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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5

       그렇게 ‘내앞에서도끼들지마쇼’와 가벼운 담소를 나누며, STS로 시청자들에게도 그 내용을 공유하는 방송을 시작한지 3분이나 지났을까.

        

       [제발 그만]

        

       고객의 중단 요청이 들어왔다. 컴플레인 넣기 직전 같은데.

        

       “아……미흡했다면 양해 부탁드려요. 제가 성우 경험은 없어서.”

        

       『이거 그냥 돌리는 거 아니냐……?』

       『눈 딱 감고 섹스 한 번 외쳐줘라 따라하나 보자』

       『말 더듬는 건 왜 따라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하필 ㅈㄴ 찐이 걸려서』

       『온갖 대사 다 치게 할 기회를 날리네 아』

       『왜 목소리가 안 들리는 데 들리는 거 같지』

        

       [저 채팅으로 하면 안 될까요ㅠㅠ]

        

       “……음, 정말요?”

        

       치열한 경쟁 끝에 획득한 무료 도네이션 이벤튼데. 갑자기 싫어졌나.

        

       일단 원하는 대로 해줘야겠지. 채팅창을 확대하여 방송 화면에 띄우며, 고민에 빠졌다.

        

       왜지.

        

       성우가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있으려나. 하기야, 각양각색의 매력이 있는 TTS에 비하면 내 연기가 부족한 건 사실이니까. 아니면…….

        

       “목소리……가 별로였나요. 그래도 모처럼, 무려 10,000분의 1의 확률을 뚫은 건데……다른 분 섭외해드릴까요. 아이디도 훌륭해서, 잘 해드리고 싶은데.”

        

       최종적으로, 시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룰렛을 돌려 선정된 건데. 엄밀히 말하면 만분의 1보다도 낮은 확률이었다. 그 중 절반 이상은 부계정 동원한 사람들일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렇게 끝내기엔 너무 아쉽지 않나.

        

       STS를 대신해줄 사람을 찾아, 디스코스 친구창에서 온라인인 사람들을 살폈다.

        

       친구창에 등록된 사람들이라고 해봐야 몇 명 되지는 않지만- 아. 적임자가…….

        

       “아. 별포크님이 목소리 진짜 좋아요. 혹시 가능한지 여쭤볼게요.”

        

       [아니]

       [제발 그만]

       [그만해주세요……]

        

       그냥 STS를 싫어하는 사람인가. 너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기 부담스러운……아니, 무료 도네까진 좋다고 했었는데.

        

       “음……그러면, 어떻게 하지. 대신 드릴만한 상품이…….”

        

       현금도 싫다고 했고. 현금이 싫으면, 아마 돈으로 사는 상품도 비슷하게 싫겠지.

        

       그리 고민에 빠진 채 책상 위를 떠돌던 시선이 잔 앞에 멈췄다.

        

       ……이건 어떠려나. 애장품 느낌으로.

        

       “제가 아끼는 잔인데, 이건 어떠신가요.”

        

       -딸깍

        

       브라우저를 송출 화면으로 옮기고, ‘아따먹 팬튜브’에 접속했다.

        

       그러고 보면 여기에도 다시 연락해야 하는데. 빠른 시일 내에 해야하는 일들 목록의 최상단에 ‘지튜브 관리자 뽑기’를 적어넣으며, 예전 술먹방 영상을 틀었다.

        

       카메라에 건배하는 장면이……아, 여기있네.

        

       화면을 가득 메우는 빨간색 에스프레소 잔. 에스프레소를 담은 적은 없기는 하지만- 소주잔으로 정말 완벽한 용량이어서 애용하고 있는 잔이다.

        

       “이게, 소주잔보다 용량이 절묘하게 더 커서……한입 털어 넣으면 만족감이 되게 커요. 부담스럽지는 않으면서 만족감은 50% 더 높은……써보면 아는데. 진짜 괜찮아요.”

        

       [네??]

        

       “아, 그런데……이거, 어디서 파는지는 몰라서요. 쓰던 걸로 보내드려야 할 텐데, 괜찮을까요. 깨끗하게 씻어서 보내드릴게요.”

