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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8

       혈교주. 그 자에 관해서는 한서우도 들어본 바가 있었다.

       

       화룡무인 커뮤니티를 하다보면 안 들어보기가 어려웠으니까.

       

       혈교주는 요 근래 2년 동안 화룡무인의 세상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파벌의 수장이다.

       

       사람들을 영생이란 단어로 현혹시키는 그는 자신이 바라는 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수단도 불사하는 미치광이다.

       

       인신공양. 동족포식. 고독 등.

       

       인간의 윤리를 내버린 일만을 반복하는 혈교주는 어떤 의미로도 유명할 수밖에 없는 남자였다.

       

       당연하게도 무림의 사람들은 모두 혈교주를 혐오하며 적대하지만 유저들 사이에선 평가가 분분했다.

       

       혈교주를 도덕적으로 무어라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는 어디까지나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니까.

       

       다만 그가 벌이는 여러 분탕 탓에 그의 평가는 크게 두 가지로 양분됐다.

       

       혈교주의 짓거리 때문에 피해를 본 이들은 저 놈 빨리 레이드를 해서 없애버리자고 주장을 했고,

       

       그 반대편에 선 사람들은 어쨌든 간에 쉽고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냥 이용을 하면 안 되냐고 이야기를 했다.

       

       한서우는 이 두 의견 중에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다.

       

       천마신교에 틀어박혀서 수련만을 반복하고 있는 그는 혈교주에 의해 피해를 입을 일이 없었으니까.

       

       그에 대한 감상이라고 하면 일을 크게 벌이는구나 라는 생각뿐이었다.

       

       혈교주가 벌이는 일들은 하나 같이 스케일이 컸다.

       

       당장 이번에 옛 화산 전체에 혈술을 설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혈교주는 성공하건 실패하건 한 문파를 멸망시킬 만한 일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인간이었다.

       

       덕분에 화룡무인의 세상에 계속해서 이벤트가 생기기는 했지만 최근에는 좀 과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어쨌든 그 놈이 화령님에 관해 계속 언급을 하고 다닌다는 건가.

       

       “혈교주가 뭐라고 하고 다닙니까?”

       “본인보다도 천마신공을 더 잘 다루는 사람이 있다고.”

       

       백화령은 그리 이야기를 하며 피식하고 웃었다.

       

       “뻔한 의도지. 그 녀석을 미끼삼아 본좌를 바깥으로 불러내려는 것이다.”

       “불쾌하진 않으십니까?”

       “불쾌할 이유가 있느냐? 그 녀석이 직접 소문을 퍼트리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뭣보다 본좌보다 천마신공을 잘 다루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 리가 없는데 무어가 불쾌할까. 있는 거라곤 그저 호기심뿐이다.”

       

       절대적인 자신에서 나오는 당당함이었다.

       

       “그런데 제자야. 설마 본인이 질투를 할거라 의심을 한 게냐?”

       “아뇨! 제가 어찌 스승님을 의심하겠습니까!”

       “그럼 왜 그런 걸 물은 게야?”

       

       할 말이 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서우의 스승은 괜찮다 싶은 사람이 있으면 일단 패고 보는 사람이었으니까.

       

       한서우와 백화령의 첫만남도 백화령이 그를 족치며 시작되지 않았던가.

       

       전적이 워낙 화려하신지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단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르는 걸 억지로 누른 한서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화제를 돌렸다.

       

       “스승님. 그럼 민가를 만나면 무얼 하실 생각이십니까?”

       “화제를 돌리려는 게야?”

       

       되물음에 간절한 눈빛으로 한서우가 자신을 쳐다보자 백화령은 웃음을 흘리며 곰방대 연기를 내뱉었다.

       

       “뭐어. 이 대가는 나중에 치르면 되니 넘어가도록 하고. 무얼 할 생각이냐라. 별 것 없다. 일단 이야기는 해봐야지.”

       

       어디에서 누구에게 천마신공을 배운 것인지에 대해서라던가.

       

       신공의 사용자이니 신교에 들어올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서라던가.

       

       무엇보다도 그 녀석이 광신자인지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할 터이니.

       

       “그 후에는요?”

       “그후에는? 글쎄. 일이 잘 풀린다면 하하호호 웃고 떠들며 헤어질 터이나 그렇지 않다면.”

       

       주먹을 나눠봐야겠지.

       

       백화령이 말을 멈추고 곰방대를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서우는 그녀가 하려는 말을 알 것 같았다.

       

       스승님이 저렇게까지 말을 하는 걸 보면 화령님과 스승님이 만나는 건 확정적인가.

       

       화령님의 실력을 생각해보면 스승님이 분명 마음에 들어 하시겠지.

       

       혹시나 싶긴 한데. 스승님의 제자가 드디어 나 말고도 한 사람 추가되는 거 아냐?

       

       그러면 좋겠다.

       

       드디어 내 아래에 사람이 생기는 거잖아.

