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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8

    <158 – 고인물의 실력행사>

     

    엑소시스트 이오.

    인간을 속이는 유령들의 악랄함에 맞서고자 그는 고지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원리원칙에 충실한 FM퇴마사가 되었다.

    유령과 관련된 사건에는 일말의 타협도 없고, 퇴마를 방해하는 이는 설령 민간인이라도 귀신에 홀렸다고 간주하며 무력으로 제압한다.

     

    “오크노디. 저 선배 좀 강해 보이는데… 싸우지 말고 잘 대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미안, 티토소가. 그건 힘들 것 같아!”

     

    이오 본인 역시 뒤로 밀려난 자세를 고치며 뚜둑 뚜둑 목을 풀고 투기를 끌어올린다.

     

    고오오오.

    찌릿. 찌릿.

     

    지금껏 상대한 1학년 상급반 NPC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강자.

    아니, 그 이상의 실력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 역시 상급반의 일원이니까.

    그것도 1학년이 아닌 2학년 상급반 학생.

    플라톤 교수, 드래곤 교장.

    저 악랄한 교수들의 강의를 1년 간 듣고 진급한 선배가 약할 리가 없었다.

     

    “평화를 원하는가? 그럼 방법을 알려주지.”

     

    이오의 눈가에 푸른 전기가 파직파직 일어났다.

    대량의 마력을 운용하며 일어나는 현상.

    실력자의 주변에서만 목격할 수 있는 방전현상이다.

     

    “삿된 힘이 느껴지는 귀물을 모조리 내놓아라. 종적을 감춘 유령을 내 앞에 내놓아라. 그리하면 너희가 귀신 들린 자가 아님을 인정하고 순순히 보내주마.”

    “그럴 수 없다면요?”

    “힘으로라도 제압해서 귀물을 빼앗고 유령을 찾아내야지. 너희의 정신에 사악한 음에너지가 없음을 확인하기 위해 약간의 ‘조치’도 취할 테고.”

     

    손으로 머리를 집어 드는 시늉을 하는 이오의 손바닥 아래로 푸른 뇌전이 일어났다.

    융합인간 카시아.

    뇌속성으로는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와 쌍벽을 이루는 실력자, 성능캐다운 존재감이다.

     

    “…오크노디. 역시 잘못 생각한 것 같아. 저 못된 선배를 꼭 물리쳐줘!”

    “라네요. 사과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각오는 되셨죠?”

    “웃기는 소릴. 각오를 해야 할 건 너다.”

     

    선배는 기세등등하게 달려들었다.

    이오 선배의 전투술은 퇴마력과 전격을 섞은 퇴마전격어택.

    스쳐도 퇴마, 감전되어도 지속딜로 퇴마, 고압전류에 단숨에 튀겨져서 퇴마, 뭘 해도 퇴마로 이어지는 악독한 다단히트퇴마가 특기다.

    음차원의 에너지를 비롯한 모든 사악한 힘에 대한 높은 상성우위를 점하고 유령속성에게는 특효로 4배 데미지까지 꽂히는 무시무시한 유령살인마!

    장기는 뚜렷하지만 단점도 뚜렷하다.

    단점은 모든 공격에 전기가 섞인다는 것.

    전기만 막으면 이오 선배의 공격은 전부 하나마나한 것이 된다.

    머어, 요컨대 이런 뜻이다.

     

    “너… 어째서 전격에 효과가 없지?!”

    “흥. 알려줄 것 같아요?”

     

    오늘의 내 신발은 무려 고무부츠.

    니 공격은 하나도 안 통해!

     

     

    * *

     

     

    통하지 않는다.

    특기인 전격이 조금도 데미지를 주지 못한다.

    이오는 두려움마저 느꼈다.

     

    ‘얼굴도 모르는 상대의 특기를 미리 깨닫고 전기전도율이 낮은 물질을 몸에 지니고 있지는 않겠지.’

     

    전격으로 신체가 굳어도 마나를 이용해 경직된 신체를 강제로 움직여 <전투속행>을 벌일 수 있거나.

    어렸을 때부터 <전격내성훈련>을 받아서 엄청난 내성수치로 상태이상 감전이 발동조차 하지 않거나.

    전기에 접촉될 때마다 즉석에서 무영창에 제로딜레이로 상태이상 감전을 <즉석연속해제>하고 있거나.

     

    하나같이 충격적인 사실을 암시한다.

    학년수석이 이렇게까지 대단한 것인지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의 재능이다.

