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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5

        

       “그…누이분께서…말씀을 좀 격하게..하셨군요.”

         

       “내 말이 그것일세! 아무리 내가 잘못했다고 해도 말이야!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 거 아니겠는가!”

       

       나는 열변을 토하고 있는 유경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황제 유경.

         

       황권이 바닥에 떨어진 시기에 황제의 위에 올라 황제의 힘을 극적으로 끌어올린 인물.

         

       그런 인물이 이 사람이라고?

         

       침을 튀길 기세로 혁기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이 사람이 그 황제 유경이라고?

         

       “허허..”

         

       멍하니 열변을 토하는 황제를 지켜보고 있자니 왜 두작이 날 천상루로 꾀었는지 이해했다.

         

       두 사람이 대화를 하다보면 당연히 같은 손님인 내 이야기도 나왔을 테고 황제 입장에서는 낭인 나부랭이에 걸핏하면 도박장이나 드나드는 내가 못마땅했겠지. 그런데 혁기린은 도박기술에 대해서 꽤나 긍정적으로 말했을 터였다.

         

       생각해보니까 그래. 손기술 가르쳐 주는 도박사가 어디 흔한가? 별 같잖은 기술도 유출하기를 꺼려하는 것이 도박사라는 족속들인데…손기술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눈치를 챘어야 했나.

         

       혁기린도 당과 숨기기 정도는 할 줄 아니 과자 숨기기를 보여 주었을 테지.

         

       그리고 유경은 그런 혁기린의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사천낭인 자식이 감히 내 동생이자 대황국의 공주인 혁기린에게 이런 마수를 뻗쳐?’라고 생각했겠지.

         

       오.

         

       갑자기 등 뒤가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응, 자네 왜 그러나? 갑자기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구만.”

         

       “하하하하! 아닙니다! 계속하시지요! 그래 어렸을 때 무엇을 해주셨다고요?”

         

       “그러니까. 나 역시도 혼날 각오를 하고 누이를…”

         

       두작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

         

       두작, 아니 유경은 순수하게 내가 패배하기를 바랬다. 혁기린과 도박을 떼어 놓기 위해서 혹은 나와 혁기린을 떼어 놓기 위해서. 유경의 계책대로 되었다면 나는 결국 내관의 꾀임에 넘어가서 황궁의 담을 넘어 도박을 하다가 막대한 빚을 진 한심한 놈이 되었을 테니까.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단번에 정이 뚝 떨어질 추태다.

         

       아.

         

       그러니까 나는 지금 황실의 공주님에게 삿된 도박기술을 가르치고, 황제의 계획을 완전히 박살내고, 그 뒤에 황제를 좀 가지고 놀다가 혁기린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일러바쳐서 혁기린이 황제에게 ‘오라버니 싫어!’라는 엄청 충격적인 말을 듣게 만든 장본인이구나?

         

       머릿속에서 ‘개작두를 대령해라!’라는 포땡땡 판관이 떠올랐다.

         

       혹시 두작이라는 가명도 작두로 내 손모가지를 잘라버리고 싶어서 지은 가명인가. 에이 설마 아니겠지. 하하 그래 금쪽같은 동생에게 도박 속임수나 가르친 잡놈이긴 해도 황실 손님이고 혁기린 지인인데.

         

       “그때는 올망졸망한 눈빛으로 감사합니다. 오라버니 하던 그 아이가…아니, 자네? 괜찮은가? 땀이 폭포처럼 흐르는데!”

         

       “그러게나 말입니다. 하하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끔 이렇게 뜬금없이 땀샘이 열릴 때가 있곤 하니까요! 하하하하!”

         

       소매로 이마를 훔치니 단번에 옷이 축축해졌다. 땀을 훔치자마자 주르륵 나는 땀! 연기로 표정은 꾸미는데 이 식은땀까지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땀을 다 닦아내고 애써 웃어 보이자 미심쩍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유경.

         

       유경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황제인 것을 눈치챈 것이 아닌가 의심해보는 듯한 눈빛. 나는 황급히 입을 열어 주제를 돌렸다.

         

       “그래서 누이분과는 화해를 할 생각이십니까?”

