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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8

       

       

       새하얗게 칠해져, 마치 이곳이 이렇게 청결하다는 걸 알리고 싶어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복도.

       

       그 복도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있던 여성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가만히 있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듣지도 않네.”

       

       “그렇게 열심히 움직여봐야 도움 되는 건 정말 하나도 없는데 말이야.”

       

       

       정신 사나워라.

       

       시우의 모습에 다들 고개를 내저었다.

       

       이렇게 말한다고 한들 그가 이런 말을 들을 정도로 여유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며 여전히 정신 사납게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 듣지 못한 거겠지.

       

       사실 시우가 이 정도로 당황하는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직감이 있으니 걱정하는 건 쓸데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그런 말을 할 정도로 배려심이 없는 건 아니다.

       

       그가 그러고 있는 이유를, 그들은 잘 이해하고 있었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하아···.”

       

       

       시우가 조마조마하며 바라보는 새하얀 문 안쪽에는, 아르테와 의사. 그리고 간호사들이 들어가 있었다.

       

       그 안쪽을 확인하는 것도, 소리를 듣는 것도 불가능했다.

       

       도대체 얼마나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는 건지.

       

       

       “진짜 답답하네. 도대체 뭐로 만들었길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거야? 짜증 나게.”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는 모양이다. 초인들도 보지 못하게끔.”

       

       “···왜?”

       

       “그야, 배려지.”

       

       

       배려?

       

       의문을 표하는, 자기보다 훨씬 어린 나이대의 아이들을 보며 하율은 쓰게 웃었다.

       

       나도 벌써 나이가 이렇게 됐구나.

       

       이런 걸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어느덧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익숙해진 하율은 그들에게 설명했다.

       

       

       “너희들은 출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뭐냐니, 그야 아이를 낳는 과정이지.”

       

       “사전적인 의미 말고, 느낌 말이다. 느낌. 출산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

       

       

       느낌이라.

       

       하율의 질문에, 라이라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모성애나 부성애 같은 거? 아빠가 아이를 끌어안고 운다던가.”

       

       “그렇지. 그게 일반적인 생각일 거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뭐?”

       

       “너희가 생각하는 것만큼, 출산이라는 과정은 그리 아름답지 않거든.”

       

       

       하율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경위도 우연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타인의 출산 장면을 바라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도 저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갓 태어난 아이는 쭈글쭈글하다. 아이를 낳는 과정 또한,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고 토할 정도다.”

       

       “···진짜?”

       

       “그래. 그러니까 배려인 거다.”

       

       

       아이가 나오며 피가 잔뜩 나오는 모습은 대중매체에서 보여주는 모습과는 괴리가 있다.

       

       갓 태어난 아이는 생각하는 것만큼 귀엽지 않다.

       

       당연히 신혼부부는 출산을 경험해본 적이 없기에, 그 모습에 충격을 받기 십상이지.

       

       자신의 배에서 나온 아이가, 자기 아내의 배에서 나온 아이가 저런 쭈글쭈글하고 못생긴 아이라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아 아이에 대한 애정이 급속도로 차가워진다던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처절하고 괴로워 보이는 모습에 충격을 받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던가.

       

       그런 경우가 간혹 생긴다.

       

       

       “경사스러운 날에 안 좋은 경험을 하게 둘 이유는 없으니까.”

       

       “헤···. 신기하네···.”

       

       “신기하지.”

       

       

       하율은 아닌 척 귀를 기울이는 금발의 여자아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정말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못생겼던 핏덩어리가 저렇게 참한 여자아이가 되었다니.

       

       ···성격은 제 아비를 닮아 예쁘지는 않은 모양이었지만.

       

       

       “소리가 안 들리는 것도, 그래서 그런 거야?”

       

       “그런 셈이지.”

       

       

       물론 시우가 제 아이를 보고 큰 충격을 받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듣기로는 아르테 님의 심장도 먹었다던데, 겨우 그 정도로 비위가 상할 리가 없지.

       

       다만 그 외에도 위생 등의 문제도 있으니 들어가지 못할 뿐이었다.

       

       

       “···그래도 쟤는 들여보내야 하는 거 아냐? 진짜 숨넘어가려고 하는데.”

       

       “···.”

       

       

       직감은 어디로 팔아먹은 건지.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기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

       

       문 위의 불이 들어온 직후, 굳게 닫혀있던 분만실의 문이 열렸다.

       

       

       “아, 아르테는?! 아르테는 괜찮은가요?!”

       

       “저기, 잠깐 진정 좀···.”

       

       “괜찮은 거 맞죠?! 무슨 문제라던가···.”

       

       “나 참···. 시끄러워서 혼났잖아요···.”

       

       “아르테!”

       

       

       ···거 참, 빨리도 들어가는구나.

       

       

       “사이가 좋아 보여서 다행이군.”

       

       “왜? 네 제자들 인생이 꼬이기라도 할까 봐 걱정했어?”

       

       “그야 당연하지. 제자가 사고 쳤는데 걱정되지 않을 선생이 어디 있나.”

       

       

       자기 학생이었던 아이가 출산한다는 소식에 황급히 달려온 클레어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커다란 고비를 넘긴 기분이겠지.

       

       

       “그건 너도 똑같지 않나?”

       

       “···그렇지.”