     

    “흥. 솜주먹이네요. 진짜 주먹을 보여드리죠!”

    “큭…?!”

     

    11살의 주먹이라기에는 믿을 수 없을 만치 강력한 펀치에 몸이 들썩였다.

    팔꿈치와 무릎, 신체의 단단한 부위만을 들어 가드하는데도 뼈가 찡 울리고 근처 신체부위가 일시적으로 <상태이상 : 마비> 증세를 일으킨다.

     

    <마나연공법>

    <전투속행>

     

    <엑소시스트 비기>

    <통각제어>

     

    아이가 적이라는 생각은 주먹 두 대를 맞자마자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사라졌다.

    지금껏 퇴마했던 그 어떤 유령보다도 괴물 같은 힘과 정밀도를 지닌 유령이다.

     

    ‘널 상대로 손속에 둘 자비는 없다. 아픈 꼴을 보더라도 일격에 쓰러지는 편이 네게도 나을 거다.’

     

    빛무리가 점멸하며 점점 더 많은 번개가 밀집하는 이오의 오른손 주먹.

    번쩍거리며 반짝이는 빛무리가 점차 세기를 더해가기 시작하자 뒤에 있던 학생들이 기겁하며 연거푸 뒷걸음질 쳤다.

     

    “헉! 이오님이 벌써 성명절기를 쓴다고?!”

    “푸른주먹이다! 다들 구경하다가 감전해서 쓰러지기 싫으면 어서 도망쳐!”

    “오크노디 녀석, 교전 초기부터 차징에 들어갈 정도로 강적이라고 인정받은 건가?!”

    “큭, 우리도 대련에서 이오님이 차징을 하게 만들 정도의 상대는 몇 없었는데. 1학년에 심지어 열 살도 갓 넘은 어린아이가 저게 말이 되냐고!!”

     

    분하고 억울해도 휘말려 쓰러지는 것보다는 낫다.

    주먹을 맞대지도 않았는데 구경하다가 의무실 신세를 지는 것만큼 쪽팔리는 일도 없다.

     

    “받아보겠느냐? 내 진심의 일격.”

     

    이오는 기대하지 않았다.

    같은 상급반에서도 그의 진심펀치를 두려워하는 또래들이 절대다수.

    어떻게든 다들 차징을 캔슬시키려고 이 악물고 덤벼들게 된다.

    거리를 벌리거나 숨는다고 피할 수 있는 종류의 주먹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악한 악마는 영감이 잘 발달해서 위기의식이 굉장히 민감하기에 특히나 모든 수단을 써서라도 캔슬하려고 안달이 나기 마련이다.

     

    피해도 쓰러진다.

    맞서면 범위에 들어온다.

    어떻게든 당할 수밖에 없는 가불기!

     

    “얼마든지!”

     

    당돌하게 외친 오크노디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기대가 악동 같은 미소와 함께 떠올랐다.

     

    “훌륭하다!!”

     

    도망치지 않은 그 용기.

    경외의 의미를 담아 전력을 다해 부숴주마!

    번쩍번쩍!

    점점 더 빠른 주기로 푸른 번개가 번쩍거리며 주먹에 모여드는 번개다발의 크기가 커져나갔다.

    승리를 향한 절대적인 확신.

    패배는 떠올리지도 않는 오만.

     

    “그거 알아요? 플레이어 사이에서도 번개 종결캐릭이 카시아인지 이오선배인지 매번 의견이 갈린다는 거. 참고로 저는 카시아파에요.”

    “감당할 수 없는 힘에 맞서려는 생각에 이성이 나가기라도 했나? 무슨 허튼 소리냐!”

    “뭐어, 이런 뜻이에요. 카시아의 기술은 카피할 수 없지만, 이오 선배의 것이라면 요령만 알아도 그리 어렵지도 않다는 거.”

     

    기백이 변했다.

    공기가 찌릿해진다.

    설마.

    그럴 리가.

    믿고 싶지 않다.

    부정하는 그의 눈에.

    측면으로 몸을 틀며 오른주먹을 안으로 당기며 왼손으로 감싼 오크노디의 손 안에서.

     

    파직. 파직.

     

    있을 리가 없는.

    있어서가 안 되는.

    이오 자신의 <푸른주먹>의 차징이펙트와 정확히 똑같은 번개줄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의 머리색을 닮은 푸른 번개가 아니다.

    오크노디의 클래스, 다크프린세스.

