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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7

        

       늦은 밤.

         

       장모님과의 약속으로 신혼 방으로 걸어간다.

         

       아니 근데 일 년이 거의 다 되었는데. 신혼 방이라고 해도 되나?

         

       아무튼 이제는 낯설게 느껴지는 골드 에어리어.

         

       신혼 방 앞에 보초를 서고 있는 경비병이 나를 보며 인사한다.

         

       “대공 전하? 오랜만이십니다. 황제 폐하랑 별거는 끝나셨나 보네요.”

         

       익살스러운 경비병의 말에 내가 헛웃음이 나온다.

         

       “별거라니…”

         

       “잘하셨습니다. 부부싸움은 원래 칼로 물 베기라고 하지 않습니까?”

         

       나와 그녀는 법적으로 부부지, 진짜 부부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자네… 참 실없는 소리를 하는군.”

         

       그렇게 말하며 내가 방문을 노크한다.

         

       -똑똑.

         

       [누구세요?]

         

       감미로운 목소리.

         

       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 방에서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았었지.

         

       아아… 그때 조금만 참을걸.

         

       발로랑처럼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면 안 됐는데.

         

       그렇게 반성하며 내가 침착하게 말한다.

         

       “나왔어.”

         

       그렇게 말하며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간다.

         

       “당신이 여기 웬일이에요?”

         

       나를 보며 붉은 눈이 커지며 놀란 감정을 드러내는 테오도라.

         

       “그게… 하하…”

         

       그러고 보니 저번에 비슷한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저번에 내가 그녀와 같은 방을 썼던 것도 장모님이 부탁하셔서 끝내 거절하지 못하고 따랐던 게 기억났다.

         

       나를 보며 눈을 흘기는 테오도라.

         

       “그때 저한테 그래 놓고서 이 방에 올 용기가 있었나요? 그렇게 안 봤는데. 당신 참 뻔뻔하네요.”

         

       자… 장모님 어디가 풀렸다는 말입니까?

         

       아직도 쌀쌀맞은 그녀를 보며, 내가 한숨을 내쉰다.

         

       “나도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야.”

         

       내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테오도라가 되묻는다.

         

       “그럼요?”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장모님이 계시는 방을 턱짓하자.

         

       그녀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그… 그랬군요…. 어머니께서.”

         

       난처하게 말하는 그녀는 내가 여기에 온 이유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당분간 소파에서 잘게.”

         

       그렇게 말하며 소파로 향한다.

         

         

         

       ***

         

         

         

       다음 날 아침.

         

       정보부에서 올라온 보고서에는 심상치 않은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

         

       아몬이라는 녀석이 거금을 내놓으며 시위를 전국적으로 확장하자고 주장한다.

         

       그래서 우선 거금을 받고 정보부에서 아몬의 행적을 조사하기로 했다.

         

       노골적인 반정부 행동.

         

       혼란을 일으키고, 자신들은 어둠 속에서 마왕의 부활을 꿈꾸는 건가?

         

       그렇게 쉽게 당해줄 생각은 없는데?

         

       아무래도 미끼를 준비해야 하겠군.

         

       그래서 그놈들이 그걸 물면…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겠어.

         

       마족 숭배자들이 아무리 날뛴다고 해도, 기사단과 약간의 보병대가 함께하면 척살당할 운명이다.

         

       그러니, 저렇게 몸을 사리는 거지.

         

       분명 마족 숭배자 중에는 고위 귀족도 있고, 소수의 기사나 마법사, 심지어 사제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은 극소수.

         

       강력한 국가 권력에 비하면 새 발의 피나 다름없다.

         

       “우선 얘네가 해달라는 대로 좀 맞장구를 쳐주고, 슬슬 교황청이랑 친분을 다져야 하는데…”

         

       현 교황 그레고리오 15세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한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이겠지.

         

       내가 이전 발로랑이 마족 숭배자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보냈지만, 무시할 정도로 나를 미워한다.

         

       그러니 즉위식과 결혼식 때 그런 말을 했겠지.

         

       제국의 정치에는 직접 관여하지 못하지만 교황이 갖고 있는 힘은 막대하다.

         

       민중과 귀족들에게 강력한 지지를 받고, 교황령이 직접으로 통치하는 수많은 주교령과 교회.

         

       그뿐만이 아니다.

         

       웬만한 귀족들은 갖기도 힘든 기사단을 무려 세 개나 갖추고 있고, 헌금과 주교령에서 걷는 세금, 그리고 십일조를 통해서 제국이 건국된 이래 엄청난 부를 구축하고 있다.

         

       수천 년 동안 거둬들인 세금.

