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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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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시작은 공작님의 배에서 흘러나온 “꼬르륵..”하는 소리였다. 다른 건 몰라도 배고픈 건 참지 못하는 국가 출신답게 리안은 곧바로 식사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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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닥불을 피우고 식사를 차리는 사이 공작님이 쉴만한 장소가 필요했다. 그렇게 간이 텐트가 쳐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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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에서 식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아이리스의 어머니이자 ‘공작’이란 직위를 가진 분을 차가운 바닥에 앉혀 식사를 대접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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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여 가방에 없던 새하얀 티테이블과 의자를 꺼내 새하얀 천을 깔고 식사했다. 식후 디저트까지 챙길까 했지만 공작은 달콤한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식후 입가심으로 차를 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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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같아선 값비싼 홍차 따위를 내어주고 싶었지만 공작님의 취향을 몰랐기에 보리차를 내어드렸는데 잘 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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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를 마시며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논의했다. 주변이 아펜이란 광석으로 가득해 천장을 뚫는 것 말고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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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이곳이 얼마나 깊은 곳인지 알 수 없기에 천장을 뚫으려다 자칫 파묻힐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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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 문제라면 내가 해결해줄 수 있다. ]
    ‘뭐?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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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은 대답 없이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노아가 주변을 탐색할 때 마력을 퍼뜨렸던 것처럼, 마검 또한 제힘을 퍼뜨려 이곳의 위치를 탐색하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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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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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의 기운에 공작이 예민하게 반응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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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마검을 탈탈 털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를 알아낸 후 부랴부랴 공작을 진정시켰다. 리안의 필사적인 설명 덕분에 공작은 의자에 다시 주저앉으며 감탄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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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이 아펜으로 가득 찬 상태라 탐색이 어려울 텐데. 대단하군.”
    “아뇨. 별거 아닌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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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습관적으로 튀어나온 겸손에 공작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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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대가 그 정도의 경지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시련이 있었을 테지, 자신의 힘을 깎아내리지 말게. 그대의 과거까지 부정하는 일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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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의 진지한 말에 리안의 눈이 아래로 도르륵 굴러갔다. 목덜미가 벌겋게 달아오르고 입술이 오므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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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가진 힘은 개그 필터의 도움으로 얻은 치트나 다를 바 없었다. 노아처럼 몇십번이고 검을 휘두르지도 않았고, 공작의 말처럼 시련을 겪어 쌓은 실력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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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보니 부끄러움이 밀려와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이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처럼 보여 공작의 시선에 연민이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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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정도의 실력을 갖췄음에도 칭찬에 익숙하지 않다는 건, 그만큼 인정받지 못한 삶을 살아왔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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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의 머릿속에 온갖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고 있을 때, 리안은 새롭게 깨달은 사실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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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이 세계에선 시련을 겪은 만큼 강해지는 게 법칙이나 다를 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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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크 판타지 세계는 지독하게 현실적이며 잔혹한 세계다. 그런 세계에도 희망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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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누군가를 구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사랑하는 걸 멈추지 않는 이들. ‘영웅’이라 불리는 이들이 그러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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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영웅’들에겐 반드시 시련이 존재하고, 시련을 이겨낼수록 밝게 타올라 빛 한점 보이지 않는 세계의 등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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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세계의 미소녀가 코너에서 튀어나온 사람에게 부딪쳐 넘어질 정도로 가볍고 힘없는 몸을 가졌지만, 잘생긴 선배를 쫓아갈 땐 주변 사람을 날려버릴 정도로 불도저 같은 힘을 가진 것과 같은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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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세계에서 허용하는 ‘법칙’이 따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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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와 노아, 제스도 그런 시련을 겪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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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이 수없이 바뀌었기에 노아와 제스가 용사 파티의 일원이 되는 미래도 바뀌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리안은 세 사람이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전장에 나설 거라는 기묘한 확신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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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켜켜이 쌓여가는 신성력 덕분에 생겨난 ‘직감’덕분이었지만, 리안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세 사람이 강해지기 위해선 많은 시련이 필요하다는 사실만 자각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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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이 더 깊어지려는 순간, 마검의 목소리가 리안을 현실로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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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인을 끝냈다. 생각보다 그다지 깊진 않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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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은 카드 게임을 할 정도로 오랜 시간을 떨어졌기에 못해도 수천킬로미터 아래로 떨어졌을 거라 예상했지만, 그 정도로 깊은 곳은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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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희 둘이 동시에 참격을 날린다면 무난하게 천장을 날려버릴 수 있을 거다. ]
    ‘진짜?’
