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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7

   광도제.

     

   그는 지금 이 상황을 굉장히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라이를 상대할 때까지만 해도 그는 굉장히 즐거웠다.

   이 정도 강자랑 싸워 보는 게 워낙 오랜만인지라 흥미로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순간에 나타난 녀석 때문에 모든 일이 망쳐졌다.

     

   단둘이 싸우기 위한 공간인 혈천세계.

   그 세계를 깨트리고 나타난 일당은 광도제에게 굉장히 엿 같은 기분을 선사해주었다.

     

   한쪽 팔을 거덜 내고, 몸 전체를 불사 질러 버렸으니.

   당연히 엿같은 기분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더더욱 그 엿같은 기분에 몰리고 있었다.

     

   하늘에서 몰아치는 제왕섬멸도 사이.

   신이 빙의하기라도 하듯 무희와 같은 춤을 추는 이가 박도를 휘둘러왔다.

     

   그녀는 제왕섬멸도가 절대로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을 안다는 듯이 광도제를 몰아쳤다.

   실제로 그녀의 생각대로 제왕섬멸도는 오히려 그녀의 활로를 열어주었다.

     

   위험한 순간에는 앞을 막아주고, 공격할 때는 기회를 열어주며 정교하게 휘둘러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정교함은 전부 라이의 실력이었다.

     

   다시 봐도 혀를 내두를 만큼 대단한 어검술이었다.

     

   ‘썩을, 빈틈이 더 없어졌잖아.’

     

   라이의 어검술은 본래 침식종을 상대하는 데 치우쳐져 있다.

   실제로 세계 침식종이 상대 하는데 한한다면 라이도 천하십강 중 최강이라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그 때문인지 대인전에서는 조금 밀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기에 광도제를 완전히 누르지는 못한 채 시간이 꽤 걸렸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귀주, 세나 마이어는 라이와 함께 황금세대를 나란히 하던 이다.

   천하십강에는 못 미칠지언정 그녀 또한 강자라는 말에 어울리는 이.

     

   그런 그녀와 라이의 호흡은 상상 이상으로 좋았다.

     

   라이는 세계침식자보다는 침식종 사냥에 가장 적합한 비술을 다룬다.

   반면에 세나는 침식종 보다는 대인전에서 오히려 더 큰 활약을 보인다.

     

   이런 둘이 힘을 합치니 라이의 전장 위에 세나가 미친 듯이 날뛰었다.

     

   덕분에 광도제의 몸이 또 한 번 세나의 박도에 잘려 나갔다.

   옆구리가 찢겨나간 광도제가 이를 바득 갈며 혈라사도를 휘둘렀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라이의 제왕섬멸도가 내려쳐지며 그 앞을 막아 버렸다.

   라이의 제왕섬멸도는 공간 장악 능력에 탁월했다.

     

   게다가 그 크기만큼이나 단단함은 혈라사도조차 벨 수 없을 정도였다.

     

   그야, 당연한 이야기였다.

   지금 휘둘러지고 있는 제왕섬멸검은 모두 세계에서 가장 단단한 광석 아다만티움의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라이의 스킬.

   레페텐.

     

   손에 쥐었던 광물을 지닌 오러를 통해 원하는 형태로 구현화 하는 스킬이다.

     

   그 스킬과 라이의 어검술이 만나 탄생한 것이 바로 제왕섬멸검이었다.

   하늘 위에는 그러한 제왕섬멸검이 수십 자루가 떠 있었다.

     

   그것만 보아도 라이가 지닌 오러가 얼마나 무지막지한지 확실히 체감되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지금 광도제에게 거슬리는 게 있었다.

     

   몸을 뒤로 빼자마자 느껴진 섬찟한 기운에 광도제가 즉시 혈라사도를 휘둘렀다.

   그러나 그가 벤 것은 허공이었다.

     

   애꿎은 허공을 벤 광도제의 얼굴이 부글부글 끌어올렸다.

     

   그가 이런 짓을 한 이유는 단 하나.

   아까부터 모습을 숨긴 채 몰래 다가와 일격을 먹이고 도망가는 크라슈 때문이었다.

     

   방금도 들었던 섬찟한 기운을 보건대 놈은 일부러 기척을 잠시 드러냈다가 빠졌다.

   광도제가 스스로 힘을 빼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 새끼가!”

     

   평소 욕설을 잘 하지 않던 광도제가 열이 뻗쳐 소리쳤다.

   그러나 그럴 틈도 없었다.

     

   또다시 제왕섬멸검이 머리 위에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조금의 쉴 시간도 없다.

     

   광도제는 나름대로 자가 회복 능력을 지니고 있긴 하나 혈라사도를 사용 중일 때는 그 회복이 더디다.

   혈라사도가 피를 흡수해서 가져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혈라사도를 놓을 수도 없다.

   자기 무기를 버리는 격이었으니 말이다.

     

   광도제의 머리가 바쁘게 굴러갔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강타했다.

     

   에벨아스크도 배신한 것 같은 상황.

