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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9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게 이런 걸 말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바쁜 나날들이 지나갔다.

       

       다들 결혼식 하기 전에 몇 달 전부터 계획을 잡는 이유를 알겠더라.

       

       괜히 아무 생각 없이 결혼식 연다고 해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다.

       

       다행히 주변에서 도와준 덕에 제대로 끝나기는 했다.

       

       

       “···자, 다 됐어요.”

       

       “음, 예쁘네. 이 정도면 그 녀석도 못 알아볼지도 몰라.”

       

       “농담도.”

       

       “진짜라니까? 얼마나 예쁜지 네가 몰라서 그래.”

       

       

       호들갑을 떨어대는 도로시와 아멜리아의 목소리에 쓰게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럴 리가 없잖아.

       

       호들갑이 심하네.

       

       

       “이게 못 믿네? 좋아. 나중에 시우가 기절해도 우리 잘못 아니다?”

       

       “네, 네.”

       

       “···기분이 어때, 아르테?”

       

       

       머리에 장식된 베일을 만져주던 아멜리아가 기습적으로 내게 질문했다.

       

       기분이 어떠냐니.

       

       

       “잘 모르겠네. 이게 무슨 기분일까.”

       

       

       사실, 결혼식이라고 해도 딱히 커다란 의미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시우와 나는 같이 사는 사실혼 상태였으니까.

       

       그런데도 굳이 결혼식을 올리는 이유는 별거 아니었다.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으니까.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면 결혼식은 올리는 게 좋을 것 같았으니까.

       

       그 외에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당연히 긴장 같은 건 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거울을 통해 바라본 나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모습.

       

       그녀가 쥐고 있는 부케는 긴장 때문인 것일까.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결혼식에는 별 다른 의미를 가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떨려?”

       

       “···응.”

       

       

       복잡한 기분이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감, 떨림, 환희 등.

       

       수많은 감정이 내 머릿속을 휘젓고 있었다.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않은, 그저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하기에 하는 그런 행사라고 생각했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하기로 했던 결혼식이 이렇게 떨릴 줄은 전혀 몰랐다.

       

       

       “떨리는 게 당연한 거야.”

       

       “···그런가.”

       

       “그럼. 이 남자가 내 남자다. 전 세계에 그렇게 선언하는 날이잖아?”

       

       “···.”

       

       

       시우가 내 남자라고 온 세상에 선언하는 날이라.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다.

       

       시우는 내 거인 게 당연하니까.

       

       

       “아우, 우우···. 우으으으응···!”

       

       “아, 잠깐만. ···우리 아기, 뭐가 불편해? 화장실 가고 싶어? 밥 먹을래?”

       

       

       치장을 준비하던 도중, 갑작스레 아이가 칭얼거리자 다급히 손에 들린 부케를 내려놓고 아이를 품에 안았다.

       

       어디, 화장실은 아니고···. 밥인가?

       

       슬슬 배가 고파질 때가 되기는 했지.

       

       아이들은 생각보다 밥을 자주 먹어야 하니까.

       

       가슴 부분을 살짝 풀어 이레네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이레네의 칭얼거림이 잦아들고, 한동안 아이가 내 가슴을 빠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레네가 입을 떼고 작게 입을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다 먹었어? 옳지, 착하지.”

       

       

       어느새 밥을 다 먹은 이레네의 등을 토닥이자, 배가 부르니 졸린 지 눈을 감기에 요람에 눕혀주었다.

       

       이레네는 아직 어리기 때문일까.

       

       요람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잠에 빠지기 시작했다.

       

       ···귀여워라.

       

       어느덧 내 옆으로 다가와 멍하니 내 딸을 바라보는 두 사람을 향해 자랑했다.

       

       

       “어때, 귀엽지?”

       

       “···어, 엄청 귀엽네.”

       

       “볼 때마다 점점 귀여워지네요. 엄마 닮아서 그런가.”

