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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8

        시청자들이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 뭐임?

        – ㅎㄷㄷ

        – 와씨.

        – 여기서 갑자기 배신 드리프트라고?!

        – 허미

        – ㅎㄷㄷ

        – 갑자기 뒤통수가 아리네.

        – 어우.

        – 라나님은 몰랐나요?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나는 느긋하게 탄산수를 마셨다.

        그리고 대답했다.

       

        “나 역시 그가 배신할 줄은 몰랐단다.”

       

        – ?

        – ??

        – 왜요?

        – 왜 모르심?

        – 모르실 수가 있나?

        – 헐?

       

        “아이들아. 너희들은 날 뭐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 용신?

        – 신이랑 맞짱 뜰 수 있는 드래곤?

        – 변신 드래곤?

        – 메카 드래곤?

        – 썰풀이 끝내주게 잘하시는 분?

       

        “…….”

       

        뭐지?

        내가 인간들에게 지나치게 두려운 존재가 되지 않도록 조심한 것도 있지만, 내 취급이 내 예상보다 더 하찮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잠시 방송계에서의 내 위치를 고민해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것은 생각해봤자 머리만 아프고, 결론은 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냥 방송이나 진행하는 게 낫겠지.

       

        “내가 근본적으로 신이라 불리는 이들과 비슷한 존재이긴 한데…… 그렇다고 내가 막 신 노릇을 하는 것은 아니란다.”

       

        초월자들 사이에서도, ‘일반 초월자’와 ‘신’은 엄연히 구분된다.

        그리고 나는 엄연히 ‘일반 초월자’에 들어간다.

       

        “너희식으로 말하자면…… 한 회사의 사장과 프리랜서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 아하.

        – ㅋㅋㅋㅋㅋㅋ

        – 순식간에 신이 회사 사장이 되어 버렸엌ㅋㅋㅋ

        – 비유가 찰떡인데, 너무 웃김ㅋㅋㅋㅋ

        – ㅋㅋㅋㅋ

       

        완벽하게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충 이해한 모양이다.

        이걸 이해시켰다면, 다음은 쉽지.

       

        “그리고 내가 다른 이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감정’만 읽을 뿐이란다. 생각을 읽는 것은 아니지.”

       

        게다가 그때의 나는 본체도 아닌, 아바타의 몸이었다.

        천룡안 역시 아바타의 사양에 맞추어서 열화된 상태였고, 가르진을 유심하게 살필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다.

        왜냐하면 몰랐으니까.

       

        “지금 내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드래곤이란다. 그들과 종족, 문화, 인식, 생각과 같은 것들이 모두 다르지.”

       

        그렇기에 나는 인간이나 오크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천룡안을 이용해 감정을 읽는다고 하더라도, ‘감정’만으로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설사 ‘감정’을 알아내서 어떤 생각하는지 추측해 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종족에 대해 잘 알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해하기 쉽게 말을 해주자면…… 너희들은 길가에서 만난 고양이의 생각을 알 수 있겠느냐?”

       

        – 아. 대충 알겠네요.

        – 완벽히 이해했음 (이해 못했음)

        – ㅋㅋㅋㅋㅋ

        – 대충 무슨 소리인지 알겠어요.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

        – 아! 냥아치 생각은 모르지.

        – 울집 고양이랑 5년이나 같이 살았는데, 아직도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음.

       

        대충 이해한 모양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게 된다면 오늘 하루 주어진 방송 시간을 다 써도 모자랐을 텐데…… 다행이다.

       

        나는 탄산수를 마셨다.

        그리고 작게 목을 풀고, 이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            *

       

       

        크쉬타르가 소리쳤다.

       

        “가르진!!”

       

        타앗!

       

        그가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했다.

        그리고 가르진의 멱살을 잡아채려던 순간!

       

        퍽!

       

        “크억!”

       

        가르진의 발차기에 맞아 뒤로 날아갔다.

       

        “이런.”

       

        휘리릭!

       

        턱!

       

        “큭!”

       

        서둘러 황금을 이용해 크쉬타르를 받아주었다.

        숨을 몰아쉬면서 가르진을 노려보는 크쉬타르.

