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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9

    <159 – 에너미이벤트>

     

    오랜만에 힘껏 힘을 써서 그런지 몸이 굉장히 개운했다.

     

    “아~ 재밌었다!”

    “…재미? 하. 하하. 야외를 초토화를 시켜놓고도 그 정도의 감상뿐인가.”

    “선배는 재미없었어요?”

    “재미는 모르겠고 심장은 두근거리더군.”

    “그게 재밌다는 증거예요!”

     

    이오 선배는 전의를 상실한 얼굴로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돌아섰다.

     

    “이오님?!”

    “오크노디와 결착은 내지 않는 겁니까?”

    “아직 악령에 들려있을지도 모릅니다. 저 불길한 힘을 보십시오!”

    “아니, 악령을 오크노디가 부린 걸지도 모릅니다! 다크프린세스라면 왠지 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까?”

    “시끄럽다.”

     

    이오는 자신을 부추기는 학생들을 노려보았다.

     

    “다크프린세스가 뭘 하는 클래스인지는 몰라도 오크노디에게 품격이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품격…입니까?”

    “봐라. 그녀 주변의 잔디들을.”

     

    내 주변?

    아항, 뒤에 있는 아카디아랑 티토소가가 다치지 않도록 범위를 조절한 걸 말하는 거구나?

    270도 방향으로 싹 쓸려나간 잔디들.

    곳곳에 움푹 파인 흔적들.

    그 참상이 내 뒤로 90도 가량의 공간만큼은 안전지대마냥 말끔하게 유지되었다.

     

    “히, 힘의 여파를 막아냈다고?!”

    “두려울 정도로 정교한 마나컨트롤!!”

    “과연 인간의 영혼도 뽑아낼 수 있는 사악한 지혜의 소유자다워…!”

     

    얼뜨기 선배들의 모습에 이오는 코웃음을 치며 멀어졌다.

     

    “오늘은 물러나지. 하지만 다음에는 다를 거다.”

     

    흘끗 시선이 닿았던 티토소가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아카디아의 옷깃을 잡아당겨 얼굴을 가렸다.

    나와 아카디아의 손에 달린 반지를 쳐다보던 이오는 이내 미련을 접고 돌아갔다.

     

    [<유령퇴마> 이벤트를 완료했습니다.]

    [이벤트 성공보수로 5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엑소시스트 이오와 적대관계가 되었습니다.]

    [감각집중의 상위기능 초집중이 개방되었습니다.]

    [전격펀치 경험치+10]

    [차징 경험치+5]

    [지키기 경험치+5]

    [공감각 경험치+1]

    [초집중 경험치+1]

     

    결과적으로 두 번이나 받은 보상.

    두 배 이벤트가 됐다!

     

     

    * *

     

     

    이오를 따라 힘없이 돌아가던 2학년들은 가는 길이 어딘지 모르게 익숙함을 느꼈다.

     

    “여기 거기 가는 길 아니야?”

    “맞아. 범죄자문가 벨로카시오. 그 남자가 있는 곳.”

    “녀석이랑은 이제 얽히고 싶지 않아.”

     

    빨간이빨버섯 양식경영자협회 회원들은 주춤주춤 발을 늦추다가 이오와 반대방향으로 달아났다.

     

    ‘겁쟁이들.’

     

    속으로 비웃었지만 이오는 그들을 붙잡지 않았다.

    그의 용건은 잔챙이들이 아닌 저들을 통해 자신을 움직이게 만든 당사자, 벨로카시오에게 있었으니까.

    아카데미 생산학부 전용부지.

    폐쇄된 구 공장지대.

    폐공장 중 하나로 접어들자 날카로운 예기가 날아들었다.

     

    내가 널 지켜보고 있다.

     

    마치 그렇게 경고라도 하는 시선.

    심약한 이라면 발도 들이지 못하고 돌아갈 수준이다.

     

    “가소롭기는.”

     

    살기의 주인의 정체는 이미 알고 있다.

    벨로카시오를 지킨다는 비서 겸 경호원 역할을 자처한 학생.

