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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6

     누구나 알지만 경계하지 않는 죽음이 있다.

     안전.

     사고가 날 것에 대비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인간은 안전을 경시하여 죽음에 이르는 사고를 당하기 마련이다.

     가령, 말을 타고 달리는 기수가 낙마하여 머리부터 떨어진다거나.

     머리에 투구를 쓴다면 그나마 타격이 덜하겠지만, 대부분의 기수들은 투구를 쓰지 않는다.

     왜?

     -멋지지 않아!

     

     겉멋 때문에.

     

     어처구니 없지만, 이는 노스트럼의 특수성을 생각해보면 어느정도는 납득할 수 있는 문제다.

     말은 비싸다.

     말은 생물로서, 인간과 친숙하다.

     말을 타는 이들은 대부분 귀족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승마는 고도의 훈련과 기술이 필요하기에, 어느정도 숙달되지 않은 인간은 말을 탈 때 보호구를 착용해야만 한다.

     즉, 노스트럼의 사람이라고 해도 승마를 처음 배울 때는 보호구를 착용하며 배운다.

     나?

     회귀 전에는 여러번 착용했다.

     회귀 후에도 처음 말 위에 오를 때는 보호구를 착용하고 말 위에 올랐다.

     그 뒤로는 딱히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눌러 떡지게 만드는 가죽 보호구보다 더 좋은 보호구가 있었기 때문에.

     ‘마나를 가진 사람이라면 머리부터 떨어져도 안전하지.’

     마나를 깨우친 하급기사 이상은 낙마하더라도 크게 다치지 않는다.

     마나가 본능적으로 머리를 보호하기 때문이며, 본능적으로 펼친 마나보호막은 가죽투구나 강철투구보다 더 단단한 안전성을 자랑한다.

     물론 전쟁이 일어나거나 하면 투구를 쓰기 마련이지만, 투구를 쓴다는 건 아래에 갑옷까지 전부 착용할 때나 있는 일.

     그래서 노스트럼 사람들은 말을 탈 때 투구를 쓰지 않는다.

     애초에 투구를 쓰지 않아도 안전한 사람만 말을 타고, 그 전에는 말에 태우지 않거나 고도의 훈련을 거친 기사가 따라붙기 때문.

     간혹 레이디들 중에 드레스를 입고 말을 달리는 그런 사람이 존재하기는 하는데, 그런 사람이 있을 때마다 기사들이 하는 소리가 ‘미쳤냐’라는 말이다.

     즉, 머리를 보호하지 못하는 이가 함부로 말을 타는 건 미친 짓이다.

     비룡은 더할 나위 없고.

     그러므로, 안전을 위해서라면 투구를 쓰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모든 학생은 탈것을 탈 때 머리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 여기에서 탈것이라 함은 말과 같은 1~2인승의 기마를 의미한다.

     -머리보호구라 함은….

     아무튼 뭔가 탈 때는 안전모를 써야 한다.

     오로솔 아카데미의 학생회 수칙에 따라, 조만간 정식으로 교칙으로 제정될 예정이다.

     “그런데 왜 헬멧을 안 쓰세요?”

     

     펄럭.

     “이 아이는 탈것이 아닌가요?”

     하늘을 나는 니드호그의 발목을 잡으며 날아가는 동안, 내 품에 안긴 아스타시아가 발목 아래에 걸린 발판에 발을 디딘 채 뚱한 얼굴로 물었다.

     “상공 200m 높이를 날아가는데, 안전모를 쓰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안전모를 쓰는 건 땅을 달리는 기마 한정이었던 건가요? 교칙으로 들어갈 기마에는 비룡도 포함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규칙이 제정되었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오로솔 아카데미가 아닌지라.”

     오로솔 아카데미에서 잠시 다른 곳으로 향하는 길.

     심지어 지브롤터 협곡으로 가는 방향도 아니다.

     방향은 서남쪽.

     리프트 영지에서 남쪽으로 쭉 내려가면 보이는 해안, 세이레네 백작령이다.

     “목적지에서도 그런 규칙은 없습니다. 국법에도 없고요.”

     “국법에 없으면 안전모 없이 비행해도 되는 건가요?”

     “제국법에도 아직 안전모 없이 비행하면 안 된다는 법 없잖습니까?”

     “으읏…! 부정할 수 없어…!”

     우리는 지금, 세이레네 백작령으로 몰래 둘이서 향하고 있다.

     나와 아스타시아 단 둘이서.

