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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7

       “무거워요.”

        

       “참아요. 싫으면 노캠으로 가고.”

        

       “……두고 봐요.”

        

       진심으로 저항할 생각은 없었던 걸까. 소심한 반란은 무척 쉽게 제압당했다.

        

       물론, 실제로 저항했더라도 큰 의미는 없었을 것이다.

        

       수적으로 압도적인 열세였으니.

        

       자랑스럽게 들고 온 마스크는 2개 모두 별포크에게 압수당한지 오래였다. 아따먹의 팬으로서 굴욕짤이 돌게 될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는 명분에 잠시 멈칫거리는 사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를 폭발력으로 번개같이 움직인 별포크가 쟁취해낸 승리.

        

       그리하여 결국 풀페이스 헬멧을 쓴 채 의자에 푹 기대어 앉은 이예나는, 이리저리 머리를 움직이며 조금이라도 편한 자세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좀 익숙해졌어?”

        

       “목이 짧아지는 기분이예요.”

        

       미간을 좁히며 나지막하게 하소연하는 목소리에서 드러나듯이, 딱히 성과는 없었지만.

        

       “금방 익숙해질 거야. 그리고 그거 야방할 때 쓰느라 안에 마이크 붙여 뒀으니까, 말할 때 작게 말해도 사운드 잘 잡힐 텐데……됐다. 지금 한번 말해 볼래?”

        

       “강도마스크 돌려주세요.”

       

       “강도마스크라는 자각은 있었구나.”

        

       “응, 사운드 잘 잡히네.”

        

       그렇게 이예나의 불평불만이 묵살되는 사이, 어느 새 결승전 1경기 픽이 시작되기 10분 전.

        

       합동 방송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 * * *

        

       [아크 님이 방송 중입니다!]

       [월즈 결승 같이 봐요! With 아따먹, 레반, 별포크]

        

       『아하~ 아하~ 아하~ 아하~ 아하~』

       『큰거왔닫ㄷㄷㄷㄷ』

       『오늘 노캠인가요?? 오늘 노캠인가요?? 오늘 노캠인가요?? 오늘 노캠인가요?? 오늘 노캠인가요?? 오늘 노캠인가요?? 오늘 노캠인가요?? 오늘 노캠인가요??』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캠 청테이프로 가렸으면 죽인다』

       『3:1 4p 알파메일의 삶 개부럽네 ㄷㄷㄷㄷㄷㄷ』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오늘부터 V7응원한다 씨1팔』

        

       빠르게 들어차는 시청자들과, 쏟아지기 시작하는 채팅들.

        

       (전) 광질이자 갱생도질, 이후남은 잠시 망설이다가 백스페이스 키를 길게 눌렀다. 무려 6줄 가까이 가득가득 담겼던 레반을 향한 악질적인 채팅이 사르륵 지워졌으나- 안타깝게도, 가슴 깊은 곳의 감정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또 합방이라니. 분명 결승 끝나면 뒤풀이니 후기니 하며 술먹방도 하겠지. 벌써 합방만 몇 번째야.’

        

       물론, 클린한 시청자라고 자부하는 그는 이러한 불만을 직접 표하지 않았다. ‘개인방송으로 콘크리트를 다지지 않고 합방을 계속하면 풍선 근육처럼 어그로만 꼬입니다. 제가 정말로 아따먹님 방송을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나오나처럼 팬층 확실한 게임 위주로 개인 방송을 꾸준하게 하면서 한 번씩만 합방을 해야 유입들도 고정층으로 끌어들이며 체급을 키울 수 있어요. 그리고 방송 중에 술을 너무 자주 드시는 거 같은데, 간은 침묵의 장기여서 정말 위험할 수 있고……’ 따위의 장문 이메일도 보내지 않았고.

        

       굳이 따지자면, 그는 그런 식으로 스트리머를 쥐고 흔들려 드는 이들을 혐오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만이 없을 리가.

        

       아따먹의 플레이를 보고 싶고, 아따먹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결코 육수가 아닌 팬(자칭)의 입장에서 합방은 결코 선호되는 컨텐츠가 아니었다.

