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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6

       올리비아는 질문을 삼켰다.

         

       주변을 잠식한 아득한 혹한의 마력. 이건 분명 자신의 것이었다. 록파와 연쇄살인마의 눈빛에 새겨져 있는 두려움, 공포, 불안. 그것 또한 자신을 향해 있었다.

         

       ‘……내가?’

         

       올리비아는 혹한의 마력을 거두며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단서를 사용하던 도중에 육체가 혼자서 움직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애초에 단서 속에서 아무리 오랜 시간 동안 머무를지라도, 현실에서는 찰나에 불과한 시간만 흘러갔었다.

         

       그런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마신의 잔재가 다시금 깃들었던 모양인가? 아무래도 그건 아닌 듯 싶었다. 마신이라면 저들을 살려둘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혼자 저절로 움직였거나, 또다른 누군가가 몸을 조종했다는 소리인데…….

         

       올리비아를 조종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기는 한가?

       

        “역시. 기억하지 못하시는군요.”

         

       록파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금 전의 올리비아는 정상이 아니었다. 연쇄살인마가 결계를 조금 찢어 내부를 엿보는 잘못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평소의 올리비아였다면 아무말 없이 넘어갔을 것이다.

         

       “결계를 찢고 저분을 향해 마법을 쏘아보내셨습니다.”

       “……내가?”

        “예.”

       “하핫, 죽을 뻔했다고.”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치료는……끝나셨습니까?”

        “어. 일단 깨어나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정신이 나가는 일은 없을거야.”

       “다, 다행입니다……정말…….”

         

       스승에게 한쪽 손목을 잃은 주제에, 록파는 스승의 쾌유를 진심으로 기뻐했다.

         

       “……으윽.”

       

       오두막에서 옅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록파는 몸을 움찔거렸지만, 차마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당연하지 않은가.

         

       [저는 스승님의 편린조차 알지 못합니다.]

         

       말이 스승이지, 천애고아였던 그를 여태껏 가르쳐온 아우렐리아는 사실상 부모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스승을 마주하는 순간이니만큼, 당연히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이 앞설 것이다.

         

       “저는……여기 있겠습니다.”

         

       올리비아는 그를 배려하기로 했다. 스스로 각오를 할 시간도 필요할 터이니.

         

       계단을 올라가며 생각했다. 아무리 계승받은 기억이 없다지만, 그렇다고 아우렐리아가 자신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설마 다 지웠겠어?’

         

       어련히 몇 회차 정도 분량만 잘라서 보냈을 것이다. 아우렐리아는 아무리 미래의 자신이 부탁했다고 한들, 친우와 잔을 부딪히며 낄낄댔던 추억까지 버릴 위인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 추측은 아우렐리아의 눈을 마주한 순간 확신이 되었다.

         

       “그만 쳐다보고 물 좀 줘.”

         

       올리비아가 아공간에서 물을 꺼내려는 순간, 아우렐리아가 혀를 찼다.

         

       “눈치없는 년.”

       “그럼 환자한테 술을 먹일 수는 없잖아.”

        “나한테는 술이 약이야. 원래 주술사란 족속은 이런 족속이라고. 그래도 나 정도면 다른 놈들보다는 훨씬 낫지. 적어도 1년 365일 마약에 취해있지는 않으니까.”

       

       올리비아는 헛웃음을 지으며 선반에 올라가있던 술을 집어들었다.

         

       ‘이건…….’

         

       단서 속에서 보았던 그 술이었다. 화산 지네로 만든 독주.

         

       올리비아는 슬쩍 손을 놓고, 그 옆에 있던 술병을 건넸다.

         

       “……이제 좀 낫네. 아, 좋다. 오랜만에 머릿속이 조용하네.”

         

       입맛을 다시던 아우렐리아가 말했다.

         

       “아직 덜 나았나봐. 기억이 드문드문 끊겨있어. 으음……술 한 병만 더 마시면 나을 것 같은데. 그래, 그걸로.”

         

       아마 기억의 상당 부분이 도려내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우렐리아는 그 기억의 공백을 인지할 뿐, 그 속에 들어있던 내용이 뭐였는지까지는 기억할 수 없을 것이다.

         

       ‘어련히 잘 지웠겠지.’

         

       올리비아는 손을 뻗어 아우렐리아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보니 지금 몇 년이냐? 제국력으로. 오두막에서 술만 쳐마시느라 시간 개념이 없네.”

       “993년.”

        “……993년? 그러면 내가 말했던 5년에서 1년이나 더 지난 거잖아. 너……괜찮아?

       “아마?”

       

       괜찮지 않다. 당장 방금만 해도 마신의 잔재인지 뭔지한테 육체를 빼앗겼다고 하니까.

         

       올리비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아무튼, 네가 했던 예언 있잖아. ‘앞으로 5년 안에 월의 마경으로 오지 않으면 네 저주는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다.’ 그거.”

       “……그랬지.”

       

       아우렐리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이런 암담한 상황이 펼쳐져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거 뭐냐?”

         

       아우렐리아는 대답하는 대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입을 열었다.

       

        “……마신. 마신의 잔재 같은 게 아니라……진짜 마신.”

         

       올리비아는 아주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당황한 그녀가 속사포처럼 말을 뱉어냈다.

