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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6

       

       

       

       

       

       나는 내 볼과 아르의 입가를 손수건으로 닦아 주었다.

        

       “히히, 아르는 아빠가 아르 입 닦아 줄 때가 젤 조아.”

       “그래? 왜 그럴까?”

       

       솔직히 궁금하기는 했다. 

       

       예전에 내가 마법 컨트롤도 연습할 겸, 그리고 더 깨끗하게 닦아 줄 겸 ‘워터’ 마법을 써서 아르의 입을 닦아 주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워터!

       -쀼우! 시러어어! 얍!

       

       마법 천재 아르는 간단하게 내 워터 마법을 공중에서 흩어 버렸고. 

       

       -으응? 왜 그래, 아르야? 다른 걸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아르 입에 묻은 걸 좀 닦아 주려고 한 건데….

       -쀼우! 레온이 손수건으루 닦아 조. 아르는 그게 조아! 그러케 해 주면 안 대? 우응?

       

       아르의 애원 담긴 눈빛을 본 뒤로 나는 아르의 입을 닦아 줄 때 다시는 워터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르는 살짝 볼을 붉히며 그때부터 생겼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주었다. 

       

       “으음, 구냥 아빠가 직접 아르한테 신경써 주고 있는 느낌이 전해진다구 해야 하나? 막 칠칠치 못하다는 눈빛 반, 그러면서두 사랑해 주는 눈빛 반이 섞여 있는 그 눈빛이 조아!”

       “앗….”

       

       매번 아르의 입을 닦아 주면서 속으로 ‘으이구, 칠칠치 못하긴’과 ‘그게 아르의 귀여운 점이기도 하지’를 번갈아 생각했던 게 들켜 버린 느낌이었다. 

       

       ‘어쩐지, 뭔가 아르가 마법 쪽으로 천재인 건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쪽으로도 한 번 말하면 딱 알아듣는 굉장한 영재인데 유독 이런 면에서 매번 조심성이 없다 싶었지.’

       

       그냥 머리 똑똑한 거랑 실생활에서 똑 부러지는 거랑은 별개라서 그런 거겠지 하고 넘겼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거기에 아르의 어리광이 섞여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근데 이렇게 생각하니까 아르가 더 귀여워 보이는데, 나 정상이겠지?’

       

       충분히 조심하면서 행동할 수 있는데도 내가 신경 써 주는 게 좋아서 어리광 섞인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니 아르가 더욱더 귀여워 보였다. 

       

       ‘물론 막 하나 하나 계산된 행동 뭐 이런 건 아니겠지만….’

       

       실제로 공부를 잘하고 머리가 똑똑한 친구들이 실생활에서는 덤벙대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아르도 딱 보면 비슷한 과긴 하다.

       

       ‘근데 그냥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귀엽잖아….’

       

       으흐흐….

       

       “이히히….”

       

       내가 헤벌쭉 미소를 짓자, 아르도 내 얼굴을 보고는 같이 배시시 웃었다.

       

       아, 이게 행복이지. 

       이게 행복이야.

        

       “…둘이 똑 닮았네요.”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실비아도 피식 웃었다.

        

       “닮았어요? 나이스!”

       “나이쓰!”

       

       나도 아르도 그 말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빠, 아르 아이수쿠림 먹고 시퍼!”

       “웬일로 아이스크림 사 달라고 안 하나 했더니….”

       “그치만 마싰는걸.”

       “알았어, 사러 가자.”

       “야호!”

       

       우리는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조금 외진 골목 안쪽,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상 하나를 발견했다.

       

       “어서 옵쇼! 이야, 귀여운 꼬마 아가씨로구만! 방금 오픈했는데 첫 손님으로 이런 귀여운 아가씨라니, 운수가 좀 통하는 날인가 봐! 하하핫! 오늘은 아이스크림 완판이 가능할는지도 모르겠구만!”

       

       주인장은 넉살 좋게 웃으며 우리 가족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첫 손님이라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 듯, 주인장은 여러 가지 맛별로 꽉꽉 담겨 있는 아이스크림 통을 꺼내 세팅을 하고 있었다. 

       

       ‘역시 냉동 마법석이 부착돼 있는 아이스크림 통을 쓰는구나.’

       

       점포 지붕으로 그늘을 쳐 놨다고는 해도 이렇게 날씨 좋은 남부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려면 냉동 박스가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

       

       그래서 아이스크림 가게들이 마법석이 부착된 통을 쓰는 것 자체는 전부터 알고야 있었지만, 세팅하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렇게 보니 그렇게 통 하나 하나가 크지도 않은데 마법석은 꽤나 비싸 보이네.’

       

       이제는 나도 실물을 척 보면 마법석이 대략 어느 정도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 마력은 어느 정도 들어 있는지 감이 온다. 

       

       “그 마법석, 되게 비싸 보이네요. 원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그렇게들 비싼 걸 쓰나요?”

       

       내 물음에 세팅을 마무리하던 주인장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허허허, 그럴 리가요. 보통은 훨씬 저렴한 하급 냉동 마법석을 쓰지요.”

       “그럼 왜….”

       

       주인 아저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뭐, 어떻게 보면 제 고집이지요. 자고로 아이스크림이란 항상 모든 부분이 균일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야 손님에게 퍼 드릴 때마다 최상의 맛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통 안의 어떤 부위라도 온도가 동일하게 유지되도록 할 수 있는 마법석을 구매했지요.”

       “아하.”

       

       종종 대륙 남부에서 아이스크림을 구매할 때, 아이스크림이라 시원하긴 한데 좀 녹아 있는 경우가 있긴 했다. 