         

       “하아아…그게 걱정일세. 찾아오지 말라고 했는데 함부로 찾아갔다가는 또 화를 돋우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솔직히 어찌해야 할 지를 잘 모르겠네.”

         

       다행히 지금 황제의 머릿속에는 혁기린에 대한 생각만 가득한지 손쉽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는 유경.

         

       “일단은…그래. 편지라도 쓰심이 어떻습니까?”

         

       “편지 말인가?”

         

       “예. 누이동생과 우애가 깊다 하셨으니 누이분도 아무래도 그….폭언…음. 아무튼 심한말을 했다는 점을 신경쓰고 있지 않겠습니까?”

         

       여기까지 말하고 일단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시간을 끌었다. 일단 되는대로 말하고 있지만 나 역시도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 계속 말해보게.”

         

       “만약 누이분이 지금이라도 두작 님을 용서해주실 마음을 먹었을지라도 뱉은 말이 있고 체면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격렬하게 화를 내고 손쉽게 용서해주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음….”

         

       차를 마시며 보였던 혁기린의 태도를 떠올렸다. 혁기린이 유경을 손쉽게 용서해 줄까? 솔직히 말해서 반반이었다. 유경이 사과하러 오지 않으면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속 안에서는 무언가 부글부글 끓는 것이 남아 있는 느낌.

         

       “그러니 일단 서신을 전하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서신…서신이라…”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면서도 진심을 보이려면 아무래도 서신만한 것이 없지 않겠습니까? 또한 무작정 서로 얼굴을 마주해봐야 서운한 감정이 남아 있는 상태임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감정이 배제된 글귀가 좋겠지요.”

         

       괜히 조급해서 한번에 거리를 좁히는 것보다야 이편이 낫겠지.

         

       유경은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알겠네. 내 당장 서신을 작성해 보도록 하지. 자네 상태도 좋지 않아 보이니 좀 쉬도록 하고.”

         

       “하하. 건투를 빌겠습니다.”

         

       후다닥 떠나는 유경과 잠시 날 살펴보다가 묵례를 해 보이는 사마휘경. 생각해보니까 황제 암행에 붙어 있는 저 사마휘경은 뭐지. 금위위 제독이나 동창 제독인가? 아니 그냥 수신호위겠지 깊게 생각하지 말자.

         

       “후우우….”

         

       과자를 입에 쑤셔넣고 식은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엄청난 속도로 돌아간 머리에 당분이 공급되고 식은땀으로 빠져나간 수분이 보충되고 나자 그제야 머리가 돌기 시작했다.

         

       일단은…그래.

         

       유경과 혁기린을 최대한 빠르게 화해시켜야한다. 만에 하나라도 이번 사건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파탄난다? 유경이 날 잡아 죽일 거야. 분명해.

         

       다행힌 것은 두 사람에게 내가 조언자 위치라는 것이다. 혁기린이야 이 황궁에서 만날 사람이 없으니 나밖에 상담할 사람이 없고 유경의 경우…뭐 유경도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일단 혁기린과의 만남은 비밀일 테니 정말 신뢰하는 사람이 아니면 동생과 다투었다는 말을 하지 못하겠지. 궁녀나 내관은 아무래도 황제에게 의견 제시가 불가능한 입장이니 마음 놓고 상담할 수 있는 자라고는 뭐 사건 당사자인 나를 제외하면 정말 몇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두 사람의 반응을 살피며 어떻게든 남매 사이를 회복시키도록 하자.

         

       그래 본래 하려던 일이었지 않은가. 어차피 혁기린을 위해 나서기로 결심했었으니 차라리 잘 된 일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할 일이 좀더 필사적으로 하게 되었을 뿐이잖아?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긴 하지만…

         

       일단은 편지를 본 혁기린의 마음을 떠 보도록 하자.

         

       *** ***

         

       저녁 직후, 혁기린이 다과 시간을 가지자며 나를 소환했다.

       

       “오늘 아침, 오라버니와 다투었다는 이야기를 했었지요. 오늘 오라버니의 서신이 도착했지 뭡니까.”

         

       “허어. 그렇군요. 내용이 무어라 쓰여 있었습니까?”