        

       채팅창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걸 왜 씻냐, 당장 삽니다, 저거 사면 사실상 아따먹과……다들 중고거래 해본 적이 없는 걸까.

        

       중고물품에 대한 의미부여 정도가 심한데.

        

       [헉]

       [좋아요]

       [그냥 보내주시면 제가 깨끗이 씻어서 가보로 보관할게요]

        

       『헉…센세가 매일같이 입을 맞대던 잔……』

       『나 가 뒤 져 라』

       『시1발 경매 붙이자』

       『그냥 보내라는 거 ㅈㄴ 투명하네 개새끼 저거』

       『저걸 왜 아』

       『1초만에 좋다고 하는 꼴 봐라 시1발』

       『과연 저걸 소주 마시는데 쓸까?』

       『결 사 반 대』

        

       다행스럽게도, 마쇼씨는 승낙했으나……채팅창의 반발은 한층 더 심해졌다. 오늘 방송에서 소외감을 느낀 사람들이 있는 탓일까. 평소보다 조금 더 과격한 것 같기도 하고.

        

       심지어 알림이 꺼져있는 도네이션으로도 반대의 목소리가 드높았다.

        

       그리고-

        

       [별포크: 저도 반대합니다]

        

       ……얘는 또 언제 디스코스 메시지를 보낸 건지.

        

       어지럽네. 조금.

        

       “자. 여러분, 진정하세요. 늘 말씀드렸듯이, 저는 저보다 약한 사람들의 의견은 듣지 않아요. 결투로 주장을 입증하실 분들 외에는 진정해주시고……마쇼님?”

        

       [네]

       [죄송합니다 괜히 저때문에ㅠㅠ]

        

       채팅창에 상처받은 걸까. 아까부터 온갖 욕설이 도배되고 있는 채팅창을 보고 있었다면, 멘탈이 흔들려도 이상할 건 없었다.

        

       가뜩이나 아까 들어보니, 목소리부터가 조금 의기소침한 편이던데.

        

       “아니, 아니. 그러지 마시고. 나중에 나오나 메시지로 주소 보내주세요. 잔 보내드리게. 혹시 다른 요청사항 있으시면 말씀 주시고요.”

        

       [아]

       [저 그러면 혹시]

       [잔에 사인해서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저 진짜 팬인데 애장품 받아보는 거 처음이라]

        

       미안한 마음에, 어지간하면 들어줄 생각으로 던진 제안이었지만……포장을 꼼꼼히 해달라거나, 다른 상품도 하나 달라는 정도나 생각했는데.

        

       ……사인……서명 얘기는 아니겠지.

        

       “연예인들 하는 그런 사인……말씀이신 것 같은데. 제가 그런 사인을 할 일이 없다 보니 생각해둔 것도 없어서……볼만한 사인은 아닐 거예요. 괜찮으신가요.”

        

       [더 좋아요]

        

       이해하기 쉬운 감성은 아니지만, 뭐……팬이라고 하니까.

        

       팬, 이라.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꾸욱 눌러 담았다.

        

       “네. 그러면……그렇게 할게요.”

        

       시청자 참여, 다음에도 또 해볼까.

        

       정신은 없었지만……재밌었고.

        

       -흐.

        

       참지 못한 웃음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편안하게 노는 느낌이었다고 하면……이 사람들, 분명 단체로 기겁하겠지.

        

       [별포크: 저도 사인해주세요]

        

       별포크의 메시지를 화면 밖으로 치우며, 눈을 살짝 감았다.

        

       이럴 땐 캠을 안 켜는 게 참 편하긴 하네.

        

       “자. 그러면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고. 월즈 결승날 뵙겠습니다. 어느 분 방송에서 뵙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공지 남길게요.”

        

       * * * *

        

       -띵동

        

       “네-!”

        

       익숙한 초인종 소리가 이리도 설레는 게 얼마만인지. 아크, 진희는 만면에 밝은 미소를 띈 채 현관으로 향했다.

        

       기대감에 가득 찬 채 문을 부드럽게 열고-

        

       “……왜 실망한 표정인데.”