       

        “가르진. 네가 왜…… 왜……?”

       

        크쉬타르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충격이 큰 모양이다.

       

        크쉬타르가 그러는 사이에, 주변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

       

        큭!

       

        아아악!

       

        힘이 빠진다!

       

        한참 싸우던 두 패밀리의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나는 내 힘을 이용해 나와 크쉬타르의 주변에 방어막을 쳤다.

        이것은…….

       

        “호오. 원시적이지만, 주술도 존재하는가?”

       

        “……주술?”

       

        크쉬타르가 나에게 물었다.

        정신이 조금 돌아온 그에게, 나는 우리의 주변을 감싼 검은 불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검은 불길로 둘러싸인 이 안쪽에 존재하는 이들로부터 힘을 갈취하는 종류의 주술이다. 그리고 갈취하는 힘은…….”

       

        “생명인가?”

       

        “……그래.”

       

        실제로. 내가 지켜 주고 있는 크쉬타르를 제외한 다른 오크들은 실시간으로 생명력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인해, 점점 살이 빠지고, 안색이 창백해지고 있었다.

       

        “생명력을 빼앗아서…… 뭘 하려는 건가?”

       

        “글쎄. 그건 나도 알 수 없지.”

       

        하지만 하나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가르진이 우리를 이용해 이런 상황을 유도했다는 것.

       

        “가르진은 수많은 이들이 모이는 상황을 유도했다. 그것도 일정 범위 안에서, 강대한 생명력과 마나를 가진 이들을 말이지.”

       

        아마 그것은 주술의 한계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생명력이 필요했다면, 그냥 이 부르투름 전체를 감싸는 주술을 펼치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것은, 지금 펼친 주술의 범위가 최대로 펼칠 수 있는 한계인 것이겠지.

       

        그렇기에 가르진은 이 한정된 공간 안쪽에, 강대한 생명력을 가진 이들을 넣을 필요가 있었다.

        이를테면 ‘글리톤’과 같은 이들을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싸움인가…….”

       

        “그래.”

       

        나는 이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모르기에 완벽하게 추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크쉬타르의 반응을 보건대, 내 추측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리고 크쉬타르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가르진이 왜 이런 주술을 펼쳤는지도 알 수 있었다.

       

        콰드득!

       

        “크으으윽!!”

       

        그의 잘려 나간 오른팔에서, 새로운 팔이 자라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이들로부터 갈취한 생명력을 사용해, 잘려 나간 자기 팔을 새롭게 만들어 내려는 목적으로 보였다.

       

        “드디어…… 드디어!!”

       

        “가르진! 왜 이런 짓을 하는 거냐?!

       

        “……왜 이런 짓을 하냐고?”

       

        크쉬타르의 말에, 가르진의 얼굴에 처음으로 분노의 감정이 어렸다.

        그는 고통과 분노가 점철된 얼굴로 크쉬타르를 바라보았다.

       

        “크쉬타르! 나의 친우! 나의 전우여! 그대는 전사가 더 이상 싸울 수 없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 텐데?!”

       

        “가르진…….”

       

        “난 그저 다시 싸우고 싶었을 뿐이다. 전사로서 싸우고 싶었단 말이다!”

       

        꾸드득!

       

        오른팔이 다시 자라나는 고통을 참아내며, 가르진은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의 두 눈에서 핏방울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내 오른팔을 다시 찾을 것이다! 나의 붉은 오른팔을 되찾아서! 전사로서 싸울 것이다!”

       

        “가르진!”

       

        “너도 날 막을 수 없다! 크쉬타르!!”

       

        가르진의 각오는 단단해 보였다.

        하긴. 그는 목적을 위해 친구를 배신했고, 이용했다.

        그리고 수많은 동족들의 목숨을 희생할 각오까지 했다.

       

        비록 무리 생활하는 생물로서는 낙제점이지만, 그런 그의 각오만큼은 돌릴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겠지.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을 것이다.

        하지만…….

       

        “쓸데없는 짓을 하는구나.”

       

        “쓸데없다고?”

       

        “그래. 저렇게 조악한 기술로, 제대로 정제하지도 않은 타인의 생명력을 이용해 팔을 재생해봤자 제대로 된 것이 나올 리가 없지.”