         

       거기다가 공식적으로 사치를 금하는 교리.

         

       물론 뒤에서 엄청나게 사치를 부리는 거로 알고 있지만.

         

       그건 뭐 묻어두고, 어쨌든 정치에 참여하는 게 금지되어 있지만 않았어도 막대한 파벌을 형성했을지도 모른다.

         

       “교황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나를 미워하니… 딱히 방법이 없네.”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교황청과 친분을 다지려 했지만, 번번이 교황의 반대로 의해 실패하고 말았다.

         

       우선 포기해야 하나?

         

       마족이 등장한 게 아니라면 사실 사제는 그리 필요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세금 개혁 법안과 황제파 해체 선언문을 살펴본다.

         

       이전에 내전이 두려워 과감하게 뺐던 내용을 추가하고 대귀족들을 달래기 위해 넣었던 내용을 제외한다.

         

       “이 정도면 되겠네.”

         

       이게 전부 보헤미 왕국과 에렌 왕국이 막대한 피해를 보았기에 가능한 일.

         

       그렇게 이제 니케아 관련 절차에 돌입한다.

         

       요아네스의 첫째 아들, 안드로니코스 앙겔로스.

         

       원래라면 다음 대의 니케아의 왕 되겠지만 요아네스가 반역을 일으킨 일로 그가 승계할 일은 사라졌다.

         

       “우선 의회에 니케아 왕국 박탈 심사를 요청해야 하겠네.”

         

       제국법에 따르면 황제가 대귀족의 작위를 박탈하려면 제국의회에 심사를 먼저 받아야 한다고 적혀 있다.

         

       아마 이 부분은 큰 무리 없이 승인되겠지.

         

       내가 니케아를 통치할 게 아니고 형식적으로 황제인 테오도라가 통치하는 형태로 갈 테니까.

         

       반대한다고 해도 될 일도 아니고.

         

       그렇게 오늘도 바쁘게 일을 한다.

         

         

         

       ***

         

         

         

       테오도라는 아침 일찍 나가는 데비앙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하아…, 어머니도 참.”

         

       나와 그가 부부이기는 하지만 우리 관계는 결혼 이후 최악이라 말할 수 있다.

         

       싫어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해서 자주 보고 싶은 것도 아니라고 해야 할까?

         

       데비앙에 대한 내 마음을 표현하기 어렵다.

         

       갑작스러운 데비앙이 신혼 방에 와서 속으로 얼마나 놀랐던가.

         

       물론 그런 일이 없을 거라는 걸 알지만 혹여나 그런 일이 생길까 걱정되어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지금… 몇 시지?”

         

       그렇게 서서히 해가 떠오르는 걸 보며 탁자 위에 있는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6시가 넘었을 뿐.

         

       근데 벌써 나가는 데비앙을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참 부지런하시네요.”

         

       그렇게 조금 더 자고 씻고 가족끼리 아침을 먹는다.

         

       “테라, 간밤에 사위가 방으로 왔니?”

         

       오늘따라 어머니의 미소가 얄밉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안 그러셨는데.

         

       가끔 손주 손녀 생각에 폭주하실 때가 있으시니까.

         

       아버지와 오빠들이 다 죽고, 이제는 달랑 세 명만 남은 가족.

         

       이해는 하지만, 한편으로 조금 서운한 마음도 있다.

         

       딸인 나보다 손주와 손녀를 우선시 생각하시다니, 서운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나는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없다.

         

       뭐랄까…, 데비앙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해야 할까?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에 그걸 알고 침대에서 얼마나 울었던가?

         

       사람 마음을 갖고 노는 쓰레기를 남편으로 두고 있는 내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진다.

         

       “왔어요.”

         

       내가 차갑게 말하자, 어머니의 표정이 굳어지신다.

         

       “그… 그렇구나.”

         

       그렇게 식탁 위에 침묵이 맴돌자, 조이가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어? 언니랑 엄마 무슨 일 있어?”

         

       “아니 없어.”

         

       내가 그렇게 대꾸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저는 오늘 아침에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 볼게요.”

         

       그렇게 말하며 외출복을 입고 밖으로 향한다.

         

       오늘 약속은 제국의회에서 황제파에 속한 의원들과의 만남이 있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뜻이 있는지 알아야 할 테지.

         

       그래서 오늘 보헤미 왕가에서 소유한 저택에 방문했다.

         

       그곳에 미리 모여 있는 황제파 의원들.

         

       보헤미 왕국의 의원 엔리케, 에른 왕국의 의원 루이스.

         

       두 사람을 포함하여 8명 정도 되는 황제파 소속 의원들이 나에게 예를 표한다.

