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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5

     요로결은.

     엄밀한 의미에서 말하자면 요로결석.

     

     인간의 신체는 노폐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방출하는데, 간혹 배출되어야 하는 부분이 잘못되는 경우가 있다.

     -마법사들을 너무 많이 죽여버렸나. 미치겠군.

     합스베르크 황제가 한 때, 노스트럼의 전통 마법사들을 학살한 것에 한탄했던 적이 있었다.

     혈뇨.

     신체 기관 어딘가, 돌과도 같은 무언가가 자리 잡게 되는 병.

     합스베르크 본인이 그런 지병을 앓은 건 아니겠지만, 제국의 수많은 백은 중독자가 그런 증상을 보이고는 했다.

     백은의 은(銀)이라는 건 금속광물인 은이 아니다.

     은과도 같은 색을 가진 흡혈귀 뼛가루다.

     그런데 이거, 신체 내부에 흡입하고 난 뒤에는 어떻게 될까?

     인체는 몸 안으로 들어온 흡혈귀 뼛가루를 배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흡혈귀 뼛가루는 흡혈귀 시절의 본능인지 인체의 혈관 속으로 침투하고, 인체는 이 혈관에 흐르는 피를 이용해 몸의 어느 기관에 뼛가루가 모이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이 뼛가루 조직은 적절한 방법으로 배출된다.

     문제는 이게 신체의 조절 기능을 초과할 정도로 많은 백은을 흡수했을 경우.

     뼛조각은 노폐물 배출 기관의 안에 응집되어 모이게 되고, 그 결과 흡수했을 당시의 초기 형태인 백은보다 훨씬 조잡하고 우둘투둘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해결 방법?

     하나는 솜누스를 냅다 들이붓는 것.

     ‘흡혈귀의 음기를 햇볕을 받은 솜누스의 양기로 중화하여, 캐롤라인과 같은 형태인 액체로 만들어 배출하는 것.’

     솜누스는 응집되어 굳어진 뼛가루와 접촉하여 액체형 백은(현 캐롤라인)이 되고, 그때 신체 밖으로 노폐물로서 배출하면 된다.

     햇볕에 바짝 말려 태양의 기운을 흡수시킨 솜누스 꽃가루를 차로 마시든 아니면 입욕제로 뿌리고 목욕을 하든, 아니면 솜누스 수액을 혈관에 직접 투약하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두 번째는 노스트럼의 전통에 의존하는 법.

     -병이라고? 힐링 마법 한 방이면 그만 아니냐?

     마법은 위대하다.

     요로결석이라는 현상에 대하여, 왕국의 마법사들은 힐링 마법을 이용하여 요로결석을 아무런 고통 없이 해결하는 방법을 깨쳤다.

     그런데 다 죽었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은 전부 죽거나 노스트럼을 떠나 은거해 버렸고, 남은 건 어중간한 실력의 매국노 쭉정이들뿐이었다.

     세 번째.

     마스터의 도움을 받는 것.

     마스터가 직접 마나를 흘려, 신체 내부에서 좋지 않은 것들을 파괴하는 것.

     

     그런데 어느 마스터가 병을 해결해 준다고 자신의 피 같은 마나를 낭비하겠는가?

     그것도 소모하는데 힐링마법 만큼 소량이 쓰이는 게 아니라, 마스터끼리 3연전을 펼치는 것 이상의 엄청난 마나를.

     그러니까.

     제일 좋은 건 제국산 백은을 섭취하지 않는 것.

     그다음으로 좋은 건 부작용이 덜한 지브롤터산 캐롤라인을 섭취하는 것.

     그것도 안 된다면, 최소한 자신의 신체가 조절할 수 있는 만큼의 양만 적당히 조절하여 섭취하는 것.

     ‘매국노들이 그럴 리가 없지.’

     백은은 현실에서 오는 쾌락이다.

     제국이 왕국을 망가뜨리기 위해 작정하고 준비한 약물이며, 그 약물은 벌써 내가 회귀하기도 전인 7년 전부터 왕도에 암암리에 퍼졌을 정도로 노스트럼의 가장 깊은 곳까지 퍼져있다.

