고 찾아라! 그것이 나의 바램이요, 그대는 선두에 선 나팔수이니. 마땅히 소리 높여 나팔을 불어 모든 이가 나의 뜻을 알게 하라!》

       

       “다섯 종족…예. 기억했습니다.”

       

       《하면 이제 그대는 돌아갈 지어다.》

       

       “어, 예?”

       

       

       이렇게 갑자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올린 셀리나는 주변을 감싸 안는 빛무리를 볼 수 있었다. 따뜻한 빛이 몸을 감싸자 점차 허공으로 떠오른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부유감에 셀리나가 어어ㅡ하는 사이 빛이 점점 강해진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모습. 셀리나가 급히 외쳤다.

       

       

       “신이시여! 저는, 저희는 동포끼리만 결혼해야 합니까?”

       

       

       중대사항이다.

       

       신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의 피는 무엇보다 진할 터이니. 그대는 마음이 맞는 이와 함께 살아가거라.》

       

       ‘좋아!’

       

       

       셀리나가 작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신께서 번성하라 하셨지만, 꼭 동포끼리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이걸로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만나 결혼할 걱정은 덜었다.

       

       마음이 홀가분해진 셀리나는 눈을 감고 자유로운 부유감을 만끽했다. 

       

       점점 더 강해지는 빛은 마치 초원에 강림한 태양과도 같았고 어느 순간ㅡ

       

       

       “어엇! 저기, 저기 성지에 다녀온 후손이 돌아왔다!!”

       

       “정말이야! 동물 귀 후손이 돌아왔어!!”

       

       “동물 귀! 동물 귀! 동물 귀! 동물 귀!”

       

       

       셀리나는 성지의 문을 둘러싸고 저 너머까지 인파가 가득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 앞에서 눈을 떴다.

       

       

       

       

       

       *****

       

       

       

       

       

       “완전 네코미미 그 자체네.”

       

       

       성지에서 뾰로롱하는 이팩트와 함께 돌아간 셀리나. 요리저리 둘러보고 자세히 구경해봐도 까만 고양이 귀와 꼬리는 네코미미 그 자체였다. 어떻게 생겼나 자세히 구경하려고 부른 보람이 느껴질 정도.

       

       꽤 예쁜 여자 머리에 고양이 귀랑 꼬리가 달려있으니 그렇게 보기가 좋더라. 덕분에 셀리나한테 일 하나 시킨다는 것을 깜빡할 뻔했다.

       

       

       “다섯 종족이라…”

       

       

       우상단에서 깜빡이는 퀘스트 마크. 예전처럼 이벤트나 임무가 아닌, 내가 해야만 하는 퀘스트 창이 나타나 있다.

       

       

       《다섯 종족을 찾아 번성시키자!  현재 진행도 : 2/5  보상 : ■》

       

       

       ‘잊힌 것들의 후손’인 셀리나를 찾으면서 나타난 퀘스트 창이다. 다섯 종족 그리고 지금까지 찾은 종족은 둘. 깨진 채로 표시되는 보상.

       

       

       “…보상이 도대체 뭘까.”

       

       

       깨지다 못해 그냥 까만 네모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케넬름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 퀘스트를 준 걸까.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그녀에게 물어볼 것이 아주 많았다.

       

       이만 게임을 끄고 침대에 누우니 오래 써서 솜이 죽은 베개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아까부터 자꾸 케넬름이 생각나는 밤이다.

       

       

       “무릎베개는 다시 안 해주려나?”

       

       

       케넬름의 허벅지가 말랑하고 부드러워서 잠이 잘 왔는데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방치형 이모티콘★ 절찬리에 판매 중!! 1̶0̶0̶코인 70% 할인! => 30코인!! 70% 할인된 가격인 30코인에 20종의 이모티콘을 만나보세요!!

    – ‘신선우’님!!! 두근거리는 심장과 새겨지는 비트처럼 뜨거운 후원!! 감사합니다!!! 주인공이 도?구라니… 오 이거 좀 야한 단어네요.

    ??? : 넌 그저 도구에 불과해. 헤으응…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