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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5

       아우렐리아와 회포를 풀었다.

         

       올리비아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었고, 며칠 더 머무른다고 해서 현실에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우렐리아는 쟁여뒀던 큼직한 사발을 가지고 온 다음 술을 퍼마셨다. 그녀는 혼자 들이키는 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올리비아에게도 술을 권했다. 올리비아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그녀가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자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잔을 부딪혔고, 미친듯이 마셨다. 이 세계에 떨어지고 처음 마시는 술이었지만, 놀랍게도 식도를 타고 부드럽게 내려갔다. 그 맛에 올리비아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어떠냐……? 끄윽, 이 대마녀, 아우, 아우렐리아께서……만든 독주가?!”

         

       마신의 잔재를 소멸시킬 방법을 고안해낼 시간에 술만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 라고 오해할 정도였다.

         

       “여기, 끄윽. 여기가……터가 좋아! 자연력도 풍부하고! 암! 그래서, 끄윽. 여기로 정한거야!”

        “뭘 정해?”

       “……내 무덤으로! 자, 표정 풀고 건배!”

         

       올리비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녀가 제 운명을 점치지 못했을 리 없었다.

         

       “안 들이키고 뭐해? 끄윽, 내 집에 들어왔으면……내 룰을 따라야지! 술은, 끄윽. 무조건 원샷이야 임마!”

         

       아우렐리아는 한참동안 푸념을 뱉어냈다. 그동안 쌓인 것이 많았는지, 세 시간을 내리 제 할말만 해댔다.

         

       ‘올리비아, 나는……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해.’

         

       ‘너 취했다. 임마.’

         

       ‘안 취했어 새꺄! 나는 말야, 당연히 네가 포기할 줄 알았어. 그래서 네가 하자는 대로 따라줬다? 근데, 너라는 새끼는 포기를 몰라. 그만큼 뒤졌으면 힘들다고 말할 법도 한데, 싫은 소리 한 번을 안해. 네가 용사야? 앙? 네가 용사라도 돼? 넌 그냥 마법사야.’

         

       ‘그치. 마법사지.’

         

       ‘그래서, 대단하다는거야! 용사라는 직책에서 나오는 중압감이 있는 것도 아니야, 마신한테 부모 형제를 잃은 것도 아니야……근데, 용사처럼 행동하고, 마신한테 원수진 사람처럼 행동한다고!’

         

       ‘그렇기는 하지.’

         

       ‘아무튼 그건 그렇다 치고, 이 몸이 어제 점을 쳐봤어요. 그런데 뭐가 나왔는지 알아?’

         

       ‘뭐가 나왔는데?’

         

       ‘내가 너한테 뒤진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한테. 흐하핫. 이게 말이 되냐? 너한테 뒤진단다. 세상을 구한 대마법사한테……내가 뒤진단다.’

         

       ‘……그래?’

         

       ‘몇 번을 쳐봐도 안 달라지더라고. 그래서 깨달았지. 아, 나는 너한테 죽겠구나. 왜 죽을까? 내가 나중에 마녀로 타락해서? 아니. 내가 그런 등신같은 짓을 할 리가 없잖아. 그러면 답은 하나지. 나를 죽이는 게, 마신의 잔재를 없애는 방법이라는거야…….’

         

       아우렐리아는 꺼이꺼이 울다가, 웃다가, 다시 펑펑 울기를 반복했다. 마루바닥에 엎어져 쓰러질 때까지 계속.

         

       방금 전까지 올리비아의 손에 죽는다고 말한 주제에.

         

       아우렐리아는 아무런 방비 없이, 온 몸을 뭍으로 나온 낙지처럼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가에 송글송글 물이 맺혔다.

         

       “…….”

         

       올리비아는 조금도 취하지 않았다. 애초에 경지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취하고자 해도 취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너도 마찬가지겠지.’

         

       아우렐리아도 취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핑계가 필요했을 뿐이다.

         

       ‘내가 죽이기 쉽게, 무방비로 있어주는 거냐.’

         

       아우렐리아의 예언은 틀리지 않는다. 수천 번의 생을 반복해오며,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 대악마들이 직접 현신하여, 곧 이 땅에 마왕과 마신이 강림한다는 진언을 내려줬음에도, 대마녀였던 그녀는 인간의 편에 섰다.

         

       예언에, 금탑주의 제자 올리비아가 마신을 쓰러뜨린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한 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올리비아의 손에 죽게 된다면, 아무것도 모른 채, 고통 없이 죽고 싶었기 때문에.

         

       올리비아는 아우렐리아의 목을 움켜쥐는 대신 술병을 쥐었다. 아우렐리아가 혼자 홀짝이던, 화산 독 지네로 만든 독주.

         

       ‘X같네.’

         

       마개를 따고, 그대로 들이켰다. 타는듯한 고통과 함께 식도의 감각이 둔해졌다. 맛은 없었다. 그저 고통을 주기 위한 술.

         

       올리비아는 곧바로 이 술의 목적을 깨달았다.

         

       이 술을 마시면 둔해진다. 몸은 마비될 것처럼 굳고, 감각이 무뎌진다.

