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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8

       쿵.

         

       “예린아….”

         

       문밖으로 나가니 강형만, 상구 오빠, 이지우, 다른 직원 등등 형제기획 식구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떻게든 괜찮다는 의미로 미소를 지어 주려 했지만….

         

       “우욱….”

         

       “예린아…!!”

         

       견딜 수 없는 구토감과 어지러움에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정신을 잃기 전 내가 본 것은 나를 향해 달려오는 형제기획 식구들. 그리고….

         

       [천마신공 미공개 스킬 ‘천형(天刑)’이 자동으로 사용됩니다.]

         

       천형(天刑)이 자동으로 사용된다는 상태창의 알림이었다.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기겁하며 손을 뻗었다.

         

       ‘아, 아니야…! 나는 그것을 사용할 생각이…!’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듯 상태창을 빛을 낼 뿐이었고….

         

       스르륵-.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나는…, 그대로 수렁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

       

         

         

       자식을 가진 부모에게 가장 잔인하고 끔찍한 벌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여, 여보…, 우, 우리 예린이 왜, 왜 저러죠…? 펴, 평소랑은 다른데….”

         

       “…….”

         

       천마신공 미공개 스킬 중 가장 악독한 스킬인 천형(天刑)은 그들에게 제대로 적용되었다.

         

       그렇다고 별다른 큰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들이 잊고 있었던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해 줄 뿐이었다.

         

       ‘여, 여보…! 흐으…, 너, 너무 수고 많았어요…. 이, 이 애가 저희 아기래요…! 저희 아기….’

         

       ‘우리 딸…, 우리 사랑이…, 너무 예쁜 것 같아요…. 이런 사랑스러운 아기가 내 배에서 나왔다고….’

         

       예린이가 너무 작고 소중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던 그때를….

         

       자신들의 소중한 딸을…, 누구보다 귀하게 잘 키우자고 다짐했던 그때를 말이다.

         

       ‘예린아, 우리가 아직은 많이 부족한 사람들이지만…, 최선을 다할게. 우리 딸 예린아, 아빠랑 엄마가 많이 사랑해.’

       

       ‘여보, 우리 예린이…, 잘 키워봐요. 세상에서 제일 귀하게…,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하게….’

         

       ‘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딸한테…, 꼭 그렇게 해줄 거예요…!’

       

       아.

         

       두 사람은 옛 기억을 떠올리자마자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언제부터였나?

         

       언제부터 그들은 자신들의 딸을 이렇게 막대하기 시작했는가.

         

       시작은 예린이가 3살 때부터였다.

         

       ‘아…, 청소하기 너무 힘들어….’

         

       집안일에 익숙하지 않았던 그들은 겨우 방 청소하는 것도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한숨 소리를 엿들은 어린 예린이는…, 부모에게 더욱더 사랑받고 싶었던 3살짜리 예린이는….

         

       ‘엄마! 아빠! 뎨가 걸레질했어요!’

         

       두 사람에게 해맑은 미소와 함께 방금 방 청소를 마친 짤막한 손을 흔들었다.

         

       그때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아니 사실은…, 그때 예린이가 대신 청소를 해준 게 너무나도 몸이 편해서….

         

       ‘꺄! 우리 예린이 엄마 아빠 대신 청소해준 거야?’

         

       ‘헤헤.’

         

       ‘다음에도 부탁할게?’

         

       그 어린아이 손에 걸레를 쥐여 줬다.

         

       그래서는 안 됐는데…, 그 어린아이에게 집안일을 맡기는 게 아니었는데….

         

       ‘기자회견 안 보셨어요? 저는 이미 전 국민 앞에서 아빠 엄마 버렸어요. 당신들은 이제 제 부모 아니에요.’

         

       그동안 예린이가 두 사람에게 연을 끊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 적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두 사람은 그게 예린이의 허세임을 잘 알고 있었다.

         

       예린이는 두 사람을 사랑하니까. 예린이는 두 사람을 결코 저버릴 수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시는 서로 볼일 없을 거예요. 아빠 엄마가 감옥을 가든 뭐를 하든 저는 신경 쓰지 않을 거니까.’

         

       예린이의 말이 단순한 허세가 아님을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이에 두 사람은 고개를 저으며 현실을 부정했다.

         

       “아, 아, 아니죠? 지금 예린이…, 저희한테 서운해서 세게 말한 거죠…?”

         

       “다, 당연하죠…! 우리는 가족인데…. 예린이는 우리가 낳은 딸인데….”

         

       그리고는 뒤늦게 다시 예린이를 붙잡기 위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잡았다.

         

       하지만….

         

       “…….”

         

       그들이 문을 열었을 때 마주한 건 예린이가 아니라 강형만이었다.

         

       강형만은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 예린이에게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예린 아빠가 멍한 얼굴로 강형만에게 말했다.

         

       “…강 사장님. 비켜 주세요. 예, 예린이한테 가게….”

         

       “…….”

         

       “예린이가 뭔가 오해가 있는 게 부, 분명해요. 저, 저희가 예린이한테 할 말이 있어서요…. 그, 그러니까 좀 비켜 주세요….”

         

       예린 아빠는 원래 강형만을 무서워한다.

         

       하지만 강형만이 예린이에게 가는 길을 막자 이성이 날아간 예린 아빠는 초인적인 용기를 발휘했다.

         

       “비키라고-!! 시발!! 너지! 네가 순진한 우리 딸 꼬셨지?! 비켜! 예린이한테 가게!!”