     “하여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 무엇이냐. 제국에서 바이크가 들어오게 된다면, 수많은 안전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말은 비싸서 일반인은 타지 못하지만, 바이크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니까요.”

     저렴한가?

     말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말은 최소한 구입하는데 누군가의 10년 연봉이 들겠지만, 바이크는 1년 연봉을 전부 끌어모으면 살 수는 있다.

     

     무엇보다, 말에 비해 관리가 용이하다.

     “제국에서 우마차가 사라지고 마도바이크와 마도전철이 도입된 배경은 다른 게 아니라, 기존의 마차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유지보수가 쉽기 때문 아닙니까?”

     아직 왕국에는 그 존재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지만, 제국의 수도에는 전철이 다닌다.

     “일단 만들어놓으면 10년은 족히 써먹을 마도전철. 그에 비해 말은 계속 먹이고 재우고 병도 케어해야 하죠.”

     “그건 전철도 같잖아요.”

     도심 중앙에 깔린 철도를 따라 정기적으로 움직이는 전철은 그 크기가 작고 한 량에 수십 명을 태우는 게 한계지만, 마석에서 뽑아내는 마나 에너지를 통해 정해진 길을 정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제국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아스타시아. 기계는 망가지면 부품을 갈아버리면 그만이지만, 생물은 망가지면 그대로 죽습니다.”

     “대신 왕국에는 비룡이 있잖아요.”

     “그게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조만간 끝나겠죠? 비룡의 시대는 끝날 겁니다.”

     펄럭.

     니드호그가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듯, 더 크게 날개를 펄럭였다.

     “더 이상 탈 것이 아닌,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하나의 생물로서.”

     

     나중에 기술이 발전하여 사람이 마도기계로 하늘을 날 수 있게 되는 날이 온다면, 나는 니드호그를 완전히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야생으로 돌려보낼 생각이다.

     이미 반쯤 야생이지만.

     “슬슬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으니, 가벼운 변장을 해야겠군요.”

     어느덧, 우리를 향해 날아오는 바람에 짠내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세이레네 백작령.

     목적지는 세이레네 백작가.

     “공주님. 바이크 말입니다. 위험하다고 해서, 타지 않으면 안 될까요?”

     “아니요. 위험하기는 하지만, 사고가 나는 건 100명 중 1명 꼴일 거예요.”

     “예.”

     엄청 위험하고 죽을 위기가 많은 것도 사실이겠지만, 일단 안전하게 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고 타면 다치기는 해도 죽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우리 바이크는 우리가 챙기도록 하죠.”

     “어머, 우리 바이크?”

     “제게 선물로 오는 바이크라고 해도, 제가 탈 건 아니고 공주님이 탈 거니까요.”

     “네? 그게 무슨 소리시죠?”

     니드호그가 천천히 아래로 활강하기 시작했다.

     “저는 그레이 경이 모는 바이크, 뒷자리에 바짝 붙어앉을 생각인데?”

     “…….”

     “연약한 제게 바이크를 몰게 하실 건가요? 노스트럼으로 비유를 하자면, 말 위에 탄 남자 뒤에 레이디가 고삐를 움켜쥐는 거나 다름없는데?”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정말 공교롭게도.

     아스타시아는 바이크를 둘이서 몰기에는, 너무나도 연약한 존재였다.

     혼자일 때?

     ….

     아스타시아에게도 혼자있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때때로.

     * * *

     제국과의 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 지브롤터 다음으로 가장 빠르게 변화한 곳을 꼽으라면 역시 세이레네 백작령일 것이다.

     제국의 자본으로 하나의 교육소도시가 만들어진 오로솔은 처음부터 제외.

     시작은 늦었지만 수상할 정도로 제국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인 지브롤터도 우선은 제외.

     그러다보면 결국 가장 ‘제국화’가 된 곳을 꼽아보라면, 바로 이 세이레네 백작령을 예로 들 수 있다.

     당장 세이레네 백작령 가도의 중앙을 달리는 것만 하더라도 그렇다.

     뿌우우우ㅡㅡㅡ

     “레이디스, 앤 젠틀맨! 세이레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뱃고동으로 울리는 나팔 소리가 가도에 크게 울린다.

     “이것이 바로 마도자동선! 영지 입구에서부터 영지의 중앙, 세이레네 영도까지 불과 30분 만에 올 수 있는 마도기술의 산물!”

     바닥에 갈린 나무로 된 레일을 따라, 배 한 척이 바퀴가 굴러가며 가도 중앙을 달린다.