         

       “그러면 5년이라고 말했던 건? 네가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던 한계가 5년이어서 그렇게 말했던 거 아니야? 제정신이면 주술로 고칠 방법이 있으니까.”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야. 하지만……늦었어. 5년 전에는 내가 어떻게든 고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안 돼.”

        “고작 1년 차이인데도?”

       “……고작 1년이 아니라, 1년씩이나 차이나는거야.”

         

       아우렐리아는 직접 보여주겠다는 듯 선반을 뒤져 큼지막한 수정구를 꺼냈다.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게, 주술사들의 것은 조금 요사한 기운을 풍겼다.

         

       “직접 봐. 그 1년 차이가 얼마나 큰지.”

        “……어떻게?”

        “손을 가져다댄 다음, 마력을 불어넣어.”

         

       올리비아는 하라는 대로 수정구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화아악……! 창백한 달빛이 수정구에서 뿜어져나왔다. 요사한 빛은 점점 퍼져나가, 올리비아의 정신을 감쌌다.

         

       현실이 흔들리며, 환상이 펼쳐졌다.

         

       처음 보는, 하지만 그럼에도 익숙한 풍경이 만들어진다. 빛이 존재하지 않는 하늘. 어둠 속에서 눈동자가 뜨였다. 끔찍하기 그지없는 존재감.

         

       마신.

         

       시선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신을 섬기는 사제들과 성기사들이 쓰러진다. 하지만 쓰러지지 않은 이들도 있다.

         

       익숙한 얼굴들.

         

       ‘글레이시아! 더 높이 날아!’

         

       대마법사가 된 세 제자들이, 정신을 잃은 마법사들을 독려하며 신성 주문을 펼친다.

         

       ‘젠장, 왜 하필 맨땅에서 싸우는건데! 여기는 파도가 없어서 힘을 조금 밖에 못쓴다고!’

       ‘흐하하! 그러니 본좌가 시키는대로 육체를 단련하지 그랬느냐.’

         

       파도잡이 에스티, 무왕 아쉐 발타르.

         

       ‘전지전능한 아이테르시여. 지금 이 자리에, 당신의 신실한 종들이 성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부디, 힘을 내려 주소서.’

         

       성녀 리브가.

         

       ‘……리비와 같은 자리에서 싸우지 못한다니. 이게 다 네놈 때문이다. 키엘 공작. 네놈이 조금만 더 강했다면 내가 도울 일도 없지 않았겠느냐?’

       ‘마왕보다 강하지 못해서 미안하군. 왼쪽 조심해라. 온다.’

         

       금탑주 멜리나. 검성 키엘.

         

       그리고.

         

       ‘……저거, 이길 수 있어?’

       ‘허. 살다살다 이 미친 싸이코 꼬맹이가 겁먹는 광경을 다 보네.’

         

       연쇄살인마, 그리고 대주술사 아우렐리아.

         

       그리고 그 누구보다 마신과 가까운 곳에, 서있는.

         

       ‘가자.’

         

       대마법사 올리비아.

         

       츠츠츠츠츳…….

         

       환상이 점차 가라앉는다. 올리비아가 눈을 뜨자, 어느새 방금 전의 오두막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그건?”

       “네가 5년 안에 왔을 경우. 그리고 이건…….”

       

       아우렐리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또다른 수정구를 건넸다. 방금 수정구가 그저 요사한 기운을 뿜을 뿐이었다면, 이번 것은……불길? 아니다. 고작 그런 단어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멸망. 혹은 종언.

         

       “……일단 봐.”

         

       올리비아는 마른침을 삼키며 수정구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후욱!

         

       마치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 깜짝 놀란 올리비아가 손을 떼어냈지만, 이미 의식은 어딘가로 빨려들어간 후였다.

         

       멀리서.

         

       죽음의 빛을 풍기는 괴물들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수천, 수만, 수십 만마리가 몰려와 살점을 물어뜯는다.

         

       마법으로 갑각을 깨부수고, 터뜨려도 그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몰려든다.

         

       그리고 그 괴물들을 상대하는 건.

       

       단 한 명 뿐.

         

       ‘……나 혼자라고?’

         

       환상 속 자신은 몰려오는 광증을 밀어내며 분투했다. 마법을 펼치기 여의치 않자, 작은 벌레들을 양 손으로 잡았다.

         

       우둑.

         

       뜯고, 부쉈다. 보라색 체액이 튈 때마다 살갗이 타들어갔다. 

         

       ‘이게……내 미래라고?’

         

       태고의 지팡이를 들었다. 모든 마력을, 쏟아내며 괴물들을 처죽였다.

       

       죽이고, 죽였고, 죽이다……끝내.

         

       “…….”

         

       어둠이 걷혀간다.

         

       올리비아는 고개를 들었다. 다시, 오두막으로 돌아와 있었다.

         

       “……방금 그거, 확실해?”

       “…….”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절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의 예언이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그렇게 된다고?”

       

       그럴 리 없다. 설령 마신에게 몸을 빼앗긴다고 해도, 퀘스트를 클리어 해 되찾으면 된다.

         

       저번에 그랬던 것 처럼…….

         

       올리비아는 입술을 아득 깨물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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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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