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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9

       * * *

       

       

       그쪽 세상은 미국이고 에디슨도 있었으니 뭐.

       

       러시아에서는 그와 경쟁하는 사람이 없고, 투자처도 확실하다는 것이 신의 한 수가 된 모양이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힘들지 않을까.

       

       러시아는 대대적인 내부개혁을 통해 국가를 쇄신했지만, 무기개발, 도로, 철도망 형성,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돈이 드는 일을 많이 하고 있잖아.

       

       무선 혁명을 하는데 돈을 얼마나 써야 할까.

       

       니콜라 테슬라는 40년대에 죽잖아. 십 년 좀 넘게 남았지만, 예산이 충분하지 않으면 힘들 터다.

       

       니콜라 테슬라는 진짜 세기의 과학자인데.

       

       결국 지금 말하는 무선혁명은 무선송전탑에 관련된 것 아니겠나.

       

       이 사람 사후에도 무선 송전 방식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많았지만 결국 제대로 나온 것은 없었다.

       

       물론 연구 과정에서 현실에 적용할 만한 기술도 많이 축적됐다는데.

       

       솔직한 말로 나도 크게 현실성은 보지 않는다.

       

       그야 이 시대보다 훨씬 미래에서도 무선 송전이 힘든데, 테슬라가 세기의 천재라고 해도 어디까지 가능할까.

       

       하지만 테슬라는 무선송전만이 아니라 다른 쪽에서도 라디오나 레이더 같은 정말 다양하게 군사적 목적으로도 쓸 만한 것들도 만들고 있다.

       

       확실하지도 않은 일에 나라의 모든 예산을 부을 수는 없고.

       

       물론 계속 무선 송전을 연구하면서 미래에 적용되는 기술을 더 빨리 앞당겨서 사용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지금 나가는 돈이 많아서 솔직히 테슬라 박사에게 들어가는 예산은 좀 줄여야 한다고 보는데.”

       “힘들긴 합니다만. 워낙 확고해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유수포프 공작이 보기에는 그렇다고요?”

       “예. 확실히 모건이 테슬라 박사에 대한 후원을 끊은 이유를 알만하지만, 그래도 그런 연구하면서 새로운 것이 계속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래. 뭐 그럴 수 있겠지.

       

       유수포프 공작. 역시 눈치는 좋네.

       

       내가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하고 있잖아.

       

       그렇다면 예산을 투자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지.

       

       

       “좋아요. 되는 대로 다 해 봐야죠.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지원합시다. 잘하면 돈 생길 구석도 있을 거 같고.”

       

       

       자원 팔아대는 것도 있고. 북만주는 아직 좀 먼 거 같지만 결국, 나오기는 할 것이고.

       

       그리고 트로츠키가 잘만 터트려 준다면?

       

       미국을 돕는 대가로 막대한 돈을 얻어올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도 아니면 미국 재벌 쪽들의 지원을 받아도 되고.

       

       어차피 나중에 가면 투자처는 필요할 게 뻔하거든.

       

       일단 그전에 하나 문제가 있다.

       

       

       “그리고 외국계 기업의 인수는 눈치껏 합시다. 괜히 다른 나라로부터 미움 받으면 곤란하니까요.”

       

       

       지금 꼴을 보니 여기저기서 다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고 있는데.

       

       

       “알겠습니다.”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죄다 건드려 버리면 아마 좀 좋은 꼴은 보지 못할 거 같다.

       

       남의 불행을 우리의 행복으로 쓰는 격이니까.

       

       물론 그래도 러시아 산업력을 키울 만큼은 벌여야 하지만. 너무 하면 러시아 잘되는 꼴을 마냥 반기지 않을 혐성국이나 다른 나라에 경계 받을 수도 있다.

       

       테슬라 그 무선송전방식이 정말 먹힌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텐데 말이야.

       

       

       “알겠습니다.”

       “혹시 미국의 대공황 정책은 어떻게 되어가는지 알고 계십니까? 유수포프 공작은 그쪽에도 손을 쓰지 않았습니까?”

       

       

       유수포프가 미국 쪽에 많이 들락날락하고 있으니 아는 게 많지 않을까.

       

       나는 유수포프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전국에 있는 그의 별장으로 관광업도 벌이고 있고, 초코파이 같은 식품에 라디오와 티비, 방송국까지 다양하게 돈을 벌이고 있고.

       

       아는 것도 많고 돈도 많이 벌고 있다. 실시간으로.

       

       사실상 러시아의 1위 재벌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올리가르히 말이다.

       

       미국 쪽에도 발을 뻗치고 있으니 좀 아는 게 있지 않겠나.

       

       

       “몇몇 기업이 대공황 중에도 대박 터트리는 것이 눈에 보이긴 합니다만. 아직 정부가 나서서 뭔가 해결해 보는 건 아닙니다.”

       

       

       맞다. 몇몇 기업은 대공황 때 다른 분야를 노려 오히려 성공했다는 말도 들었는데. 이 세계에서도 그렇겠구나.