         

       암살자가 다가와 경동맥을 긋더라도 고통 없이 죽을 수 있을 것이다.

         

       “안 죽여.”

       “…….”

       “진짜로, 안 죽여.”

         

       올리비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우렐리아가 꿈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역시, 자는 척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왜?”

       “적어도 올해에는, 아마 내년에도.”

       “……날 죽일 마음이 있기는 한거네?”

         

       올리비아는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널 죽이는 건 내가 아니야.’ 차마 그 말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그녀가 죽는 것은 확정된 미래다. 자신으로서는 바꿀 수 없었다.

         

       “나도 몰라.”

       “네가 네 마음을 모른다고? 대마법사 올리비아가?”

       “……그러게. 내가 내 마음을 모르네.”

         

       아우렐리아는 올리비아를 잠시 응시하다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 알려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겠지?”

       “모른다니까.”

        “모른다고 말하는 인간 중에 진짜 모르는 놈 한 명을 못봤어. 내 수천 년 인생 중에 단 한 명도.”

         

       아우렐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오두막의 크기가 두 배로 불어나며 침대가 있는 방이 생겨났다.

         

       올리비아는 입을 닫고 침묵했다. 붉게 충혈된 눈동자와 눈물 자국을 보고도 입을 다물었다.

         

       “자고 가.”

       “너는?”

       “더 마시다가 자려고. 얼굴도……닦아야되고.”

         

       밤이 깊어졌다. 한참 동안 몸을 추스르던 아우렐리아는 옆 방으로 기어들어갔다. 잠은 오지 않았다. 애초에 잘 생각이 없기도 했지만, 이 귀한 시간을 고작 잠으로 날려먹고 싶지는 않았다.

         

       ‘……마신의 잔재라.’

         

       올리비아는 저 빌어먹을 잔재가 ‘엔딩’과 관련이 있을 것임을 직감했다.

         

       마신의 잔재를 영구히 소멸시킨다. 올리비아는 이것이 숨겨진 ‘네 번째 엔딩’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어떻게?’

         

       대마법사 ‘올리비아’와 대주술사 아우렐리아가 천 번이 넘는 회차를 반복했음에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방금 전, 아우렐리아가 주정을 부리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 그러면 답은 하나지. 나를 죽이는 게, 마신의 잔재를 없애는 방법이라는거야…….

         

       아니다. 그건 마신의 잔재를 없애는 방법 따위가 아니다. 아우렐리아가 죽은 건, ‘몰살 엔딩’을 보고자 했던 한 미련한 유저의 아집 때문에 생긴 일이다.

         

       ‘……빌어먹을.’

         

       술이 쓰다.

         

         

       *****

         

         

       사흘이 지났다.

         

       올리비아는 이렇다 할 수확을 얻지 못했다. 예상했던 결과였기에, 속이 쓰리지는 않았다.

         

       떠날 것을 직감했는지, 입에 물담배를 물고 있던 아우렐리아가 물었다.

         

       “가냐?”

        “오래 있었으니까 가야지.”

       “사흘이 오래냐? 기왕 있을거 일주일은 있다 가지.”

         

       말은 그렇게 해도 헤어지는 것이 아쉬운 모양이었다.

         

       [남은 시간 : 31분 21초]

         

       물론 그건 올리비아 자신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세계에 떨어진 이후, 처음으로 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술의 도움을 받아서? 아니면 그만큼 많은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이런 꿀같은 시간은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간다.”

         

       다음에는 언제 오냐?

       

       평소에는 그런 말이라도 했을 텐데. 아우렐리아는 도무지 그럴 수 없었다. 아우렐리아가 기대하는 ‘다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점을 쳤던 대로, 예언했던대로.

         

       올리비아가 다시 이곳을 찾아온다면, 그 때는 오늘처럼 술잔을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우렐리아를 죽이기 위함이리라.

         

       “……잘 가라.”

         

       그래서 그런 말을 했다.

         

       “마중은 나오지 마라.”

       

       올리비아는 뒤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면, 아우렐리아는 몇 시간이고 자신이 떠난 길목을 쳐다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올리비아는 처음 왔던 길을 반대로 걸었다.

         

       “……하.”

       

       늪지대 바깥으로 빠져나오자마자, 올리비아는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한시간이 종료됩니다.]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막 태양이 떠오르고 있는 하늘이었다.

         

       ‘왜 하늘이 보이지?’

         

       분명 아우렐리아를 제압했던 곳은 오두막 내부였는데 말이다.

         

       올리비아는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음?’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는 연쇄살인마.

         

       그는 온 몸에서 흉흉한 오러를 일으키며, 경계심이 가득한 얼굴로 올리비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연쇄살인마 혼자 그러는 것도 아니다. 록파도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람을 무슨 괴물 대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너희 뭐하냐?”

       “……돌아오셨군요.”

         

       짧은 침묵 끝에 입을 연 것은 록파였다.

         

       “다행입니다.”

         

       록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뭐가 다행이라는…….”

         

       올리비아는 말을 하다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이 죽음의 겨울로 물들어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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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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