        

       게다가 남자가 포함된 합방이라니. 그것도 저 레반이.

        

       단적으로 말해, 최악이었다.

        

       『방종하고 귀가까지 생중계 안 하면 섹스를 했다고 간주하겠다』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우우…본인 유니콘……뿔이 너무 아파……』

       『죽을게』

       『 레반 어디 살아? 레반 어디 살아? 레반 어디 살아? 레반 어디 살아? 레반 어디 살아? 레반 어디 살아? 레반 어디 살아?』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흑화 육수들이 채팅창을 더럽히는 모습도 보기 싫었다. 스트리머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애초에 저들이 날뛸 빌미를 주지 않았더라면- 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더랬다.

        

       하지만 지금 그의 머리를 가득 메우는 건, 짜증이나 질투 따위가 아닌 후회였다.

        

       스트리머를 하지 않은 게 이 정도로 후회된 적이 있었던가.

        

       한번도 방송을 할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그 덕분에 나오나 갤러리에서는 게임으로 돈을 버는 광대 따위들과는 격이 다른, 화끈하면서도 실력은 뛰어난 고수라는 이미지를 얻었으나……그딴 게 뭐라고.  

       

       만약 자신도 스트리머였다면……오늘 저 자리에서 함께 합방을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를 노릇 아닌가.

        

       무엇보다, 막상 그 이미지도 광질이라는 닉네임과 함께 사라진지 오래였다. 도질 본인은 아직 인정하지 않았지만.

        

       “후…….”

        

       복잡한 심경이 담긴 한숨을 내쉬는 사이, 검은 대기화면을 배경으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자, 자.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사람이 많아서 세팅이 좀 오래 걸렸어요. 진정들 하시고. 아따먹 팬분들이 많이 오셨네요……인사 좀 해줘요.》

        

       《안녕하세요. 다들 많이 흥분하셨네요. 결승전이 기대돼서 그런가……다같이 심호흡을 해보세요. 음……연주라도 조금 해드려야 하나.》

        

       《뭐야, 그건 또 언제 챙겨왔어요?》

        

       《상비하고 다니고 있어요. 작은 악기 좋은 게 이런 거니까.》

        

       《그거 압수……아니, 어디 두는 거야!》

        

       《와, 저게 되네요! 역시 우리 아따먹님.》

        

       《감탄하고 있지 말고 저 오카리나 빨리 뺏어요.》

        

       《왜요! 전 아따먹님 연주 좋아하는데. 우리 아따먹 하고 싶은 거 다 해!》

        

       《아. 그럴까요.》

        

       《……하고 싶은 거 대부분 하되 미리 물어보고 해.》

        

       《자, 연주는 제가 막을 거니까 우리 시청자분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그러면, 이제 켤까요?》

        

       상황을 정리하는 아크의 말과 함께, 화면의 우측 하단에 제법 큼지막하고 뿌연 사각형이 생겨났다. 갓 켜진 카메라가 천천히 초점을 맞춰가고-

        

       ‘어? 캠? 진짜?’

        

       2명씩 나란히 앉은 4명의 모습이 나타났다.

        

       익숙한 얼굴인 아크와, 대회를 모조리 챙겨보며 친숙해진 별포크. 남자는 레반일 테니, 그 뒤의…….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니 헬멧은 또 어디서 구해왔어】

        

       헬멧을 뒤집어쓴 사람이, 아따먹일 터였다.

        

       옆에 앉은 별포크와의 대비 때문일까. 묘하게 선정적인 느낌이었다.

        

       그다지 노출이 없는 옷임에도 조금씩 드러나는, 창백할 정도로 새하얀 피부. 드러난 쇄골과, 가려져 있음에도 존재감을 숨기지 못하는 가슴. 그리고…….

        

       ‘아니, 저거 오카리나……목에 건 건가? 줄 안 보이는데? 와, 저게 위에 올라가?’

        

       가슴 위에 안정적으로 놓인 오카리나는 아주 조금씩 흔들거리고 있었다.