       

       정부가 아직 못한다는 건 의외다.

       

       

       “우리가 하는 걸 보고도요?”

       

       

       결국 루스벨트가 직접 나서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러면 트로츠키가 변수가 되는 것인데.

       

       

       “뭐 결국 자존심이나 KFC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그게 그 정도로 되는 건가.

       

       자기네들이 도운 러시아 방식을 그대로 쓸 수는 없다 그것인가.

       

       

       “KFC라. 유수포프 공작이 보기에는 우리가 미국을 넘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이제 발돋움했기 때문에 대공황으로 잠시 휘청거려도 미국을 넘기는 힘들 겁니다. 물론 어떻게든 따라잡는 정도면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겠지. 러시아 잠재력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결국 지도자의 역량이었다.

       

       미국이 발전할 때, 러시아는 처참했으니까.

       

       당장 세계대전만 해도 그랬었지. 2차 대전만큼은 아니어도 미국은 자기들이 얼마나 강한지 정도는 알아차렸을 것이다.

       

       역시 그럼 KFC는 좋은 선택이었나.

       

       이미 오흐라나가 파견되어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미국의 경제력에 대해서는 유수포프 공작보다 잘 아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야. 이 과정에서 내전이 터진다면?

       

       

       “만일 내전이 벌어진다면?”

       “내전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이게 참 모호하거든.

       

       개인적으로 나는 미국이 실제 역사처럼 바다에서 일본 함대를 완전히 박살 내면 좋다고 생각은 한다.

       

       그야 러시아는 이탈리아 상대하기도 벅찬데, 일본 함대까지 상대하기는 힘드니까.

       

       그러자면 최소한 일본을 잡을 만큼의 힘은 유지해야 한다.

       

       내전으로 미국의 힘을 좀 깎을 필요는 있지만 적당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소리.

       

       그도 아니라면 영국 함대를 아시아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모색하든가.

       

       영국도 결국은 식민지를 지키기 위해 일본과 싸울 테니. 함대를 보내지 않겠나.

       

       처칠이 어떻게 나올지가 문제네.

       

       처칠에게 동양함대를 좀 아끼라고 할까?

       

       아니, 그래도 아시아의 영국 식민지 잃으면 자원문제가 있을 거 아닌가?

       

       뭐 아직 터진 일도 아닌데 말하기는 뭐 하지.

       

       인간적으로 이게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다른 나라들은 러시아가 불안한 국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르를 신격화한다. 이렇게 말할 테니까. 

       

       

       “왜 그러시는지요?”

       “제가 보는 그림으로는 미국이 일본 함대를 무찔러 줘야 하는데, 내전이 심화하면 가능할지 모르겠군요.”

       

       

       미드웨이로 전황을 뒤집기는 했지만, 미드웨이도 함대 규모면에서는 좀 힘들지 않았나?

       

       내전으로 피해가 누적된 미국은 뭐 결국 그 땅덩어리가 있으니 언제고 재건되겠지만, 그 전에 해군 재건은 좀 느리지 않겠나.

       

       역시 이건 정말 뇌피셜로 찍어 맞춰야 한다.

       

       

       “애초에 미국과 일본이 전쟁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것도 그네요.”

       

       

       나는 손가락으로 책상 끄트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그냥 내 손버릇 같은 것이다.

       

       잠시 생각해보면서 지금 바뀐 역사에서 미래를 바라본다.

       

       응? 아니지. 오히려 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대공황으로 일본이 군부가 장악하고 대본영이 폭주해 버릴 수 있다.

       

       열강들의 식민지를 노리면서 그 명분으로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울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에서 내전이 터졌다?

       

       원래 역사보다 사정이 달라졌어도 일본에는 대동아공영권이라는 핑계로 필리핀을 먹고 남방작전을 벌일 절호의 기회잖아?

       

       그렇게 먹고 해권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원래 역사보다 일본이 더 명분을 쥘 수 있다는 의미지.

       

       

       “폐하?”

       “아니, 일본은 움직일 겁니다. 자원도 자원이지만, 그놈들은 미친놈들입니다.”

       

       

       당장 원래 역사에서도 인도차이나 따 먹을 각이 나오니까. 따먹고 필리핀도 먹은 놈들이다.

       

       우리가 독일과의 전쟁을 이유로 자원수출을 금하고 미국 역시 금수가 아니더라도 내전으로 자원을 일본에 보내지 않는다면, 일본은 당연하게 남방작전을 벌일 것이고, 더 걱정할 필요 없이 시원하게진주만을 털어버릴 거다.

       

       만일의 가능성도 보자고?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왜? 어차피 군국주의가 일본을 잠식하면, 확장을 노릴 테고, 케이크보다 먹기 쉽게 나누어져 있는 중국이 있고, 내전으로 본국이 움직이기 힘든 필리핀이 있다.

       

       맥아더가 필리핀에 있을지 모르지만, 내전이면 본국으로 호출될 터.

       

       먹기 쉬운 필리핀이 있는데 그냥 두겠냐고.