    [ 그래! 그러니까 한시라도 이곳을 빠져나가 나에게 달콤한 피를 내놓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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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에게 들키지 않고 마검에게 피를 먹일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점심을 굶어버린 마검은 분노가 MAX에 도달한 상태였다. 한시라도 빨리 이 거지 같은 공간을 빠져나가 달콤한 파트너의 피를 마음껏 취할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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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곧바로 공작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공작 또한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 기사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자신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기에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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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빠르게 짐을 챙긴 후 공작과 함께 천장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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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시간, 공작과 리안이 갇혀있는 공간 위쪽 땅에 누군가가 숨을 헐떡이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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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악,학…겨우,겨우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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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푹 눌러쓴 로브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분홍색 머리카락과 억울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여자, 네크로맨서였다. 그녀는 튼튼한 나뭇가지를 지팡이처럼 바닥을 짚은 채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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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이라도 몸이 엎어질 듯 몸이 마구 떨렸지만, 겨우겨우 버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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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흐흐… 영혼을 얻지 못하더라도 시체만큼은 얻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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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공작이 이미 싸늘하게 식은 시체가 되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입으로는 시체만 얻어도 이득이라며 웃고 있었지만 눈은 분노와 두려움이 공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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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머릿속에 사납게 달려들어 목을 뜯어내던 제스의 흉포한 얼굴이 눈앞을 아른거렸다. 레인저의 눈을 빌린 상태로 사냥당한 탓에 제 목이 뜯겨나간 듯한 공포가 머릿속을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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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와 동시에 새카만 분노가 치밀었다. 붉은 짐승만 아니었다면 최강의 병기를 온전한 형태로 얻을 수 있었을 텐데 -… 따위의 후회와 분노가 머릿속에 찰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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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우… 시체가 더 부패하기 전에 빨리 내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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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정도 숨이 진정되자 그녀는 나뭇가지를 옆으로 던져놓은 후 땅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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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아직까지 살아있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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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걱정이 치밀었지만 빠르게 고개를 저어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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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그랬으면 도플갱어가 역소환되어 돌아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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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이 워낙 깊은 곳에 갇혀있어 도플갱어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생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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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 거둬들인 언데드에게 문제가 생기면 역소환되는 게 당연한 법칙이었기에 그녀는 걱정을 털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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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법칙이 마검과 개그 주민에 의해 깨져버렸다는 걸 지금의 그녀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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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살아있다고 해도 괜찮아! 철저히 준비해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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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제 가슴팍을 툭툭 두드렸다. 그녀가 두드린 옷감 안쪽에는 돈을 탈탈 털어 구매한 다중방어 마도구와 어떤 공격이든 딱 한 번 되돌려주는 강력한 마도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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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감을 겨우겨우 정리한 네크로맨서는 심호흡을 한 후, 멀찍이 떨어진 탓에 명령 전달밖에 되지 않는 숲의 주인에게 그녀가 선 땅을 열 것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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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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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과 공작을 한입에 꿀꺽 삼켰던 구멍이 재차 모습을 드러냈다. 몸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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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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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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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품 안에 있던 마도구가 작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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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장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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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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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아래로 떨어지기도 전에 날아온 공격에 의해 여러 겹의 방어막이 순식간에 깨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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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웅,슈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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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검붉은색의 공격이 날아와 얼마 남지 않은 방어막은 깔끔하게 갈라버렸다. 검붉은 공격이 그녀의 몸까지 베어버리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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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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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을 탈탈 털어 구매했던 공격 반사 마도구가 작동하여 공격을 막아냈다. 마검의 공격이 너무 강한 탓에 공격이 반사되지 않고 허공에서 기이한 소음을 내며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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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게 대체 뭐야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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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뒤늦게 비명을 내지르며 언데드를 소환하려 했지만, 그보다 마검의 힘이 마도구의 힘을 밀어내는 게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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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지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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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렴한 마도구였다면 진작에 부서져 그녀를 반토막 내버렸겠지만, 그녀가 가진 마도구는 워낙 값비싼 탓에 쉽사리 부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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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어? 어어어? 자, 잠깐?”
    ​
    ​
    그렇다고 해서 마도구의 힘이 마검보다 강한 것도 아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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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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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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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야구 배트에 맞은 야구공처럼 하늘 위로 튕겨 올라갔다. 누군가가 “홈런이다!”라고 외칠 만큼 깔끔한 선을 이루며 저 높은 하늘 위로 날아가 작게 반짝거리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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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나?”
    “네? 무슨 소리요?”
   “뭔가가 있었던 거 같은데 -….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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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은 방금 들린 비명이 기분 탓이라 치부하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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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연재가 계속 밀려서..
밀린거 따라 잡을 때까지 쓰는 즉시 바로바로 올릴 생각입니다.

