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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6

       “아니, 그거 진짜 쓰고 할거예요? 중계 내내?”

        

       “네. 레반님도 쓰고 싶으신가요. 하나 더 있긴 한데.”

        

       누가 봐도 집에 침입한 강도의 행색을 한 이예나의 발언이었다.

        

       뒤집어쓴 스키마스크의 뒤편과 옆으로는 긴 머리카락이 늘어져 있었다. 머리는 다 들어가지 않은 건지, 아니면 일부러 넣지 않은 건지.

        

       차라리 대놓고 코스프레를 하면 모를까, 하는 생각이 레반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정작 다른 옷은 너무나 잘 어울- 아니, 정상적이었으니.

        

       짙은 청바지, 조금은 박시한 블라우스, 그리고 강도 마스크라니. 괴상한 취향으로 커스터마이징한 게임 캐릭터를 보는 기분이었다. 특히, 블라우스의 나풀거리는 소매 밑으로 보이는 문신 팔토시가.

        

       그 와중에 드문드문 드러나는 얼굴에서는 미처 감추지 못한 미모가 새어 나오고, 옷의 강조 없이도 자기 주장이 강한 몸매도 티가 났으니- 정말로, 어디 게임 캐릭터라고 해도 믿을 만한 외모였다.

        

       강도 캐릭터겠지만.

        

       그런 레반의 생각 따위야 아무래도 좋았던 걸까. 이예나는 자못 순진해보이는 몸짓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주머니에서 검은 뭉치를 하나 꺼내 들어 두 손으로 펼쳐 보인 채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 뒤집어쓴 것과 동일한 디자인의 강도 마스크.

        

       대체 왜 2개를 산 건지 따져 묻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레반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뭔……아니, 누가……하. 아무튼, 괜찮으니까 벗어요. 캠 끄면 되지.”

        

       “카메라 끌 테니까 벗어, 라니……너무 위험한 발언 아닌가. 평소에 그런 말 자주 하시는 건가요. 변호사 필요해지시면 연락주세요. 좋은 변호사 알아요.”

        

       -푸웁! 콜록! 콜록!

        

       저 쪽에서 아크가 마시던 물을 뿜어내며 거하게 기침을 하는 사이, 레반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미세하게 움찔거리는 눈꼬리가 뚫린 구멍으로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이예나가 최선을 다해서 자신을 놀리는 중이라는 건 바로 알았으리라. 저 평온한, 높낮이 없는 목소리에서 감정을 발견해내는 건 이제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으니.

        

       “……내가 말을 말아야지.”

        

       “자꾸 그렇게 눈살 찌푸리면 미간에 주름 잡혀요. 좋은 피부과 의사는 모르는데.”

        

       “그, 진짜 캠 꺼도 괜찮아! 우리 아까 다 얘기했어. 무엇보다……결승전 다 보려면 4시간은 걸릴 텐데, 그거 쓰고 어떻게 계속 해. 답답할 텐데.”

        

       기침을 마무리한 아크가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배려심이 많은 그녀다운 개입이었다.

        

       무려 결승전 단체 합방을 노캠으로 진행한다는 건 결코 쉬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다.

        

       기껏 4명이 모여 놓고 노캠방송을 진행하면 분노를 토로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을 거라는 점은 그렇다 치더라도, 결승전 어그로를 이용하여 얼굴을 알리는 것의 홍보효과를 무시하기는 어려우니.

        

       그럼에도 아크는 3명이 모이자마자 어지간하면 캠 없이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던졌고- 레반과 별포크 역시 이예나와 함께 하는 이상 노캠 방송으로 하는게 안전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합방은 아크의 방송으로 켜기로 한 만큼, 채팅관리도 아크의 매니저가 담당할 예정이었다. 방송의 구조나 세팅으로 인해 욕을 먹는다면, 아크가 그 누구보다도 많이 먹을 것이 분명한 상황이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다시 말해, 시청자들의 분노를 관리하고 또 감당할 부담을 진 이가 먼저 어려운 길을 제안한 모양새였으니- 합의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거 통풍도 잘 돼요. 써보면 알 텐데.”

        

       그러나 이예나의 고집을 꺾는 건 또 별개의 문제였다. 어느덧 나름 경력 있는 스트리머가 된 이예나가, 저런 사정을 모를 리가 없었으니. 그리고 이예나는 자신을 배려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려는 사람들에게 그러자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몇 차례 말이 오갔다.

        

       얼핏 보기에도 불편해 보인다며 걱정하는 별포크의 말에, 뒤집어쓰고도 총을 겨누거나, 소리를 지르고, 무거운 주머니를 든 채 뛰어다닐 수 있을 만큼 편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네가 보기에도 은행 강도같다는 소리잖아.”

        

       “물건에는 죄가 없어요. 조폭들이 사람 찌르는데 쓴다고 회칼의 본질이 변하나.”

        

       “뭔 예시를 들어도…….”

        

       그렇게 아크와 레반, 그리고 이예나가 옥신각신하는 사이- 어딘가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가지고 온 별포크가 가운데에 끼어들었다.

        

       “……그러면 차라리 이건 어때요?”

       

       

       손에는, 오토바이 헬멧이 들린 채였다.

        

       * * * *

        

       소리는 공기를 타고 흐르는 진동이다.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상대팀의 선수가 한 명씩 소개될 때마다 울려 퍼지는 함성소리는 오소독스가 두 발을 디딘 바닥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네가 설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듯이.

        

       ‘상관없어.’

        

       멋드러진 중세 공성전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었다. 기사들의 멋진 결투가 셀링포인트였던 게임이었고.

        

       북미와 유럽에서 인기를 끈 건 당연한 일이었다.

