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56

       무림맹주의 핏줄은 군림보의 아래에서도 식은땀을 흘릴 뿐 멀쩡히 버티고 서 있었다.

       

       허어. 본인이 지닌 육신의 경지가 아무리 낮다 한들 이를 견디기란 쉬운 일이 아닐 터인데.

       

       과연 그 놈의 핏줄이구나.

       

       실력 있는 무인이라는 것인가?

       

       어쩌면 이 자야 말로 무림맹의 미래일지도 모르겠군.

       

       하하.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저 놈의 목을 쳐버리면 무림맹의 미래를 없애버리는 건가.

       

       그건 좀 매력적인 생각이구나.

       

       “오만하구나.”

       

       무림맹주의 핏줄은 심호흡을 하고는 그리 말을 했다.

       

       “외부에서 온 자가 좌를 자칭하는 것도. 무림맹에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것도 너무도 오만해.”

       “그럴 만한 실력이 있다면 오만은 죄가 아니지.”

       

       오만이 죄가 되는 것은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개새끼들의 경우다.

       

       압도적인 강자의 오만은 그저 당연한 권리일 뿐이다.

       

       “네게 무림맹을 짓누를 힘이 있다고?”

       “아니라고 생각하나? 그럼 증명해봐라.”

       

       증명하는 방법은 실로 간단하다.

       

       나를 쓰러트리면 되지.

       

       네 놈이 가진 무로써 내 무를 짓밟으면 그만이다.

       

       그럼 나는 오만한 멍청이가 되고,

       

       네 놈은 무림맹의 영웅이 되는 것이야.

       

       얼마나 매력적인 이야기더냐. 무림맹주의 핏줄은 그 이상 말을 잇는 대신에 자세를 취했다.

       

       팽가의 형상이구나.

       

       잘 알지.

       

       정직하고도 올곧은 패도는 먼 과거 본인을 뒤쫓던 옛 무림맹주의 것이었으니까.

       

       어디 한 번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공격을 기다리던 중 주변에서 하나 둘 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하나 같이 내 걸음을 견디느라 심력을 소모하는 중이었다.

       

       “협공을 할 셈인가? 팽가의 사람답지 않군.”

       “사악을 쓰러트리는 데에 정당함은 필요치 않다.”

       

       그렇지.

       

       정정당당이란 단어만큼 쓸모없는 것도 많지 않지.

       

       싸움에 있어 정당이란 승리뿐이다.

       

       살아남아 승리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본인도 그대가 하는 말에 공감을 하는 바이다.

       

       그러니 나도 그대의 술수를 모두 받아 줄 이유는 없지 않겠나?

       

       곰방대를 입에 문 채로 내기를 움직인다.

       

       그러자 나의 주변을 둘러싼 무인들이 하나 둘 허공으로 떠오른다.

       

       “뭐야?!”

       “씨발. 몸이 안 움직여!”

       “젠장! 이건 대체.”

       

       천마등공이라는 것이다.

       

       신공이 지닌 포악한 내기로 주변에 존재하는 것들을 허공으로 띄워버리지.

       

       본디 인간에게 사용하기에 적합한 무공은 아니다만 본인의 걸음에 저항하느라 쇠약해진 놈들을 가지고 놀기엔 충분하다.

       

       “이 놈이!”

       

       내가 무언가를 하려는 것을 눈치 챈 것일까. 무림맹주의 핏줄이 내게로 달려들었다.

       

       건곤신장. 하늘과 땅의 조화를 엮어 만들어진 장법.

       

       팽가의 신공 중 하나.

       

       저 무공에 담긴 이치는 실로 심대하기에 신공이라 부름에 부족함이 없으나 나를 상대할 때에 저 무공을 쓰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과거 내가 정파에 대한 복수를 행할 때에 가장 많이 싸워보았던 녀석이 누구겠느냐.

       

       바로 무림맹주다.

       

       그 놈이 쓰던 건곤신장은 본좌가 지겹도록 상대를 해 본 무공이다.

       

       그 약점도 강점도 너무나도 잘 알지.

       

       내게 달려들며 장을 뻗는 무림맹주의 핏줄을 보며 나도 건곤신장을 펼쳐 보였다.

       

       올곧은 패도의 장과 장이 맞닿았으니 거기에 별다른 잡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승부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은 어디까지나 더 드높은 패도를 지닌 자.

       

       그런데 말이다.

       

       이 무림에서 본좌보다도 높은 패도를 지닌 인간이 있을 듯 싶더냐?

       

       처음에는 필사적으로 장을 뻗던 무림맹주의 핏줄도 얼마 안 가 이상함을 깨달은 듯 경악스런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이제야 네 수준을 알겠느냐.