       

       특히 통에서 아이스크림을 풀 때 가운데가 아니라 겉쪽을 푸게 되면 한쪽은 상대적으로 얼어 있고 한쪽은 녹아 흘러내리기 일보직전으로 나올 때도 많았다. 

       

       ‘그때는 뭐 과학 기술이 발달한 것도 아니고 이 날씨에 밖에서 아이스크림 파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 생각하고 먹었었는데.’

       

       아르야 뭐 아이스크림이 녹기도 전에 다 해치우는 타입이라 불만이 없었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냥 가성비 마법석을 써서 그런 거였잖아?’

       

       물론 박리다매 형식으로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대단한 장인 정신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아저씨한테선 손님에게 완벽한 아이스크림을 내어 주겠다는 일종의 신념이 느껴져.’

       

       아저씨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처음엔 그래도 버틸 만했는데, 아이스크림 맛 종류를 늘려 갈 때마다 동급의 마법석으로 구매를 하려니 이게 적자가 나더라고요. 마력도 주기적으로 돈 내고 충전도 해 줘야 되고…. 그래서 요즘 마누라한테 매일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잔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마법석 좀 팔고 싼 걸로 바꾸라고요.”

       

       마지막 말을 하는 주인장의 얼굴에는 결의가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어림도 없죠. 마법석도 절대 안 바꿀 거고, 아이스크림 재료도 싼마이로는 바꿀 생각 절대 없습니다. 그런 걸 파는 제 자신을 용납할 수가 없어요. 이대로 장사가 안 돼서 가게를 접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그렇게 말한 주인장은 자신이 너무 주절댔다고 생각했는지 사과했다. 

       

       “아이코! 죄송합니다, 손님. 가게 주인이 아이스크림이나 빨리 팔면 됐지 주제 넘게 개인사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네요. 준비는 끝났으니 바로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빠, 아르는 옐로베리맛으루 할래!”

       “실비아 씨는요?”

       “저는…이건 무슨 맛이죠?”

       “딸기바나나맛이라고, 제가 직접 비율을 배합해서 만든 아이스크림입니다.”

       

       이야, 시그니처 메뉴까지 있네.

       

       “그걸로 할게요.”

       “그럼 마지막으로…. 저는 멜론맛으로 할게요.”

       “옐로베리 하나에 딸바 하나, 멜론 하나 접수했습니다!”

       

       아저씨는 간만에 오픈하자마자 손님이 와서 즐거운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아이스크림을 담아 주었다. 

       

       “오, 이건 뭔가요? 콘이 좀 특이하네요?”

       

       보통 아이스크림 콘은 ‘콘’이라는 단어 그대로 뒤집은 원뿔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건 마치 파인트 아이스크림을 담는 넓은 종이컵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과자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바닥이 넓은 그 콘(?)은 아이스크림을 알차게 담고 있었다. 

       

        “하하, 손님들이 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항상 아래쪽 과자를 먹을 때 심심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과자째 먹어도 아이스크림으로 입 안을 풍부하게 채울 수 있는 방향으로 해 봤습니다.”

       “오….”

       

       나는 아저씨의 말대로 해 보기 위해 일단 위쪽에 한 층 더 봉긋 얹어진 멜론맛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오오…!”

       

       그저 설탕과 싸구려 크림, 멜론‘향’을 첨가해 섞어 얼린 흔해빠진 멜론 아이스크림이 아닌, 신선한 멜론의 맛이 느껴지는 상당히 고급진 아이스크림이었다. 

       

       ‘멜로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해야 하나.’

       

       게다가 비싼 마법석을 쓰는 만큼 온도 조절도 완벽해서, 너무 딱딱하지도, 흐물하지도 않아 베어 먹기 알맞은 상태였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이 정도 맛을 구현할 수 있다고?’

       

       옆에서 딸바와 옐베 아이스크림을 먹은 실비아와 아르도 곧바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 마시써! 진짜 옐로베리 맛이 나!”

       “딸기랑 바나나가 진짜 절묘하게 섞여 있어 맛있어요.”

       

       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렇게 맛있는데 왜 장사가 안 된다는 거예요?”

       

       아저씨는 칭찬을 들어 기분이 좋은지 연신 허허 웃었다. 

       

       “허허허. 글쎄요. 저도 사실 맛에는 자신이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자리도 좀 안 좋고, 다른 아이스크림 가게에 비해 좋은 재료를 쓰다 보니 가격도 조금 올라간 게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스크림 가격이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싼 것 같기도 했다. 

       

       ‘아니, 그래 봐야 몇 쿠퍼 안 비싼데….’

       

       아무래도 길거리 노점상이다 보니 사람들이 가격에 좀 민감한 모양이었다.

       

       ‘차라리 이거 그냥 바로 아저씨 이름 걸고 바겐다즈처럼 브랜드화 해서 팔아도 잘 될 것 같은데….’

       

       물론 이 세계에선 바겐다즈급으로 올리면 몰매를 맞겠지만, 적어도 적절한 마진을 남기고 팔 정도의 금액으로는 충분히 팔 수 있을 것이다. 

       

       “자리는 왜요? 옮기면 되잖아요.”

       “그게 또 자릿세라는 게 있어서….”

       

       이쯤 되면 뻔한 이야기다. 

       아이스크림의 퀄리티 보존을 위해서 자릿세가 저렴한 곳으로 올 수밖에 없었던 거겠지.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안 되겠네요.”

       “그렇죠? 꼭 한 번 해 보고 싶었던 사업인데, 아무래도 곧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상품은 이렇게 좋은데 너무 우직해서 장사가 안 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가 있나. 

       

       “아르야. 잠깐만 이리 와 볼래?”

       “우응? 아라써!”

       

       나는 곧바로 아르를 데리고 길가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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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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