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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6

       “자, 그러면 다시 한번 확인을 하자꾸나.”

       

       “가이아. 벌써 여덟번째야. 대관식이 그리 길지도 않은데 왜 자꾸 확인을 하겠다는거야?”

       

       

       투덜거리는 바알. 나는 그런 바알의 머리를 살짝 두드리며 말했다.

       

       

       “이 대관식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행사란다. 그렇기에 더욱 철저하게 해야하는 것이지.”

       

       “그냥 가이아가 나에게 관을 씌워주는 것으로 끝낼 수 있지 않아?”

       

       

       나는 되도 않는 소리를 내뱉는 바알의 머리를 다시 꾹꾹 눌렀다.

       

       저 수많은 신들의 앞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중요한 자리인데, 그것으로 끝낼 순 없지 않는가.

       

       

       “이 자리는 네가 모든 신들에게 인정을 받는 자리라는 것을 명심하거라.”

       

       

       신이란, 수많은 인간의 생각과 동경과 신앙심이 모여서 태어나는 존재. 아, 나와 아이들은 빼고.

       

       그런 수많은 생각들에 의해 떠받들어진 신들의 자아가 얼마나 강할 것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지.

       

       콧대 높고,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발 아래에 둔 것처럼 구는 신들. 그런 신들이 자신의 머리 위에 다른 존재가 오르는 것을 순순히 지켜보려고 할까?

       

       어림도 없는 소리지.

       

       그렇기에 이 대관식의 중요도가 한없이 올라가는 것이었다.

       

       다른 신들을 굴복시키고, 신들의 왕으로서 군림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신들에게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각인시켜야 하니까.

       

       그러니까.

       

       

       “네가 신좌에 오르는 것과 동시에 다른 신들이 무릎을 꿇게 되더라도 내색하진 말거라.”

       

       

       다른 신들이 무릎 꿇지 않고는 못배기도록 짓눌러 버릴거니까.

       

       

       “몇번이고 들은 말이라니까! 그렇게 다른 녀석들이 전부 무릎 꿇은 순간에 가이아가 와서 나의 머리에 왕관을 씌워주고, 다른 여섯이 차례대로 나에게 권위를 인정하는 축언을 올린다는 거잖아.”

       

       “그래. 순서는….”

       

       “샤마쉬와 이프리트, 실피드와 테티스, 그리고 이그드라실과 사가르마타 순서라고. 이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구.”

       

       “그리고 마지막에는 내가 하고, 그 후 신들의 왕이 되는 것을 선언한 후 적당히 신들의 왕으로서 세상을 다스리겠다. 그런 의도의 말을 하면 되는게야.”

       

       “음. 그 부분은 미리 준비해 왔으니까. 나를 믿으라구.”

       

       

       호언장담하는 바알. 음…. 어째 좀…. 불안한데.

       

       뭐,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내가 대응이 가능하니까. 괜찮겠지.

       

       

       – – – – – – – – – – – – – – – – – – – –

       

       

       만신전의 중심에 세워진 거대한 신전. 하늘의 신인 바알의 신전.

       

       그 앞에 위치한 거대한 대광장에는 수많은 신들이 모여 있었다.

       

       산과 강, 호수와 사막 같은 자연물에서 태어난 신.

       

       눈이나 비, 폭풍이나 산불과 같은 현상에서 태어난 신.

       

       그리고…. 음. 거의 다 이런 신들 뿐이네. 지금쯤이면 자연에서 비롯되지 않은 신들이 태어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인 모양이었다.

       

       뭐, 그런 것에 대한 동경은 아직 인간들에게는 이른 모양이니까.

       

       아무튼, 그렇게 수많은 신들은 자신들이 왜 여기에 오게 된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살짝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내가 갓톡을 이용해 부르긴 했는데, 이렇게 전부 모일줄은 몰랐네. 심지어 지형지물에 묶여있는 지박신들도 모여들었잖아.

       

       뭐, 오히려 좋은 상황이지.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신들이 이 대관식의 증인이 되어줄 것이니.

       

       이들이 보고 들은 것은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 바알에 대한 신앙심을 더욱 확고하게 해주리라.

       

       

       그러면 시작해보실까.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을 관장하는 신으로서, 세상에 고하노라. 수많은 생명의 믿음으로서 셀 수 없이 많은 신들이 태어나기 시작하였으니.”

       

       

       나의 말에 광장의 신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탄생 배경을 처음 듣는다는듯한 반응.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난생 처음 듣는 말이리라.

       

       신이 태어나고 인간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신들이 탄생한 것이었으니.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겠지.

       

       아, 나는 예외. 모든 생명은 내가 만들어낸 것과 다름 없었으니까.

       

       

       “그렇게 많은 신들이 세상을 채우기 시작하였으나, 그로 인해 세상에 혼란을 가져올 것을 우려하여. 생명의 여신이 제안하겠다.”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들의 왕을 옹립하겠노라고.”

       

       

       나의 말에 광장의 웅성거림이 점점 더 커져간다.

       

       

       “신들의 왕…?”

       

       “누구 마음대로 신들의 왕이래?”

       

       “나는 그런거 반대한다!”

       

       “우린 왕이 필요치 않아!”

       

       

       음. 적당히 예상한 정도의 반향. 뭐, 에고의 덩어리인 신들이 조용하면 말이 안되지.

       

       그러니까.

       

       

       “조용히.”

       

       

       나지막한 목소리는 힘을 싣고서 광장으로 퍼져나간다.

       

       그와 동시에, 광장의 웅성거림이 멈춘다.

