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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8

       

       

       

       

       

       달그락, 달그락.

       

       마차는 대륙 동부로 향하는 길을 부드럽게 질주했다. 

       

       “이럇!”

       

       마부는 다시 실비아 씨가 맡아 주었다. 

       

       ‘우리끼리 가는 게 마음이 편하긴 하지.’

       

       다른 사람 신경 쓸 것 없이 우리의 템포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 

       

       마부를 고용하면 아무래도 그의 끼니부터 시작해서 체력도 알게 모르게 관리하거나 눈치를 봐서 판단을 해야 할 경우가 있어 브레이크가 걸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마차 안에서 아예 아르의 배를 베개 삼아 베고 누운 채 생각했다. 

       

       “뀨우.”

       

       이렇게 아르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채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말씀!

       

       나와 아르는 지금 마차 바닥에 아예 매트리스를 깔아 놓고 누운 채로 쭉 퍼져 있었다.

       

       덜컹.

       “뀽.”

       

       물론 밖에서 실비아 씨가 고생하는데 아르와 마차 안에서 이렇게 너무 퍼져 있는 데에 대한 죄책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괜찮다니까요. 저는 말 모는 거 좋아해서 괜찮으니까 안에 계세요.

       -그게 무슨 치킨 퍽퍽살 좋아해서 괜찮다는 소리예요.

       -치킨 퍽퍽살 좋아하는 것도 이것도 둘 다 진짠데요…?

       -…….

       

       다만 실비아 씨가 진심으로 이렇게 말하면서 말을 몰겠다고 나섰기에 일단 감사히 생각하며 이 시간을 최대한 잘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가 이럴 때 제대로 편하게 가는 게 말을 몰아 주는 실비아 씨의 배려를 헛되게 하지 않는 거기도 하지.’

       

       괜히 우리가 마음 불편해 하는 건 실비아 씨도 원치 않는 일일 거다. 

       

       ‘그래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실비아 씨한테 말 모는 법을 좀 배워 봐야지.’

       

       솔직히 좀 궁금하기도 하다. 

       마부석에서 ‘이럇!’ 하면서 말을 모는 것도 한 번쯤 해 보고 싶기도 하고.

       

       “레온 씨, 레온 씨가 만들어 주신 이거 진짜 편한데요?”

       

       나는 마침 앞쪽 마부석에서 들린 실비아의 목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보통 마차는 마부석이 아예 마차의 바깥쪽에 있지만, 이 마차는 조금 다르다. 

       

       얼마 되지 않는 나의 목공 지식으로 개조를 해서 마부석과 내부의 경계를 한 번 허물고 마부석을 조금 실내 쪽으로 끌어 온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딱딱하던 직각 의자의 마부석에 아주 푹신한 쿠션을 깔고, 살짝 뒤로 몸을 젖혀 기댈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편하다니 다행이네요.”

       

       실비아는 9성의 검사로, 나와 체력 스탯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즉, 체력적인 문제보다는 얼마나 말을 모는 동안 편안하게 가느냐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그런 실비아를 위한 마차 개조 작업이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에 나는 안심하고 엄지를 치켜 올려 보였다. 

       실비아도 웃으며 마주 엄지를 올려 보였다. 

       

       “쀼우! 마차 바닥두 엄청 펴내!”

       

       어느새 고개를 든 아르도 두툼한 용 손으로 어떻게 따봉을 만들어 올렸다. 

       

       “역시 쿠션 공사를 한번 쫘악 하길 잘했네요.”

       

       좌석이고 바닥이고 마부석이고 쿠션 공사를 할 생각을 한 건, 지난번에 캠핑할 때 썼던 아주 성능 좋은 매트리스가 문득 떠올라서였다. 

       

       이 정도로 좋은 매트리스라면 마차가 웬만큼 덜컹거리더라도 충격을 좀 잡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 결과는 보다시피 대성공. 

       

       맘 먹고 대공사를 한 보람이 있었다. 

       

       ‘…근데 실비아 씨, 진짜 편해 보이긴 하네.’