       

       내게 사제가 생기는 거라고!

       

       항상 스승님의 투정을 혼자 받아내느라 고생했는데 제자가 하나 더 생기면 고통을 분담할 수 있겠지.

       

       어쩌면 스승님이 날 굴리는 시간이 줄어들지도 몰라.

       

       생각하면 할수록 좋은 점밖에 없었다.

       

       아아. 빨리 화령님이 붙잡혀 왔으면 좋겠다.

       

       “제자야.”

       “예. 스승님.”

       “그러니 같은 외부인으로써 그 녀석과 접선을 해 내게 소개를 시키도록 하거라.”

       “예?”

       

       왜 그게 저한테로 넘어오는 겁니까?

       

       “무어냐. 스승의 말에 반박을 하겠다는 것이냐?”

       “아뇨. 그건 건 아닙니다마는.”

       “그럼 뭐냐.”

       

       아니 스승님. 외부인이라고 다 서로 알고 지내는 게 아니라니까요?

       

       말씀 드렸잖아요!

       

       저는 화령님에 대해서 이름만 들어 보았을 뿐 그 분과는 조금의 인연도 없다니까요?!

       

       아무리 제가 이 쪽 계열에서 유명한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대놓고 먼저 연락을 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한서우는 속으로 잔뜩 투덜거렸지만 그렇다고 입에 불가능을 담지는 못했다.

       

       은근히 꼰대 기질이 있는 자신의 스승은 무리라고 이야기를 하면 한서우가 말을 바꿀 때까지 굴려댈 게 뻔했으니까.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내 주변 사람 중에 화령과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있던가.

       

       그나마 데케이 형 정도인가?

       

       근데 그 형도 화령 관련해서 지겹도록 연락을 받았을 텐데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긴 좀.

       

       이게 상대한테 욕을 먹을 걸 알면서도 상품 이야기를 꺼내야하는 샐러리맨의 심정인가.

       

       일단 다른 용무로 만나자고 한 후에 비싼 것부터 사먹이고 나서 부탁을 해봐야겠다.

       

       오랜만에 보고 싶었다는 핑계라도 대면 되겠지.

       

       “자. 그럼 시작을 해보자꾸나. 네가 했다는 수련의 성과를 한 번 보자꾸나. 괄목상대했기를 기대하마.”

       “그럼 가겠습니다!”

       

       결코 자기 스승의 기대를 채울 수 없음을 알면서도 한서우는 이를 악물고서 백화령에게 달려 들었다.

       

       *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났을 즈음.

       

       식사를 하고 오겠다는 핑계로 화룡무인의 세상에서 빠져나온 한서우는 허공을 바라보면서 길게 숨을 내뱉었다.

       

       뒤질 것 같아.

       

       그도 나름 현직에서 일을 하는 프로게이머인지라 고된 훈련에 익숙하지만 백화령과 함께하는 시간은 평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힘들었다.

       

       “그나마 스승님이 식사에는 관대해서 다행이야.”

       

       비틀거리며 일어난 한서우는 오늘 무얼 먹을지를 고민했다.

       

       그래도 기념비적인 첫 휴일인데 맛있는 걸 먹긴 해야지.

       

       배달로 치킨이나 시킬까.

       

       종류는 결정했으나 그 안의 메뉴가 문제였다.

       

       어디 치킨이라하여 다 같은 치킨이던가.

       

       튀겼는가 구웠는가.

       

       양념인가 후라이드인가.

       

       양념이라면 그 양념은 어떤 종류인가.

       

       사이드는 무얼 할 것인가.

       

       치킨이라는 메뉴는 이토록 심도하고도 연구할 거리가 많은 메뉴였던 것이다.

       

       배달 앱을 열어 놓고 신중하게 고민을 이어가던 중 전화가 걸려 왔다.

       

       그 상대는 그가 연락을 하려고 생각해두었던 상대였다.

       

       데케이.

       

       이 형 어지간하면 문자로 일을 해결하는 사람인데 왜 전화를 걸었지?

       

       한서우는 의아하게 생각을 하면서도 데케이의 전화를 받았다.

       

       애초부터 연락을 하려고 했던 사람이 먼저 연락을 해왔으니 거절을 할 이유가 없었다.

       

       <아피스 프로게이머이자 살아있는 천마인 한서우님. 안녕하십니까.>

       “형. 갑자기 왜 야랄이에요.”

       <좀 그랬냐?>

       “이 사람이 방송을 하다가 드디어 미쳤구나 싶었어요.”

       <야. 그래도 형인데 말이 심하다?>

       “형이 방금 한 짓부터 생각을 해보시죠?”

       

       데케이는 입을 다물었다.

       

       자기 스스로도 지랄을 떨었다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한서우는 들으라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요.”

       <내가 이번에 아쓰대 팀장이 됐거든? 아쓰대 알지?>

       “알죠. 스트리머 분들끼리 하는 5:5 대회잖아요.”