    범죄자문가의 수족.

    잔인한 고양이수인, 데드캣이다.

     

    덜컹.

     

    육중한 철문을 한 손으로 가볍게 밀어내자 개조한 공장의 내부가 펼쳐졌다.

    곳곳에 쌓인 내용물이 꽉 찬 커다란 자루나 드럼통, 각종 자재들.

    계약사기꾼 노릇을 하며 쌓아올린 벨로카시오의 부와 자산이다.

     

    “누군데 함부로 벨로카시오님의 아지트에 발을… 허억! 엑소시스트 이오!”

    “마침 잘됐군. 앞장서라. 내가 찾아왔다고.”

     

    무단침입자를 쫓아내러 달려왔던 벨로카시오의 하수인이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란 얼굴로 달렸다.

    천천히 그 뒤를 따라 걸으니 미처 닫지도 못한 채 열려있는 삼중문 너머로 커다란 의자에 한쪽 발을 올려놓고 삐딱하게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스스로 움직이는 기묘한 망토에 끝이 뾰족한 스태프를 들고 한 손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무료함을 달래던 남자, 그가 바로 벨로카시오였다.

     

    “가봐.”

     

    하수인은 혹여나 눈을 마주칠 새라 냉큼 반대편 출입로로 달아났다.

     

    “이번 일은 네 작품이었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최근 1학년들이 만든 암흑상회에 일꾼을 빼앗겨서 자본상황이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날 적으로 두고도 네 악당놀이를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나?”

     

    평상시라면 아무리 상급반이라도 고작 학생 한 명의 눈치를 볼 일은 없었다.

    부릴 수 있는 인력과 자본이 많으면 작정하고 학생 한 명의 강의수행을 방해하는 것쯤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으니까.

    강의에 필요한 재료를 먼저 독점해버리고 매물의 99.9%를 장악한 채로 특정 학생의 품에만 매물이 들어가지 않게 통제한다면?

     

    ‘내 사업에 방해되는 녀석의 학점조차도 뜻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

     

    이것이 벨로카시오가 2학년 상급반 학생들이 버젓이 존재하는 와중에도 <계약사기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러나 아카디아와 지젤의 공동사업인 <암흑상회>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물건을 독점할 수 없으면 아무리 모아봤자 소용 없어. 암흑상회에서 매입하면 그만이니까.’

     

    그 결과, 어렵게 인력과 시간을 써가며 모은 물량은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독점을 위해 가치를 올리려고 수집한 물건은 급하게 처분해야 할 악성매물이 된다.

    고작 1학년들에게 제대로 엿을 먹은 것이다.

     

    ‘그러던 차에 나타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레 일어난 음에너지 대확산.

    이를 면허티켓도 없이 버젓이 활동하는 학부모의 소문과 엮어 엑소시스트 이오를 움직이게 했다.

    티토소가는 오크노디의 친구.

    이오가 나서면 당연히 오크노디가 막으려 들 것이라 예상했고 양측의 싸움이 벌어졌다.

    오크노디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보면 다재다능에 모르는 것이 없다는 평이 주류를 이루었지, 압도적인 무력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입학시험에서도 무력을 주로 내세우기 전에 재치와 지혜로 먼저 시험을 통과했던 것!

    의외로 무력 자체만 따져놓고 보면 1학년 상급반 기준으로 평균 이하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2학년 상급반인 이오에게도 승산이 있다.

    딴에는 완벽했을 계획.

    헌데 자신을 찾아온 이오가 내뱉는 말은 전혀 달랐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괴물꼬마와 나를 싸움 붙였지? 설마 귀물을 취급하는데 방해가 되는 날 제거하려고 수작을 부린 건 아니겠지?”

    “오해다. 오크노디를 쳐내고 싶은 속셈은 있었지만 네가 밀릴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어.”

     

    오크노디는 강했다.

    암흑마나의 소유자.

    사람의 혼을 구슬로 뽑아내는 기술.

    장차 다크프린세스가 될 아이.

    수많은 소문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고작해야 1학년에 11살 꼬맹이였으니까.