       

       거의 소파에 반쯤 누워서 TV를 보는 자세로 리모컨 대신 채찍을 들고 전방을 바라보고 있는 실비아는 이제 한쪽 다리를 반쯤 접어 올리기 시작했다. 

       

       나와 아르도 다시 푹신한 바닥에 드러누우려는 순간.

       

       히히히힝!

       

       실비아가 천천히 말을 세웠다.

       

       “레온 씨, 앞쪽에 마물들이 있는데요. 어떡할까요? 제가 갔다 올까요?”

       “쀼? 마물 이써?”

       

       마물이라는 말에 웬일로 먼저 반응한 건 아르였다. 

       

       “응. 블랙 울프 무리인데…. 저들끼리 영역 싸움 같은 걸 하고 있는 모양이야.”

       

       아우우울—

       

       실비아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늑대들의 포효 소리가 저 앞쪽에서 들려 왔다. 

       

       우리의 냄새를 맡았는지, 놈들은 저들끼리의 싸움을 멈추고 임시 동맹이라도 맺은 듯 이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블랙 울프라. 늑대형 마물 중에서는 꽤나 상위종 마물이지.’

       

       예전에 아르와 레어에서 막 빠져나와 동굴에서 잘 때 만났던 늑대형 마물, 커먼 울프와 덩치는 크게 차이가 없지만 가지고 있는 마력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 수준.

       

       덩치가 작아서 방심하고 덤볐다가 죽어 나가는 용병이나 모험가들이 많아, ‘늑대 사신’이라고도 불리는 매우 위험한 마물이었다. 

       

       ‘물론 지금의 우리한테는 별로 위협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객관적으로 꽤나 강한 마물인 만큼 경험치는 쏠쏠하게 얻어갈 수 있을 터.

       

       “아르가 잡아 볼래!”

       “오, 좋아. 아르. 역시 용감해.”

       

       옛날에는 이럴 때 내 어깨에 올라타서 목을 꼭 껴안고 있다가 삐유우! 하면서 마법으로 화력 지원을 해 줬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나보다 덩치가 커 가지고 용맹하게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쿵, 쿵.

       

       아르는 주먹을 꽉 쥔 채, 마차에서 내려 전방의 블랙 울프들을 향해 비장하게 한 걸음씩 발을 내디뎠다. 

       

       “크르르릉….”

       “크릉….”

       

       검은 늑대들은 앞으로 나선 아르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거침 없는 살기를 드러냈다.

       

       ‘역시 늑대 사신…. 눈빛 한번 장난 아닌데.’

       

       예전의 아르가 혼자 이렇게 나서서 마물들의 살기를 받았다면 무섭다며 나에게 쪼르르 달려와 덜덜 떨었겠지만.

       

       “쀼우…!”

       

       지금의 아르는 애써 그 모든 걸 이겨 내고 나아가고 있었다.

       

       ‘우리 아르 기특한 거 봐.’

       

       그러고 보니 내 보조나 지시 없이 아르가 자진해 혼자 마물 앞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 아닌가?

       

       실력이나 레벨 차이를 떠나서 아르 개인, 아니 개룡으로서는 엄청난 도전일 터.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아르를 응원했다. 

       

       “그렇지, 아르야. 그 상태에서 조금만 더 인상을 팍 쓰고! 너도 포효 한 번 해 줘!”

       

       아르는 내 쪽을 흘긋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있는 힘껏 미간을 찌푸리면서 전방의 블랙 울프들을 향해 포효했다. 

       

       “쿠와아아앙!!”

       

       쿠와아앙—

       쿠왕—

       

       일순 메아리가 울려 퍼질 정도의 우렁찬 포효!

       

       “……!”

       “…키깅!”

       

       …오. 먹혔어?

       

       생각보다 효과는 굉장했다.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목덜미를 물어뜯을 것처럼 팽팽하게 근육을 당기고 있던 블랙 울프들 중 몇몇이 꼬리를 내리고 도망가기 시작했고.

