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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6

       *** ***

         

       “누이에게 답신이 왔네!”

         

       아침부터 찾아온 유경은 신이 난 얼굴이었다. 혁기린이 저렇게 좋을까.

         

       “얼굴을 보고 대화하자는군! 하하하! 자네의 조언이 주효했던 모양일세!”

         

       “그렇군요. 축하드립니다.”

         

       “후후후! 이게 다 자네 덕분일세!”

         

       하지만 어제 혁기린의 반응을 보면 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혁기린은 어떤 부분에서 유경에게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 부분이 정확히 어느 부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직 기뻐하시기에는 이른 듯 합니다.”

         

       “으음..?”

         

       “두작 님의 정성이 통한 것은 맞지만…사태를 긍정적으로 보기만은 힘들지요.”

         

       유경의 안색에 침착함이 돌아왔다.

         

       “그래. 자네 생각을 말해보게나. 내 경청하겠네.”

         

       “서신을 써 보내었으니 의무적으로 답신을 보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경은 좀 긴장감을 끌어 올릴 필요가 있었다. 어제의 혁기린을 보아하니 불만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서로 만나지도 못한 채 시간을 보내느니 얼굴을 마주하는 편이 낫다 생각했을 것이다.

         

       혁기린이 편지를 보내며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정리했는지는 나 역시 알 수 없는 문제.

         

       다만 혁기린의 마음이 복잡하다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심란한 마음을 안고 있는데 이렇게 신바람이 난 유경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내가 혁기린이라도 꽤나 열이 받을 것 같은데 말이야.

         

       유경에게 신중함을 심어 줄 필요가 있었다.

         

       “음.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네.”

         

       “그렇습니까. 그렇다 할지라도 아직 누이분께서는 감정이 남아 있겠지요. 그리 크게 다투었는데 글귀 몇 구절에 그리 마음이 사르르 녹아 내리겠습니까.”

         

       “그건…그렇군.”

         

       유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해했네. 누이 입장에서는 마지못해서 용서해 준 것일수도 있는데 내가 너무 경솔한 태도를 보이면 다시 화가 치밀 수 있겠군. 한동안은 눈치를 살피겠네.”

         

       “바로 그것입니다. 적당히 화를 풀어주시면서 목적을 달성하시지요.”

         

       “알겠네.”

         

       그래 이 정도면 됐겠지. 적어도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지는 않겠어.

         

       혁기린도 일단은 화해하려는 마음이 있고 유경도 신중함만 유지할 수 있다면야 충분히 화해할 수 있을 일이었다.

         

       *** ***

         

       “크흠…이 시간에 만나는 것은 며칠만이구나.”

         

       “그러게나 말입니다.”

         

       혁기린은 달을 한번 바라보고 유경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오라버니의 모습에서 악의라고는 눈꼽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순수하게 동생에게 용서받고 싶은 마음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유야야. 이 오라버니가 미안하구나. 그저 의욕만 앞섰다는 것을 인정하마.”

         

       “오라버니가 절 위하는 마음에서 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방향과 방법이 너무 지나쳤을 뿐이지요.”

         

       책망에 머쓱함을 느낀 유경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허허. 타박해도 좋으니 이리 얼굴이라도 보면 좋겠구나. 귀한 시간이지 않으냐.”

         

       혁기린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고 유경은 간신히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내쫓기는 것은 면했으니 조금씩 화를 풀어가면 되겠지.

         

       “달이 예쁘구나.”

         

       “그러게요. 초승달임에도 밤이 훤하군요.”

         

       혁기린의 마음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혁기린은 더 이상 따지고 들지 않았다. 아니 따질 수 없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수없이 편지를 썼음에도…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는구나.’

         

       궁녀가 종이를 수십 번 바꾸어 주었을 정도로 글귀를 고민했지만 결국 혁기린은 의례적인 말과 더불어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 우선 만나자는 말 정도밖에는 할 수 없었다.

         

       유경에 대한 불만은 있었지만 그 불만이 어떤 것인지 본인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

         

       얼굴을 보면 좀 이 내면의 불만이 어떤 형태로 바뀌지 않을까 했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 화해부터 하자. 이 고민은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혁기린은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그래. 어떠셨습니까?”

         

       “무엇을 말이냐?”

         

       “호 낭인님의 실력을 직관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동창에서 일을 꾸몄으니 보통 도박판이 아니었을 텐데요.”

         

       “어…음..”

         

       유경이 얼어붙어 혁기린의 눈치를 보았다. 그 모습에 혁기린은 쿡쿡 웃으며 유경을 놀렸다.

         

       “후후, 힐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호 낭인님의 손기술을 볼 기회는 제법 있었습니다만 진짜 도박사로서 도박판에 앉은 모습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필시 엄청난 모습이었겠지요. 그 이야기가 궁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유경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대단하긴 했지…그나저나 호천안 그자와 도박장에 가 본 적이 없단 말이냐? 그때 기술도 배우지 않았느냐.”

