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57

       백우진은 제갈연지의 손을 잡고 한성상단으로 향했다.

         

       그녀는 괜찮다고 했지만, 지금 그의 모습은 도저히 밖을 돌아다닐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아, 아니 이게 무슨 일이오!”

       “잠깐 일이 있어서요. 죄송하지만 씻을 물과 의복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넌지시 말을 꺼내자 안세하는 곧장 따뜻한 물을 준비해 주었다.

         

       “의복도 금방 구해볼 테니 잠시만 기다리시오.”

       “예. 이 은혜는 언제가 됐든 꼭 갚겠습니다.”

       “하하하! 사람 참, 이게 뭐 은혜랄 것까지 되나!”

         

       행복에 겨워하는 안세하.

         

       옥면신룡에게 제대로 빚을 안겨주었단 생각에 함박웃음이 절로 났다.

         

       혼자가 된 백우진은 몸에 말라붙은 피를 벗겨낸 뒤, 따뜻한 물이 가득 담긴 통 속에 제 몸을 밀어 넣었다.

         

       “휴우.”

         

       날카롭게 세워져 있던 감각이 서서히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무사한 모습을 보기 전까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놈들을 그토록 잔인하게 죽이지는 않았을 터다.

         

       “뭐 하는 새끼들이지.”

         

       그녀에게 듣기론 학관에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습격이 있었다고 했다.

         

       말인즉, 그녀가 오늘 외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인물 중 하나거나, 그에게서 정보를 들은 이라는 건데.

         

       “흐음.”

         

       그것만 가지고 범인을 특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예전이야 그렇다 쳐도, 지금의 제갈연지는 다른 사람들이 그녀의 행적을 궁금해할 만큼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누군가에게서 소문이 퍼졌다고 한들,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놈들의 목적은 명확했다.

         

       자신을 불러내기 위해 제갈연지를 납치했다.

         

       정파의 후기지수들을 모아 교육하는 기관에 속한 인물이 자신을 불러내기 위해 같은 생도를 납치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까지 부린다.

         

       “썩은 내가 진동을 하는구만.”

         

       썩어도 제대로 썩은 놈이 학관 내에 존재하고 있는 듯했다.

         

       “아차.”

         

       느긋하게 씻고 있을 때가 아님을 깨달은 백우진이 급히 통 속에서 빠져나왔다.

         

       때마침 의복을 구해온 안세하가 밖에서 말을 건넸다.

         

       “백 공자, 의복 앞에 두겠소.”

       “예에!”

         

       안세하가 미리 준비해둔 천으로 몸을 닦은 뒤, 문을 살짝 열고 나가 의복을 집어 들었다.

         

       흑색과 자색이 섞인 장포와 하의.

         

       학관에서 고심 끝에 골라 입은 의복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걸 보면, 이 짧은 시간 동안 안세하가 얼마나 노력해서 구해온 의복인지 알 수 있었다.

         

       ‘참 고마운 사람이야.’

         

       빚을 졌으니 언제가 됐든, 그에게 난감한 일이 생기면 크게 한 번은 기꺼이 도와주리라.

         

       새로운 의복으로 정제한 백우진은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 접객실로 향했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차를 홀짝이던 제갈연지의 시선이 이쪽으로 옮겨졌다.

         

       “와아….”

         

       자그마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백우진은 자신이 입은 의복과 그녀가 입은 의복을 번갈아 살폈다.

         

       연자색과 자색.

         

       “오.”

         

       누가 봐도 우리 연인이오, 할 수 있을 정도로 색감이 잘 어울린다.

         

       ‘안세하, 그는 신인가…!’

         

       그녀가 입은 의복까지 감안하여 고른 거라면 그는 마땅히 신이라 불리워도 손색이 없으리라.

         

       창밖으로 들이치는 햇살이 점차 붉어져 가고 있다.

         

       정오부터 준비해둔 일정이 반쯤은 날아갔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

         

       ‘손모가지라도 하나 잘라서 보낼 걸 그랬나.’

         

       제 주인에게 말을 전하랍시고 멀쩡하게 보내준 게 후회됐다.

         

       ‘에이, 아니다.’

         

       그때 이미 많은 피를 묻힌 상황이었다.

         

       제갈연지가 없었다면 더 묻혀도 아랑곳하지 않았겠으나, 좋은 날인 만큼 그녀에게 잔인한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제갈 소저.”

       “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늦었지만, 뭐 어떤가.

         

       짧아진 시간 만큼, 보다 농밀한 시간을 보내면 그뿐인 것을.

         

       “가자.”

       “네, 가요!”

         

       두 사람은 손을 맞잡은 채 상단을 나섰다.

         

       한두 시진이면 해가 저물 것이다.

         

       밤에는 또 해야 할 것들이 따로 있는 만큼,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뜻.

         

       “와…, 극단이에요.”

       “그러게.”

         

       준비해둔 것 중 그녀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은 극단에서 펼치는 연극이었다.

         

       그들에게 특별히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주문해 두었으니, 이를 보고 나면 자신과 그녀 또한 조금 더 뜨겁게 달아오를 터.

         

       “들어가자.”

       “네!”

         

       천막 안으로 들어서자 적잖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연극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입구 앞에 서서 입장료를 받고 있던 단원 중 하나가 백우진을 알아보고 황급히 달려왔다.