        

       첫 월드시리즈 결승이 유럽에서 펼쳐지게 된 것도, 마찬가지로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관중들이 유럽에 기반을 둔 팀의 우승을 보고 싶어하는 것은, 무어라 항변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GP 허슬러는 한국 내에서는 나름 인기를 끄는 팀이었으나- 국제 무대에서는, 변방 국가에서 꾸역꾸역 올라가, 미국 인기 팀을 4강에서 떨어트림으로써 흥행을 망친 빌런에 불과했으니.

        

       경기장을 울리는 소리의 대부분은 유럽을 제패한 V7을 향한 응원이었으나, 그 안에는 GP를 향한 비난과 야유도 적지 않게 섞여있었다.

        

       오소독스는 괘념치 않았다.

        

       프로게이머를 시작한지 벌써 몇 년이었던가. 결승전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 인기를 독식한 경쟁자를 상대로, 빌런 역할을 하게 되는 것도 결코 처음이 아니었고.

        

       오히려 익숙한 역할이었더랬다. 평생 멋지게 쓰러지는 최후의 적을 담당했으니.

        

       하지만- 이번에는.

        

       이번에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얘들아.”

        

       첫 경기가 시작하기 직전.

        

       오소독스의 시야에는 붉은 평원이 펼쳐져 있었고, 귀에서는 익숙한 음악이 들려오고 있었다. 수십, 수백, 수천 번 본 화면이다. 언제나의 스크림과 같이.

        

       그러나 두 발을 통해 전달되는, 미세하게 떨리는 바닥의 감각이- 이곳이 그가 꿈에서도 그리던 무대라는 사실을 끝없이 주지시켰다.

        

       익숙하게 몰려오는 불안감과, 공포. 그리고 긴장을 저 멀리로 떨쳐내며, 오소독스는 말을 이었다.

        

       “이거, 우리 우승하고 나면 오프 더 레코드로 나갈 거야. 다들 멋진 말 하나씩 해둬. 두고두고 기록에 남을 거니까.”

        

       긴장어린 웃음소리가 팀보이스를 메웠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 경력이 길지 않은,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팀.

        

       적진에서 결승전에 뛰어드는 긴장감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겠지.

        

       그나마 웃을 정도는 되어서 다행이었다. 웃고 나면, 조금은 긴장이 풀리기 마련이니.

        

       “어, 나 준비한 거 없는데? 형 먼저 해주세요.”

        

       웃음소리가 흩어지기가 무섭게 미리 말을 맞춰 둔 바이오가 뛰어들었다. 혹시라도 침묵이 길어지면 긴장감이 배가되리라는 판단 하에 안배해둔 대사.

        

       호언장담한 완벽한 연기는커녕, 대본을 읽는 듯한 어색한 목소리였으나- 그걸 눈치챌 정도로 여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을 기점으로 메타가 바뀔 거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여유로움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오소독스는 가벼이 말했다.

        

       “안 바뀌면, 뭐. 내가 책임지고 사퇴할게.”

        

       “아, 안 돼요. 형 가면 지하 돌 사람 없어요. 저도 사퇴할 거예요.”

        

       “어? 그러면 저 법사 입후보합니다.”

        

       “와, 저런 역심을 품고 있었어? 배신감 장난 아니네.”

        

       또다시 팀보이스에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번에는, 조금 더 편안한 웃음이었다.

        

       오소독스는 그 틈을 타 가벼운 한숨에 복잡한 생각을 실어 흘렸다.

        

       좋은 동생들이었다. 억지에 어울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전략의 가치를 깨달았으니, 좋은 동료들이었고.

        

       짐을 지워주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바이오랑 2지하 간다. 나 도적, 바이오 기사. 누가 이거 하자고 했냐고 물어보면, 다들 나였다고 인정해주는 거다?”

        

       ‘실패하면, 욕은 내가 먹으면 돼.’

        

       그렇게 될 가능성은 높을 터였다. 늘 그랬듯이.

        

       이딴 생각을 하지 않아야 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성공하면…….’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당연히 우승할 거라는 듯이, 우승하고 MVP 인터뷰에 선정되면 멘트 하나만 해달라고 부탁하던 사람이 떠오른 탓이었다.

        

       * * * *

        

       《도적! 도적! 도적입니다! 락인! 이제는 물릴 수도 없습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도적이 나왔어요!》

        

       《이건, 아……그래도, 기대해볼만 합니다! GP는 안정적이고 정석적인 픽을 고집해온 팀이거든요. 도적을 중심으로 한 조합에서 그런 성향을 뒤집을 정도의 가능성을 본 것이겠죠!》

        

       《물론 그렇겠지만, 지상에서 결전을 벌일 5명의 어깨가 너무나 무겁습니다. 오소독스 선수가 도적으로 성장할 때까지 시간을 어떻게 벌 것인가, 이게 정말 너무 어려운 문제거든요. 중앙 거점에서 6명이 몰아치는 공세를 버텨내는 시간은 고통으로 가득할 겁니다. 다른 팀도 아니고 V7이 상대예요!》

        

       《자, 선택이 완료되었습니다! V7은 2기사 1법사 1궁수 1사제 1광전사 조합을 들고 나왔습니다. 너무 안정적인데요?》

        

       《네, 맞습니다. 체급 싸움으로 가면 우리가 안 진다, 라는 자신감이 뿜어져나오는 조합입니다. 정석으로 붙자! 변수 없이 정석 대 정석으로 붙으면 무조건 우리가 이긴다!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있어요!》

        

       

       《그에 반해 GP의 조합은, 이번 월드시리즈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조합입니다. 3기사, 1법사, 1사제……그리고 1 도적! 과연 이 변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Stormrage 님, 10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깜짝 놀랐네요. 함께 보내주신 메시지가 정말로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적최고도적도적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우연히도 회차에 참 잘 어울리는 닉네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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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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