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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7

       한참 동안 의자에 앉아 있던 올리비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절망하고 있는다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차피 그게 제 ‘운명’이라면, 최대한 해볼 수 있는 것은 뭐라도 해봐야 미련이라도 지울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정 안되면 저번처럼 퀘스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잘 생각했어. 질질 짜고 있는 건 너랑 안 어울려.”

       

       곰방대를 빨던 아우렐리아가 격려하듯 그렇게 말했다.

         

       “……도대체 어떤 인간이 격려를 담배피면서 하냐.”

       

       시큰둥하게 중얼거리는 올리비아의 말에 아우렐리아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부러우면 너도 한대 피던가.”

         

       오두막을 나서려는 올리비아를 향해 아우렐리아가 넌지시 물었다.

         

       “벌써 네 스승한테 돌아가려고? 어디 있는지 위치는 알아? 모르면 점이라도 쳐줄까?”

         

       멜리나는 아마 신성 왕국에 머무르고 있을 것이다. 비록 아스모데우스의 ‘거울’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제자들이 그곳에 있던 것을 보면 아마 맞을 것이다.

         

       “괜찮아. 스승님이 어디 계신지는 대충 아니까. 근데 너는 계속 여기 있을거야?”

       “……할 일이 조금 남았거든.”

         

       그 할 일이 무엇인지 물으려던 올리비아가 무언가를 깨닫고 말을 멈췄다.

         

       아우렐리아가 가르쳤던 제자는 총 열 명. 아무리 얼굴 한 번 맞대본 적 없다지만, 그렇다고 허울뿐인 관계도 아니었다. 비록 폭주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아우렐리아는 제자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에 대해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제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위령제 정도는 드리겠지.

         

       아마 아우렐리아가 합류하는 건 그 이후일 것이다.

         

       “나는 때가 되면 알아서 갈게. 성녀……사람이 좋기는 한데, 나랑은 별로 안 맞더라.”

         

       어쩌면 그보다 더 늦을 수도 있겠다.

         

       아우렐리아가 곁눈질로 연쇄살인마를 가리켰다.

         

       “그나저나, 쟤는 앞으로도 계속 데리고 다닐 생각이야? 지금은 잠잠해도 언젠가 사고 한 번 거하게 칠텐데.”

       

       그건 올리비아도 염두에 두던 문제이기도 했다. 아무리 연쇄살인마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그의 인성은 다른 사람들과 협력이 아예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리브가 앞에서 핏물을 둘러쓴 모습을 보여주기라도 했다간…….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너한테 맡기고 가는 건…….”

        “미쳤니?”

         

       올리비아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런 올리비아를 쳐다보던 아우렐리아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품에서 병 한 개를 꺼냈다.

         

       “사실, 조금 고분고분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뭔데?”

         

       병 안에는 심상찮은 주력이 담겨 있었다.

       

       “순종의 비약이야. 물론 저 싸이코는 약물 내성이 워낙 좋아서 그렇게까지 효과가 극적이지는 않겠지만……적어도 네 말을 쉽게 거스르지는 못할거야. 행동할 때마다 한 번씩 머뭇거리고, 망설이겠지.”

         

       올리비아가 물었다.

         

       “쓰는 방법은?”

        “네 마력을 각인하고, 먹이면 돼. 혹시나 해서 말하건데 일반인한테 먹이면…….”

         

       뻥! 하고 양 팔을 벌린 아우렐리아가 미소지었다.

         

       연쇄살인마가 약물 내성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지만, 올리비아는 따로 묻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비약을 받아 챙겨 아공간에 쑤셔넣었다.

         

       올리비아는 곧바로 월의 마경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아우렐리아는 주력을 운용해 쏟아지는 시선들로부터 기척을 감추며 올리비아를 배웅했다.

         

       올리비아가 막 걸음을 내딛으려는 순간, 아우렐리아가 전음을 보냈다.

         

       [……충고 하나만 할게. 네가 살아있다는 사실은, 기왕이면 누구에게도 알리지 마. 금탑주는 네 스승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다른 사람들은 지금처럼 모르고 있는 편이 좋을거야.]

       

       올리비아는 왜 그래야 하냐고 되묻지 않았다. 본인의 ‘생환’이 가지는 파급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은 기뻐할 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올리비아를 그 지경에 이르게 한 자들을 응징하려 할테고, 결국 큰 싸움으로 번져나갈 것이다.

         

       ‘문제는 그 싸움의 주체들이 대륙에서 손에 꼽을 강자들이라는 거지.’

         

       개개인의 직책만 생각하면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일단 멜리나부터 만나야겠어.’

       

       만나서,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했다. 

         

         

       *****

         

         

       황녀궁.