   아무리 익시온의 목표인 세계 침식의 힘을 흡수하는 게 중요하다곤 하나 이만큼 수세에 몰리면 그것도 뒷전으로 밀린다.

     

   뭐든 살아야 해결되니까.

   목숨을 가장 우선시한다.

     

   그것이 광도제만의 생존전략이었다.

     

   “흑마녀!”

     

   광도제가 목이 찢어지라고 소리를 내질렀다.

     

   “난 할 만큼 했다고!”

     

   그의 등 뒤에 검은 공간이 뒤틀렸다.

   흑마녀 또한 광도제의 의사를 존중해준 것이었다.

     

   일그러진 검은 공간이 점차 형태를 완성해나갔다.

   그 순간 그의 앞에 제왕섬멸도가 또다시 내려찍어왔다.

     

   동시에 그 사이로 세나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저쪽도 이쪽의 도주 사실을 눈치챈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질척거리긴.”

     

   광도제의 혈라사도가 급격히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팔에서 솟구친 핏물과 함께 혈라사도가 눈을 부릅뜨며 기괴한 소리를 내뱉었다.

     

   기이이이이이이이잉!

     

   혈라사도의 솟아난 검날이 거칠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듣기만 해도 끔찍한 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광도제는 제일 먼저 달려드는 세나를 향해 회전하는 혈라사도를 휘둘렀다.

     

   “윽!”

     

   세나 또한 그 힘이 범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급히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뒤로 빼었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카락이 몇 가닥 잘려 나가며 휘날렸다.

     

   광도제는 이참에 죽여 버리려는 듯 혈라사도를 세나에게 휘두르려 했지만, 머리 위에 제왕섬멸검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러니 검을 틀어 제왕섬멸검을 향해 휘둘렀다.

     

   카강!

     

   제왕섬멸검이 광도제의 혈라사도와 맞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강!

     

   회전하는 검날이 제왕섬멸검의 날 부분을 갈아 버리기 시작했다.

   10대 천검에 괜히 속하는 게 아니라는 듯 검에서 우위를 점해버린 것이었다.

     

   쿵!

     

   광도제가 기어코 제왕섬멸검을 빗겨 쳐내자 제왕섬멸검이 그대로 바닥을 가르며 박혀 들어갔다.

     

   그러는 사이 흑마녀의 공간 이동이 거의 완성되었다.

     

   다른 제왕섬멸검이 들이닥쳐 오고 있었지만, 광도제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세계 침식 흡수를 명한 에벨아스크가 배신한 탓에 아까운 마음은 들었지만 별수 있나.

     

   목숨이 제일 중요하지.

     

   그렇게 광도제가 몸을 돌렸다.

     

   “흑마녀.”

     

   그 순간이었다.

   광도제는 등 뒤에서 울려 퍼진 목소리에 무심코 발걸음을 멈췄다.

     

   왜냐하면 그 목소리의 주인은 크라슈였기 때문이었다.

     

   자기에게 엿을 제대로 먹인 장본인.

   그가 자신이 부르짖은 흑마녀의 이름을 마치 안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광도제의 눈이 무심코 뒤로 향했다.

   그리고 마주친 크라슈는 우뢰성을 늘어트린 채 입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어째선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웃음에 광도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웃음 속 크라슈가 우뢰성을 쥐지 않은 한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 행동에 광도제가 의문을 표하기도 전.

     

   화륵!

     

   들어 올려진 손에서 푸른색의 불꽃이 휘날렸다.

   그것은 오러로 만들어진 오직 순수한 이그니스였다.

     

   그것을 본 광도제의 얼굴에 영문 모를 의문이 서린 순간.

     

   끼이이이익-

     

   광도제의 등 뒤에 공간이 열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광도제가 이럴 때가 아님을 느끼고, 즉시 공간으로 몸을 던지려는 순간이었다.

     

   공간 너머 광도제의 눈에 비춘 것은 거대하고 새까만 문어의 다리였다.

     

   꾸구구국!

     

   그것을 본 광도제가 채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부풀어 오른 수십개의 문어 다리가 검은 공간을 찢어내며 그대로 바깥으로 쏟아져 나왔다.

     

   “뭣, 흑마녀!?”

     

   갑작스러운 돌발 행동에 광도제가 당황한 듯 외쳤다.

     

   그야, 당연한 이야기였다.

   쏟아져 나온 문어 다리가 광도제가 들어갈 틈마저 전부 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애타는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맹렬히 쏟아져 나온 문어 다리는 크라슈를 향해 뻗어졌다.

     

   눈앞이 일순간 새까만 어둠으로 가려진 듯한 착각이 들 만큼 문어 다리들은 거대했다.

   그러한 문어 다리는 오직 크라슈를 낚아 채려는 데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만큼 흑마녀에게 있어서 이그니스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크라슈는 그것을 물끄러미 볼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단지, 전부 다 내쉰 숨과 함께 그의 눈이 빛났다.

     

   “이제 됐습니다.”

     

   크라슈가 그 말을 마친 순간이었다.