        

       최면이라도 거는 양 시선을 사로잡는, 리드미컬한 움직임. 그 아래, 가녀리게 뻗은 손은 어딘가 불안한듯 자꾸만 꿈지럭거리고 있었다. 평소 태도나 게임플레이를 생각하면 도저히 아따먹이라고 상상할 수 없었을 정도로 가냘픈 손짓. 손을 잡고 토닥여줘야 할 것만 같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풀페이스 헬멧에 가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혹시, 저 자리가 불편한 걸까.

        

       《저 역시 마스크가 나을 것 같은데.》

        

       《제 눈에 칼이 들어가기 전엔 안 돼요.》

        

       《……보통 흙이라고 하지 않나?》

        

       《흙이라고 하면 조금 뿌리실 것 같아서…….》

        

       《……음해가 심하네요.》

        

       너무 친한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만약 혼자 불편해하고 있는 거라면 그것도 싫었다.

        

       그런 복잡한 심경을 가진, 결코 육수가 아닌 팬인 도질이 팔짱을 끼고 화면에 집중했다.

        

       캠을 좀 더 키워주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하며.

        

       * * * *

        

       “어? 도적? 이거 진짜 하나요? 와, 뭐야? 진짜 했어!”

        

       『???도적???』

       『월즈 결승에서 트롤픽 ON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준우승 행동』

       『픽 실수 아님?』

       『???도적?』

       『오소독스 저 병1신 뭐하냐』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도적부흥운동의 성과가 월즈까지』

       『미친ㅋㅋㅋㅋㅋ』

       『맨날 준우승만 하던 이유가 있다 쟤는 진짜』

       『도적주머니가 도적을 불렀다 ㄷㄷㄷ』

       『도적주머니 튼실하긴 해』

       『설마 진짜 아따먹류 2지하임?』

        

       채팅창은 혼돈의 도가니였다. 헬멧을 썼다지만, 캠 앞에 몸을 드러낸 이예나에 관한 채팅이 거의 사라졌을 정도로.

        

       결승 무대에서 급작스럽게 나타난 도적은 그 정도의 충격이었다.

        

       “관객들 환호 장난 아닌데요?”

        

       “월즈에서 도적 처음 나왔잖아요! 사실 다들 도적을 좋아하는데 못 보니 아쉬웠겠죠!”

        

       “월즈는 당연하고, 리그에서도 나온 적 없을 걸요. 그리고, 솔직히. 이거 V7이 이겼다 싶어서 환호하는 거 아닌가 싶은- 뭐, 뭐해요?”

        

       “마이크 뺏어요. 헛소리가 방송에 송출되잖아.”

        

       그러나 정작 이예나는 묘하게 차분했다. 평소 보여온 도적 사랑을 생각하면 흥분해서 방방 뛰어도 이상하지 않았음에도.

        

       뒤에서 손을 뻗어 아크의 마이크를 강탈하려 하는 사소한 해프닝을 벌인 것만 제외하면, 이렇다할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저 헬멧 아래에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기라도 할까. 아니면, 그 날처럼 부드럽게 웃고 있을까. 썬팅된 바이저 너머의 얼굴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별포크는 문득, 그냥 스키마스크를 쓰게 해줄 걸 그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이예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도적부흥운동 회장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조합에서 도적은 무슨 의미인지!”

        

       “새로운 메타의 시작이에요.”

        

       “네?”

        

       “월즈 끝나면, 다들 알게 될 거예요. 팀게임 수준이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조합에 도적을 포함시킨 팀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니까. 도적을 포함한 2지하가 정석이예요. 지하에 한 명만 보내는 게 트롤링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하던 이예나는, 이내 단호하게 선언했다.

        

       “나무꾼의 시대는 끝났어요.”

        

       끝내 한 마디를 덧붙이는 순간.

        

       당연히 레반이 받아치며 말싸움이 시작되리라는 생각에, 아크는 급하게 몸을 돌렸으나-

        

       레반은 그저, 복잡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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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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