       

       

       “이건 선고이자, 통고이며, 경고라는 것을 명심하라. 세상을 어지럽힐 가능성을 가진 신들의 존재를 용인하는 대신, 신들의 왕을 통해 너희 신들을 제어하려는 것이니.”

       

       

       나는 작게 숨을 가다듬고서 다시금 말했다.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각오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신들이 세상에서 분탕을 일으키진 않았지만, 아무런 목줄 없이 풀어놓는다면 분명 세상이 혼란 속으로 빠져들겠지.

       

       상당한 힘을 가진 어린아이들을 무분별하게 풀어놓는다면, 세상을 놀이터로 삼아 엉망진창으로 날뛸테고 말이야.

       

       그렇게 된다면 그 뒷처리는 모두 내 책임이 될 것이니.

       

       그런건 싫어. 진짜로 싫어.

       

       그러니까.

       

       

       “너희 신들의 존재를 소멸하지 않는 대신, 신들의 왕의 권위를 인정하며 철저히 따르도록 하라. 그것이 너희들이 존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강압적인 방법이지만. 어쩌겠어. 무분별하게 날뛰는 것은 막아야 하는걸.

       

       그렇게 조용해진 광장을 바라보며, 나는 식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면 대관식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하늘의 신. 바알. 입장.”

       

       

       그와 동시에 자신의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바알이 천천히 걸어와 신좌에 오른다.

       

       어린 소년의 모습인 바알과 달리 무척이나 커다란 신좌. 그 위에 바알이 오르는 것과 동시에.

       

       

       광장의 모든 신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는다.

       

       음. 어느정도로 눌러야 하는지 대충은 알 것 같구만. 개체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드래곤들과 비슷한 정도의 강도를 가진 느낌이었다.

       

       뭐, 신앙심을 모으는 것에 따라서 더욱 강해질 수 있는 것이 신들이지만, 일단 지금은 드래곤과 동급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구만.

       

       거기에 산의 신처럼 단단한 신의 경우에는 조금 더 잘 버티는 느낌이고. 흠.

       

       아무튼, 바알이 신좌에 앉은 이후, 나의 아이들이 한명씩 차례대로 바알의 앞으로 걸어가 짧은 축언을 읊는다.

       

       가장 먼저, 샤마쉬.

       

       

       “빛과 정의, 그리고 법의 신 샤마쉬. 하늘의 신이자 신들의 왕이 될 바알의 권위를 인정하여 축언을 내리겠노라. 언제나 올바른 일을 행하기를.”

       

       

       다음으로, 이프리트.

       

       

       “불꽃과 열기의 신이자 영원한 불꽃 이프리트. 하늘의 신이자 신들의 왕이 될 바알의 권위를 인정하여 축언을 내리겠다. 마음 속의 열기를 외면하지 않기를.”

       

       

       실피드의 차례.

       

       

       “바람과 자유의 신 실피드. 하늘의 신이자 신들의 왕이 될 바알의 권위를 인정하여 축언을 내리겠어. 자유를 존중하며, 언제나 자유롭기를.”

       

       

       다음은 테티스.

       

       

       “바다와 물의 신이자 거대한 흐름 테티스. 하늘의 신이자 신들의 왕이 될 바알의 권위를 인정하여 축언을 내리겠어요. 삿된 마음을 품지 않고, 언제나 깨끗하기를.”

       

       

       그리고 이그드라실.

       

       

       “숲과 나무, 평온의 신이자 세계수. 이그드라실. 하늘의 신이자 신들의 왕이 될 바알의 권위를 인정하여 축언을 내립니다. 온 세상이 평온하도록 힘쓰기를.”

       

       

       마지막으로 사가르마타.

       

       

       “바위와 산의 신이자 가장 높은 산. 사가르마타. 하늘의 신이자 신들의 왕이 될 바알의 권위를 인정하여 축언을 내린다. 결코 변치 않기를.”

       

       

       좋아, 아이들의 축언은 끝났으니 내 차례인가.

       

       

       “생명의 여신이자 이 세상의 시작을 함께한 신으로서, 하늘의 신이자 신들의 왕이 될 바알의 권위를 인정하여 축언을 내린다. 모든 생명을 지켜주기를.”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미리 만들어두었던 번개의 관을 꺼내었다.

       

       번개라는 막대한 힘을 무기로 삼을 수 있는 보물. 신들의 왕이 가진 권위를 드러내는 보물의 모습에, 다른 신들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음. 그러고보면 번개의 신은 이미 있었던가? 분명 거인의 신이 번개의 신으로서의 면모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뭐, 숫자도 별로 많지 않은 종족의 신이니까. 그리 대단할 것도 없지. 지금 수많은 신들이 모인 이 광장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기도 하고.

       

       

       “하늘의 신 바알. 그대는 신들의 왕으로서, 모든 신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을 맹세하는가?”

       

       

       나의 말에 바알은 엄숙한 얼굴로 대답했다.

       

       

       “맹세합니다.”

       

       “그 맹세를 어기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그대에게 번개의 신격을 내리겠노라.”

       

       

       나는 전류를 튀기는 번개의 관을 바알의 머리에 천천히 씌웠다.

       

       연신 파직거리는 번개의 관을 머리에 쓴 바알은 천천히 신좌에서 일어났다.

       

       광장의 모든 신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상황에서, 오직 바알만이 당당하게 서있는 것이었다.

       

       아, 물론 나와 나의 아이들은 제외. 아이들은 말 없이 바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하늘의 신 바알. 신들의 왕으로서 이곳에서 선언하노라.”

       

       

       바알은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나의 소유가 될 것이니.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어지럽히는 자는 나의 분노를 겪게 될 것이다!”

       

       

       어…. 뭐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토마톤 개새… 라는 글이 남아있다. 분노가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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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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