         

       “전체적으로 저와 다툰 일을 사과하고 반성하고 있다는군요.”

         

       혁기린의 표정이 영 찜찜해 보였다. 사과를 받긴 했지만 뭔가 속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뭔가 마음에 걸리시는 부분이 있습니까?”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요…사과를 받았지만…영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허허. 그렇군요.”

         

       나 역시 차를 한 잔 마시며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까지 혁기린과 유경이 두작의 처벌에 관련해서 대립해 싸운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은 두작이 유경이였다.

         

       그럼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이 된다. 혁기린은 내 입을 통해 폭주한 오라버니의 추태를 모두 듣게 되었으니 당연히 창피하기도 하고 같은 동행에게 이런 짓을 한 오라버니에게 화가 나기도 하겠지.

         

       혁기린이 유경에게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유경의 태도였다. 반성하며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태도와 달리 꽤나 억울해하는 면이 많았던 것 같은데…

         

       그런데 이게 영 물어보기가 껄끄러웠다.

         

       아무튼 혁기린이 화를 낼 만한 상황이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화를 내다가 무슨 실수를 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기가 좀 그렇단 말이지. 결국 나를 위해서 나서 준 상황인데 말이야.

         

       그러니 내가 선택한 것은 설득이었다.

         

       “그래도 오라버니와 화해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만요.”

         

       혁기린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의 반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 마음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혁기린이 원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인가.

         

       “어제처럼 그냥 하소연이라도 하시지요. 어차피 전 혁기린 대협의 가문도, 오라버니가 누군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사실 다 알고 있지만 말이야. 혁기린이 단서를 흘리면 그 단서를 가지고 있다가 유경의 이야기에서 흘러나오는 단서와 맞춰보면 되지 않을까.

         

       “오라버니는…절 아직도 아기라고 생각하시는 듯 합니다.”

         

       한참 곰곰이 생각하던 혁기린은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해는 합니다. 오라버니가 절 마지막으로 본 것은 아이 때였으니까요. 그 뒤로 점창파에서의 생활 때문에 오랜 기간 떨어져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전 점창파 대제자이기도 하며 또한 초절정의 무인이기도 합니다.”

         

       “오라버니에게 자립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으신 겁니까.”

         

       “맞습니다! 아니…아닐 지도 모르지요. 솔직히 복잡합니다.”

         

       혁기린은 잠시 날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뭐 혁기린으로서의 삶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 공주의 신분을 숨기는 것도 남장여자로 살아가는 것도.

         

       “오라버니께서 제 결정을 존중해 주기를 바라지만…또 우습게도 저 역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저 역시 아직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면서 무작정 오라버니가 절 응원해주길 바라는 것은 너무 염치없는 일일까요?”

         

       어려운 문제였다. 이렇게 스무고개 하듯이 단서 하나 둘 모아서는 답할 수 없을 정도로.

         

       그렇지만 문제 해결은 해 주지 못해도 조언 정도는 가능하지.

         

       “그렇다면, 답장을 보내 주시지요.”

         

       “…답장, 말입니까.”

         

       “예. 오라버니도 용기를 내어 서신을 전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혁기린 대협께서도 자신의 마음을 담아 서신을 써 보세요. 서신은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열 번이고 다시 써도 괜찮지 않습니까.”

         

       혁기린은 고민에 잠겼다. 다기에 담긴 차마저 식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나고 혁기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그리 하겠습니다.”

         

       “후후. 그럼 한번 마음을 정리해 보시지요. 본인은 이만 물러 가겠습니다.”

         

       “….사합니다.”

         

       “예?”

         

       “감사합니다. 호 낭인님. 정말 여러 가지로요.”

         

       혁기린은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 부끄러웠는지 아니면 남매간의 치부를 다 밝힌 것이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 순진한 모습에 나 역시 웃음을 흘리고는 읍을 해 보였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군요.”

         

       “…예. 노력해보겠습니다.”

         

       혁기린의 결의 어린 눈을 바라보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애초에 우애 좋은 남매였으니까 화해도 쉽겠지.

         

       한결 근심걱정이 가신 나는 침상에 누우며 내일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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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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