       

       

       에잇, 또 헛소리.

       

       이상한 이야기로 빠질 것 같아 재빨리 잠든 이레네를 뒤로 한 채 흘러내린 모유를 닦은 뒤 풀었던 드레스를 다시 입었다.

       

       

       “···익숙하네.”

       

       “뭐, 그렇지. 벌써 몇 달이나 지났으니까.”

       

       

       당연히 처음부터 이렇게 능숙해진 건 아니었다.

       

       매일 밤마다 칭얼거리는 아이 탓에 잠도 못 자면서 항상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를 몇 달.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제 어느 정도 엄마의 역할에 익숙해졌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왜 우는지 몰라서 허둥거리던 시절의 나와는 달리, 이제는 조금만 칭얼거려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었다고.

       

       이게 엄마로서 성장했다는 걸까?

       

       뿌듯함에 어깨가 절로 으쓱여졌다.

       

       어때, 내가 이 정도라고.

       

       그러나 아멜리아와 도로시는 나를 칭찬하기는커녕, 미묘한 눈빛으로 나와 이레네를 반복해서 바라볼 뿐이었다.

       

       

       “나 참, 보통 순서가 반대여야 되는 거 아니야?”

       

       “반대?”

       

       “보통 결혼식장에서 아이를 달래지는 않잖아.”

       

       “···그건 말하지 않는 걸로.”

       

       

       내가 생각해도 조금 그렇긴 했다.

       

       결혼식장에 아이를 동반한 엄마라니.

       

       내가 장본인이기는 하지만 조금 그렇긴 해.

       

       그러나 두 사람은 멈춰달라는 내 말을 무시한 채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난 또 임신했다길래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벌써 둘째라니.”

       

       “저도요···. 금슬이 얼마나 좋으면···.”

       

       “배가 나오지는 않은 게 다행이야. 드레스 다시 구해야 할 뻔했으니까.”

       

       “그, 그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잖아! 그만 놀ㄹ···!”

       

       “우으, 우으으으응···.”

       

       

       이레네의 칭얼거림에 우리는 모든 움직임을 멈춘 채 시선을 요람으로 향했다.

       

       ···깼나? 너무 시끄럽게 한 걸까?

       

       큰일 났다.

       

       한번 울면 좀처럼 쉽게 그치지 않는데.

       

       거의 준비가 다 되었기는 했지만···. 아직 조금 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두 사람도 위기를 깨달은 건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요람을 바라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이레네는 깨지 않은 듯 다시금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들었다.

       

       

       “후우···. 깜짝이야···.”

       

       “···조금, 조용히 하기로 할까요?”

       

       “그래, 그러자. 조금 있으면 결혼식이라고. 아이가 깨면 안 되지.”

       

       

       한동안 우리는 조용히 마무리 작업을 시작했다.

       

       흐트러진 옷매무시를 다시 한 번 정돈하고, 다시 한 번 장식을 다듬기를 몇 분이 지났을까?

       

       신부 대기실의 문밖에서 안내자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슬슬 시작합니다! 준비는 다 끝나셨나요?! 아멜리아 양도 빨리 와주세요! 장비 점검해야 하니까!”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 화이팅!”

       

       “야, 이레네는 챙겨가야지!”

       

       “아, 맞다.”

       

       

       두 사람이 허둥지둥 자리를 털고 일어나 대기실을 빠져나와 각자의 위치로 향했다.

       

       도로시는 하객들이 위치한 장소로.

       

       그리고 아멜리아는 결혼식의 사회자가 서야 할 장소로.

       

       

       “준비 끝났어요.”

       

       “좋아요. 밖에서 신부를 부르면서 문이 열리면 천천히 와주시면 됩니다. 연습했던 것들, 기억하고 계시죠?”

       

       “네.”

       

       

       결혼식장 직원이 잠깐 사라진 뒤, 음악과 함께 무어라 이야기하며 결혼식의 진행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며 줄어들었던 긴장감이 다시금 찾아와 부케가 자꾸만 흔들렸다.

