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59

       레드 진영의 깃발이 불타다 스러지는 모습이 화면에 가득 잡혔다.

       

        1세트를 되감기하여 재차 틀은 듯했던 2세트의 마무리. 으레 들려와야 하는 관중들의 환호성이 없어 다소 어색했지만- 아마, 사운드 문제는 아니었겠지. 

       

       이어서, 3세트를 앞두고 12개 캐릭터의 초상화가 하나씩 빛나는 모습을 보며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우승하겠는데, 이거.

        

       《GP의 마지막 픽입니다. 혹시, 또 뽑나요! 도적, 오소독스 선수의 도적! 두 번 일어난 일은 세 번도 일어난다고, 또 나올 수 있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선수들이랑 얘기하다보면 최근에 도적이 조금씩 챌린저에서 보인다- 그런 얘기가 있기는 했거든요. 하지만 결론은 늘 같았어요. 하는 사람만 하는 캐릭이고,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굳이 할 이유가 없다. 이게 그냥 뭐 논란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런 분위기의- 아, 도적! 다시 한번 도적입니다! 기선제압을 위한 도박수인 줄만 알았던 도적이, V7의 약점을 집요하게 헤집는 비수가 되었어요!》  

        

       《처음엔 두려웠겠지만, 이건 이제 도박이 아닙니다. 니네 이거 막을 줄 알아? 하고 뽑았는데, 어, 뭐야. 니네 몰라? 그러면 이제 모르면 막을 때까지 뽑는다? 이런 상황이거든요! GP가 검증된 난제를 던진 겁니다!》

        

       《도적이, 도적을! 이게 대체 뭡니까? 이걸, 아니- 이게-》

        

       《아, V7의 스제 코치, 머리를 쥐어 뜯으며 소리를 지르고 있어요. 머리는 저렇게 함부로 대하면 안 되는 건데……하지만, 심정은! 심정은 너무나 이해됩니다. 갑자기 등장한 도적이 V7의 눈앞에서 승리를 훔쳐가고 있거든요! 벌써 2번 당했어요! 이제 3번째 승리도 훔쳐가면, V7은 팬들로 가득한 결승전 무대에서 무엇 하나 보여주지 못하고 집에 가야합니다!》

       

       열기를 뿜어내며 소리를 높이는 해설들의 환호 속에서, 다시 한번 자신감있게 도적을 픽한 GP.

        

       그리고, 여전히 감을 못 잡고 광전사 하나 달랑 지하에 보내려 하고 있는 V7.

        

       그 대비를 보고 있노라면, 모르려 해도 모를 수가 없는 것이다.

        

       예언가는 아니지만, 세상엔 초능력이 없어도 보이는 미래가 있는 법이니까.

        

       누구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는데, 나도 둘을 보고 셋 정도야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와, 나 꿈꾸는 건가? 이거 아따먹님이 뭐 최면어플이라도 쓴 거 아니에요? 이게 말이 돼요?”

        

       “……해보니까, 2지하는 팀게임에서 괜찮은 전략이긴 합니다. 조합은 연구의 여지가 있기는 한데…도적은 빼기 힘들어졌어요.”

        

       “에? 어, 레반 오빠? 진짜 최면어플 당했어요?”

        

       ……둘을 보고도 하나를 헷갈리는 사람도 있긴 한데.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는 법이다.

        

       사람이 나오나 보는 눈 좀 없을 수 있지. 아크는 다른 재능이 많은 사람이니까.

        

       “……뭔가 이상한 시선이 느껴지는데요. 기분 탓이죠?”

        

       “네. 오해예요. 제가 헬멧을 쓰면 눈매가 사나운 편인가 보네요.”

        

       “아니, 눈매는 보이지도 않는……아, 진짜 주화입마 올 거 같아요 저…….”

        

       이렇게 눈치도 빠르고……응.

        

       아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고, 시선을 핸드폰으로 돌렸다.

        

       한 번 참았고, 두 번도 참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면……반응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잖아. 불가항력이다.

        

       오디오는 레반과 아크가 풍부하게 채워주고 있으니까……나는 커뮤니티 반응을 조금 확인해도 되지 않을까. 

       

       잠깐……정말 잠깐만.

        

       [작성자: ㅇㅇ]

       [제목: 말세다 말세야]

       [월즈에 도적이 3번 연속 나오고

        

       오늘 랭 돌리지마라 ㄹㅇ]

       –     아니 2지하가 솔랭에서 되겠냐고 대체 누가 방패들고 씹노잼 게이짓해주냐고

       –     이기면 뭘해도 재밌음

       –     ㄴ ㄹㅇ 재미는 보이스로 챙기면 됨

       –     ㄴ 뭣……

        

       [작성자: ㅇㅇ]

       [제목: 3연도 입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씨발 이게 실화냐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광전사 하면 안 된다고 칼들고 협박함?]