오전, 오후에 가족과 함께 병원을 다녀와야 하니, 다녀오기 전과 다녀온 후에 열심히 올려보겠습니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처음 시작은 공작님의 배에서 흘러나온 “꼬르륵..”하는 소리였다. 다른 건 몰라도 배고픈 건 참지 못하는 국가 출신답게 리안은 곧바로 식사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모닥불을 피우고 식사를 차리는 사이 공작님이 쉴만한 장소가 필요했다. 그렇게 간이 텐트가 쳐졌다.

바닥에서 식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아이리스의 어머니이자 ‘공작’이란 직위를 가진 분을 차가운 바닥에 앉혀 식사를 대접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하여 가방에 없던 새하얀 티테이블과 의자를 꺼내 새하얀 천을 깔고 식사했다. 식후 디저트까지 챙길까 했지만 공작은 달콤한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식후 입가심으로 차를 내어줬다.

마음 같아선 값비싼 홍차 따위를 내어주고 싶었지만 공작님의 취향을 몰랐기에 보리차를 내어드렸는데 잘 드셨다.

차를 마시며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논의했다. 주변이 아펜이란 광석으로 가득해 천장을 뚫는 것 말고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문제는 이곳이 얼마나 깊은 곳인지 알 수 없기에 천장을 뚫으려다 자칫 파묻힐 수 있다는 것이다.

[ 그런 문제라면 내가 해결해줄 수 있다. ]

‘뭐? 어떻게?’

마검은 대답 없이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노아가 주변을 탐색할 때 마력을 퍼뜨렸던 것처럼, 마검 또한 제힘을 퍼뜨려 이곳의 위치를 탐색하려 한 것이다.

“방금 그건…!”

마검의 기운에 공작이 예민하게 반응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리안은 마검을 탈탈 털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를 알아낸 후 부랴부랴 공작을 진정시켰다. 리안의 필사적인 설명 덕분에 공작은 의자에 다시 주저앉으며 감탄을 터뜨렸다.

“주변이 아펜으로 가득 찬 상태라 탐색이 어려울 텐데. 대단하군.”

“아뇨. 별거 아닌걸요.”

습관적으로 튀어나온 겸손에 공작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대가 그 정도의 경지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시련이 있었을 테지, 자신의 힘을 깎아내리지 말게. 그대의 과거까지 부정하는 일이니까.”

“…”

공작의 진지한 말에 리안의 눈이 아래로 도르륵 굴러갔다. 목덜미가 벌겋게 달아오르고 입술이 오므려졌다.