       

       

       “폐하께서 그러시다면 무언가 이유가 있겠군요.”

       “우리는 그때까지 힘을 길러야 합니다. 특히 부족한 산업력을 키워야죠. 유수포프 공작이 그 일에 제격입니다.”

       

       

       이 사람 뜻밖에 판을 깔아주면 유능하니까.

       

       이제 와 유수포프 공작이 아니면 따로 맡길 사람도 없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폐하.”

       “공작. 국가 두마를 통해 공작을 러시아 산업 개발 프로젝트를 전담하게 할 테니 잘 부탁합니다. 특히 테슬라의 무선혁명을 적극 도우세요.”

       

       

       국가두마도 그 정도는 허락하겠지.

       

       

       “맡겨만 주십시오.”

       

       

       유수포프가 크렘린 궁을 나서자 마리아가 초코파이를 간식으로 가져다주면서 입을 열었다.

       

       

       “유수포프 공작께서 일을 잘하시는군요.”

       “일을 잘해야 하겠지.”

       

       

       원래 뭔가 목표가 있는 그런 사람들이 일을 잘하는 법이거든.

       

       테슬라의 무선혁명을 돕는 것도 마음에 든다.

       

       혹시 아는가. 테슬라의 무선혁명으로 러시아가 확 뒤집어질지.

       

       

       * * *

       

       

       만철-남만주총독부

       

       

       만철군 참모장 이시와라 간지는 본국 관료를 따라 모스크바로 가서 만주 협정을 마치고 만철로 돌아와 남만주 총독으로 부임한 무타구치 렌야를 만났다.

       

       

       “그래. 러시아로 가서 협정은 마무리 지었다고?”

       “예. 가서 많은 것을 보았죠. 최근 러시아가 너무 강대해지고 있습니다.”

       

       

       그래. 들어 알고 있다.

       

       당장 본국만 해도 대공황으로 힘든 와중에 러시아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듣기로는 황국의 기업도 러시아 자본이 들어갔다고 들었다.

       

       당장 남만주 철도회사만 하더라도 1906년도에 시작하고 20년대에는 남만주와 묶어 통째로 황국의 것으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러시아의 지분이 없지는 않다.

       

       본국에서 만철에서 이익을 보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투자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하는 말로 보아 이 이시와라 간지는 다른 속내를 품은 것 같았다.

       

       무타구치 렌야는 커피를 홀짝이고는 이시와라 간지의 눈을 살폈다.

       

       저건 보통이 아니다. 마치 정신 나간 인물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러시아와 적대하자는 말인가?”

       “그것이 아닙니다. 러시아는 유럽국가인 동시에 아시아 국가죠. 이게 무슨 뜻이겠습니까? 황국과 러시아는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굳이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이시와라 간지는 적극 부정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더 걱정되었다.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으니까.

       

       

       “그래. 그 말 한번 잘하고 있네만. 그래서?”

       “우리는 천황폐하께서 친히 군을 이끌고 중국으로 진출해야죠.”

       

       

       그래. 폐하께서 친히 친정을.

       

       순간 무타구치 렌야는 마시고 있던 커피를 뿜을 뻔했다.

       

       지금 뭐라고 했나. 폐하께서 친정을?

       

       

       “지. 지금 뭐라 그랬나?”

       “동서고금을 통틀어 군주가 친히 군을 이끌고 정복 전쟁을 벌인 일은 많습니다. 마땅히 폐하께서 직접 모든 것을 이끄시어 저 중국을 향해 진출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진짜 멍청이인 모양이다.

       

       지금이라도 못 들은 척을 해야 하나 무타구치 렌야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지금 하는 소리가 굉장히 위험해 보이니까.

       

       그리고 그 이야기를 왜 이곳에서 하나?

       

       

       “중국 진출이라. 그래 그거 좋지. 그런데 천황폐하라니. 그 이야기는 내지로 가서 해야 하는 말 아닌가?”

       

       

       만철군의 참모라고 해도 그것은 만철군 한정이지 본국의 허락은 받아야 할 터인데?

       

       

       “그것을 위해 이 만철에서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흠?”

       

       

       만철에서 준비하자고?

       

       이건 조금 혹하기는 하는데. 그럼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가?

       

       어디 한번 이 정신 나간 놈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옛 오자병법에 따르면 필사즉생행생즉사라 하였습니다. 반드시 죽으려 하는 자는 살고 요행히 살고자 하는 자는 죽는다는 뜻이죠. 분로쿠의 역(임진왜란) 때 조선에서 유명한 수군 제독 이순신이 한 말이기도 하고요.”

       

       

       그래. 판은 잘 깔고 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걸까.

       

       

       “그런데?”

       “그 일을 러시아의 여제가 증명하지 않았습니까? 총독께서도 직접 보셨다 하셨지요?”

       

       

       그래. 그건 직접 보기는 했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퇴고가 좀 늦었읍니다..

    오타지적은 아무도 모르게 확인 후 고치고 있어요!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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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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