       –     근데 1경기 보면 진짜 좋아 보이는데

       –     ㄴ 월즈에서 캐리했는데 좋은 게 맞지

       –     ㄴ 걍 아다리 맞은 날빌임

       –     ㄴㄴ 지금 월즈 우승각인데 아다리 맞은 날빌로 한 거면 더 대단한 거 아니냐?  

        

       [작성자: ㅇㅇ]

       [제목: 드디어 도적이 빛을 보는구나]

       [(전적화면 스크린샷)

        

       내가 올라갈 때가 되었어]

       –     도적 340판? 이건 그냥 미친새끼 아니냐?

       –     상향된 것도 아니고 대회 나온게 무슨 상관이야

       –     ㄴ 이제 도적 픽해도 트롤 안 박을 테니까 ㅇㅇ 트롤만 없으면 마스터까진 무난하지

       –     ㄴㄴ 지금 티어가 어딘데

       –     ㄴㄴ 아이언

       –     ㄴㄴ ?

        

       [작성자: ㅇㅇ]

       [제목: 이거 또 도적캐리 나오면 어케 됨?]

       [3연 도적 3연 캐리로 결승전이 3대떡 나면

        

       대체 어케 되는 거임

        

       진짜 도적의 세상이 왔다고?]

       –     도적을 위대하게

       –     도적부흥운동회 회장님…행복하시죠…? 그곳에서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     ㄴ 그딴 게 있어?

       –     ㄴㄴ 놀랍게도 진짜 설립했음 검색도 되더라

       –     ㄴㄴ 미친놈인가

       –     ㄴㄴ ㄴ 미친년임

       –     ㄴ 뭐야 아따먹 뭔일 있어?

       –     ㄴㄴ 아니 그건 아닌데 요즘 자꾸 합방해서 내 마음이 죽었어…그러니, 내 마음 속에서 살던 그녀도 무사하진 않았겠지. 슬픈 일이야.

       –     ㄴㄴ 겸사겸사 몸도 죽어주시면 안 될까요 선생님

        

       예상대로라고 해야 할까.

       

       월드시리즈 결승이라는 광고판의 효과는 과연 대단했다. 갤러리 글의 9할 이상을 도적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였으니.

        

       직접 목을 베어가며 했던 도적부흥운동과는 비교가 안 되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

        

       ……아니, 생각해보면 그것도 제법 괜찮았던 기억이 있긴 한데.

        

       다음에 한번 정도는 더 해도 되지 않을까.

        

       그 때도, 지금만큼이나 멋진 갤러리였던 것 같고.

        

       살며시 입꼬리가 올라가는 감각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나머지 알림들을 확인하자니-

        

       [작성자: 아크따먹아따먹]

       [제목: 아따먹 성불하겠네]

       [월즈에서 3연도적이라니

        

       이건 기념으로 얼공하고 아크를 따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의하면 개추]

        

       [작성자: ㅇㅇ]

       [제목: 속보) 아따먹 이상형은 씹게이 방패거북이]

       [이거이거 어쩔 수 없네

        

       오늘부터 대방패 기사 달린다

       

       다이아 찍는 날 아따먹한테 프로포즈할거야]

       –     님진게?

       –     ㄴ 참한 여도적이랑 알콩달콩 신혼생활 할건데 왜 내가 게이임?

       –     ㄴㄴ 참?한

        

       [작성자: 아따먹따먹]

       [제목: 갤주 짤 쪄왔다]

       [(사진)

        

       도적주머니에 오카리나 수납한 갤주

        

       (사진)

        

       옷이 의자에 낀 줄 모르고 움직이는 갤주

        

       (사진)

        

       무거운 도적주머니를 팔로 지탱하는 갤주

        

       (사진)

        

       확대한 도적주머니

        

       (동영상)

        

       이건 도적이 킬 딸 때마다 움찔거리는 갤주…그냥 귀여워서 쪄봄]

       –     마지막 뭐냐 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얼굴 개궁금하네 ㄹㅇ

       –     와 몸매 진짜

       –     ㄴ 얼굴이 얼마나 좆같아야 저 몸으로 노캠을 하지?

