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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9

       * ***

         

       궁청전에 들어선 유경은 한줄기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호천안이 자신을 호출할 만한 일이 무엇이 있을까.

         

       지금 혁기린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할 어떤 묘책을 주지 않을까.

         

       “호천안이라는 자가 어떤 묘책을 생각해 낸 것이 아닐까?”

         

       “음…개인적으로는 부정적입니다만.”

         

       유경의 기대와는 달리 사마경휘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어허.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호천안 그자가 권한 서신도 잘 먹혀들지 않았는가.”

         

       사마경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호천안. 그 자는 유야 공주, 그러니까 본인이 알던 혁기린이 두작의 누이 동생일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겠지요.’

         

       사마경휘는 유경의 푸념을 들을 때 호천안의 상태를 떠올렸다.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식은땀까지 흘렸다.

         

       ‘아마 유경의 푸념에 유야 공주님과 폐하가 남매라는 단서 같은 것이 들어 있었겠지.’

         

       단서야 이래저래 있었다.

         

       사마염 그리고 혁기린과 동시에 사천에서 활약했다고 했을 테니 혁기린을 대하는 사마염의 태도도 볼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주님이 어찌 둘러대기야 하셨겠지만,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반영이 너무 즉각적이었고.’

         

       아무리 빠르게 일이 처리되어도 최소한의 시간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두작으로 위장한 유경이 풀이 죽은 채 나타난 시간이 하루도 안 되었으니 당연히 호천안이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혁기린과 호천안이 궁청전에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드러난 빈틈. 의심을 죽이기 위해 며칠이고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었으니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매일 한 번 얼굴을 보고 있으니 혁기린의 마음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조언을 해 줄 수 있었겠지.

         

       그러나 황위를 둘러싸고 얽힌 이 두 사람의 사정까지 짐작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호천안 그자가 지금 상태에서 도움이야 되겠지만..폐하께서 너무 과한 기대를 하시는 것 같군.’

         

       사마경휘도 호천안의 도박 실력은 인정했다. 그리고 사람 자체가 기지가 있다는 것 역시 인정했다.

         

       지인이 황족이라는 사실을 눈치챘고 동시에 자신의 행동이 남매 다툼의 원인이라는 것 역시 눈치챈 상황에서 거의 동요를 바깥으로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사마경휘 역시 호천안이 이 상황의 돌파구를 마련해주기를 바랬지만 유경의 기대가 너무 큰 것 같아 일부러 부정적인 말을 입에 담았다.

         

       유경이 한 가지 방편으로 치우치는 것을 제어하는 것 역시 황실의 정보기관의 수장, 동창제독의 업무 중 하나였으니까.

         

       “에잉. 자네도 기왕 궁에서 가짜 신분을 쓰며 돌아다니는데 어깨에 힘좀 풀게나.”

         

       그런 사마경휘의 의도를 읽었는지 타박을 주는 유경. 동창제독의 위까지 오르기 위해서 수많은 변장과 변복을 했던 사마경휘의 입장에는 절로 고개가 저어지는 이야기였다.

         

       가벼운 불평을 위해 입을 열려던 사마경휘의 표정이 굳었다.

         

       “폐하. 제 뒤에 붙으시지요.”

         

       “…무슨 일이 있나?”

         

       거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위협적인 흐름은 아니었지만 초절정의 무인인 사마경휘조차 큰 압박감을 느낄 정도.

         

       “연무장 쪽에서 강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호천안이 무슨 일을 벌인 것일까? 사마경휘는 인상을 찡그렸다. 사마경휘에게는 유경의 안위가 최우선 순위. 곧바로 돌아가자는 말을 입에 담으려던 사마경휘보다 유경의 말이 더 빨랐다.

         

       “가봄세.”

         

       “폐하! 위험합니다! 금군을 부르고 안전을 확보한 뒤에..!”

         

       “그자가 나를 불렀지 않은가.”

         

       유경이 빙그레 웃어 보였다. 사마경휘는 유경의 표정에서 굳은 결의를 읽고 잠시 당황했다.

         

       “도박판에서 그 자의 재주를 보지 않았나. 비범한 자가 재주를 부렸으니 비범한 일이 일어남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

         

       “하오나…”

         

       “가세.”

         

       유경의 단호한 말투에 사마경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혁대의 연검을 뽑아들었다. 주군의 뜻이 정해졌으니 따를 수밖에. 내공을 주입해 뻣뻣해진 검을 들고 사마경휘는 주변을 경계하며 연무장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그들이 본 것은 눈을 반개한 채 깨달음의 순간을 만끽하고 있는 혁기린의 모습과 그런 혁기린을 지켜보고 있는 호천안이었다.

         

       “자…”

         

       큰 소리를 내려던 사마경휘는 호천안의 조용히 하라는 손짓에 반사적으로 목소리를 죽였다. 무인인 사마경휘는 물론이고 무림인의 상식 정도는 숙지한 유경 역시 발소리마저 죽이며 호천안에게 접근했다.

         

       “두 분을 만나기 전 혁기린 대협과 가볍게 검이나 나누려 했습니다.”

