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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6

    <156 – 안심>

     

    아카디아는 아주 화끈한 지원방법을 찾아내었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내가 부른 친구들이란다. 이 정도면 아버님도 걱정 없으시겠지!”

    “히야앗!! 많아요, 사람이 너무 많아요!!”

     

    티토소가는 공포에 빠졌다.

    두려움에 떠는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친구 열 명이 필요하다고, 도와달라고.

    말을 꺼내기는 했지만…

    교정을 빙 둘러서 야외에 세워든 그늘확보용 천막 밑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행렬은 무려 일천 명이 넘는 대인파로 이루어졌다.

     

    “안녕하세요 공녀님! 오늘도 정말 멋있으세요!”

    “후후. 그러니? 프릴도 오늘 손목에 낀 프릴팔찌가 참 멋지네.”

    “헤헤. 제 이름을 본따 만든 디자인인데 열심히 어필하고 다녀야죠!”

     

    티토소가 친구 대기번호 1번, 프릴.

    아카디아 공녀님을 향해 꿀이 떨어지는 얼굴로 대화를 나누던 그녀는 의자에 앉아 다가올 운명을 마주보며 공포에 떠는 티토소가에게 다가왔다.

     

    “안녕, 티토소가! 공녀님께 말씀은 들었어. 같이 아버지한테 가자!”

    “응? 어어, 네…”

     

    강제연행되는 범행처럼 가기 싫은 걸음을 터덜터덜 내딛어 향한 곳은 티토소가 유령파파가 계신 곳.

     

    “안녕하세요, 아버지. 저는 티토소가의 친구 프릴이라고 해요.”

    “오오! 우리 티토소가에게 이런 귀여운 친구가 있다니. 왜 진즉 말하지 않았니!”

     

    유령파파는 대만족.

    프릴이 던지는 말마다 흐뭇, 뿌듯, 기쁨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열렬한 리액션을 보였다.

    이 정도면 미안해서라도 진짜 친구가 되어야 하지 않나 고민될 정도였다.

     

    “후후. 재밌는 아버지시네. 우리 나중에도 친하게 지내자, 티토소가.”

    “으, 응…! 고마웠어, 프릴!”

    “바이바이~”

     

    손인사를 건내며 총총 멀어진 프릴.

    새로운 친구와의 헤어짐에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아카디아 공녀가 깃발을 들었다.

    그러자 2번 대기표를 손에 든 다음 아가씨가 전투적인 드릴머리를 내세우며 다가왔다.

     

    “2번 대기자 카닐리언 트러플. 아카디아 공녀님의 권유로 네 일일말벗이 되어주러 왔어. 남부 신성도시국가연맹 중 트러플 시를 잇는 성주가문의 딸이야.”

    “뭐어어?! 정말로? 나도 남부 신성도시국가연맹 출신인데. 아버지가 카넬레 시의 시장을 맡고 계셔!”

    “값비싼 장난감을 들고 다닌다더니 과연 경제적인 여유는 있을 만하네.”

     

    뭔가 귀족스럽고 무서워.

    그런 첫인상을 이겨내자 뜻밖에도 출신지역도 같고 사는 곳도 비슷한데다가 공감대도 많았던 두 사람은 진짜 친구처럼 대화가 잘 통했다.

    부드럽게 웃으며 아버지에게 소개시켜주니 티토소가의 유령파파도 몹시 좋아했다.

     

    “이 기세면 열 명은 금방 다 차겠네요. 고마워요, 아카디아!”

    “고맙긴요. 이제부터 한참 고생해야 할 텐데.”

    “네…? 고생이라니요?”

    “디는 모르겠지만 인싸의 삶은 정말 고달프답니다. 언제나 웃는 낯을 유지하며 어딜 가든 말을 거는 사람들을 대하느라 마음을 내려놓을 새가 없죠.”

    “저, 저기… 아카디아 언니? 열 명만 친구판정 받으면 되는데요…”

    “그렇다고 열 명 도와줬으니 너희랑은 친구 안해도 돼, 소리를 하면 친히 시간 내에서 이 자리에 모인 학생들이 아 그렇구나 하고 돌아갈까요?”

     

    아카디아가 사악한 지혜를 발휘하는 리치처럼 사회의 쓴맛이 묻어나는 무서운 웃음을 지었다.