     그 쾌락을 포기할 수 있을까?

     합스베르크 황제가 대륙을 통일한 뒤, ‘너무 많이 뿌렸나’라면서 가장 많이 후회했었는데?

     ‘뭐든지 개인에게 달렸지.’

     백은을 많이 먹는다고 죽지 않는다.

     캐롤라인을 같이 섭취한다고 무조건 요로결은에 걸리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매일 백은을 결정상태로 점막흡입을 하고, 침대에 이성과 누울 때마다 캐롤라인을 몇 병씩 뱃속에 들이부으며, 그런 생활을 수년 동안 반복한다면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뿐이다.

     언젠가.

     설령 내가 실패하더라도.

     혹은 내가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되더라도.

     ‘매국노들은 전부 데리고 간다.’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들은 결국 죽을 것이다.

     제국에는 왕국에 없던 수많은 문화가 많으며, 그중에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으니까.

     

     * * *

     

     여름날.

     

     [테르시안 제국 아카데미 방문 및 교육 교류 탐방]이라는 장황하고도 긴 계획에 따라, 에드먼드 듀카스텔 백작은 노스트럼을 잠시 떠나기로 했다.

     나리아 지오 노스트럼에게 면박을 당했기 때문이 아니다.

     과잉 충성을 펼치다가 미래의 군왕에게 한 소리 듣는 건 으레 있는 법이니까.

     아카데미에서 쫓겨나는 게 아니다.

     양국 교육대신, 교육부장관 급의 존재들이 직접 각국 군왕의 도장을 받아 진행되는 교류 사업에 참가하는 것뿐이다.

     사교계가 무서워 도망치는 게 아니다.

     노스트럼의 여러 사교계에서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던 그가 뒷방 늙은이가 되는 게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제국의 여러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 차출된 것이다.

     제국문화 탐방.

     

     왕국의 몇몇 귀족들이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했으나, 에드먼드 듀카스텔은 부끄럽지 않았다.

     자신의 뒤에는 귀족이, 그리고 지브롤터가 있으니까!

     구구구.

     

     바퀴가 굴러가며, 마차가 대로를 달린다.

     마차(馬車)는 아니다.

     마차(魔車)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며, 왕국에서는 용어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굳이 마도자동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소형 범선.

     기초군사학 교수인 만큼 제국의 해군 역사에 대해 잘 아는 그는 자신이 타고 있는 이 마도자동선이 제국 제1함대가 백병전을 위한 강습용 군함이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전쟁을 위한 병기가 지금은 모든 무장을 내려놓은 채, 바닥에 여러 개의 바퀴를 달고 땅을 달리고 있다.

     그 속도는 말이 전력으로 달리는 것보다 다소 느린 감이 없잖아 있지만, 마도자동선은 지치지 않는다.

     “듀카스텔 백작님.”

     등 뒤, 백발의 메이드가 다가와 과일 그릇을 가져왔다.

     “마도자동선은 어떻게, 불편한 점이 없으십니까?”

     “불편하기는커녕 오히려 편안하군. 왜 국왕 전하께서 매일 같이 마도자동선을 이끌고 왕국 곳곳을 돌아다니는지 알겠어.”

     부끄러운 말일 수도 있으나, 현재 세인트 지오 노스트럼은 왕궁을 비워버린 지 시간이 꽤 지났다.

     사실상 왕국에 들어온 최초의 마도자동선이 세인트 지오의 이동식 별궁이 된 셈.

     그레이 지브롤터를 위해 황태자가 직접 선물한 물건이라는 이야기도 있기는 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한 번도 타지 못한 채 세인트 지오가 집처럼 살고 있다.

     그리고, 현재.

     에드먼드 듀카스텔이 타고 있는 이 마도자동선은 제국에서 왕국에 보내준 십수 대의 마도자동선 중에서도 특수한 역할을 하는 특별선.