     “저는 여러분의 안전을 책임질 안내자, 기사 카이트입니다! 세이레네의 기사로서, 여러분이 안전하게 마도자동선을 타고 편안한 관광을 즐기시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갑판 위.

     기사 카이트 경의 앞, 수많은 남녀가 카이트 경을 향해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보냈다.

     “보이십니까? 저기 간이역에 대기 중인 마도자동선들은 조만간 왕도로 향해 떠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이 수도로 돌아갈 때 타고 갈 마도자동선이죠!”

     갑판 위에는 사람들이 앉은 채 주변을 구경할 수 있게끔 여러 개의 좌석이 설치되어 있었고, 실제로 옷만 보면 귀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기사의 안내에 감탄사를 연신 내뱉고 있었다.

     “마도자동선은 과거 제국의 제1함대가 해체된 뒤, 퇴역하게 된 범선을 개조하여 이렇게 육상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개조된 배입니다! 간혹 이걸 타고 왕도까지 진격하느니 마니 하는 농담도 있고는 그러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 이건 평화의 상징이며, 왕국과 세이레네, 제국을 잇는 속도의 상징입니다!”

     마도자동선은 서서히 속도를 내며 가도의 중앙을 달렸다.

     그 속도는 사람이 달리는 것보다 훨씬 더 빨랐고, 말처럼 지치지도 않았다.

     “저기, 카이트 경?”

     “네!”

     머리를 하얗게 물들인 백발의 여인이 손을 들었다.

     옆에는 어딘가 푸른 기운이 감도는 회색 머리칼 청년이 호위기사처럼 옷을 입은 채 여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저기 앞에 서 있는데요?”

     “앗…?”

     서 있다?

     기사 카이트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헉.”

     진짜 멈춰있다.

     약 30분 간격으로 이미 백작성에 도착했어야 할 ‘선행차량’이 가도 정중앙에 멈춰있다.

     

     “뭐하는 거야! 왜 길을 막는 건데!”

     “조금 지쳐서 그래!”

     “뭐?! 젠장! 병사라는 것들이 빠져서는! 빨리 다리 움직이라고 그래! 그러라고 봉급 받아가면서 지금 뭘 하자는 거야!!”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두 마도자동선 갑판 위에 있는 기사들이 짜증을 내며 서로를 향해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마석 쓰게 할 거야?! 어?!”

     “젠장…! 야! 당장 다리 움직이라고 전해! 어서!”

     갑판에 올라온 마도자동선의 선장, 세이레네 령의 기사 한 명이 갑판 아래를 향해 소리친다.

     “어이, 차, 어이, 차!”

     동시에 갑판 아래, 노 젓는 공간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래라면 노를 저어야겠지만, 그들은 노 대신 다른 장치를 온몸으로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끼릭, 끼릭, 끼릭.

     내부에 설치된 장치를 인력으로 움직이자, 곧 나무바퀴가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다.

     마도엔진을 이용해 동력으로 굴리면 사람 한 명 필요 없겠지만, 현재 세이레네 영지에 소속된 마도자동선 중 마석이 소모되는 일은 거의 없다.

     때때로, 마석보다 인력이 더 저렴하게 이용되는 경우가 있으니.

     “하하, 여러분! 죄송합니다!”

     앞선 마도자동선이 레일을 따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뒤에 서 있던 마도자동선의 담당 기사가 땀을 삐질 흘리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왕국에서 가장 열린 도시, 마도공학의 세이레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어느새, 마도자동선은 가도를 지나 성문 앞까지 당도했다.

     성문의 폭이 좁아서 좌우로 열린 성문 안으로 마도자동선이 들어갈 수는 없었으나, 영지 끝에서 백작성까지 걸어왔다면 족히 3~4시간은 걸릴 거리였으리라.

     “오늘, 이곳에 무려…!”

     기사 카이트가 뜸을 들이며 외쳤다.

     “제국의 아이페리아 인더스트리 총수, 에르윈 아이페리아가 방문할 예정입니다!”

     * * *

     치직, 치지직.

     “아. 뭔데.”

     [우리 사위를 위한 바이크 100대, 전부 안전한가?]

     “…그거 물어보려고 전화하신 거? 바쁘지도 않으신가?”

     [반란군 진압 하는 것보다 그게 더 중-]

     딸칵.

     “사위 사랑하는 만큼 제 자식이나 사랑할 것이지.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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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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