         

       6년 전까지만 해도 별 볼일 없었던 궁전. 황제의 독녀가 머무는 궁이라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이점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이 곳은, 이제 출세를 원하는 자들의 등용문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최상층에서, 두 남녀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리아.”

       “말씀하세요. 오라버니.”

        “……북부에서는 마물들이 쏟아져나오고 있고, 신성 왕국은 제국과 수교를 끊고, 동부 연합의 맹주 자리에 올라 우리 제국에 노골적인 적의를 보내오고 있다.”

       “정확히 알고 계시는군요.”

       

       여유롭기 그지 없는 미소. 황태자는 그 미소에서 가증스러움을 느꼈다. 순수했던 아이가, 언제부터 저렇게 뒤틀려 버린 것인가. 도대체 왜.

         

       ‘어쩌면 처음부터 그랬을지도.’

         

       단지 지금까지 알지 못했을 뿐.

         

       “북방에서는 지금도 기사들과 병사들이 매일 수백 명씩 죽어나가고 있다. 신성 왕국에서 파견하던 치유 사제의 수가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지. 듣자하니……이 일에 네가 관련이 있다더구나.”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아리아의 명석한 두뇌는 순식간에 답을 도출해냈다.

       

       성녀 리브가.

         

       아리아는 입술로 그 단어를 곱씹었다. 성녀가 제국에 노골적인 적의를 보낸 것은 5년 전.

         

       올리비아의 신병(身柄)을 대악마 아스모데우스에게 강탈당했던 바로 그날.

         

       그날부로 제국에 있던 모든 빛의 교단이 철수했다. 직접적으로 적대 성명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신성 왕국과 제국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속이 쓰리는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스모데우스의 개입은 천재지변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성녀가 그렇게 말하더이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니, 침묵 자체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태자 저하. 저하께서는 단단히 착각하고 계십니다. 저하가 신성 왕국의 밀정들과 접촉하신걸, 과연 제가 몰랐을거라 생각하신겁니까?”

         

       황태자가 굳었다.

         

       “알면서도 묵인해드린겁니다.”

       “…….”

         

       사랑하는 오라비의 날카로운 시선을 마주하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지만, 아리아는 내색하지 않았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어.’

         

       황태자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것은 분노라기보다는 배신감에 따른 충격에 가까웠다.

         

       “너는……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구나.”

         

       두 황자를 강제로 싸움판에 던져놓고, 뒤에서 조용히 힘을 키운다. 2황자의 지지세력인 마법사 학회가 키엘 공작의 폭로로 무너졌을 때, 이미 아리아의 비수는 황태자의 턱밑까지 다가와 있었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아리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오라버니들과는 다투고 싶지 않았었다. 둘 다 명군의 자질을 지녔고, 어느 시대에 떨어지더라도 제국을 부흥시킬 인재들이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앞으로 다가올 멸망에 대응하기에는.

         

       결국 그녀 밖에 없었다.

         

       “……전쟁이라도 벌일 생각인게냐?”

        “세상사 어떻게 될지 모르니, 대비라도 미리 해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치 성녀가 전쟁을 벌인다는 이야기로 들리는구나.”

       

       아리아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금탑이 있는 장소였다.

         

       “설마요. 아무리 성녀가 저를 싫어한다고 한들…….”

         

       아리아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쿠웅.

         

       등 뒤에서 들린 소리. 황태자는 움찔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황실 기사들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 이 무슨!”

         

       황태자는 허리춤에 매여 있던 보검을 뽑으려 했다. 그는 제국의 황태자. 검성 키엘과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그는 일국의 황태자에 걸맞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선명한 오러가 그 증거였다.

         

       하지만.

         

       터억.

         

       “뽑지 마세요. 오라버니.”

       “……!”

       “저는 오라버니께서 허무하게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무형의 힘이, 황태자의 몸을 거세게 붙들었다.

         

       “네, 네 이놈……! 언제부터 이런 힘을…….”

       “사교(詐巧)한 힘은 아니오니 안심하시길. 그저 마법일 뿐입니다.”

         

       아리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수인을 맺었다.

         

       “태자 저하는 저와 아무런 관계도 없으니, 돌려보내도 되겠습니까?”

       

       허공을 보며 그렇게 말한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아리아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가세요, 오라버니.”

       “도대체 누구랑 대화하는 것이……!”

         

       파앗!

         

       황태자가 빛에 휩싸임과 동시에, 그의 신형이 점점 희미해졌다.

         

       그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은 황태자가 경악어린 얼굴을 자안앴다.

         

       ‘전이마법……!’

         

       자신도 아닌, 타인을 이동시키는 공간 계열 마법.

         

       금탑주를 제외한 그 어떤 마법사도 버거워할 짓을, 아리아는 가볍게 해내고 있었다.

         

       “역시, 살아계셨군요.”

         

       아리아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금탑주, 멜리나 디비아에 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앜!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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