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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8

       츠츠츠츳!

         

       공간이 일그러지며 그 틈 사이에서 멜리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알고 있었구나.”

        “확신을 가지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기시감을 가지고 있었지요.”

       “기시감?”

       “금탑주께서 실종되셨을 때까지만 해도 누군가가 우리를 사냥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추측은 항구도시 이카일, 그리고 아틸라 산맥에서 번개가 몰아쳤다는 제보를 들었던 때 정점에 달했었지요.”

         

       아리아가 차를 들이키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반 년 뒤, 그들이 살아있다는 정보를 얻어냈습니다. 아틸라 산맥 깊숙한 곳에 은둔해있더군요.”

       “그래서, 나 또한 살아있을 거라고 유추해냈다?”

         

       아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합리적이군.”

         

       마법사다운 사고라고 할 수 있었다.

         

       “꽤나 여유로운 얼굴이구나.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느냐?”

       “설마요. 멜리나 님께서 사사로운 정 따위에 얽매이는 분이 아니라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리아가 쓴웃음을 지었다.

         

       “제가 여유로운 이유는, 멜리나 님께서 절 죽이시지 못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발인가?

         

       죽이지 ‘않는’ 것과, ‘못하는’ 것은 명백히 다르다.

         

       멜리나의 기세가 일순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법으로 짓누르지는 않았다. 드래곤 로드들이 자리를 비운 이상, 아리아의 목숨은 언제든지 취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당장 죽일 이유가 없다.

         

       ‘죽이고자 한다면 당장이라도 죽일 수 있다.’

         

       공간 마법에 꽤나 성취를 이룬 듯 보이지만, 멜리나에 비하면 한참 멀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뭐지?”

       “지금 절 죽이시면, 저와 뜻을 함께하시는 분들께서 매우 분노하실 겁니다.”

       

       아리아의 얼굴이 일순 진중해졌다. 그녀의 얼굴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을 정도의 아득한 통찰에서 나오는 확신. 오직 그것 뿐이었다.

         

       “두 드래곤 로드와 암주, 악마 사냥꾼과 혁명가, 세계수를 섬기는 드루이드. 모두 한 종을 대표하는 지배자이거나, 한 집단을 대표하는 지도자시지요.”

         

       신성 왕국과의 마찰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금. 온건파인 황녀가 죽는 순간, 전쟁은 겉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자리에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반면 금탑주 님의 전력은 성녀와 검성 키엘 정도가 끝입니다. 제가 죽는다고 해도 저희 쪽은 여섯, 그 쪽은 셋이 전부군요.”

         

       무왕과 에스티는 올리비아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한 끝까지 중립을 표방할것이다.

         

       애초에 그들은 세상이 망하든 말든, 별 관심이 없는 작자들이니까.

         

       비대칭 전력만 해도 이 정도인데, 대칭 전력 또한 황녀 쪽이 압도적이다. 그나마 올리비아의 제자들이 있어 이 정도지, 그들조차 없었더라면 전투 몇 번을 견디지 못하고 쓸려나갔으리라.

         

       “내가 죽음을…….”

        “예, 금탑주께서는 죽음을 두려워할 위인이 아니십니다.”

       “…….”

       “하지만, ‘그녀’가 목숨을 바쳐가며 지켜냈던 이 세계를, 또다시 피로 물들일 분 또한…….”

         

       그 순간, 자리에 앉아 있던 멜리나가 번개처럼 아리아의 목을 향해 바람의 칼날을 쏘아보냈다.

         

       쐐애애액!

         

       “……아니시지요. 그렇기 때문에, 금탑주께서는 절 죽이지 못하십니다.”

         

       칼날에 담긴 마력은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아리아의 실드를 뚫을 정도는 아니었다. 멜리나가 손속에 자비를 두었기 때문이다.

         

       아리아는 태연하게 찻잔을 다시 들어올렸다.

         

       “지금처럼 말이지요.”

       “……네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냐.”

         

       멜리나의 마력이 분노로 일렁거렸다.

         

       멜리나는 올리비아의 수많은 과거들을 엿보았다. 그녀가 이 세계를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헌신해왔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고, 올리비아가 전생에서 벌인 학살극 또한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리아가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애초에, 그 사실을 알면서도 왜…….

         

       아리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력을 이용해 서재에 꽂혀 있던 책을 한 권 꺼내들었다.

         

       “레오드란트 일대기라고 아십니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소설입니다.”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것이냐.”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악역들에게는 하나같이 사연이 있지요. 부당한 대우, 억울한 태생, 깊은 원한, 대의……그런 것들 말입니다.”

         

       한참을 침묵하던 아리아가 말을 이었다.

         

       “사연을 팔아버리는 순간 악역은 타인의 연민을 사게 되고, 진실로 악역이 아니게 됩니다. 저는, 그런 악역들이 싫습니다.”

         

       아리아가 덧붙였다.

         

       “아, ‘그녀’에 빗대어 말하는 것은 아니니 괜한 오해는 하지 마시길.”

         

       멜리나의 눈동자가 아리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찬란한 황금빛 광채가 그녀의 눈동자에서 흘러넘쳤다.