    암흑상회가 퍼뜨린 과장된 소문이라고 여겼다.

    현실은 달랐다.

    “오크노디가 널 이긴 건가?”

    “그렇지는 않다. 차징 2단계에 들어갔다면 이길 수 있었다.”

    “그럼 뭐가 문제냐.”

    “암흑마나의 보유량이 심상치 않았다.”

    “…암흑마나는 자연적으로 양이 늘어나는 마나가 아닐 텐데?”

    “그걸 감안해서 더욱 심상치 않은 양이었다. 조금만 더 차징을 길게 했으면 그 아이, 마나제어력이 아무리 높아도 감당 못할 힘에 자멸했을지도 모른다.”

     

    암흑마나는 유령들이 다루는 음에너지와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기에 엑소시스트인 그도 어느 정도는 지식이 있다.

    이오가 판단하기에 오크노디는 교전 이전에 자신이 일으킨 마나가 폭주해서 죽을 뻔했다.

    힘을 더 쓰면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 위기감을 모를 당사자가 아닐 텐데.

    멈추지 않고 출력을 계속 올렸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마차를 상대로 고삐를 늦춰 피하기는커녕 더욱 채찍질을 하며 박차를 가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 아이는 유령보다 더한 괴물이다. 생존본능의 경고에도 아랑곳 않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자신을 죽음의 끝자락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 괴물.”

    “…뭐?”

    “유령이라면 잡을 수 있다. 유령에 홀린 사람이라면 때려눕힐 수 있다. 하지만 유령보다 더한 인간들에게 훈련받은 인간은 다르다. 폭력으로는 고칠 수 없지.”

     

    오크노디는 재단이 만들어낸 그런 괴물이다.

    그의 단정에 줄곧 살기를 품고 있던 벨로카시오의 비서가 그늘진 기둥 뒤에서 꼬리를 흔들며 나왔다.

     

    “그래, 그쪽의 미치광이 데드캣처럼.”

     

    데드캣은 1학년 시절부터 잔혹한 손속으로 많은 학생들에게 두려움을 산 고양이수인.

    오크노디도 그녀와 다르지 않을 거라는 말에 벨로카시오는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대를 적으로 돌렸음을 깨달았다.

    말로만 들어서는 이오의 무력과 데드캣의 어긋남을 동시에 지닌 수준이다.

    그나마 자신의 수족으로 머무르며 그가 원하는 표적을 사냥하는 데드캣과 달리, 오크노디는 아카디아나 지젤의 수족도 아니다.

    여차하면 당장 오늘 창문을 뚫고 아지트에 쳐들어올지도 모른다.

     

    “…원하는 바를 말해라, 이오.”

    “귀물은 없애 마땅한 것. 오크노디처럼 위험한 학생에게 귀물을 남겨두는 우를 범할 생각은 없다. 귀물을 없앨 기회를 만드는데 협조해라.”

    “좋다. 대신 한동안 내 심부름을 몇 가지 들어줘야겠어. 이 조건이라면 협조하지.”

     

    두 사람은 손을 마주잡았다. 오크노디라는 위험인물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느끼는 두 학생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오크노디의 귀물을 처분할 기회는 어떻게 만들 생각이지?”

    “삼주만 기다려라. 곧 1학기 중간고사가 시작된다.”

    “과연. 중간고사인가.”

     

    이오는 납득했다.

    작년, 그들이 1학년이었던 시절의 중간고사를 떠올리면 납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학생 몇 명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험에서라면 기회가 생길만하군.”

     

    기프트 아카데미의 첫 중간고사는 마나검증시험 따위보다 훨씬 빠듯하다.

    1학년 상급반에 학년수석이라도 쉽게는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그저 난이도만 높았던 마나검증시험에서와 달리, 이번에는 목숨이 위험한 시험이 될 테니까.

     

    D-day까지 남은 일수는 20일.

    헤스티아 폭주이벤트를 대신할 1학기 에너미이벤트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약자는 살아남을 수 없는 중간고사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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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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