       

       

       클레어의 말에 하율은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복수심에 휩싸인 채로 시작했던 교사 생활이었지만···.

       

       보스와 시우가 저렇게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것도 그렇고, 아직도 그 쭈글쭈글한 핏덩이 무렵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제 아비를 닮은 아이가 시우의 등짝을 두들기며 무어라 소리치는 것도 그렇고.

       

       교사 생활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즐거웠던 모양이다.

       

       어느새 이렇게 뿌듯한 마음이 드는 걸 보아하니 말이지.

       

       

       “예쁘다···! 이게 우리 아이···!”

       

       “···이게 예쁘다고? 진짜? 너 머리 어떻게 된 거 아냐?”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군.

       

       그럴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역시 시우가 충격받을 거라는 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엉엉 우는 제 딸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연신 예쁘다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면 말이지.

       

       

       “···괜찮나, 아르테?”

       

       “아, 선생님. 저는 괜찮아요. 저보다 더 힘들었던 사람이 문밖에 있었으니까.”

       

       

       아르테 님이 제 딸을 빤히 바라보며 넋을 잃은 제 남자친구를 보며 웃었다.

       

       

       “아파서 이를 악물고 있는데, 문밖에서 시우가 더 긴장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거든요.”

       

       “···그래. 그렇군.”

       

       “내가 괜찮을 거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걱정도 많다니까요.”

       

       

       ···콩깍지가 씐 건 이쪽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저 얼빠진 모습을 보고, 힘이 쭉 빠졌을 텐데도 귀엽다며 쿡쿡 웃는 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르테.”

       

       “네?”

       

       “지금이라도 아카데미에 돌아올 생각은 없나? 네 능력이라면 충분히 월반은 가능할 거다. 네 남자친구와 같이 있을 수 있어. 소문은 내가 어떻게든 해보마.”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걸까.

       

       임신이라는 큰 사건을 겪은 직후라는 걸 까먹은 건지, 클레어는 아르테에게 아카데미 재입학을 권유하기 시작했다.

       

       하긴. 아르테 님의 능력은 사용할 곳이 많으니까.

       

       이대로 떠나보내기는 아쉽겠지.

       

       그러나 그 권유를 들은 아르테 님은 쓰게 웃으며 거절했다.

       

       

       “아, 죄송해요. 그건 힘들 것 같네요.”

       

       “어째서? 보육이라면 걱정하지 마라. 아카데미 내부에도 직원용 보육원은···.”

       

       

       클레어는 한동안 아르테에게 거절당했다는 충격에 입만 벙긋거리다가, 이내 다시금 권유하기 시작했다.

       

       보육에 관한 게 문제라고 생각한 걸까.

       

       그러나 아르테 님은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말씀은 고맙게 받겠지만, 정말 불가능해요.”

       

       “하아, 그래. 이렇게 거절하는 데 더 권유하는 것도 나쁜 짓이겠지. ···다만, 이유만은 이야기해줄 수 있겠니?”

       

       “별 거 아니에요.”

       

       

       혹여나 아이가 다칠까 봐.

       

       아니면 나쁜 균이라도 옮을까 봐.

       

       아이의 주변에 다가가지도 못한 채로, 쥐 죽은 듯 제 아이를 지켜보는 시우를 향해 애정어린 눈길을 보낸 아르테 님이 웃었다.

       

       

       “한 명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아서요.”

       

       “···.”

       

       “저렇게 좋아하는데, 분명 다른 아이를 또 임신할걸요.”

       

       

       그럴듯해···!

       

       아르테 님의 이야기를 들은 나와 클레어는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럴 듯함을 넘어 정말 그렇게 될 것만 같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렇게 서로 죽고 못 사는 커플이, 또 저지르지 않을 거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이미 출산까지 했으니 더 거리낄 것도 없겠지.

       

       

       “그러니까, 하율. 앞으로 잘 부탁할게요.”

       

       “···.”

       

       

       사실상의 은퇴 선언인가.

       

       명목상으로는 아직도 아라크네의 단장이지만, 그녀가 힘을 쓰는 경우는 이제 거의 없을 거라고 봐도 괜찮겠지.

       

       기분이 약간 가라앉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뭘 할 예정인가?”

       

       “계획이요?”

       

       “음. 임신이야 그렇다 쳐도, 매일 육아만 하며 시간을 때울 리가 없잖나. 무언가 할 계획이라도···?”

       

       “장기적인 계획은 딱히 없지만···. 몇 달 안으로 예정된 게 하나 있긴 해요.”

       

       “그래?”

       

       “네. 선생님도 함께할 테니까 꼭 와주셔야 해요.”

       

       “···나도?”

       

       “네. 도로시도, 클레어 선생님도, 최전방의 사람들도, 반 친구들도 모두 부를 거예요.”

       

       

       그렇게 많은 사람을 불러서 뭘 할 생각이지.

       

       아라크네 활동은 방금 최소한으로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설마 그 사람들을 다 죽일 리는 없을 테고.

       

       도저히 아르테 님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니, 그녀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결혼식을, 해야 해서요!”

       

       

       아.

       

       그러고 보니 결혼식도 아직이었던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앞으로 두 화로 외전도 마무리 하겠습니다.

    160화라. 딱 좋은 숫자네요.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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