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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8

        

       “음…”

         

       나는 혁기린의 입장에서 사천성 사태를 되돌아보았다. 사천성 사태는…그래 총공격이나 마찬가지였지. 나도 화가 나서 그냥 명성치 관리고 나발이고 걍 싹다 들이받았으니까.

         

       온 사천의 사람들이 손발을 걷어붙이고 나선 판이었다.

         

       사천성 사람들은 온 힘을 다해서 축제준비에 매진했고 사천성의 무인들은 죄다 산적을 잡기 위해 뛰쳐나갔다.

         

       그리고 사천성 사람들은 축제를 벌이며 기뻐했고 사천성의 무인들 역시 어깨를 펴고 자신의 공적을 자랑했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이 있었으며 기량을 뽐냈고 기뻐했고 즐겼다.

         

       그 안에서 혁기린의 역할은…그래 솔직히 미미했다. 그 활약에 비해서 혁기린은 많은 것들을 감내했다. 황금가에서 수모를 참으며 견디고 상인들에게 부탁하러 다니고..

         

       참기는 많이 참았는데 정작 시원하게 활약할 기회가 없었지.

         

       그런 것들이 알게 모르게 혁기린을 좀먹고 있었던 모양이다.

         

       “점창파의 산문을 넘어서 처음으로 마주친 큰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무력했지요. 앞으로 이러한 사건들을 만났을 때 저는 과연 잘 해나갈 수 있을까요.”

         

       혁기린은 무거운 안색으로 중얼거렸다.

         

       “오라버니는 집안으로 돌아오라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단언하시더군요. 이것이 네가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고. 저는 반박하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여일예 사제를 돕겠노라고 산문을 뛰쳐나가 한 것 없는 내가 과연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까.”

         

       “혁기린 대협께서는 잘 하고 계십니다.”

         

       그래 혁기린은 잘 하고 있었다. 무림에서 혁기린만큼 잘 해나가고 있는 자가 몇이나 될까. 이건 진심이었지만 혁기린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리 평가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 역시 열심히 했다 자부합니다. 그러나…오라버니에게 보여줄 것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일 뿐이지요. 이 혁기린이가 이리 잘 하고 있다고. 나는 아직 어느 길을 택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잘 하고 있으니 응원해달라 말하고 싶지만…”

         

       그런가.

         

       혁기린에게는 결과가 없었다. 무공의 결실이라고 해도 좋겠지. 사천성의 무인들이 그야말로 인해전술로 오백의 산적을 파묻어 버렸음에도 그리 가슴을 펴고 기뻐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명분이 있는 자리에서, 무공이 쓰여야 할 곳에서, 처음으로 그들의 무공을 증명했기 때문이었다.

         

       증거.

         

       혁기린은 자신의 오라버니인 유경에게 자신이 쌓아온 삶의 결실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증거가 없었다.

         

       사실 무림인은 그런 증명이 필요가 없는 족속이었다. 무림인에게는 경지라는 증표가 있으니까. 경지야말로 노력의 증표였다.

       

        그러나 혁기린이 고민하는 부분은 좀 다른 부분이었다.

         

       ‘유야’가 아닌 ‘혁기린’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일까.

       

       점창파의 초절정 고수로서가 아니라 무림인 혁기린의 삶의 증명을 오라버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그렇군요…”

         

       나와 혁기린은 생각에 잠겼고 그렇게 그날의 다과 시간은 끝이 나고 말았다.

         

       *** ***

         

       황궁에 들어온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 밝았다.

         

       “후우.”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고 있자니 사천낭인 시절이 생각나네. 정확히는 이류의 끝자락이라는 벽에 막혀서 매일 현상유지만 하던 나날들.

         

       정신력이 허용하는 선에서 매일매일 운기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에 나선식에는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

         

       사천낭인으로서의 삶은 칠 년이 넘었고 이류의 경지를 돌파하여 삶에 변혁이 일어난지는 몇 개월 되지도 않았다. 낭인으로서의 삶은 나의 여러 부분은 변화시켰다.

         

       체조를 하는 습관 역시 그렇다.

         

       능력치를 유지하기 위한 체조는 사실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 매일매일 능력치 상승을 위한 단련은 따로 하고 있으니까. 아주 냉정하게 말하면 불필요한 습관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 정신적인 습관 역시 남겼다.