     

   핏!

     

   아주 짧게 울린 소리와 함께 그의 등 뒤에서 빛으로 된 검 한 자루가 크라슈의 머리 옆을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점화한 빛이 순식간에 문어 다리에 닿았다.

     

   콰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문어 다리가 마치 먹물이 터져 나가듯 찢겨 나갔다.

   산산조각이 나듯 터져 나가는 문어 다리를 지나 일직선으로 나아간 빛의 검이 광도제를 향해 날아들었다.

     

   “억!?”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광도제가 숨을 삼킴과 동시에 혈라사도를 내질렀다.

   흑마녀의 돌발 행동에 당황한 탓에 피하기에는 몸을 빼는 게 너무 늦었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그리고 그것은 크나큰 패착이었다.

   맞부딪친 빛의 검은 혈라사도를 밀어내며 광도제의 몸까지 동시에 뒤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무심코 비명이 새어 나올 만큼 빛의 검의 위력은 터무니없었다.

   혈라사도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검이 박살이 나 그대로 육신에 박혔을 만큼 거센 위력이었기 때문이었다.

     

   쿵!

     

   한참을 밀려난 광도제의 등이 땅에 박혀 있던 제왕섬멸검 면에 부딪혔다.

   하지만 그 충격보다도 빛의 검에서 오는 위력에 금방이라도 혈라사도와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가뜩이나 한 짝이 엉망이 된 팔이다.

   이제는 다른 팔까지 삐걱거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빛의 검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 눈앞을 어지럽혔다.

   이대로 제왕섬멸검과 한 몸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광도제의 몸에 피가 미친 듯이 돌며 혈귀작도의 힘이 치솟기 시작했다.

     

   카가가가가가가강!

     

   그러면서 맞부딪친 빛의 검을 어떻게든 밀어내고자 그의 근육이 전부 부풀어 올랐다.

   몸이 새빨갛게 물들 정도로 거센 피가 그의 몸속에서 돌았다.

     

   “흑, 마녀어!”

     

   그러면서 흑마녀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그녀의 돌발 행동을 욕했다.

   대체 뭐에 눈이 돌아갔는지 몰라도 이건 사실상 자신을 버리는 행동과 다름없었다.

     

   뚜벅-

     

   그러는 순간 그의 귀에 어째선가 선명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발소리를 따라 그의 눈이 움직이자 이윽고, 익숙한 인영 하나가 들어왔다.

   

   

   

   

     

   검을 쥔 채 입에서 연기를 잔뜩 내뿜으며 점차 머리끝마저 붉게 물들어 가고 있는 한 소년 말이다.

   그는 다름 아닌 크라슈였다.

     

   크라슈의 몸속에서 또 한 번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불길은 온전히 그가 쥐고 있는 검인 우뢰성에 담겨 나갔다.

     

   파직!

     

   우뢰성 위에 생겨난 검집에서 번개 줄기가 튀어 올랐다.

   막돼먹은 열기가 그 검집 속에서 미친 듯이 서로를 부딪쳐 가며 그 힘을 부풀려 나갔다.

     

   쿵, 쿵, 쿵, 쿵, 쿵!

     

   광도제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위기, 위기, 위기, 위기.

     

   머릿속에 계속해서 자명종이 울려 퍼졌다.

     

   지금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빛의 검은 금방이라도 혈라사도와 팔을 부수고 심장을 짓이길 것 같은 상황이다.

     

   조금도 다른 곳에 힘을 뺄 수 없는 상황.

     

   그런 마당에 아까와 같은 일격을 정면에서 맞으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당연히 힘이 빠지고, 그대로 빛의 검이 자기 심장을 갈가리 찢어 버릴 것이다.

     

   그러니 절대로 크라슈의 일격을 허용해서는 안 되었다.

     

   “흑, 마녀, 흑마녀!”

     

   엄마를 찾듯 광도제가 자꾸만 흑마녀를 찾아 부르짖었다.

   그러나 그의 부름에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핏빛 같은 광도제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한 발짝 씩 다가오는 크라슈의 모습이 마치 사신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오, 지마! 오지 말라고 이 새끼야!”

     

   그의 욕설에도 크라슈의 정신은 고요했다.

   이 순간 검에만 몰두해 있는 크라슈의 정신의 호수 속.

     

   흑염이 휘몰아치며 용솟음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그 용솟음은 하늘에 닿아 이윽고, 크라슈의 우뢰성에 도달했다.

     

   쿠궁!

     

   번개가 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진 그때.

   크라슈의 검을 둘렀던 검집이 일제히 깨져 나갔다.

     

   “개새끼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광도제의 발버둥 섞인 비명과 함께.

   크라슈의 검이 대기를 갈랐다.

     

   멸화침식(滅火浸蝕)

   삼식(三式)

   멸화천뢰(滅火天雷)

     

    화르르르륵!

   

   흑염과 번개의 폭풍이 전장을 휩쓴 그때.

   

   

   

   

     

   

   

   

   빠각!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빛의 검의 빛이 점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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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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