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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7

       

       

       본래 총기란 투사병기의 일종이다.

       

       화약의 힘으로 투사된 투사체, 즉 탄환의 운동에너지가 목표물에게 타격을 주는 것으로, 그것이 일반적인 총의 보편적인 원리였다.

       

       하지만, 각성능력자들—그 중에서도 사격술을 주로 쓰는 자들이 이용하는 마력탄은 달랐다.

       

       마력탄 역시 화약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단지 투사체를 정확하게 날리기 위함일 뿐, 그 화약의 힘은 대단치 않아 운동에너지만으로 목표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 미약한 운동에너지 대신 목표물에게 주는 피해는 투사체에 담긴 마력이었다. 목표물을 맞춘 뒤에 마력의 폭발력으로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보자면, 일종의 고폭탄처럼 작용하는 것이다. 

       

       물론 마력탄도  통하지 않는 단단한 갑주나 외골격을 가진 마수도 있는데다가, 그도 아니면 움직임이 매우 빨라 정확하게 맞추기 힘든 마수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전에서 마력탄을 활용하기란 극히 제한적이지만,

       

       ‘지금같은 때라면 말이 다르지.’

       

       목표물이 단단한 갑주도 외골격도 없는데다가, 움직임이 느려지거나 제한된 상태일 때라면, 

       

       제대로 박힌 마력탄은 목표물을 손쉽게 치명상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마치 지금처럼 말이다.

       

       “크아악……!”

       

       송병오가 발사한 총탄을 연거푸 맞은 공팔자, 아니 늑대인간 형상의 괴물이 울부짖었다.

       

       “네가, 네가 어떻게에에에!”

       

       일반적인 소총탄도 박히지 않는 두터운 가죽이었지만, 송병오의 응축된 마력이 주입된 마력탄은 제대로 꽃혀들어갔고,

       

       실린더에 장전된 여섯 발의 총탄을 모두 맞은 늑대인간이 치명상을 입었음은 누가 봐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화르륵……

       

       늑대인간이 엄청난 빛과 열기를 내뿜으며 증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웃……!”

       

       마치 지옥불같은 화염에 살라지는 형상과, 훅 끼쳐오는 열기에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생각했다.

       

       ‘자연발화!’

       

       나는 칼끝을 내렸다. 열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긴 했지만, 달리 칼을 쓸 필요도 없었다.

       

       마수의 자연발화 현상.

       

       특정한 종류의 마수가 죽을 때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21세기에서의 나도 아주 드물게 본 현상이었다.

       

       주로 마력을 이용해 몸집을 부풀리거나 신체를 변형하는 종류의 마수에 해당되었는데, 마석이 직격당해 파괴되면 세포의 형산을 유지하던 마력도 흩어지면서 신체가 고열과 함께 산산히 붕괴되는 현상이었다. 

       

       마수화된 공팔자 역시 마수와 마찬가지로, 신체 어딘가에— 아마 대부분의 동물형 마수가 그렇듯이 심장 근처에 마석이 깃들어있었을 것이고, 체내의 마석을 직격당했으리라. 

       

       급속도로 변형되는 신체 역시 세포 하나하나마다 마력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었을테니,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했다.

       

       일반적인 불길이 아닌, 조명탄의 불길처럼 빠르게 타들어가는 늑대인간.

       

       한때 조선인 여학생 공팔자요, 경성을 떠들썩하게 한 늑대인간이었던 것은, 마침내 불길속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사방에 낙엽이 수북했지만 엊그제까지 온 비로 젖어있어 옮겨붙지는 않았고,

       

       더 태울 것이 없어진 불길은 마침내 사그라들어, 그곳에 남은 것은 떨어져나간 회색 털 몇 올 뿐이었다.

       

       ‘이것이 일제에 빌붙어 힘을 얻은 자의 최후인가.’

       

       나는 바닥에 떨어진 털오라기를 바라보며, 공팔자가 말한 그녀 자신의 인생을 떠올려 보았다. 

       

       시골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성공과 힘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본에 빌붙은 것은 어쩌면 시대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일본에 빌붙어서 정말 성공했냐면 그것도 아니고, 결국 대동아공영회라는 집단에게 ‘충견’으로의 가치만 인정받으며 이용당한 것 뿐이다. 

       

       이 역시 나름대로 기구하다면 기구한 팔자였지만……

       

       하지만 그것이 그녀의 악행을 정당화해주는 않는다. 

       

       대동아공영회로 인해 마수화 능력을 얻기 전부터도 친일에 빠져 여러 사람들을 등쳐먹었으며, 

       

       그 이후 대동아공영회의 힘을 등에 업고 애꿎은 희생양들을 잡아먹으면서 죄책감조차 없었던 것은,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으리라.

       

       자신의 식성을 위해서 벌인 일이었을 뿐, 대동아공영회의 명령을 들어서 한 행동도 아니었을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우에아우루후’라니.’ 

       

       명령 하니 문득 드는 생각에 나는 긴장이 풀리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연구논문에 나와있던 ‘WEREWOLF’라는 명령어가 어째서 통하지 않나 했더니, 일본식 발음으로 읽은 ‘우에아우루후’로 말해야 통했던 것이다.

       

       ‘하여간, 발음 하고는.’

       

       하긴, 마수화를 만든 나까모리 교수도 일본인이었으니 그 발음이 어딜 갔겠냐마는, 나는 그런 발음으로 읽어야 통하리라고는 미처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다행히 공팔자가 스스로 인랑화가 될 때 중얼거린 것을 송병오가 듣고 기억했기에 망정이지.

       

       —삐익, 삐익!