         

       “…….”

         

       강형만은 그런 예린 아빠를 노려보며 그의 앞에 웬 서류 하나를 던질 뿐이었다.

         

       “지금까지 예린이한테 그렇게 상처를 줬으면서…. 왜? 이제라도 후회가 드나? 하지만 늦었어.”

         

       “……뭐?”

         

       “너희들이 예린이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면 여기다가 사인해.”

         

       “이, 이게 뭔데….”

         

       예린 아빠가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강형만이 던진 서류 뭉치를 주워 들었다.

         

       “예린이와 너희 사이 부모 자식 간의 연을 끊는 데 필요한 서류들이다.”

         

       “……어?”

         

       그 서류 안에는….

         

       [하예린.]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예린이의 싸인이 적혀 있었다.

         

       “허억…, 자, 잠깐만….”

         

       “마, 말도 안 돼요…. 자, 잠시만요….”

         

       두 사람은 서류 안 예린이의 싸인을 보자마자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는 그제서야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쿵.

         

       “자, 잠시만요…! 이, 이럴 수는 없어요…! 예, 예린이는 흐윽… 예린이는 저희 딸이에요…!”

         

       “무, 뭔가 착오가 있는 게 분명해요…! 예, 예린이를…! 우, 우리 딸 좀 만나게 해주세요…!”

         

       강형만 앞에 무릎을 꿇고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빌기 시작했다.

         

       “제, 제발요…! 예, 예린이에게 저희가 설명할게요…! 예, 예린이를…!”

         

       “다, 다시는 예린이 인생에 피해 안 끼칠게요…! 야, 약속 아니 맹세해요…! 저, 저희 빚도 저희가 갚을 게요…!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테니 예린이 좀…!”

         

       그때 예린 부모 두 사람의 머릿속에 지난 19년 동안 그들이 자신의 딸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떠오르기 시작했다.

         

       ‘예린아! 아빠 김치찌개 먹고 싶어! 좀 부탁할게!’

         

       ‘예린아, 엄마 꼭 갖고 싶은 가방이 있는데 이번에 알바비 들어온 것 좀 줄래?’

         

       ‘우리 예린이는 꼭 재벌집에 시집가야 해! 그래야 아빠 엄마를 부양하지.’

         

       ‘예린아, SNS 좀 할 생각 없어? 우리 예린이가 SNS에 사진 몇 개만 올리면 돈 쉽게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키우겠노라 다짐했던 딸을 하녀보다도 못하게 다뤘던 지난날들.

         

       “아…, 아아…! 우, 우리가 무슨 짓을….”

         

       “으으….”

         

       그 기억들은 아무리 잊으려 노력해도 머릿속에서 속속들이 떠올랐다.

         

       ‘엄마가 알아 보니까 나아아 이거 우승하면 상금이 1억이래.’

         

       ‘예린아, 이게 다 아빠 엄마가 너를 예쁘게 낳아줘서 그런 거 알지?’

         

       ‘예린아, 엄마랑 아빠한테 효도할 거지?’

         

       ‘이번에 죽었다 생각하고 열심히 하는 거야, 응? 아빠 엄마는 예린이를 믿어.’

         

       도대체 자신들은 19살 밖에 안 된 어린 딸에게 무슨 말을 했던 것인가.

         

       “아아…! 제발…!!”

         

       “저, 저희가 잘못했어요…! 제발-!! 예린이를 한 번만…!”

         

       마치 심장을 쥐뜯는 듯한 격통이 그들을 덮쳤다.

         

       그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에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예린이를 한 번만….

         

       돈도, 집도, 빚도 그 무엇도 필요 없으니 제발 예린이를 한 번만 더…!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예린이가 당신들을 만나고 싶지 않아 해.”

         

       “아아….”

         

       “흐아아아….”

         

       강형만은 그들에게 살벌한 눈빛을 보내는 동시에 땅에 떨어진 서류들을 가리켰다.

         

       “가당치도 않지만…, 당신들이 정말 예린이를 위한다면….”

         

       “…….”

         

       “이 서류들에 사인해. 그리고 다시는 예린이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 거야.”

         

       “…….”

         

       강형만의 말에 두 사람은 떨리는 손으로 펜을 들었다.

         

       예린이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나한테 왜 그랬어요…, 왜….’

         

       ‘아빠 엄마한테 사랑받으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흐으….’

         

       ‘대체 저한테 왜 그러신 거예요…. 흐으윽….’

         

       그 말은 두 사람에게 평생의 저주가 되어 귀에 맴돌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들이 예린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기에….

         

       스윽-, 슥.

         

       그들은 강형만이 가리킨 서류들에 사인을 했다.

         

       “하아…, 흐윽…, 아아….”

         

       “아아…, 예린아…, 예린아아….”

         

       그렇게 예린이는 고아가 되었다.

         

       뒤늦게 후회가 들긴 했지만…, 딸은 이미 크게 상처받은 채 그들을 떠난 후였다.

         

       천형(天刑).

         

       자식을 가진 부모가 받을 수 있는 가장 잔인하고 끔찍한 벌.

         

       그것은 바로 자식을 잃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받은 벌은 자업자득이었다.

         

       예린이를 고아로 만든 건…, 아니 고아로 내몬 건….

         

       예린이를 버린 것은…, 바로 그들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순간 그들의 남은 인생은….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다시는…, 다시는 만나지 마요.’

         

       지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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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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