         

       “오랜만에 뵙니다. 황제 폐하.”

         

       “오랜만이구나.”

         

       “여전히 너무나 아름다우십니다.”

         

       “과찬이 심하군, 짐은 이미 임자가 있느니라.”

         

       내 외모를 칭찬하는 소리는 지겹게 많이 들어왔기에 별다른 감흥이 없다.

         

       “자!, 오늘 경들을 여기에 모이라고 한 건 그대들의 목숨을 살려주기 위해서라네.”

         

       내 말에 모두의 얼굴이 굳는다.

         

       “아마 눈치 빠른 자들은 알겠지. 대공이 곧 황제파를 해체하려 든다는 걸.”

         

       내 말에 루이스가 나서서 말한다.

         

       “폐하, 저희 황제파는 선대 황제 폐할 때부터 제국의 충신입니다. 어찌 저희를 해체한단 말입니까?”

         

       그 말을 받아 엔리케가 나서서 말한다.

         

       “맞습니다. 폐하! 이런 폭정은 아니 되옵니다. 대공을 막아 세워주시옵소서.”

         

       그들의 말에 내가 차가운 미소를 짓는다.

         

       “너희가 나와 나의 권력을 그에게 넘기지 않았느냐? 근데 이제와서 그를 막아달라니? 너희가 이 사달을 만든 것이 아니냐?”

         

       만약 나와 데비앙이 결혼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겠지.

         

       저들은 데비앙의 능력과 야심을 무시했던 대가를 치르기 겁을 내는 게 우습다.

         

       “하지만… 폐하! 저희는 제국을 위해…”

         

       다른 황제파 의원이 끼어들며 말하려 하자 내가 단호히 말을 자른다.

         

       “제국을 위해 황제를 팔다니, 너희들의 충성은 주군을 파는 일인가?”

         

       내 말에 나와 얼굴을 못 마주치는 황제파의 의원들을 보니, 속이 통쾌하다.

         

       “짐을 팔아 놓고 구해달라고 청하다니? 이미 나에게는 권력이 없지 않은가?”

         

       내 말에 루이스가 비굴한 모습으로 말한다.

         

       “폐하… 거부권을 행사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저희가 폐하의 말대로 충성스럽지 못했습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이전과 다르게 진심으로 폐하를 모시겠습니다.”

         

       황제파가 분해되면 저들은 기존에 누리던 특권이 사라진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힘이 빠진 대귀족 밑에 눌려왔던 중소귀족들이 들고 일어날 테지.

         

       저들의 횡포에 억눌려 있던 중소귀족들이 일어나면 그들은 버티기 힘들 것이다.

         

       아마 많은 영토를 독립시켜야 하겠지.

         

       “글쎄? 그대들의 말을 내가 어떻게 믿고?”

         

       내 말에 엔리케가 무릎을 꿇는다.

         

       “폐하! 자비를 베풀어 주시지요. 저희가 그때 그런 선택을 내린 건 아시다시피 로만을 함락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서였습니다.”

         

       “너희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여기에서까지 나를 우롱하려 들다니.”

         

       내가 그들을 노려보며 말한다.

         

       “너희는 나와 그이를 결혼하는 데 앞장섰지, 그리고 그이와 함께 나를 속이고 나의 영지를 강탈할 계획을 꾸몄도다. 그건 어찌 설명할 것인가?! 나를 바보로 아는 것이냐?!”

         

       내가 언성을 높이자, 모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폐하… 황공하옵나이다.”

         

       “황공하옵나이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각각의 나라를 대표해 온 의원.

         

       나를 배신하는데 앞장선 왕과 귀족들의 신하들일 뿐.

         

       실질적으로 이들은 커다란 권력이 없다.

         

       “너희에게 내가 기회를 주겠노라.”

         

       내 말이 이들에게 희미한 희망이 되어서일까? 살며시 고개를 드는 의원들.

         

       “기회라고 하신다면?”

         

       “내가 며칠 뒤에 너희에게 보낼 문서가 있다. 거기에 너희들의 주군 모두가 서명한다면 거부권을 행사해 주겠노라.”

         

       “그… 그건…”

         

       무언가 말하려는 루이스를 노려본다.

         

       “왜? 못 하겠느냐?”

         

       내 눈을 살며시 피하는 루이스.

         

       “너희의 주군에게 가서 일러라, 전원 서명을 하지 않으면… 황제파는 해체될 뿐이라고.”

         

       그렇게 할 말을 하고 저택 밖으로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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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사랑해요!

    그리고 오늘도 비공개로 후원해주신 분 너무 감사합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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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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