     “이게 귀빈용 이동선인가.”

     “저희는 ‘리무진 S-Class’라고 부릅니다.”

     “S클래스…. 듣는 것만으로도 뭔가 기분이 좋아지는군.”

     세인트 지오의 이동식 별궁과 크기는 차이가 있지만, 사람 한 명을 ‘모시기’ 위함은 충분한 구조.

     “이래도 되는 건가? 원래는 카르멘 왕비를 초청하기 위한 자동선이라고 들었는데.”

     “어느 분들이 더 특별하게 모셔야 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렇다고 타지도 않을 분들을 위해 귀한 분을 더 낮은 자동선으로 모실 수는 없죠.”

     “크흠.”

     에드먼드 백작은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제국은 참 사람을 볼 줄 아는군. 그런데, 내가 궁금한 것이 있는데.”

     “예.”

     “저기 갑판에 올려져 있는 저것은 무엇인가? 앞뒤로 바퀴가 달린 것 말일세.”

     “그것은….”

     * * *

     “제국문화를 들여올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걸핏 잘못하면 온갖 범죄가 일어나기 마련이죠.”

     나는 방학을 맞이하여 학생들이 하나둘 들고 다니기 시작한 제국 마도공학 기술품,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이것도 그러합니다. 이미 그 폐해는 제국 곳곳에 널리 퍼져있죠.”

     “그 폐해를 퍼뜨린 장본인은 당신 아닙니까?”

     

     오랜만에, 나와 1:1로 만난 나리아가 피식 웃으며 빈정거렸다.

     “아버지를 팔아서 뒷돈을 챙긴 패륜아.”

     “그 뒷돈 챙긴 덕분에 학생회에 자금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건 아시는지?”

     “패륜으로 돈을 벌면 그건 효도입니까?”

     “당사자가 허락을 하고, 그에 합당한 금융치료를 한다면야.”

     나는 나리아의 앞에 몇 가지 사진을 내어놓았다.

     “당신의 사진도 팔리기 시작할 겁니다. 아직은 제국언론과 같은 신문사에만 팔리고 있지만, 조만간 제 아버지와 같이 ‘나리아 지오 화보집’이라는 식으로 불법화보가 유통될 겁니다.”

     “예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이런 게 도대체 왜?”

     “아버지는 잘생겼고, 왕녀께서는 예쁘니까?”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초상권으로 고소를 당하지도 않는데, 그걸로 돈벌이하기에 최적화되어 있으니까.”

     노스트럼 왕국의 여러 귀족, 그중에서도 얼굴이 반반한 이들의 사진이 팔리는 건 결국 돈이 되기 때문이다.

     “제국에서는 이를 두고 ‘되팔이’라고 합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가격을 올려서 파는 건 합리적인 시장 환경이 아닌지?”

     “되팔이는 좀 다릅니다, 왕녀.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시장을 교란하는 자들이죠.”

     왕국과 제국이 이렇다.

     

     “그리고 뭘 그렇게 이상하게 생각하십니까. 왕국에도 되팔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많다?”

     “왕도에서 잘나가는 부티크에서 드레스를 산 뒤, 사교계에서 드레스를 입고 유행시킨 다음 그걸 비싼 값에 팔아치우는 귀족 영애가 어디 한둘입니까?”

     “…과연. 그것이 되팔이. 정확히 이해했습니다.”

     왕국과 제국의 차이는 심각하지만,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법.

     되팔이들은 ‘리셀러’라는 그럴듯한 제국의 언어로 자신들을 포장한 뒤, 나중에는 싸구려 보급형 백은을 고급으로 속여 팔기도 하는 면모를 보였다.

     “당신이 가진 제국에 대한 이해 덕분에,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학생회에서 미리 ‘규칙’을 준비할 수 있어서.”

     학생회는 그런 두 왕국 사이의 차이에서 빚어지는 문제를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2개년 하고도 1학기 남았습니다.”

     “그사이에 최대한 준비하면 됩니다. 학생회 규칙이라는 명분으로, 제국의 문화를 받아들일 각종 규칙을.”