       

       웃어줌과 동시에 무림맹주의 핏줄을 쳐날려 버리고 허공에 떠 있는 무인들을 바라본다.

       

       공포에 질린 눈으로 본인을 바라보는 그 눈을 마주한다.

       

       아주 익숙한 눈동자구나.

       

       그래. 본좌에게 어울리는 시선은 저런 것이지.

       

       앞으로 화룡무인의 세상에서는 얼굴을 내밀고 다니기가 어렵겠구나.

       

       지금 이 순간부터 본인은 정파의 공적이 될 테니까.

       

       그를 알지만 여기에서 멈출 생각은 없다.

       

       천마광염무.

       

       신공의 포악한 내기로 불꽃을 피워 올려 적을 불태우는 잔혹한 무공이다.

       

       천마신공의 내기가 담긴 삼매진화는 생명을 모두 집어삼킬 때까지 꺼지지 않으니까.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어 본인이 그리 좋아하는 무공은 아니지만 공포를 심어준다는 목적을 이루기엔 이만한 무공이 없지.

       

       무인들의 내기를 심지 삼아 불을 붙이려던 순간에.

       

       “멈추시오!”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일이 무림맹의 입구에 서 있었다.

       

       드디어 나왔느냐.

       

       *

       

       백일은 무림맹의 한 가운데에 서서 곰방대를 피우는 민가를 바라본다.

       

       그 모습은 백일에게 너무도 익숙한 모습이었다.

       

       진득한 살의가 담긴 눈도.

       

       그녀의 주변에서 넘실거리는 패악스러운 신공의 향취도.

       

       그녀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서려 있는 본능적인 공포도.

       

       저를 어찌 잊겠는가.

       

       그의 평생을 이끌어 온 가장 끔찍한 기억을.

       

       여전히 그가 밤잠을 못 이루게 만드는 그 날의 악몽을.

       

       동료들이 죽어가는 가운데에서 도망쳐야만 했던 자신의 추악함을.

       

       천마.

       

       천마가 저 자리에 있었다.

       

       분명했다.

       

       착각일 리가 없었다.

       

       민가의 모습은 분명 그가 꿈에서 수도 없이 만났던 천마와 똑같았다.

       

       이전에 민가를 보았을 때 천마와 닮았다라는 생각은 했었다.

       

       허나 민가는 어디까지나 외부인이었고,

       

       거기에 더해 그녀에게선 천마 특유의 날 선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비슷할 뿐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는 안 됐다.

       

       그 때 알았어야 했다.

       

       천마와 닮은 자가 천마의 신공을 사용하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눈치챘어야했다.

       

       보라.

       

       민가는 자신이 지닌 것을 품 안에 감추어 두었을 뿐이었다.

       

       그 안에 담긴 악마를 숨죽이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하야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는지는 모른다.

       

       허나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자신이 저 악마를 눈치 채지 못했기에.

       

       그래서 너무도 쉽게 생각을 한 탓에 숨겨져 있는 악마를 불러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었다.

       

       자신의 실책이 후회스럽지만 후회를 한다고 하여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지금은 책임을 질 때였다.

       

       모든 일의 근원이 된 자신이.

       

       “늦었구나. 백일.”

       “죄송합니다. 화산문주. 이야기를. 이야기를 들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본좌는 네게 들을 이야기가 없다.”

       

       민가가 단호하게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백일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박으며 소리쳤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저의 독단입니다. 그러니 부디 이 늙은이의 목으로 다른 이들의 목숨을 지켜 주시지 않겠습니까?”

       “백일 옹!”

       

       누군가가 소리를 쳤음에도 백일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저 천마의 판결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렸다.

       

       기다란 침묵 속에서 발소리가 세상을 채운다.

       

       터벅. 터벅.

       

       점차 가까워 오는 발소리를 들으면서도 백일은 어째서인지 후련하다는 생각을 했다.

       

       죽음이 앞에 있는데 어찌 두렵지가 않은 것일까.

       

       나는 어쩌면 이 날만을 기다려 온 것이 아닐까.

       

       “고갤 들라.”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자 백일은 자신을 내려다 보는 민가의 눈을 볼 수 있었다.

       

       차갑디 차가운 그 눈에서 백일은 그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

       

       “본인은 네 놈을 죽일 생각이 없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백일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자비?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천마의 눈을 지닌 이가 다른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 리가 없다.

       

       “죽음으로 죄를 치른다는 건 너무도 편안한 결말이지 않은가.”

       

       민가는 그리 말을 하고는 허공섭물로 백일의 몸을 일으키더니 그의 혈도를 찌르며 말을 이었다.

       

       “죽은 자는 언젠가 잊혀지기 마련이나 산 자는 그렇지 않다. 이제부터 그대는 살아있는 본보기가 되어 주어야겠다.”

