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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8

       그렇다고 앨리스와 샤를로트의 사고방식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레오나 클레어에 대해서도.

        

       괜히 주인공과 히로인 캐릭터들이겠는가.

        

       피카레스크물도 아니니 주인공과 히로인들은 대부분 정의로운 성격이다. 제국주의의 실상을 알고 나서는 충격받고 생각을 바꾸게 된다. 뭐, 원작에서는 ‘생각을 바꾸었다’기 보다는 ‘원래 정의로운 성격이라’ 그런 식으로 묘사되었지만, 그건 내가 비행선 안에서 들은 이야기가 본편에 나온 적이 없으니 그런 거고.

        

       “와, 진짜로 덥네…… 아니 그보다, 이건 그냥 계절이 반대가 된 수준이 아니잖아.”

        

       비행선에서 내린 앨리스가 기겁해서 말했다.

        

       낮에는 거의 30도에 육박한 날씨이니 그렇게 느낄 만도 했다. 론다리움은 한여름에도 이런 온도까지는 거의 올라가지 않으니까.

        

       “너무 걱정할 건 없어. 밤이 되면 겉옷 없이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기온이 떨어지거든.”

        

       “날씨가 너무 극단적이잖아…….”

        

       “그래도 제국 본토보다 훨씬 많은 인구가 살고 있으니, 실제로는 우리가 사는 곳보다 여기가 훨씬 살기 좋은 기후인 걸지도 모르지.”

        

       “……거의 나라 하나만 한 사막이 있는 곳인데?”

        

       앨리스의 반박에 제이크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반은 농담이겠지만, 반은 진담일 거다. 제이크는 어린 시절부터 이곳에 살았으니까.

        

       고향으로서 좋아하는 감정도 있고, 반대로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을 부려서 지은 도시라는 곳이라는 죄책감도 느끼고 있다. 최대한 좋게 말하고 싶은 것도 이해는 간다.

        

       “자, 자, 모두 주목! 모두 같은 반 학생들끼리 모여 정렬해라!”

        

       선생 중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제니퍼가 손뼉을 짝짝 치면서 학생들의 주의를 끌었다.

        

       이런 식으로 멀리 나오기 어려운 평민들은 물론이고, 귀족가의 아이들도 꽤 들떠서 여기저기 모여 떠들고 있었다. 린드버러의 위상을 드높이기라도 하겠다는 듯 린드버러의 돈으로 지어진 공항은 벽면이 통째로 유리가 되어있었다. 런던에 한때 존재했다던 수정궁이 떠오르게 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뙤약볕 아래에 지어진 유리 건물이니 내부가 찜통처럼 찌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에어컨 비슷한 장치로 억지로 뜨거운 공기를 바깥으로 빼내고 있었기에 그렇게 견디기 어려운 온도는 아니었다. 위쪽도 죄다 유리로 되어있긴 했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그늘을 만들기 위한 가림막도 설치되어 있었고.

        

       내 눈으로 보기에는 이 건물도 엄청 고풍스러운 디자인이지만 1901년을 기준으로 하면 완벽한 최신식 건물이다. 지은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그랬다.

        

       그리고 그 건물 밖으로 보이는 정돈된 거리도, 제도에서는 보기 힘든 이국적인 거리였다. 가로수로 심어진 야자수나, 거리에 오가는 증기 자동차와 증기기관으로 작동하는 것이 분명한 복잡하게 생긴 장비들.

        

       아무것도 없던 곳에 처음부터 세워진 이 도시는 그야말로 첨단 기술의 실험장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참고로 비행선 공항도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곳이었다.

        

       “좋아, 좋아.”

        

       제니퍼의 말을 들은 학생들이 나름대로 줄을 서 모이자, 제니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가 묵을 곳은 린드버러 호텔이다. 이 영지를 지배하는 가문의 이름이 붙어있는 만큼 가장 크고 현대적인 곳이지.”

        

       그 이야기를 듣고 몇몇 학생의 시선이 제이크를 향했다. 제이크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짓고 있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거기까지 가는 수단도 그래. 우리는 ‘버스’라는 것을 탈 거다. 거기서는 지시사항에 잘 따라라. 아무리 그래도 큰 문제가 터질 일은 없다만, 그래도 제도에서 보기에는 생소한 것들이 여러 개 있을 거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사고가 날 수 있으니까.”

        

       제도에도 건널목은 있지만, 애초에 돌아다니는 마차들이 대단히 빠른 속도로 다니지는 않는다. 일부 증기 자동차도 ‘말을 놀라게 하면 안 된다’는 적기조례 때문에 엄청나게 천천히 다니고. 그래도 부딪히면 대형 사고가 나긴 하지만, 대놓고 쌩쌩 달리는 이곳의 자동차들만큼 빠르지는 않을 거다.

        

       ……그래도 뭐랄까, 저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있으니 이상하게 ‘아아, 이건 자동차라는 거다’하는 것 같아서 좀 웃기네.

        

       “너희들 대부분에게는 상당히 생소한 곳인 만큼, 개인행동은 해서는 안 된다. 어딘가 가고 싶다면 무조건 세 명 이상 무리 지어 다닐 것. 같이 갈 사람이 없다면 나를 비롯한 선생들한테 부탁해라.”