         

       “아이고, 이제야 오셨군요. 좋은 자리로 모실 테니, 이쪽으로 오시지요.”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미리 준비해둔 자리로 이동해 앉자, 제갈연지가 묘한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백 공자…, 저 사람들이 왜 우리만…?”

       “그, 글쎄?”

         

       차마 자신이 상단주에게 부탁해서 불렀다는 말은 하지 못하겠다.

         

       남이 얘기해준다면 모를까, 자신이 직접 얘기하면 너무 재는 것처럼 보일까 봐.

         

       시치미를 잡아떼자 이쪽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도 자연스레 거두어졌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연극이 시작되었다.

         

       “죄송해요, 가가!”

       “가지마시오, 연 매!”

         

       연극의 내용은 무림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보면 맞을 듯했다.

         

       서로 앙숙인 가문의 남녀가 사랑에 빠지게 된 이후로 겪는 온갖 고초와 시련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불타오르는 남녀.

         

       “아…, 어떡해요.”

         

       발을 동동 구르며 두 사람의 시련을 지켜보는 제갈연지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극은 서서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마침내 남녀의 두 가문이 격돌하기 시작하고, 어지러운 전장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찾아다닌다.

         

       “연 매!”

       “가가…!”

         

       결국 마주한 두 사람.

         

       애틋한 마음을 가득 품은 채 끌어안은 두 사람은.

         

       죽었다.

         

       눈먼 칼에 맞아 죽고, 화살에 맞아 죽어버렸다.

         

       “……?”

         

       뭐냐, 이 마지막 어이없는 상황은.

         

       정말 그대로 끝이었다.

         

       막이 끝났음을 알리듯, 열연했던 배우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정중하게 포권을 취한다.

         

       “…작가가 극을 짜다가 마지막쯤에 뒤졌나?”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맥이 탁 풀리는 결말을 만들었을 리가 없다.

         

       “아…, 5,700자 마렵네.”

         

       ‘NovelGod’이 만든 세상속에서 또 한 번 5,700자를 장전하고 싶어졌다.

         

         

       * * *

         

         

       저녁식사를 위해 찾은 호화스러운 객잔.

         

       도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풍경 앞에서 제갈연지는 여전히 연극의 여운에 잠겨 있었다.

         

       “두 사람이 너무 불쌍해요….”

       “그, 그러게.”

         

       끝이 완전히 박살난 연극을 보고도 화를 내기는커녕 두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다니.

         

       이 세상이 문화적인 측면에서 얼마나 낙후되어 있는지 깨달았다.

         

       “자자, 우리 저녁부터 먹자.”

       “네에.”

         

       식탁 위에 식욕을 자극하는 온갖 음식들이 모여 있다.

         

       실컷 울고 나서 배가 고파졌는지, 제갈연지는 평소보다 많은 양을 먹었다.

         

       백우진은 식탁 한쪽에 놓인 술병을 쥐었다.

         

       얇은 주둥이에서 피어오르는 향을 맡아 보니, 온갖 과일의 향이 짙게 났다.

         

       이곳 객잔에서 직접 빚는 술이라는데, 온갖 과일을 숙성시켜 만든 덕분에 술을 싫어하는 사람도 가볍게 마시기 좋은 녀석이란다.

         

       “이거 한 번 마셔볼래?”

       “네!”

         

       평소 술을 좋아하지 않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내밀었다.

         

       얼굴을 붉히고 있는 것이, 그녀도 아는 듯했다.

         

       지금부터 밤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 시작되었음을 말이다.

         

       그녀는 술잔을 받아 입으로 가져갔다.

         

       한 모금 홀짝인 그녀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이거 맛있어요…!”

         

       전형적인 술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다 보니, 그녀 또한 마음에 든 듯했다.

         

       “더 마셔도 돼요…?”

       “그래.”

         

       그녀가 납치당했을 때 한 번.

         

       연극이 개같이 끝났을 때 또 한 번.

         

       총 두 번의 위기가 있기는 했으나, 지금의 분위기는 최고조였다.

         

       저물어가는 태양빛에 붉게 물든 도시가 훤히 보이는 풍경, 식탁에 차려진 온갖 산해진미, 달콤한 과일향이 물씬 풍기는 과실주.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그녀의 기분을 더 높은 곳으로 올려보냈다.

         

       “헤헤…, 백 공자아….”

       “…아.”

         

       너무 마시게 했나.

         

       “저 배불러요오.”

         

       그렇게 말하며 제 배를 어루만지는 모습이 묘하게 감각을 자극한다.

         

       “술도 마셨더니, 기분도 좋구요….”

         

       확실히 그래 보인다.

         

       평소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제 우리 후식 먹어요….”

       “후식?”

       “네….”

         

       쓴웃음을 짓는 백우진.

         

       여자는 밥 먹는 배와 후식 먹는 배가 따로 있다더니, 사실이었나.

         

       “그래, 먹자.”

         

       그녀가 먹고 싶다는데 당연히 먹여 줘야지.

         

       “뭐가 먹고 싶은데?”

         

       그가 묻자, 제갈연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검지를 곧게 뻗었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것은 다름 아닌 그였다.

         

       백우진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오늘만큼은 훤히 드러나 있는 그녀의 아름다운 두 눈이 심상치 않은 열기를 띠고 있다.

         

       “저는…, 후식으로 백 공자 먹을래요….”

         

       그러니까.

         

       “백 공자는 절 먹는 거예요….”

         

       아.

         

       이걸 어떻게 참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바로 다음 편 올라갑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