       —『저 쪽이다! 저 쪽에서 빛과 소리가 있었다!』

       

       산 아래에서 삐익 삐익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고, 손전등 불빛이 보였다. 헐리우드 영화마냥 다 끝나니까 오는 경찰들이었다.

       

       그때까지 힘주어 들고있던 칼을 손수건으로 닦은 뒤 칼집에 납도하고는 가만히 경찰을 기다리는데, 내 뒤로 쿨럭, 하고 피를  토하는 듯한 기침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송병오?’ 

       

       그런데 신음 소리가 들려온 곳은 송병오가 주저앉아있는 방향이 아니라, 순사 몇이 쓰러져있는 바위 옆이었다. 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언제라도 칼을 뽑을 수 있게끔 칼자루를 힘주어 쥔 채로 다가갔다. 그런데,

       

       『너희들이, 해치웠구나…… 그, 마수를.』

       

       놀랍게도, 순사 한 명이 살아있었던 것이다. 피투성이가 된 경찰복에 달린 계급장을 보니 순사부장 계급의 경찰이었고, 그의 곁으로 공팔자의 발톱에 의해 총열과 함께 통째로 잘린 오른손이 뒹굴고 있었다. 

       

       또한 가슴팍이 길게 베였지만, 오른손이 베이는 순간 뒤로 자빠지기라도 했는지 가슴팍의 상처는 그리 깊지는 않았다. 

       

       반으로 갈라지거나 목이 달아난 다른 순사들에 비하면 정말 운 좋게 살아남은 경찰이었던 것이다. 그 역시 주변을 둘러고보는 중얼거렸다.

       

       『나만 살아남은 모양이군……』

       

       그 즈음, 산을 오르던 경찰들이 하나둘 현장에 도착했다. 

       

       『윽, 전부 죽었잖아……』

       『우왓, 이 녀석 명치서의 기무라잖아. 경찰학교 동기였는데.』

       『젠장, 늑대가 아니라 마수라는게 진짜였냐고.』

       『우욱……!』

       

       처참하게 죽은 동료들의 시신을 보며 경악하는 경찰들. 일부 순사들은 이런 처참한 현장을 보는 것이 처음인지 고개를 돌리고 구토를 하기까지 했다. 

       

       그런 경찰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이 쪽으로 달려온 것은, 

       

       『야마자끼! 야마자끼! 살아있었구나!』

       

       헌팅캡에 가죽재킷을 걸친 사내. 내가 기절시켰던 강 형사였다. 기절시키고 등산로 입구의 벤치에 대충 눕혀놨는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에게 발견되고 깨어나서 같이 올라온 모양이었다. 

       

       강 형사에게 야마자끼라고 불린 순사부장은 나에게 말했다.

       

       『나를 부축해 주게.』

       

       어려운 부탁은 아니었기에 나는 야마자끼 순사부장을 부축했다. 가까이 다가온 강 형사는, 나를 잠시 노려보더니 순사부장에게 말했다.

       

       『야마자끼! 자네라도 무사해서 다행…… 이런, 무사하진 않군. 어서 병원으로 가지! 내가 책임질테니—』

       

       하지만 강 형사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짝-!

       

       『뭐가 책임이냐!』

       

       분노로 얼굴이 시뻘개진 야마자끼 순사부장이, 내 부축을 받으며 남은 왼손으로 강 형사의 따귀를 올려붙인 것이다. 강 형사는 당황하며 중얼거렸다.

       

       『이, 이 녀석 미쳤군! 상관에 대한 예의가—』

       『젠장, 예의라고? 무엇이 예의냐!』

       

       야마자끼 순사부장은 잘린 오른손목을 들어보이며 외쳤다.

       

       『봐라! 어차피 나는 이렇게 된 이상 경찰 따위는 못 하니, 이제 민간인이다! 상관에 대한 예의 따위는 너나 실컷 해라!』

       『뭐, 뭣……!』

       『혼자만 목숨이 아까워 등을 보이고 도망가는, 당신 같은 불명예한 인간을 따랐던 것이 수치스럽다! 이 생도들이 아니었으면 너도 죽었을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 생도만큼의 각오가 없는 것이 제국의 경찰이라니!』

       

       그 말에, 강 형사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뒷걸음질치며 내뱉었다.

       

       『거, 거짓말이다! 나는 지원을 요청하러……』

       

       강 형사는 급히 부정했지만, 주위에 몰린 다른 경찰들이 수근거리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함께하던 순사들이 마수와의 싸움에 목숨을 바쳐 장렬하게 순국했는데, 혼자서만 비겁하게 등을 보이다니.’ 

       

       같은 멸시어린 시선과 수근거림에 더해서, 

       

       ‘특별고등경찰이라지만, 조선인은 어쩔 수 없지’ 

       

       하는 비웃음은 덤이었다. 

       

       『큭…… 제길!』

       

       그 시선과 멸시를 이기지 못한 강 형사는 몸을 돌려 황급히 자리를 피했고, 다른 순사 두어 명이 이 쪽으로 다가와 야마자끼 순사부장을 인계받아 부축받으며 나에게 말했다.

       

       『마수를 쓰러트리다니, 고생이 많았습니다. 곧 종로경찰서장과 그 아드님이 올 겁니다.』

       

       순사들의 말마따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오이! 건방진 조선인 녀석!』

       

       무라사끼 녀석이 칼을 흔들며 뛰어올라왔고, 그 뒤를 이어 녀석의 아버지인 무라사끼 종로경찰서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삭/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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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ongseong’s Hunter Academy

Gyeongseong’s Hunter Academy

경성의 헌터 아카데미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oke up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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