       –     ㄴㄴ 좆까 이건 얼굴이 아무리 빻았어도 빤다

       –     ㄴㄴ ㄹㅇ 불 끄면 됨

       –     걍 모양부터가 대놓고 수술인데? 좀 좋은 병원 알아보기라도 하지;   

       –     ㄴ 알겠으니까 제발 수술이라도 하세요 아주머니

       –     ㄴㄴ ??머래

       –     ㄴㄴ 나 남자라 타격 1도 없음ㅋㅋ 왜 남자한테 아주머니라 하지? 그리고 애초에 그거 존나 더러운 말인데 알고 쓰는 건가 병신한1남 새끼가

       –     ㄴㄴ 오우…

       –     폰보다 오카리나가 더 가벼워서 올리기 쉽지 않나

       –     ㄴ 굴곡 있어서 더 빡셀거같은데

       –     ㄴㄴ ㄱㄷ 내가 해봄

       –     ㄴㄴ 코자임?

       –     ㄴㄴ ㄴㄴ 여유증임

       –     ㄴㄴ 씨발 정말 알고 싶지 않았어요

       –     ㄴㄴ 갓따먹님 글에 이딴 댓글 싸지 마라

        

       조금……조금, 이상한 사람들도 있긴 한데.

        

       응.

        

       아무튼,

        

       저런 글이나 댓글 하나 둘 정도야, 뭐.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정말로.

        

       ……하나 둘은 아니긴 한데.

        

       수치심 따위가 차지할 공간은 없었다. 지금 내 머리를 가득 메우는 건,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있는 V7이었으니.

        

       분명, 전생에는 V7이 도적 2지하를 처음 선보이며 우승했었지. 

       

       숨겨둔 전략일 가능성은……없을 거다. 도적 2지하에 대해 알고 있기라도 했다면, 5판 3선승에서 두 경기를 같은 전략에 내준 순간 뭔가 대응을 하는 게 정상이잖아. 맞도적으로 맞불을 놓든, 날빌로 카운터를 치든.

       

       지면 집에 가야 하는 경기에서도 아무 대응이 없다는 건……결국, 그런 뜻이다. 

       

       V7은 월드시리즈 결승을 앞두고 도적을 발견하지도, 2지하를 정립하지도 못했다는.  

       

       그러니까- 지금의 V7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언제나 그렇듯, 믿기는 싫지만 이상할 건 없다. 다른 사람들로 채워진 다른 세상이니. 

       

       어디 달라진 게 이거 하나였던가.

        

       사람도 다르고, 회사도 다르다. 명작이었던 영화들도 없어졌고, 즐겨 듣던 노래들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익숙해졌다. 당연히 그러했다. 자해라도 하는 양, 일부러 그런 괴리를 찾아다녀가며 눈에 새기곤 했으니. 

       

       그리 자주 접한 세월이 어느덧 1년인데, 아직도 매번 놀라는 게 더 이상하겠지. 설령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어도 익숙해졌을 거다.

        

       그러니까, 차이점을 발견했다고 움찔거리며 얼어붙던 시절은 지나간지 오래다. 이제는 그런 걸 발견하면 한번 고개를 끄덕거리고 저 멀리 치워버려 잊는다. 깊게 고민해봐야 알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속만 쓰려 올 뿐이니.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건 내가 바꿨으니까. 내가 바꾼 거니까.

       

       혹자는 오만한 생각이라 할 수도 있겠지. 그래도,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V7이 침묵한 이상, 이건 내 몫이었어.  

       

       내가 아니었다면. 아니, 더 정확히는……내가, 어울리지도 않는 스트리머를 하지 않았더라면.

        

       도적은 그대로 계속 묻혀있었을 테니까. 전생과 다르게.

        

       커뮤니티에 가득한 글들은 끝없이 읽어 내려도 계속하여 생겨났다. 도적에 관한 글들. 나에 관한 글들. 프로게이머에 관한 글들과……다시, 도적에 관한 글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생생한 글들을, 그 활자들을 눈에 들이붓는 사이- 묘한 열감이 가슴과 머리를 끝없이 어지럽히고 있었다 . 

       

       

       뱃속 깊은 곳에서 나비들이 날갯짓을 하는 듯한 감각에서 시작하여, 가슴과 머리로. 그리고 손끝으로. 파르르, 손이 떨릴 정도의 감각에, 두 손을 조심스레 배 위에 포개어 얹었다.

       

       여긴 이런 곳이니까 그러려니 하라고 윽박지르는 세상이었다. 그 앞에 처음으로 당당히 서서, 나는 여기 출신이 아니고, 여기의 것이 아닌 기억을 가지고 왔으니, 꼬우면 네가 나한테 맞추라고 소리를 지르며 한방 먹인 듯한-

        

       그런, 기분.

        

       달리 말해, 

       

       승리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즐거운 연말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여행 중 실시간으로 살이 찌는 감각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호텔에 체중계가 없어서 다행이에요.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