       

        십중팔구는 거부 반응이 일어나 팔이 천천히 괴사하기 시작하거나, 혹은 이상 반응을 일으켜 기형으로 변해가기 시작할 것이다.

        천운으로 팔을 온전하게 되찾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구나.”

       

        “크아아아악!!”

       

        콰드드득!

       

        재생하기 시작하던 가르진의 팔이 기괴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조악한 기술로, 위험한 짓을 한 대가였다.

        그의 오른팔이 스스로 생명을 얻어, 제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가르진의 몸을 집어삼키기 시작한 것이었다.

       

        “가르진!”

       

        크쉬타르가 놀라 소리치지만, 그가 소리쳤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순식간에 자라나 가르진의 몸을 뒤덮은 살점은, 이내 그의 몸 전체를 기괴하게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치챘을 때는…….

       

        그르르륽!!

       

        “…….”

       

        “…….”

       

        가르진은 이미 일반적인 생물조차 아니게 되어 버렸다.

       

        꿈틀거리는 살점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괴물.

        오른팔이 기괴하게 커다란 거인이 외눈을 번뜩이고, 그런 거인의 가슴에는 가르진의 얼굴이 박혀 있었다.

        가르진은 이미 기절한 것인지, 창백한 안색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가르진…….”

       

        “보거라 크쉬타르. 저것이 바로 무지한 자의 말로이니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단순히 천운이 닿았을 때의 경우만 생각하며 일을 벌인 자의 최후.

        수없이 보아왔고, 이번에도 보게 된 최후를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욕심과 질투의 감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가끔 저렇게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다.

        자폭하려거든 부디 혼자서 하면 좋으련만…….

       

        “란가!”

       

        “음?”

       

        “가르진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있나?”

       

        “흠…….”

       

        나는 크쉬타르의 굳은 얼굴을 바라보며 침음을 흘렸다.

        그의 얼굴을 보니, 그는 이미 각오를 굳힌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말려보았자 듣지 않을 테지.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그렇다면 내가 뭘 해야 하지?”

       

        “쉽지는 않을 거다. 나는 적극적으로 가르진을 구하지 않을 테고, 네 목숨을 걸어야 할 수도 있다.”

       

        “애초에 네 도움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흔들리지 않는 그의 각오를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슈르르륵!

       

        나의 의지에 따라, 발밑에 흩어져 있던 황금이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명력이 떨어진 이들을 감싸, 더 이상 생명력이 갈취당하는 것을 막아 냈다.

        그 이외의 황금은 바닥에 간단한 마법진을 그려, 주술의 형태를 내 입맛대로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크와아아아앙!!

       

        쿵! 쿵!

       

        내가 하는 것을 눈치챈 것일까?

        가르진이었던 살덩어리 괴물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큭!”

       

        비틀!

       

        그런 나를 지키고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크쉬타르.

        하지만 이미 한바탕 싸우느라 체력을 소모한 크쉬타르는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휴우. 어쩔 수 없나?”

       

        슈르륵!

       

        그렇기에 나는 용금을 조금 뽑아내, 크쉬타르의 몸에 그려진 문신에 흘려 넣었다.

       

        “으음?!”

       

        우우우웅!!

       

        나의 의지에 따라, 크쉬타르의 문신으로 흘러 들어간 나의 용금이, 그의 마나 회로를 뒤바꾸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부분은 지우고, 비효율적인 부분은 효율적으로 개선했다.

        그리고 그에게 필요한 부분을 크게 개선했다.

       

        “이건…….”

       

        어느새 온몸에서 황금빛을 뿜어내는 크쉬타르.

        다쳤던 상처는 전부 나았고, 바닥났던 체력은 넘쳐흐르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크쉬타르에게,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런 나를 멍하니 바라보던 크쉬타르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고맙다. 란가.”

       

        파아앙!

       

        이윽고, 크쉬타르는 한 줄기 빛이 되어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대충 ‘던만추 미노타우스 2차전’ 느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찡긋!

    아마 이 소설을 보시는 고등학생분들은, 지금쯤 수능이 끝났겠죠?

    수능 잘 보셨길 기원하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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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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