    그 무시무시한 클래스에 걸맞은 검은 뇌전이다.

     

    빠직. 빠직.

     

    심지어 차징의 속도도 그보다 더 빠르다.

    번개다발의 굵기와 밀집도가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히기 시작하고 있다.

    소재가 되는 것은 암흑마나.

    마주보는 것만으로도 그 불길함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금단의 힘.

    이오는 깨달았다.

    이 이상 저 아이가 무리하게 두었다간 엄청난 사달이 일어날 거라고.

     

    “너 이 자식, 네가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거냐?!”

     

    안 그래도 패도적인 번개의 힘.

    거기에 통제불가능한 암흑마나의 힘을 더한다.

    제어난이도 최상 + 최상.

    마나제어술 난이도 극악.

    감당할 수 없는 힘은 온전히 털어내지 못하면 제 신체를 파괴하는 독이 된다.

     

    “크윽…! 네가 자처한 결과다!”

     

    2단계 차징을 앞두고 이오의 주먹이 즉시 오크노디를 향해 내질러졌다.

     

    번쩌억─!

     

    “아아악!”

    “내 누우우운!”

    “앞이 안보여어어어!”

     

    알면서도 무심코 눈을 뜨고 있다가, 손으로 가린 눈 아래로, 꾹 감은 눈두덩이 밑으로 파고드는 빛에 괴로워하는 2학년 학생들.

    그 경이로운 일격을 두 눈 뜨고 바라볼 수 있는 실력자는 이 자리에서 오직 아카디아뿐이었다.

     

    <마나연공법>

    <시력보호>

     

    고글형식으로 마나의 벽을 세워 눈을 보호하기 무섭게 멀리서도 피부가 찌릿해지는 굉장한 전격이 실린 일격이 오크노디를 덮쳤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스플래시 데미지에 휩쓸리지 않도록 티토소가를 한 팔로 꼭 껴안고 자신의 마력보호막ManaShield 범위에 집어넣는 것뿐.

     

    ‘1학년한테 이만큼의 힘을 사용하다니, 저 미친 사람이 오크노디를 죽일 작정이야?!’

     

    참다못한 아카디아가 총에 손을 얹는 순간, 들릴 리가 없는 낭랑한 웃음이 좌중에 퍼졌다.

     

    “아하하하! 좋아요, 선배. 이렇게 나와 주셔야죠. 이래야 제가 카피한 보람이 있죠!”

     

    피부를 덮치는 푸른섬광이 실시간으로 밀려나며 검은뇌전이 빛을 집어삼켰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펼쳐지며 빛을 집어삼키는 어둠의 힘이 오크노디를 밀어내던 <푸른주먹>을, 이오의 성명절기를 뒤덮었다.

    마나보호막.

    남부해전에서 눈 먼 총알에 당하지 않기 위해 반강제로 익혀야만 했던 기술.

    푸른주먹의 여파를 겪으면서도 한 겹밖에 활성화되지 않았던 방패가 단숨에 세 겹이나 추가로 떠올랐다.

     

    콰드득!

     

    푸른 번개를 검은 뇌전이 밀어내는 순간.

    방패 한 겹에 금이 갔다.

     

    챙강!

     

    빛과 어둠이 명멸하며 좌중을 휩쓸었을 때.

    방패 한 겹이 산산조각 났다.

     

    우두두두둑!

    파칭!

     

    몰아내는 빛의 너머로 거듭 울리는 웃음소리.

    귀여운 목소리에 그렇지 못한 괴력.

    두 사람의 힘이 최고조에 달하며 빛과 어둠이 수직으로 솟구치며 터져나가는 순간, 사방으로 확산되는 힘의 여파만으로 실드가 전부 깨졌다.

     

    “꺅!”

    “고개 숙여, 티토소가!”

     

    넙죽 엎드린 그들의 좌우로 칼날이나 망치를 방불토록 하는 각기 다른 예기를 지닌 기의 파편이 잔디밭을 헤집고 지나갔다.

    잔디들이 궤적을 따라 베이거나 땅이 망치로 내리찍은 것처럼 갈아엎어진 광경에 티토소가가 침을 꿀꺽 삼켰다.

    “오, 오크노디는 어떻게 됐어요?”

     

    덜덜 떨면서도 묻는 티토소가.

    품 안의 그녀의 물음에 아카디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어둠의 힘을 갈무리한 오크노디가 개운하다는 얼굴로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켜며 웃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래놓고 다크프린세스가 아니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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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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