        

       “응? 아, 아니야 오빠! 어서 들어와! 일찍 왔네?”

        

       떫은 표정의 레반과 마주했다.

        

       ‘그렇게 티가 났……났겠네.’

        

       “여기 슬리퍼 있으니까 신고! 오늘 합방 너무 기대된다. 월즈 결승에 한국팀이라니!”

        

       미안함과 민망함에 더 과장되게 손님을 반기고 있자니, 레반이 작은 쇼핑백을 든 손을 스윽 내밀었다.

        

       “스튜디오도 내어주는데,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 목에 좋은 차니까 하루에 한잔 꾸준히 마셔봐.”

        

       “아, 고마워! 요즘 목관리 진짜 고민인데. 잘 마실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레반을 안으로 안내한 아크는, 약한 초조함이 담긴 시선을 핸드폰으로 향했다.

        

       ‘설마 안 오지는……아니, 그럴 리는 없지? 공지도 올렸잖아. 애초에 아직 약속시간 멀었는데, 벌써 온 레반 오빠가 성실한 거고…….’

        

       .

       .

       .

        

       -띵동

        

       “네-! 가요!”

        

       “안녕하세요! 와, 언니 오늘 의상 진짜 진짜, 와! 완전 예뻐요! 저 진짜 패션 강의 한 번 해주세요.”

        

       “아리야말로! 블라우스 너무 화사하게 잘 어울린다! 왜 이렇게 예뻐?”

        

       “헤, 고마워요. 여기, 저 응원봉 사왔어요! 오늘 경기 보며 응원할 때 같이 쓰면 좋을 것 같아서.”

        

       “오……역시 우리 아리. 센스!”

        

       “그……예나님은요?”

        

       “아, 곧 온다고 했어. 어서 들어와!”

        

       .

       .

       .

        

       그렇게, 월드시리즈 결승 중계를 위한 합방 시작 15분 전.

        

       아크와 레반, 별포크가 모여 앉아 (누구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잡담을 나누는 사이-

        

       -띵동

        

       다시금 초인종이 울리고- 세명의 시선이 동시에 문을 향했다.

        

       “제가 갈게요.”

        

       집주인으로서의 특권을 행사하듯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 아크가 종종걸음으로 현관으로 이동했다.

        

       그저 합방일 뿐이다. 어쩌다 보니 장소가 그녀의 스튜디오이자 집으로 정해졌을 뿐. 함께 하는 방송이 처음도 아니고, 심지어 이예나의 집을 방문한 적도 있으니…… 그리 특별할 것 없을 텐데.

        

       그럼에도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기대감을 애써 진정시키며, 아크는 천천히 현관문을 열자-

        

       “안녕하세……어?”

        

       문 앞에는, 스키마스크를 뒤집어쓴 괴한이 있었다.

        

       눈 쪽에 2개, 그리고 입 쪽에 1개의 구멍이 뚫린, 발라클라바- 통상, 스키마스크 혹은 강도마스크라고 부르는 마스크-는 괴한의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자그마한 구멍 3개로도 보이는 건 너무나 많았다.

        

       반개한 눈에서 길게 뻗은 속눈썹이라거나. 부드럽게 호선을 그리고 있는 붉은 입술이라거나. 검은 재질의 마스크와 대비되는 창백하게 흰 피부라거나.

        

       영화에서나 보던 괴상한 행색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미모에, 아크는 잠시 할말을 잃었다.

        

       “안심하세요. 강도예요.”

        

       그리 당혹감에 얼어붙은 걸 대체 어떻게 해석한 건지. 이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설마, 그러고 온 거야?”

        

       “그러고 싶기는 했는데. 이게 보온 성능이 너무 좋아서 조금 덥더라고요.”

        

       “……오늘 그거 진짜 쓰고 방송할거고?”

        

       “네. 혹시 스튜디오가 많이 더운가요?”

        

       분명 농담일 터였다. 톡방에 사진을 올릴 때부터 준비한 농담. 말투가 너무 평온한 탓에 확신이 들지 않았지만.

        

       

       ‘농담……이겠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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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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