        

       제니퍼는 우리를 한차례 둘러보고는 말했다.

        

       “질문 있는 사람 있나?”

        

       아무도 손을 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손을 든 사람이 한 사람 있었다.

        

       제이크였다.

        

       “너.”

        

       제니퍼가 제이크를 지목하자, 제이크가 입을 열었다.

        

       “여기는 제 고향입니다만, 저도 어디 갈 때 누가 같이 가야 하나요?”

        

       주변에서 작게 웃음소리가 일었다.

        

       제니퍼도 그에 맞춰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예외는 없다. 너 하나만 풀어주면 분명 ‘나도 익숙해졌으니 혼자 다녀야지’ 하다가 다치는 멍청이가 나올 테니까. 그리고, 너는 어차피 어디를 가건 ‘혼자’는 아니지 않은가? 여자애들이 알아서 따라붙을 텐데?”

        

       주변에서 조금 더 큰 웃음소리가 일었다.

        

       “자, 그럼 다른 질문 있는 녀석 있나? 없어? 좋다, 그럼 호텔로 향하도록 할까. 짐은 알아서 너희들이 묵을 방으로 옮겨줄 테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라.”

        

       *

        

       호텔을 포함해서 주변 건물들은 대부분 20세기 뉴욕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떠오르게 하는 모습이었다. 아니지, 가로수로 야자수가 있는 걸 보면 뉴욕보다는 마이애미에 가까우려나. 둘 다 직접 가본 적은 없는 곳이지만.

        

       그래도 일단 호텔 자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랑 굉장히 비슷하게 생겼으니, 대충 반반씩 섞여 있다고 생각하자.

        

       “…….”

        

       떠나가는 버스를 보는 샤를로트의 표정이 조금 착잡했다.

        

       그럴 만도 하다. 아직 벨부르는 완벽한 산업화, 현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보다는 마차가 훨씬 많고, 군인들도 현대식 화기가 조금씩 지급되는 중이니까.

        

       제도의 경우는 현대화를 ‘못’한다기보다는 ‘안’하는 것이다. 기득권이라고 해야 할지, 조합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마차 끌고 다니는 마부들이나 안장 만드는 사람들 입에 풀칠을 해야 하니 적기조례 같은 것으로 일부 현대적인 장치를 제한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도시처럼 ‘현대화’라는 것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여기는 완전히 다른 곳이니까.

        

       거리에 자동차가 가득 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차가 보이지는 않는다. 돈 많은 평민이나 귀족들이 자기만의 차를 타고 다니고 있었고, 노동자들은 시내버스를 타고 이리저리 다니고 있었다. 종종 오토바이 같은 것들도 보였다.

        

       제국 말고 다른 곳에서는 절대로 찾아볼 수 없는, 근대 도시의 분위기.

        

       학생들한테 제국의 힘을 선전하기에 알맞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대단하네요…….”

        

       소피아가 그런 솔직한 감상을 내놓을 수 있었던 건, 법국을 굳이 소피아가 발전시킬 이유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왕의 자리를 물려받을 샤를로트이기에 남들보다 훨씬 착잡하겠지.

        

       “이 도시가 특별한 거지, 사실 제국도 대부분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야. 아직 고치려면 한참 남았어.”

        

       앨리스가 샤를로트의 분위기를 읽었는지 그렇게 위로해보았지만,

        

       “루테티아는 한참 남은 수준도 아니니까요.”

        

       샤를로트가 그렇게 대답하자 바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앨리스를 대신해서 나도 한마디 말해줄까 생각했다. 루테티아는 매우 아름다운 거리다. 굳이 현대화 없이도 남들한테 자랑할 수 있을 정도로.

        

       “저런 운송 수단을 군대에 적용한다면 한 번에 얼마나 많은 병력을 얼마나 빠르게 운송할 수 있을까요.”

        

       “…….”

        

       아니, 그렇게까지 말해버리면 나도 할 말이 없는데.

        

       하긴, 거리가 아름다워도 적을 막을 수 없으면 그저 빼앗길 뿐이긴 하지.

        

       “너무 걱정하진 마.”

        

       그런 우리에게 제이크가 불쑥 끼어들어 말했다.

        

       “저것도 올해 들어 막 들여오기 시작한 거니까. 저렇게 보여도 너무 급하게 만들어서 잔고장이 심하거든. 아직 군용으로 쓰기에는 많이 부족할걸?”

        

       물론 그렇게 말하더라도 이미 탱크 같은 것을 굴리는 제국군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그런가요.”

        

       하지만 제이크의 그 말을 샤를로트는 굳이 반박하진 않았다. 계속 그런 이야기를 해봐야 끝이 없으니까.

        

       “그보다, 호텔이나 들어가자. 다들 덥잖아?”

        

       ……음.

        

       제이크가 자기 가문에 대해서 마냥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알고 있지만…….

        

       뭐랄까, 이건 왠지, 자기 가문을 칭찬하는 것 자체를 그다지 내켜 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인데.

        

       혹시 내가 원작에서는 보지 못한 무언가가 있기라도 한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굉장히 고풍스럽게—이쪽 기준으로는, 현대적인 감각으로—잘 꾸며진 호텔의 로비로 따라 들어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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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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