     

    “친구가 아니라 적이 되겠죠. 니가 뭔데 우릴 거절해. 니가 그렇게 잘났어? 어디 두고 보자.”

    “히익!”

    “아니면 그냥 모두랑 친구가 되는 거죠. 티토소가는 자발적으로 아주 힘든 삶을 살게 된 거예요. 그래도 본인이 원했던 대로 친구는 많아졌으니 기쁘게 받아들이겠죠?”

    “언니 웃는 얼굴이 무서워요…!”

    “이런. 겁먹지 말아요, 디. 딱히 요즘 저를 따르는 아이들을 모두 관리하기가 힘들다거나, 슬슬 사람을 추려내야 겠다거나, 사람관리를 돌봐줄 비서로 티토소가를 점찍었다거나 하는 건 아니랍니다?”

     

    …점찍었구나!

    비서 내정자 확정이다!

     

    “그래도 저 아이에게는 큰 교훈이 될 거예요. 사람을 상대하기가 두렵다고 마냥 피하기만 해서는 사람 대하는 법을 모르거든요.”

    “언니는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그럼요. 단순히 권력에 아부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세력을 원하는 사람도 있고, 인간관계에 굶주린 사람도 있겠죠. 그걸 구분하는 방법은 사람을 많이 상대하다보면 늘기 마련이고요.”

    “티토소가에게 그런 큰일을 맡겨보려고 시험해보시는 거예요?”

    “그런 셈이네요.”

    “티토소가를 어떻게 믿고 그런 큰일을 맡겨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쉽지 않을뿐더러 믿고 맡기기도 힘들다.

    대리인이 자신의 이권과 관련된 인물을 은근슬쩍 명부에 끼워 넣을 수도 있고, 해를 끼칠 사람에게 뒷돈을 받고 입을 다물지도 모른다.

    아카디아 본인의 학업과 인맥관리의 병행이 힘들다는 이유가 있더라도 그런 중책을 맡는 자리는 그녀를 따르는 모두가 탐낼만한 굉장한 자리인 것이다.

     

    “생각해봐요. 티토소가는 이권을 바라는 게 아니라 그저 친구가 필요할 뿐이죠?”

    “그렇죠?”

    “이유도 파파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는 아주 감동적이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유이고요.”

    “그러네요.”

    “사람을 가려 사귈 줄 아는 디가 고른 친구에 마음씨도 착하다는 이유가 거듭 증명된 인재라면 사람 고르는 방법만 익히면 분명 도움이 되겠죠.”

    “아하, 그렇구나… 응?”

     

    다 좋은데 불필요한 사족이 붙었다.

     

    “제가 사람을 골라 사귄다니요?”

    “오크노디는 착한아이만 좋아하잖아요?”

    “즈앙은 착하지만 나쁜 아이인데요?”

     

    헤스티아도 그렇고, 지젤도 그렇다.

    성향구분 없이 필요한 사람은 다 친해지지 않았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선악의 문제, 과격한 행동에의 역치 값의 높낮이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사람을 대하는 마음의 차이이죠.”

     

    착한아이와 나쁜아이.

    아카디아는 이를 구분 짓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

     

    “그래도 걱정이네요. 겁 많은 저 아이가 사람의 악의를 느끼면서도 끝까지 견딜 수 있을지.”

     

    아카디아의 걱정에 대해서는 곧 알 수 있었다.

    처음 두 명은 이연속으로 통과한 시험이었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친구 수 – 3명 / 10명

     

    프릴과 카닐리언 트러플.

    첫 두 명이 카운트 된 이후, 수백 명이 넘도록 단 한 명의 이름도 티토소가의 유령파파에게 친구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 *

     

     

    티토소가는 부담을 느꼈다.

     

    “친구가 뭐 별건가? 같이 대화 한 번 하면 친구지!”

    “응? 으응, 그, 그러게. 헤헤.”

     

    넘쳐나는 인싸들.

     

    “당신, 아카디아 공녀님과는 무슨 관계인가요?”

    “그, 공녀님하고는 오가면서 인사도 나누는 사이인데…”

    “그건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요. 뭘 하면 공녀님이 당신을 특별히 신경 써주시는 거죠?”

     

    궁금함이 많은 귀한 집 자식들.