       

       “평생을 쌓아온 내공이 사라질 것이오. 단전을 폐하니 다시는 내공을 쌓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 팔과 다리의 혈도를 막았으니 남은 생은 병신으로 살아가게 되겠지.”

       

       “그대는 살게 될 터이나 오롯이 살아만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이들을 자네를 보며 알게 되겠지. 본좌를 건드리면 어찌 될 지에 관하여.”

       

       민가가 그리 말을 하며 마지막 혈도를 짚은 순간 백일은 몸 안에 퍼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

       

       해가 중천에 뜬 후에 잠에서 깨어난 아피스 프로게이머 한서우는 익숙치 않은 방 안의 모습에 멍하니 있다가 시즌이 끝나서 잠시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숙소에 틀어 박혀서 자고 게임하고 자고 게임하고를 반복하다 보니 집이 집처럼 느껴지지가 않았다.

       

       다음에 시즌을 시작하면 여기에 세라도 줄까.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스마트 폰을 켜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아피스 쪽 커뮤니티는 아니었다.

       

       거기에는 그를 좋아하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싫어하는 사람의 수도 많은지라 보고 있으면 마음의 상처가 생기니까.

       

       대신에 그가 찾은 곳은 화룡무인의 커뮤니티였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그는 골수 화룡무인 유저 중 하나였다.

       

       심지어 아피스에서 천마를 하계 된 계기도 화룡무인에서 천마신공을 익혔기 때문이었으니 그의 근본은 화룡무인에 있다고 할 만 했다.

       

       요 근래에는 대회의 마무리를 하느라 화룡무인에 거의 접속하지 못한 그였지만 그래도 커뮤니티만큼은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었다.

       

       요즘에 워낙 재밌는 사건이 많아야지.

       

       화룡무인의 세상에 혜성처럼 떨어진 천마 컨셉의 유저 화령 덕분에 고일대로 고였다 생각했던 화룡무인에 변혁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니 골수 화룡무인 유저인 한서우로서는 커뮤니티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변화의 흐름은 어찌 보면 그가 가장 바라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면 오늘은 화룡무인 접속할 수 있겠네.

         

       스승님 또 오랜만에 들어왔다고 한바탕 잔소리 하겠지?

       

       너무 심하게만 안 굴려 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커뮤니티에 들어간 한서우는 난장판이 난 커뮤니티의 화제글 제목을 보고는 무언가 큰 일이 났다는 것을 짐작했다.

       

       그 불판의 중심은 역시나 화령이었다.

       

       [아무리 꼴받아도 그렇지 무림맹을 공격하면 우짜냐!]

       

       지금 무림맹 내부 분위기 존나 창 나있잖아.

       

       나 오늘 여기에서 할 퀘스트 있었는데 말도 못 꺼내겠다.

       

       아 시이이이발.

       

       휴일에 퀘스트 할 생각에 신나있었는데 화령 때문에 이게 뭔 일이냐.

       

       – 근데 선빵친 건 무림맹이잖아.

       └ 그래도 적당히 해결을 봐야지.

       – 지가 공격받았으면 똑같이 화냈을 거면서. ㅋㅋ

       └ 시벌. 사파새끼들 살 판 났네.

       └ 나 정판데?

       └ ㅈㄹㄴ

       

       또 무슨 일이 었었던 거야?

       

       오랜만에 술 한 잔 하고 자고 있었던 동안에 화령이 또 무슨 일을 저지른 건데.

       

       한서우는 화제글을 살피며 요약글을 찾았다.

       

       이렇게 불판이 커졌으면 상황을 정리해 둔 사람이 하나는 있을 텐데?

       

       찾았다.

       

       커뮤니티의 한 유저가 타임라인을 정리해 둔 글을 찾아 낸 한서우는 그걸 읽으면서 상황을 파악해 나갔다.

       

       [화령 왜 갑자기 방송 끔?]

       

       아피스 컨텐츠 더 하는 분위기였는데 왜 갑자기 방송을 끄지?

       

       뭔 일 있나?

       

       – 나가기 전에 메시지 확인하던데?

       – 개인사정인 듯.

       – 인방 언급 ㄴ. 화룡무인 안하면 이야기하지 마셈.

       

       [화령 무림맹에 있는데?]

       

       오늘 무림맹에서 퀘스트 할 거 있어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화령 마주침.

       

       근데 표정 ㄹㅇ 살벌하다.

       

       팬이라서 말 걸려다가 왠지 다가가면 좆 될 거 같아서 그냥 멀리서 보기만 했음.

       

       – 방송 끄고 화룡무인 간 거임?

       – 메시지가 화룡무인에서 날아온 거였구나.

       – 도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지?

       

       [???? 화령이 무림맹 공격하는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크리슴님 3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재밌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응원이 담긴 후원 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