         

       멜리나의 아득한 연산 능력은 아리아가 말하는 ‘악역’이 누구인지 단번에 유추해냈다.

         

       “네가 말하는 악역은, 네 자신이냐?”

       “저는, 제 행동이 옳다고 믿습니다.”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리아의 벽안에 담긴 확신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수백 번 세상을 구해냈던 내 제자를, 죽이는 것이 옳다고?”

        “수백 번이나 될 줄은 몰랐지만, 예. 옳다고 믿고 있습니다.”

         

       멜리나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녀가 마지막 남은 미련까지 털어버렸음을, 아리아는 직감했다.

         

       멜리나는 분노를 가감없이 드러내며 말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봤구나. 너 같은 인간을 평생 동안 친구라고 생각했을 내 제자가 불쌍해질 지경이야.”

       “요즘은 친구끼리 서로 죽이기도 하나 보군요.”

       “전생에 널 살려보낸 건, 실수였다. 그 자리에서 그냥 얼어 죽게 놔뒀어야 했어.”

       “그게 실수가 아니었다는 것을 언젠가 알게 되실겁니다.”

       “……실로 건방지기 그지없구나.”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운 멜리나가 아리아를 내려다보았다.

         

       “당장이라도 그 발칙한 눈을 뽑아버리고 싶지만……그러면 언젠가 살아돌아올 내 제자가 슬퍼하겠지.”

         

       그 말을 끝낸 순간 멜리나의 눈동자에서 살벌한 금빛 광채가 흘러 나왔지만, 아리아는 고요히 그 시선을 받아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드래곤 로드들의 기척이 느껴지지만 않았더라면, 멜리나는 정말로 아리아의 눈을 터뜨려버렸을 것이다.

         

       “넓은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키엘 공작에게는 자비를 바라지 마라. 그가 폐관을 깨고 나오는 순간, 전쟁은 불가피해질테니까.”

         

       경지에 도달한 자들의 전투는, 더 이상 전투라는 단어의 범주에 속하지 못한다. 탑주끼리의 싸움이 정신을 차리고 보면 두 마탑간의 힘싸움으로 번져 있는 것처럼.

         

       멜리나는 전쟁을 일으킬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미 벌어진 전쟁을 막을 생각도 없었다.

         

       그 때가 되면, 누구보다 먼저 이 발칙한 황녀를 심판하리라.

         

       “그때는 알게 될 것이다. 네가 틀렸다는 사실을.”

         

       멜리나는 그렇게 말하고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아리아가 찻잔을 들었다 내린 순간, 그 강렬한 존재감은 감쪽같이 사라진 후였다.

         

       “……아니.”

         

       아리아는 멜리나가 사라진 방향을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틀리지 않았어.”

       

         

       *****

         

         

       쩌어어엉……!

         

       허공이 찢어짐과 동시에, 두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간 마법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은 차원 전이 술식.

         

       월의 마경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흐으, 끄으……어지러.”

         

       차원 전이의 여파로 정신이 오락가락한 연쇄살인마를 무시한 채, 올리비아는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월의 마경의 입구는 정해져 있지만, 출구는 무작위.

         

       막말로 황궁 한복판에서 차원문이 열릴 수도 있는 것이다.

         

       ‘……다행히 도시는 아닌 모양인데.’

         

       도시라기보다는 오히려 오지에 가까웠다. 약초꾼들도 꺼릴 정도로 험한 산등성이가 그 증거였다.

         

       “올리비아, 나, 머리가 깨질 것 같…….”

        “연기 그만하고, 입 다물어.”

        “……응.”

         

       연쇄살인마가 입맛을 다시며 올리비아의 옆에 쭈구려 앉았다. 올리비아는 그를 잠시 쳐다보다가, 잎이 무성한 수풀 사이로 밀어넣었다.

         

       “……왜 그래? 그냥 바로 신성 왕국으로 가면 되는 거 아니야? 너 정도 마법사면 좌표 정도야 쉽게 알아낼 수 있잖아.”

       

       좌표가 문제가 아니다.

         

       올리비아는 부연설명하는 대신, 재빨리 차단막을 펼쳐 마력을 감췄다.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연쇄살인마도 오러를 가라앉혔다.

         

       쿵……!

       

       구불구불 뒤틀린 산등성이 사이에, 뭔지 모를 자국들이 보였다. 산봉우리들 또한 바람에 풍화되었다기엔 지나치게 날카로웠다.

         

       쿵……!

         

       마치 날카로운 검에 잘려나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계속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단순히 그 뿐이었다면 올리비아가 차단막을 펼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 이거 심상치 않은데……?”

         

       그 연쇄살인마가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일 정도로, 살벌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이건…….’

         

       올리비아는 이 기운의 주인을 잘 알고 있었다.

         

       검성, 키엘 로트실드.

         

       ‘5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거냐…….’

         

       올리비아가 마른침을 삼켰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wastetime 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크리스마스 연휴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악!!!!!!!!!!!!!!

    캄사합니다! ^^7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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