       

       앞선 무리가 꼬리를 내리자 뒤에 있던 블랙 울프들도 당황하는 듯하더니, 방향을 돌려 숲 쪽으로 하나둘씩 도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스 스퀘어(Ice Square)! 플레임 로드(Flame Road)! 윈드 블래스터(Wind Blaster)!”

       

       아르는 때를 놓치지 않고 블랙 울프들의 움직임을 봉쇄한 뒤 연계 마법을 퍼부었다. 

       

       “끼기깅!”

       “케륵!”

       “케에엥!”

       

       아르의 마법에 블랙 울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부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삐유. 휴우.”

       

       살짝 긴장한 상태로 마법을 연속으로 써서 그런지 아르는 심호흡을 하며 빨라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고는 곧 나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레온…!”

       “아르야!”

       “레오오오온!!! 삐유우우!!”

       

       아르는 해냈다는 생각에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두 팔을 번쩍 들고 나에게 달려왔다. 

       

       와락.

       

       “아르가 해내써! 혼쟈 나가서 늑대들 다 잡아써!”

       

       아르는 감격스러웠는지 나를 안은 채 연신 볼을 부볐다. 

       그러고는 곧 나를 놓아주자마자 종알종알 떠들기 시작했다.

       

       “레온, 바찌 바찌? 아르가 쿠와앙, 하고 포효하니깐 늑대들이 막 다 쫄아써!”

       “그럼,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지.”

       “온니두 바찌?”

       “당연히 봤지, 아르야. 너어무 멋있었는걸?”

       

       실비아도 웃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진짜루? 헤헤헤….”

       

       나와 실비아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 주자, 아르는 붉어진 볼을 두툼한 젤리로 감싼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귀여워라….’

       

       나는 오늘 또 한 단계 성장한 아르의 엉덩이를 토닥여 주었다. 

       

       잠시 후, 대강 현장을 정리한 우리는 멈춘 김에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 

       

       “점심은 간단하게 시원한 메밀국수 어때요?”

       “전 좋아요!”

       “아르두 국수 조아!”

       “오케이, 그럼 메뉴는 정해졌고. 준비야 간단하니까 실비아 씨는 아르랑 같이 쉬고 계세요.”

       “고마워요, 레온 씨.”

       

       내가 국수를 준비하는 동안 실비아는 근처의 푹신한 풀밭에서 아르에게 풀 종류를 구별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요고랑 요고랑은 모가 다른 고야?”

       “그건 여기 끝부분을 자세히 보면….”

       “아항! 이제 알 거 가타!”

       

       아르는 신이 나서 새로운 풀을 찾아다니다가, 마차 근처에서 쉬고 있는 말들 앞에 도착했다. 

       

       “앗, 그러구 보니 말들두 밥 머거야 대는데.”

       

       아르는 얼른 아공간에서 건초 더미를 꺼냈다. 

       

       “쟈, 이거 머거.”

       “히힝….”

       

       하지만 말들은 아르가 다가가자 슬금슬금 몸을 뒤로 피했다. 

       

       “쀼우…? 왜 구래?”

       

       의외의 반응에 아르는 살짝 상처 입은 눈으로 말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실비아가 아르에게 다가와 가만히 아르의 손을 잡아 주었다. 

       

       “아무래도 아까 아르가 포효할 때 말들도 조금 무서웠나 봐. 잠시만 기다려 볼래?”

       

       실비아는 아르의 젤리를 문질러 달래 주고는 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갈기를 쓰다듬으며 말들을 안심시켰다. 

       

       “괜찮아, 괜찮아. 해치지 않는단다. 친해지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히히힝….”

       “이제 다시 건초를 줘 볼래?”

       “우응…!”

       

       말들이 조금 진정한 이후 아르가 조심스레 다가가 건초를 내밀자, 말들은 이제 순순히 건초를 받아 먹기 시작했다. 

       

       “히힝.”

       

       말들은 곧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듯 아르의 젤리를 핥았고.

       

       “쀼흐흣, 간지러어!”

       

       아르는 그제야 웃음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내가 곧 외쳤다. 

       

       “실비아 씨, 아르야! 와서 국수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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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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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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