그가 가진 힘은 개그 필터의 도움으로 얻은 치트나 다를 바 없었다. 노아처럼 몇십번이고 검을 휘두르지도 않았고, 공작의 말처럼 시련을 겪어 쌓은 실력도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부끄러움이 밀려와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이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처럼 보여 공작의 시선에 연민이 짙어졌다.

‘…그 정도의 실력을 갖췄음에도 칭찬에 익숙하지 않다는 건, 그만큼 인정받지 못한 삶을 살아왔다는 거겠지.’

공작의 머릿속에 온갖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고 있을 때, 리안은 새롭게 깨달은 사실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었다.

‘확실히… 이 세계에선 시련을 겪은 만큼 강해지는 게 법칙이나 다를 바 없지.’

다크 판타지 세계는 지독하게 현실적이며 잔혹한 세계다. 그런 세계에도 희망이 존재한다.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누군가를 구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사랑하는 걸 멈추지 않는 이들. ‘영웅’이라 불리는 이들이 그러한 존재다.

그런 ‘영웅’들에겐 반드시 시련이 존재하고, 시련을 이겨낼수록 밝게 타올라 빛 한점 보이지 않는 세계의 등불이 된다.

개그 세계의 미소녀가 코너에서 튀어나온 사람에게 부딪쳐 넘어질 정도로 가볍고 힘없는 몸을 가졌지만, 잘생긴 선배를 쫓아갈 땐 주변 사람을 날려버릴 정도로 불도저 같은 힘을 가진 것과 같은 원리다.

각 세계에서 허용하는 ‘법칙’이 따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아이리스와 노아, 제스도 그런 시련을 겪어야겠지.’

원작이 수없이 바뀌었기에 노아와 제스가 용사 파티의 일원이 되는 미래도 바뀌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리안은 세 사람이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전장에 나설 거라는 기묘한 확신을 느꼈다.

이는 켜켜이 쌓여가는 신성력 덕분에 생겨난 ‘직감’덕분이었지만, 리안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세 사람이 강해지기 위해선 많은 시련이 필요하다는 사실만 자각할 뿐이었다.

생각이 더 깊어지려는 순간, 마검의 목소리가 리안을 현실로 끌어당겼다.

[ 확인을 끝냈다. 생각보다 그다지 깊진 않군. ]

마검은 카드 게임을 할 정도로 오랜 시간을 떨어졌기에 못해도 수천킬로미터 아래로 떨어졌을 거라 예상했지만, 그 정도로 깊은 곳은 아니라고 했다.

[ 너희 둘이 동시에 참격을 날린다면 무난하게 천장을 날려버릴 수 있을 거다. ]

‘진짜?’

[ 그래! 그러니까 한시라도 이곳을 빠져나가 나에게 달콤한 피를 내놓아라! ]

공작에게 들키지 않고 마검에게 피를 먹일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점심을 굶어버린 마검은 분노가 MAX에 도달한 상태였다. 한시라도 빨리 이 거지 같은 공간을 빠져나가 달콤한 파트너의 피를 마음껏 취할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리안은 곧바로 공작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공작 또한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 기사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자신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기에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리안은 빠르게 짐을 챙긴 후 공작과 함께 천장을 바라보았다.

같은 시간, 공작과 리안이 갇혀있는 공간 위쪽 땅에 누군가가 숨을 헐떡이며 서 있었다.

“하악,학…겨우,겨우 도착했다…”

푹 눌러쓴 로브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분홍색 머리카락과 억울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여자, 네크로맨서였다. 그녀는 튼튼한 나뭇가지를 지팡이처럼 바닥을 짚은 채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몸이 엎어질 듯 몸이 마구 떨렸지만, 겨우겨우 버티는 것 같았다.

“흐,흐흐… 영혼을 얻지 못하더라도 시체만큼은 얻어가야지.”