         

       “하하. 호 무사님은 오라버니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저에게 도박장을 권하거나 도박을 해 보겠냐는 말조차 꺼낸 적이 없지요. 그저 공연처럼 볼거리를 위해 저에게 손기술을 보여 준 것이 다였고 저 역시 아이들에게 그 공연을 보여 주고 싶어서 손재주를 가르쳐 달라 청했지요.”

         

       “그래. 도박을 멀리하고 있어 다행이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유경. 그 유경을 보면서 혁기린은 마음속의 불만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미약한 꿈틀거림이기에 혁기린은 그 움직임을 무시했다.

         

       “크흠…그래. 창피한 이야기긴 하지만…그래도 정말 놀라운 일이긴 했지. 천상루라고 들어 보았느냐? 낙양 최고의 기루로 꼽히는 곳이며 그 중에서도 지하 2층의 도박장은 온 낙양의 도박장을 통틀어 따라올 수 없는 곳이라고 하더구나..”

         

       “호오, 그래서요?”

         

       “그래서….”

         

       유경은 찬찬히 호천안의 무용담을 풀었다. 어떤 식으로 호천안에게 함정을 팠는지 본인의 입으로 이야기하려니 창피한 일이었지만 이것 역시 벌의 일부라 받아들이고 붉어진 얼굴로 계속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런 유경을 보며 혁기린의 마음도 어느 정도 풀려나갔다. 본의 아니게 벌을 받고 있는 오라버니를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나왔으니까.

         

       무엇보다 천상루 지하 2층에서 펼쳐진 호천안의 도박무쌍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동창이 주관하고 낙양 최고의 도박사들과 최고의 도박판을 단신으로 박살내는 도박계 절대자의 무용담이니 말에 무엇 하겠는가.

         

       유경은 열심히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고 혁기린은 눈을 반짝이며 유경의 말을 경청했다.

         

       “그래서 하루 만에 호 무사님이 금화 300냥을 땄다는 말입니까?”

         

       “그리 되었지. 담담한 표정으로 판돈과 합쳐 금 800냥을 사마경휘의 품에 안겨주는데 그 금덩이들을 보니 정말 현실감이 떨어지더구나…”

         

       혁기린은 얼빠진 표정을 짓는 유경을 보며 키득거렸다. 유경 역시 웃는 혁기린을 보며 그냥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 자에게는 내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사람의 품성이 나쁘지도 않은 것 같고…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마.”

         

       혁기린이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유경을 흘겨보았다.

         

       “오라버니! 꼭 그런 말을 해야겠습니까? 방금 전까지 분위기 좋았는데 말이지요.”

         

       “허허허! 미안하구나.”

         

       유경은 혁기린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을 보고 마음이 복잡해지긴 했지만 유경 역시 이 부분은 짚지 말고 넘겼다.

         

       두 사람 사이에 약간 어색한 바람이 불었지만, 분위기 자체는 아까보다 훈훈해져 있었다.

         

       혁기린은 그 분위기 속에서 마음에 엉켜 있던 불만 중 일부가 하나의 문장으로 얽혀지는 것을 느끼고는 고민했다. 이것을 지금 말하는 것이 좋을까. 애써 화해했는데 이런 화두를 던지는 것이 올바를까.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고 있자니 유경이 넌지시 물었다.

         

       “고민이 있느냐?”

         

       “…그럴지도요.”

         

       “그렇다면 속 시원히 털어놓아 보거라. 오라비가 아니냐.”

         

       그 물음에 혁기린은 조금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오라버니.”

         

       “음?”

         

       “만약 제가 평생 무림에 살겠다 하시면 어쩌실 생각입니까?”

         

       유경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혁기린은 그런 유경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재차 물었다.

         

       “제가 평생을 점창파 대제자 혁기린으로 살겠다 하면 어쩌실 생각입니까.”

         

       유경 역시 혁기린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 담긴 진심에 유경은 잘 꾸며진 거짓을 말하려다 자신의 속내를 솔직히 말하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표면적인 화해 따위보다는 진솔한 대화를 나누어야 할 때였으니까.

         

       “그런 덧없는 가정은 잠시 치워 두자꾸나.”

         

       유경 역시 진지한 눈빛으로 혁기린을 바라보았다.

         

       “그래. 무엇이 알고 싶은 게냐? 저런 가정으로 오라버니의 반응을 떠보려 하지 말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다 말해보자꾸나.”

         

       이번에는 혁기린이 말문이 막혔다. 아직 무어라 딱 정의할 수 있을 만큼 가슴의 응어리가 구체화된 것은 아니었으니까. 답답한 표정의 혁기린을 보고 유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처음에 한 가정부터 답을 내리자꾸나. 나는 결사반대할 것이다.”