       

       아피스 관련 유명 어플루언서들 대부분이 모이는 자리인지라 현직에 있는 프로들도 아쓰대가 어떤 건지 정도는 알고 있다.

       

       “근데 왜요? 설마 코치해달라고?”

       <어. 우리 팀에 천마 캐릭터 유저가 있는데 이 사람 좀 가르쳐줘.>

       “제 코칭 실력을 믿어요?”

       

       한서우는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에 소질이 없었다.

       

       그는 대개의 일을 자신의 직감으로 해결하는 사람이었기에 말로 설명하는 것에 무척이나 서툴렀다.

       

       오죽하면 팀원 중에 한 사람도 한서우에게 질문하는 사람이 없을까.

       

       <괜찮아. 네가 가르칠 사람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있어서. 굴려주면 알아서 배워 갈 거야.>

       “누군데요?”

       <당소일님이라고 아냐?>

       “당소일님이면 화령님한테 교육받고 있는 분 아닙니까?”

       

       이전에 화령이 하는 교육 방송을 본 적이 있던 한서우는 당소일이란 이름을 알았다.

       

       분명 그 때 화령의 앞에서 구르던 사람의 이름이 당소일과 냥냥권법이었을텐데.

       

       <어. 맞아.>

       “그럼 그냥 화령님한테 부탁을 하는 게 낫지 않나요?”

       <그게 가능하면 나도 그러고 싶은데 이번엔 어려울 것 같아서.>

       

       아아. 이번에 화룡무인에서 일을 크게 벌이셨으니까 그것 때문에 부르기 애매하다 생각하는 건가.

       

       그래서 화령님 대신에 부르려는 거겠지.

       

       솔직히 말해 한서우는 남을 가르칠 자신이 없었다.

       

       자신이 조언을 해 준 사람들은 모두 다 도저히 무슨 소리를 하는 지 모르겠다는 대답을 돌려주었으니까.

       

       그렇지만 굴리는 것 정도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스승님이 하듯이 그대로 하면 되는 거잖아.

       

       그리고 뭣보다 데케이 형의 부탁을 들어주면 나도 부탁을 할 수 있으니까.

       

       “형. 해 줄 테니까 내 부탁도 들어줄 수 있어요?”

       <뭐든 말해! 들어줄 수 있는 건 다 들어줄게!>

       “화령님하고 만나게 해줘요. 제 주변 사람 중에선 형이 제일 가까운 사람이거든요.”

       <…어. 노력은 해보겠는데 기대는 하지마라?>

       “그거면 충분해요.”

       

       이제 스승님한테 저 노력헀습니다 정도는 말할 수 있겠네.

       

       *

       

       학교로 가는 버스 안.

       

       의자에 앉은 엔리는 창 밖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창에 비친 그녀의 얼굴엔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다크서클이 새겨져 있었다.

       

       어제 밤을 새워가며 게임을 한 덕분이리라.

       

       어제 저녁 아쓰대의 팀이 결성된 후부터 엔리의 한숨은 점진적으로 늘어가고만 있었다.

       

       모든 원인은 하나였다.

       

       경매가 망한 것.

       

       아쓰대가 열릴 때마다 한 번씩은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심각했다.

       

       그녀의 팀을 요약하는 말은 소년가장이었다. 팀의 에이스 한 명은 분명 실력이 있지만 다른 넷은 매물 중에서 최하위들 뿐이었다.

       

       강등 직전에서 간신히 다이아를 유지 중인 엔리.

       

       5대5모드 수천 판을 하고도 골드와 실버를 오가는 나희.

       

       먼 옛날에는 다이아 티어까지 찍어봤지만 이젠 늙어서 플레 4에서 나가질 못하는 배민황.

       

       터렛의 이빨 학살자인 브론즈 나비린.

       

       엔리는 어제 저녁에 했던 다른 팀과의 스크림을 떠올렸다.

       

       에이스인 마스터 티어 검방기사 장인 바니가 몸을 비틀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참한 6연패를 당했던 것을.

       

       이대로는 안 된다.

       

       이대로 가서는 아쓰대가 끝나는 이주 뒤까지 고통만 받다가 대회를 마무리할 것이다.

       

       그럴 수는 없다.

       

       기껏 다이아를 찍고 내가 이만큼 잘합니다! 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나온 대회에서 고통만 받다 탈락할 수는 없다!

       

       어젯밤부터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까가 고민이었던 엔리가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아라 씨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려보자.”

       

       아라씨! 지금 많은 일이 있는 건 알겠어요!

       

       그렇지만 우리의 연을 봐서 저 좀 도와주세요!

       

       저를 짐승에서 사람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저희 팀원들도 사람으로 만들어 줘요!

       

       제발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서우의 원대한 꿈은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

    무림서우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응원와 격려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신 말씀이 너무도 마음에 와닿아 몇 번 다시 읽어본 것 같습니다.
    독자님의 첫 후원이 저에게 온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독자님들이 만족하실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작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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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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