         

       명성치를 관리하는 습관…이라고 해야 할까. 압박을 받았다는 표현이 걸맞을지도 모르겠다. 무림천하 10년차 고인물인 나조차도 이류가 감당할 수 있는 명성치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감을 잡을 수 없었으니까.

         

       익명성을 지키는 습관이라 할 수 있겠지.

         

       명성은 명성을 부른다. 복리 이자에 비유할 수 있을까.

         

       여일예와 엮였기에 혁기린이 날 알고 찾아왔다.

         

       혁기린과 엮였기에 사마염이 나를 주목했다.

         

       사마염과 사천성을 뒤집어 엎었기에 황제 유경의 귀에 소식이 닿았고, 혁기린과 함께 황궁에 들어왔다.

         

       내가 황궁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도 엄밀히 말하면 명성치가 구른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쓴웃음이 나왔다.

         

       혁기린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했으면서 나 역시 망설이고 겁먹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나. 명성치가 구른다고? 그럼 그거보다 더 빨리 강해지면 그만이지.

         

       호천안 이 자식은 오래 쉬었으면 빨리빨리 뛰면서 경지 올릴 생각을 해야지 빠져가지고 쉴 생각부터 먼저 하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창문을 열었다.

         

       혁기린에게 들킬 것을 염려해서인지 묘하게 구석에 박혀 있는 으슥한 정자 쪽을 바라보았다. 주로 유경을 만날 때 저쪽에서 차를 마셨지.

         

       반대편을 바라보니 혁기린의 처소가 있는 건물이 보였다. 혁기린과는 주로 혁기린의 방에서 만나 환담을 나누었지.

         

       “하필 황궁이네 황궁이야.”

         

       이게 다 황궁 때문이다.

         

       유야 공주가 아닌 무림인 혁기린. 그 삶의 궤적을 증명해 줄 자들은…밖에 나가면 넘치도록 있을 것이다.

         

       혁기린은 그런 힘이 있었다.

         

       점창파의 초절정 고수이기에 가지는 힘이 아니었다.

         

       여일예의 마음조차 누그러뜨리고 사람을 대하는 법을 모르는 외톨이 흑묘조차도 호감을 품게 만드는…혁기린만의 매력.

         

       산적 연합에 경고를 하고 다녀오는 날 객잔에서 고개 숙인 혁기린을 위해 내가 사술 공연을 벌였던 이유이기도 하고.

         

       혁기린은 스스로 아무것도 이룩한 것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여일예를 붙잡았고 흑묘와 친구가 되어 주었다. 점창파 제자들에게 애정을 주었고 산적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분개했다.

         

       혁기린은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었다.

         

       혁기린의 삶을 증명해줄 업적이나 증거는 없지만 증인은 차고 넘치겠지. 황궁이라 드나들지 못할 뿐.

         

       그러니…내가 대신 증명해야지.

         

       “두작 님에게 전언을 전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궁녀는 내 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두작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궁녀의 입장에서는 일개 황궁의 손님이 황제를 호출하는 셈이니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는 노릇이겠지.

         

       “혁기린 대협께는 알리지 말고요.”

         

       빙그레 웃는 내 모습에서 무언가를 감지했는지 궁녀는 조용히 읍을 한 뒤 물러섰다. 잠시 후 중년 궁녀가 나타나 전언을 물었다.

         

       “궁청전의 연무장에서 환담을 나누고 싶다고 두작 내관님에게 전언을 보낼 수 있겠습니까?”

         

       “그 전에 연무장의 사용 신청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엄격한 시선으로 날 바라보던 궁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작 님께 전언을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연무장의 사용 역시 허가해 드리지요.”

         

       “예. 그리고 혁기린 대협에게 연무장에서 보자고 좀 전언을 전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리하지요.”

         

       중년의 궁녀는 한참이나 날 바라보더니 승낙의 뜻을 전했다.

         

       먼저 연무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연무장에는 날이 죽은 검이 있었다. 근 일주일만에 병장기를 잡으니 어쩐지 감각이 생소하다. 황궁에서 나가면 검술 연습을 열심히 해야겠군.

         

       검을 쥐고 조금씩 움직여 보고 있자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혁기린이 나타났다.

         

       “호 낭인님, 갑작스럽게 이 무슨 일입니까.”