         

       호천안의 말에 두 사람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더니 돌연 무언가를 깨달으신 듯 지금의 상태에 들었습니다. 두 분께 만나자 연통을 드렸지만 아무래도 상황이 여의치 않군요.”

         

       “…혁기린 대협은 괜찮은 건가?”

         

       “그저 깨달음을 얻고 있을 뿐입니다. 누군가 혁기린 대협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지켜보는 정도면 충분하겠지요.”

         

       호천안의 말에 두 사람은 다시 혁기린을 바라보았다.

         

       흐릿하게 유형화된 밀도 높은 기들이 혁기린을 중심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동창 제독인 사마경휘 역시 처음으로 목도하는 깨달음의 순간.

         

       그것은 신비한 광경이었다. 미동조차 없는 혁기린의 몸을 대신해 생명 활동을 이어가듯이 때로는 수축하고 확장하며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혁기린의 모습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심장과 같았고 연무장 일대의 기는 마치 피와 같이 혁기린을 통해 흘러들어오고 흘러나갔다.

         

       두 사람은 말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어째서 호천안이 그저 혁기린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광경이었다.

         

       유경은 홀린 듯이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무인이 아닌 유경이라도 막연히 느낄 수 있는 거대한 기의 흐름과 혁기린을 중심으로 흩날리는 유형화 된 기는 충분히 눈만으로도 쫓을 수 있었다.

         

       “참으로…온화하구나.”

         

       유경은 저도 모르게 그리 중얼거렸다. 혁기린은 거대한 힘을 부리고 있었다. 무공에 문외한인 유경이었지만 지금 혁기린이 부리는 기운이 한순간이라도 자신을 향해 움직인다면 그저 바람 앞의 촛불처럼 맥없이 스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두렵지 않았다.

         

       혈육이라서가 아니었다.

         

       그 거대한 기의 흐름과 그 거대한 기의 흐름에도 온화함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세심하고 부드러이 흐르는 이 기들은…사람을 해치기 위한 것들이 아니었으니까. 사람을 위해주고 싶어하며 사람을 포옹하고 싶어하는 기의 흐름이었으니까.

         

       무공의 무(武)자도 모르는 유경이었지만 어쩐지 그런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깨달음을 얻는 도중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혁기린이라는 무인이 축적한 일생(道)이 몇 마디 화두로 열린 길(路)을 타고 한계를 넘기 위해 하늘의 문을 두드리고 있기에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것이 너였구나.’

         

       혁기린이 스스로 표현하지 못했던 속내. 내세울 업적이 없어서 표현하지 못했던, 오라버니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표현하지 못했던, 혁기린의 혼탁한 감정 속에 감추어있던 혁기린의 진면목이 화두라는 길을 따고 세상에 드러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경은 맥동하는 기의 흐름을 관조했다.

         

       저 심장 박동과 같은 기의 흐름이야말로 혁기린이라는 무인이었다. 아니, 유야 공주가 황궁을 나서 쌓아올린 혁기린이라는 사람 그 자체였다.

         

       호천안은 조용히 사마경휘의 어깨를 짚었다.

         

       “두 분이 오시니 긴장이 풀려 다리가 후들거리는군요.”

         

       유경과 마찬가지로 혁기린의 깨달음 장면에 몰입하고 있던 사마경휘가 정신을 차렸다.

         

       “부끄럽지만 꽤 오랜 기간 검을 휘둘러 보지 못해서 방금 과하게 흥을 내 버리고 말았습니다. 좀 쉬고 싶은데 쉴 만한 곳까지 부축 좀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마경휘는 반사적으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반박할 뻔했다. 혁기린과 대련을 했다는 것은 땀에 흠뻑 젖은 의복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지만 강건한 일류 무인이 고작해야 검 좀 휘둘렀다고 다리가 풀린다니.

         

       그러나 사마경휘는 대답 대신 혁기린과 유경을 바라보았다.

         

       “…그럼세.”

         

       사실 이성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결정이었다. 아무리 혁기린이라지만 무아지경의 상태였고 어떤 불상사가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일반인인 유경은 그 여파만으로도 상당한 부상을 입을 수 있었다.

         

       사마경휘는 생각했다. 나중에 누군가 무슨 근거로 이런 결정을 내렸냐고 추궁한다면 아마 대답하지 못할 것이라고.

         

       남겨진 두 사람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 줄 모르겠고, 유경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의무를 스스로 저버렸음에도, 그저 혁기린의 모습을 보고 막연히 이래도 될 것 같았다고밖에 말할 수 없겠지.

         

       그럼에도 사마경휘는 호천안의 어깨를 부축했다.

         

       ‘깨달음에 홀려버리기라도 한 것인지.’

         

       사마경휘는 실소를 흘리며 호천안과 연무장에서 퇴장했다.

         

       연무장에는 깨달음을 소화하는 혁기린과 그런 혁기린을 바라보는 유경만이 남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닷!

    평소의 고봉밥에 비하면 분량이 짜지만…이야기의 흐름상 이렇게 나눌 수밖에 없었네욧..!

    다음화도 보고가세욧..!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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