       

       떨린다.

       

       하지만 이번엔 두려움만이 섞인 떨림은 아니었다.

       

       기쁨으로 인한 떨림이다.

       

       시우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든다는 기쁨.

       

       그 기쁨으로, 내 손은 떨리고 있었다.

       

       

       “자, 아름다운 신부의 입장을 환호해주십시오!”

       

       

       그렇게 소란스러웠던 결혼식장은 어디로 간 걸까.

       

       어느덧 부드러운 음악만이 흘러내리는 결혼식장에, 새하얀 구두와 함께 발걸음을 내디뎠다.

       

       뚜벅, 뚜벅.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하객들이 나를 빤히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덧 저 위에 자리 잡은 채 미소를 지은 도로시와, 그녀의 품에 안겨 우리를 빤히 바라보는 이레네.

       

       여성용 정장을 입은 채 빤히 나를 바라보는 하율과 클레어 선생님.

       

       관심도 없다는 듯 테이블 위에 있는 음료수를 탐하고 있는 스피라와, 그녀를 뜯어말리는 라이라.

       

       저 멀리 단체로 모여있는 같은 반 학생들과, 반대편에 모여있는 최전방의 영웅들까지.

       

       여태껏 만든 인연들이 모두 한데 모여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집중할 수 없었다.

       

       내 맞은편, 신랑 대기실에서 먼저 나를 기다리고 있던 시우가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쁘네.”

       

       

       멍하니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시우의 모습에 나도 대꾸했다.

       

       

       “시우도, 멋있어요.”

       

       

       결혼식 행사를 위해 미리 연습해두었던 내용이 모두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연습은 실전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거짓말.

       

       그렇다면 이미 여러 번 보았던 시우의 정장이 이렇게 멋있을 리가 없잖아.

       

       그렇게 생각한 것은 나뿐만이 아닌지, 시우도 내 드레스를 보고 홀린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와주어서 고맙다, 앞으로 우리의 사랑이 영원히 이어지도록 하겠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할 예정이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시우가 너무 멋있었다.

       

       그런데 나와 시우가 너무 오래 마주 보고 있었던 탓일까.

       

       아멜리아가 황급히 수습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런···. 신랑과 신부가 자기 짝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넋이 나간 모양입니다. 원래 이럴 예정이 아니었는데요!”

       

       

       와하하하!

       

       

       아멜리아가 반쯤은 진심이 담긴 농담을 건네 하객들의 웃음으로 결혼식장이 소란스러워졌다.

       

       그제야 나와 시우는 정신을 차리고 경악했다.

       

       ···사고 쳤네.

       

       아멜리아는 이렇게 된 이상 대본 같은 건 필요 없다는 듯 손에 들린 종이를 던져버렸다.

       

       

       “뭐, 좋습니다! 신랑과 신부, 두 사람에게 물어보죠!”

       

       

       두근, 두근.

       

       심장이 얼마나 크게 뛰면 내 귓가에서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까.

       

       만약 작가님이 아직도 내 몸속에 있었다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게 아니라 기절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무심코 들었다.

       

       

       “상대방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겠습니까?”

       

       “···말할 것도 없지.”

       

       “마찬가지예요.”

       

       “그럼, 맹세의 키스를.”

       

       

       엉망진창이다.

       

       계획했던 것들은 우리들의 실수로 망가져 버리고, 갑작스럽게 맹세의 키스를 하라니.

       

       하지만 마음에 들어.

       

       손에 쥔 부케를 던져버린 뒤 시우의 품에 안겨 키스를 나누었다.

       

       우리의 사랑을 전 세계가 알 수 있게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일, 완결과 함께 후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여태까지 실눈흑막을 사랑해주신 독자님들께 무어라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 지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재미있게 즐겨주셨다면 기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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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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