         

       “그냥 땀이 흘리고 싶어져서요. 받으시지요.”

         

       내가 던진 가검을 잡은 혁기린이 내 눈치를 살폈다. 무슨 일이 있나 걱정하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순수하게 체력으로 한바탕 붙어 보시지요!”

         

       그 말을 남기고는 나는 다짜고짜 혁기린에게 달려들었다. 혁기린은 이 비무라 해야 할지 급습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내 공격에 당황하면서도 검을 들어 올렸다.

         

       까앙!

         

       가검이기에 투박한 충돌음이 울려 퍼지고 혁기린 역시 기수식을 취했다. 혁기린은 사일검법이 아닌 다른 검법을 운용하며 내 공격을 받아치기 시작했다.

         

       사일검법의 지나친 공격성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내공이 필수. 내공을 제약하자는 내 뜻을 받아 들인 것이라 봐야 할까.

         

       혁기린은 여성이고 작은 체구였고 나는 건장한 남성에 잘 단련된 몸을 지니고 있었으니 내가 우위를 점하는 것이 맞았지만 아무리 내공을 사용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나는 일류에 불과했고 혁기린은 초절정 고수였다.

         

       신체적 역량의 차이는 기술의 역량 차이로 메워진다. 아니 신체적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혁기린의 기술적 역량이 나를 압도했다.

         

       뭐 애초에 이기리라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한참을 주고 받자니 숨이 차 검을 멈추었다.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이 느껴졌다. 혁기린 역시 숨을 고르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혁기린 대협은 아주 잘 하고 계십니다.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합니다.”

         

       “어제의 이야기의 연장입니까?”

         

       혁기린은 내 이야기가 급작스럽게 느껴졌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곧 쓴웃음을 지었다.

         

       “후후. 저에게 자신감을 주시기 위해 이런 일을 꾸미신 겁니까? 호 무사님에게 너무 걱정을 끼쳐버린 것 같군요.”

         

       사실 아직도 마음 속에는 망설임이 남아 있었다. 지금 내 행동이 올바른가 아닌가. 지금 내 행동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닐까.

         

       나를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짓는 혁기린을 보며 조금은 더 확신이 들었다.

         

       깨달음의 문구 역시 내 등을 떠밀었다.

         

       음…뭐 그래. 이 정도 되면 사실 운명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자 마음속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미련이나 걱정들이 씻겨 나갔다.

         

       “혁기린 대협은 늘 누군가를 걱정하고, 공경하며, 사랑했습니다.”

         

       “호 무사님…?”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혁기린이라는 사람의 삶은 다른 사람의 삶을 바르게 하고 풍요롭게 했으니까요.”

         

       그래 이제야 마음속이 정리되었다.

         

       여일예에게는 생존을 위해 깨달음을 주었다. 당도경에게는 사태의 해결을 위해 깨달음을 주었다. 운종 선사님은 완전히 우연이었고.

         

       당도경때는 핑계라도 좋았지.

         

       혁기린에게 깨달음을 주는 것은 빼도 박도 못할 내 의지였다.

         

       그러니 그냥 깔끔하게 인정하도록 하자.

         

       혁기린에게는 깨달음을 주고 싶었다.

         

       혁기린이 어떤 길을 선택하고 유경과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나 역시 모를 문제였으나.

         

       혁기린의 내면이 허무함이 아닌 뿌듯함으로 가득 차길 바랬다. 그게 황실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 어린 나이에 둥지를 떠난 유야 공주이자, 사형제들을 사랑하고 타인을 위해 분개하는 혁기린이 받아야 할 최소한의 보상이라 생각했다.

         

       “혁기린 대협은 많은 사람들을 위하며 살아왔습니다. 여일예 소저의 엇나감을 바로잡았고 산적의 행태에 분개하고 점창파 제자들을 사랑했지요. 다른 사람들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 역시 그 사람을 좋아하며 위하게 되는 법입니다.”

         

       혁기린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러니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지 마시지요. 이미 혁기린 대협께서는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아..!”

         

       애인자인항애지(愛人者人恒愛之) 불여공불급(不如恐不及).

         

       혁기린의 깨달음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여기서 끊어서 죄송합니닷!

    아무래도 추석인지라 글에 집중하기가 어렵군욧!

    내일은 연참이니 살려주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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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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