그녀는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공작이 이미 싸늘하게 식은 시체가 되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입으로는 시체만 얻어도 이득이라며 웃고 있었지만 눈은 분노와 두려움이 공존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사납게 달려들어 목을 뜯어내던 제스의 흉포한 얼굴이 눈앞을 아른거렸다. 레인저의 눈을 빌린 상태로 사냥당한 탓에 제 목이 뜯겨나간 듯한 공포가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와 동시에 새카만 분노가 치밀었다. 붉은 짐승만 아니었다면 최강의 병기를 온전한 형태로 얻을 수 있었을 텐데 -… 따위의 후회와 분노가 머릿속에 찰랑거렸다.

“후우… 시체가 더 부패하기 전에 빨리 내려가자.”

어느 정도 숨이 진정되자 그녀는 나뭇가지를 옆으로 던져놓은 후 땅을 내려다보았다.

‘설마… 아직까지 살아있는 건 아니겠지?’

순간 걱정이 치밀었지만 빠르게 고개를 저어 털어냈다.

‘만약 그랬으면 도플갱어가 역소환되어 돌아왔겠지.’

공작이 워낙 깊은 곳에 갇혀있어 도플갱어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생긴 문제였다.

일반적으로 거둬들인 언데드에게 문제가 생기면 역소환되는 게 당연한 법칙이었기에 그녀는 걱정을 털어낼 수 있었다.

그 법칙이 마검과 개그 주민에 의해 깨져버렸다는 걸 지금의 그녀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만약 살아있다고 해도 괜찮아! 철저히 준비해왔으니까!”

그녀는 제 가슴팍을 툭툭 두드렸다. 그녀가 두드린 옷감 안쪽에는 돈을 탈탈 털어 구매한 다중방어 마도구와 어떤 공격이든 딱 한 번 되돌려주는 강력한 마도구가 있었다.

불안감을 겨우겨우 정리한 네크로맨서는 심호흡을 한 후, 멀찍이 떨어진 탓에 명령 전달밖에 되지 않는 숲의 주인에게 그녀가 선 땅을 열 것을 명령했다.

쿠르릉.

리안과 공작을 한입에 꿀꺽 삼켰던 구멍이 재차 모습을 드러냈다. 몸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려는 순간.

우웅!

“어?”

그녀의 품 안에 있던 마도구가 작동하였다.

와장창!

“어어?”

몸이 아래로 떨어지기도 전에 날아온 공격에 의해 여러 겹의 방어막이 순식간에 깨져나갔다.

쿠웅,슈아아악!

그녀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검붉은색의 공격이 날아와 얼마 남지 않은 방어막은 깔끔하게 갈라버렸다. 검붉은 공격이 그녀의 몸까지 베어버리려 했지만.

파지직!

돈을 탈탈 털어 구매했던 공격 반사 마도구가 작동하여 공격을 막아냈다. 마검의 공격이 너무 강한 탓에 공격이 반사되지 않고 허공에서 기이한 소음을 내며 흔들렸다.

“이, 이게 대체 뭐야앗?!”

그녀가 뒤늦게 비명을 내지르며 언데드를 소환하려 했지만, 그보다 마검의 힘이 마도구의 힘을 밀어내는 게 빨랐다.

파지지직…!

저렴한 마도구였다면 진작에 부서져 그녀를 반토막 내버렸겠지만, 그녀가 가진 마도구는 워낙 값비싼 탓에 쉽사리 부서지지 않았다.

“어어? 어어어? 자, 잠깐?”

그렇다고 해서 마도구의 힘이 마검보다 강한 것도 아니었기에…

따앙!

“꺄아아아악!”

그녀는 야구 배트에 맞은 야구공처럼 하늘 위로 튕겨 올라갔다. 누군가가 “홈런이다!”라고 외칠 만큼 깔끔한 선을 이루며 저 높은 하늘 위로 날아가 작게 반짝거리곤 사라졌다.

“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나?”

“네? 무슨 소리요?”

“뭔가가 있었던 거 같은데 -….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군.”

공작은 방금 들린 비명이 기분 탓이라 치부하며 고개를 저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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