         

       “어째서입니까.”

         

       “나는 네가 황실로 돌아오는 것이, 유야 공주로서의 삶이 너에게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 순간 혁기린은 유경이 그저 팔불출 오라버니가 아닌 황제로 보였다.

         

       확신.

       

       태산과 같은 기개와 더불어 어떠한 반론이나 비난을 용납하지 않는 듯한 압도적인 확신이 깃든 음성에 혁기린은 마른침을 삼켰다.

         

       “저는 무림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렇다면 오라버니는 제가 그 오랜 세월동안 불행했다 여기십니까?”

         

       “아니다.”

         

       “그렇다면…”

         

       “네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나 주기적으로 소식 정도는 들었다. 점창파에서 잘 살고 있다는 것은 안다. 인격적으로 훌륭한 도사분들과 더불어 선량한 아이들과 사형제지간으로 어울리고 있다는 것을.”

         

       혁기린은 답답함이 차오름과 동시에 궁금해졌다. 그럼에도 어째서 유경은 자신이 무림에서 살아가는 것을 반대하는가. 어찌 이리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나 역시도 지금의 네가 불행하게 살고 있다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의 너 역시 그러할 것이라 생각하느냐?”

         

       미래.

         

       “지금이야 후기지수중 한 명에 불과할 뿐이지만 점차 세월이 지날수록 문파의 중진이 될 것이고 남장여자라는 문제 역시 점차 치명적으로 부풀어 오르겠지.”

         

       혁기린은 침묵했다. 그런 혁기린을 보며 유경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러나 이미 시작한 일이었으니 어쩌겠는가.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만 할 일이었고 그것이 지금이었을 뿐이다.

       

       “내 동창에서 듣기로는 근래 현경의 고수가 또 한 사람 탄생했다지? 왜 그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중요한 것은 현경의 고수가 지닌 가치와 파급력이겠지. 현경의 고수를 둘이나 보유하게 된 점창이 무림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은 순리이지 않겠느냐.”

         

       “….예.”

         

       “무림이 얼마나 거친 곳인지는, 세상이 얼마나 험한 곳인지는 네가 나보다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이번 사천성에서 벌어진 일 역시 그렇고 말이다. 만약 점창파가 무림의 중심으로 떠오른다면 너는 어찌 되겠느냐?”

         

       혁기린은 그 질문을 곱씹어 보았다. 나는…어떻게 되냐고?

         

       “온 무림이 점창파를 견제하겠다고 달려들지 않겠느냐? 그들은 눈을 뒤집고 점창파의 흠결을 찾으려 할 테고…점창파 대제자인 너 역시 그들의 물망에 오르지 않겠느냐? 네가 남장여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으냐?”

         

       혁기린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유경은 그렇게 입술을 깨물고 있는 혁기린을 보며 눈을 감았다.

         

       “이것이 내가…무림이 아닌 황궁에서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여기는 이유다. 결국 네가 무림이라는 곳에서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남장여자라는 사실과 공주라는 사실이 더욱더 강하게 네 발목을 잡아끌게 될 테니까 말이다.”

         

       유경은 차를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황제의 품격에는 걸맞지 않은 거친 모습이 유경의 심경을 대변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구나. 나를 위해 네가 무림행을 결정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리 모질게 말할 수밖에 없어서 미안하구나.”

         

       혁기린은 말없이 달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유경은 생각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하나의 삶을 사는 것만으로도 버거워한다. 그런데 혁기린은 두 가지 삶을 살고 있었다. 유야 공주로서의 삶. 그리고 무림인 혁기린으로서의 삶.

         

       그 두 가지 삶 속에서 위태로운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혁기린의 가슴 속에는 두 개의 삶과 두 개의 삶의 괴리감에서 오는 고민이 한가득 들어 있겠지.

         

       그렇기에 유경은 혁기린이 그 고민을 갈무리 할 수 있도록 그저 말없이 혁기린을 지켜보았다.

         

       “오라버니…속 시원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경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혁기린은 그런 유경을 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달이 밝군요.”

         

       “그래. 달이 참 밝구나.”

         

       두 사람은 그 뒤로도 날이 밝도록 대화를 나누었으나.

         

       두 사람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은 없어지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슬슬 황궁파트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네요.

    *[세펜톤]님이 [10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왕코인 후원! 오래간만에 뵙네용! 저는 아주 건강하게 태풍피해없이 방구석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시길 바랍니다!

    후원 감사합니다!

    [비공개]님이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늘 코인 주시는 그분! 오늘도 순항 중이라는 후원으로 알고 안심하고 꿀잠 자도록 하겠습니다.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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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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