     

    “저기, 공녀님한테 좋게 말씀 해주면 안 돼? 이거 줄 테니까. 응?”

    “뇌, 뇌물?! 받을 수 없어요, 그런 거! 저한테는 아카디아 공녀님께 좋은 말씀을 드린다고 뭘 보장해드릴 수 있는 권한도 자격도 없는걸요.”

    “성의표현이 부족하다 이거야? 너 정말 욕심 많네.”

    “그런 거 아니라니깐요!”

    “하. 됐어. 싫으면 싫다고 말하지, 꼭 나만 그렇게 나쁜 사람 만들어야겠어? 너 진짜 못 됐다.”

     

    순수하게 친구를 모집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는 학생들까지.

     

    “하아. 지쳤어, 정말…”

    “괜찮니, 아가야?”

    “괜찮아요. 파파도 고생 많으셨어요…”

     

    티토소가는 파파의 표정이 밝지 않은 모습에 순수하지 못한 동기들의 모습에 실망한 것이 자신뿐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공녀님이 자기를 괴롭히려고 이러신 건 아니겠지만 조금 원망스러웠지만 그렇다고 파파의 앞에서 투정을 했다간 걱정만 더 사게 생겼다.

    파파의 걱정을 덜기 위해 나선 목적과 정반대의 결과를 일으킬 수는 없기에 티토소가는 활짝 웃었다.

     

    “보세요, 파파. 저 완전 인싸죠? 친구가 이렇게나 잔뜩 있다구요!”

    “그렇구나… 하지만 이 파파는 걱정이 된단다. 얕고 가벼운 관계를 많이 쌓아봤자 정말로 힘들 때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단다.”

    “가벼운 친구들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천 명을 만나더라도 진짜 친구를 한 명이라도 더 사귈 수 있으면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고 믿고 싶어요.”

    “어른스러운 소리도 할 줄 알고 우리 응애 티토소가가 정말 의젓해졌구나.”

    “오늘 파파 모습을 보고 저도 많이 놀랐어요. 늘 호들갑만 떨고 부끄러운 파파라고 생각했는데 어른스러운 모습도 많이 보여주셨잖아요.”

     

    고맙구나. 앞으로도 티토소가와 친하게 지내주렴.

    그 흔한 말조차도 그녀가 알던 팔불출 파파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어쩌면 성장한 건 자신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파파도 성장했구나.

    누군가의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처럼, 파파도 남들 앞에 보이기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파파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이다.

     

    “감사해요, 공녀님. 이런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아버님은 만족하셨니?”

    “충분히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만족하신 것 같아요.”

     

    아카디아 공녀와 티토소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골목에서 갑자기 빛이 반짝였다.

     

    “어? 저긴 파파가 있던 곳인데…?”

     

    놀란 티토소가와 아카디아가 달려가자 그곳에는 오크노디가 편지 한 장을 들고 있었다.

     

    “오크노디? 파파는?”

    “이거 전해달래!”

     

    티토소가가 편지를 열자 그곳에는 앞으로의 학교생활을 응원한다는 안부인사와 반지 한 쌍이 들어있었다.

     

    -친구와의 우정을 아껴줄 우정반지란다.

    -제일 친한 친구 한 명과 나눠끼렴.

     

    티토소가는 잠시 고민하다가 아카디아 공녀님에게 반지를 내밀었다.

     

    “공녀님, 도와주신 답례라기에는 부족하겠지만 이 반지를 받아주실 수 있나요?”

     

    수줍게 반지를 내미는 티토소가와 오크노디의 눈치를 보며 난처하게 웃는 아카디아 공녀.

    오크노디의 얼굴에 충격의 감정이 가득 떠올랐다.

    눈앞에서 이벤트보상을 놓친 플레이어.

    당연히 충격 받을 상황이었지만 티토소가의 선물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오크노디를 주지 않아도 괜찮나요? 가장 친한 친구에게 주라고 적혀있다면서요.”

    “괜찮아요. 나머지 하나는 오크노디 줄 거거든요!”

    “네…? 그럼 티토소가 당신 몫은…”

     

    티토소가는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자신의 마음을 수줍게 고백했다.

     

    “제가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친구와 감사하게 생각하는 공녀님이 이 반지를 끼고 저를 생각해주시는 쪽이 더 기쁠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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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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