     시간은 어느덧 벌써 수개월이 지났지만, 앞으로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중에는 구체적인 체계가 마련될 것이다.

     “오로솔 아카데미에서 제국문화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그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에 대하여 학생회가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이 규칙은 훗날 ‘법’이라는 이름으로 바뀔 것이다. …보육원에서 했던 것과 다를 바가 없군요.”

     나리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부터 준비한 겁니까? 아니면 예상?”

     “제국의 문화를 귀동냥으로 들어보니, 가만히 있으면 망하겠다 싶으니까 그런 겁니다.”

     “망해도 상관없다면서.”

     “망하는 건 괜찮은데, 제 집까지 불이 번지는 건 바라지 않아서.”

     “왜요. 노스트럼이 망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지브롤터 울타리를 두드릴까봐 겁나십니까?”

     “저는 신경 쓸 생각이 없지만….”

     “아스타시아가 움직이지 않게 하려고 아주 그냥, 쯧.”

     “…….”

     나리아가 혀를 차며 비웃듯이 웃음을 흘렸으나, 그녀의 말에 나는 그 어떤 반박도 할 수 없었다.

     맞는 말이니까.

     

     “노스트럼이 망하든 왕국 백성들이 뭐 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으실 사람이, 정작 그걸 신경 쓸 것 같은 사람이 그런 걸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시느라 참으로 고생이 많습니다. 그레이 경.”

     “지금 저를 비꼬는 겁니까? 미래의 여왕을 위해서 이렇게 뒤에서 욕을 먹어가면서 몰래 활동 자금 찔러주고, 사람 선별도 해주는 저를?”

     “쓰레기만 가려내지 말고, 저를 좀 도와줄 사람을 붙여주시는 건 어떠신지?”

     나리아는 자신의 앞에 가득한 서류를 가리켰다.

     “그레이 지브롤터가 도와주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만.”

     “그 정도는 알아서 하십시오. 저 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바쁩니다.”

     “2학기 가을 축제 무대에 센터로 세워 드리죠.”

     “하. 고작 그런 걸로 제 노동력을 끌어내려고 하는 겁니까?”

     “만일 이번 서류를 처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나리아가 제국신문이 스크랩된 서류철을 하나 펼쳤다.

     “오로솔 아카데미 내부에 ‘바이크’를 탈 수 있는 구역을 정할 때, 재단 건물과 제국 기숙사를 넣어드리겠습니다.”

     “…….”

     “뭘 그렇게 가만히 있는 겁니까.”

     나리아가 자신의 앞자리를 손으로 탕탕 두드렸다.

     “일, 해야죠.”

     “분명히 말하지만.”

     “저를 위해 일할 필요는 없습니다.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고.”

     “…….”

     “그녀를 위해 일하세요. 당장.”

     “하.”

     어처구니가 없다.

     “제가 아스타시아를 위해서라면 이렇게 엄청난 서류를 같이 처리해 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도장은 여기 있습니다.”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당신을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오늘 학생회 임원들 아무도 안 옵니다.”

     “지금 아스타시아가….”

     “아스타시아에게는 허락을 받았으니, 얌전히 앉아서 일하세요. 일 안 하고 오면 같이 지브롤터로 안 간다고 그러더군요.”

     “젠장.”

     “젠장?”

     “보수도 없이 이러깁니까?”

     “키스라도 해드릴까요?”

     “무슨 역겨운 소리를.”

     “아스타시아가.”

     “…그래, 뭐부터 하면 된다고요?”

     하루 뒤.

     학생회 규칙에 ‘모든 학생은 마도 바이크를 탈 때,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라는 걸 기조로 한 조항이 추가되었다.

     헬멧은 상식 아니냐고?

     그것은 제국의 상식이다.

     귀족들은 말을 탈 때, 투구를 쓰지 않는다.

     노스트럼은 그렇다.

     제국도 그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로판특) 말 탈 때 머리보호대 착용 안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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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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