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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9

       올리비아가 사라진 그 날.

         

       키엘은 제국에 일언반구 없이 폐관 수련에 돌입했다.

         

       이 모든 일의 배후에 황녀 아리아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더 이상 제국을 신뢰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황녀를 칠 수도 없었다. 그의 본가인 로트실드 가(家)는 제국 한복판에 위치해 있었고, 만약 황녀를 시해한다면 그 벌은 자신이 아닌 로트실드 가가 받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었다. 꿈 속의 자신이 도달했었던 경지. 그 순간 떠올랐던 희미한 심상을 육체에 완전히 각인시키기 위함이었다.

         

       콰직……!

         

       성녀 리브가의 배려로, 키엘이 은둔한 산맥으로 향하는 모든 길목은 성기사들이 통제하고 있었다. 그가 온전히 수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었다.

         

       사아아악.

         

       대검이 움직일 때마다 동굴 속에서 고요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오러는 절대 고요하지 않다. 눈 앞의 적을 당장이라도 찢어버릴 것처럼 흘러넘쳤다.

         

       사방에 갈기갈기 찢겨 있는 마물들의 시체가 그 증거였다. 키엘은 대검을 적신 핏물을 털어내며 중얼거렸다.

         

       “……많군.”

         

       폐관을 선택한 동굴에서 마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부터였다. 처음에는 가장 흔한 공허충이, 그 다음 달에는 촉수를 뿜어내는 괴수들이, 그 다음 달에는 이전보다 강한 마물들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5년.

         

       살점, 뼈, 내장, 피…….

         

       마물들의 잔해에선 인간의 심상을 어지럽히는 독기가 흘러나왔다. 애초에 누구라도 시체가 산처럼 쌓인 곳에서 머무른다면 정신이 썩어들어갈 것이다.

         

       키엘이 머물던 동굴은 어느새부터 마물들의 시체를 버리는 쓰레기장이 되었다. 한 동굴을 가득 채우면, 검격으로 새로운 동굴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속에 시체를 다시 채운다.

         

       꿈 속의 그가 선보였던 검은 누군가를 지키는 검.

         

       쿵, 쿵.

         

       그리고 작금의 키엘이 선택한 검은.

         

         

       *****

         

         

       “…….”

       

       사방에서 풍겨오는 썩은 듯한 냄새.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넌 여기 있어.”

         

       연쇄살인마를 결계로 밀어넣은 채, 동굴 안으로 향한다.

         

       심장을 빠르게 두 번 두드림과 동시에 주변의 자연력이 올리비아의 심장으로 빨려들어간다. 그 속에서 담겨진 진득한 사기(死氣)들이, 올리비아의 혈관을 따라 한 바퀴 맥동한 순간 정화된다.

         

       화아아아악!

         

       올리비아의 시그니처나 다름 없는 푸른 색상으로 물든 마력이, 역으로 사기를 집어삼키며 전진했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연쇄살인마가 침을 꿀꺽 삼켰다.

         

       “……미쳤다.”

         

       쿠오오오오오!

         

       시체 틈 사이에 숨어 있던 마물이 솟구치더니, 그대로 올리비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놈이 아가리를 벌리기도 전에, 섬광이 번뜩이며 마물을 잿가루로 만들었다.

         

       ‘……벌써 통로가 열렸을 줄이야.’

         

       올리비아는 낭패라는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키엘이 왜 하필 이런 곳을 폐관 장소로 선택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고오오오오…….

         

       불길한 죽음의 기운을 내뿜는 균열. 마계와 연결된 통로가 이곳에 있었다.

         

       대악마가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그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통로는 마물들을 영구히 뱉어내지 못한다. 기껏해야 수백에서 수천마리를 뱉어내고, 더 이상 마물이 넘어오지 않으면 그대로 닫혀버린다.

         

       하지만 이 주변에 널린 시체는 최소 만 단위였다.

         

       그만한 수를 뱉어낼 동안 유지되었다는 뜻은, 이 통로가 마계와 반 영구적으로 연결되었다는 소리였다.

         

       ‘원래는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아무리 키엘의 정신력이 강하다고 해도, 이 정도 사기에 장시간 노출되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확인해둘 필요가 있었다.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마물들의 형상은 점점 처참해졌다. 입구까지만 해도 깔끔하게 급소를 베어 죽였었는데, 지금은 온통 찢겨 죽은 형상들 뿐이다.

         

       개 중 한 마물의 정체를 알아낸 올리비아가 입을 벌렸다.

         

       ‘이건……트리사이드잖아.’

         

       거대한 덩치, 나무뿌리를 연상시키는 수십 개의 다리와, 몸통에 박힌 수백 개의 눈동자.

         

       마탑 하나를 능히 쓰러뜨릴 수 있을 수준의 고위 마물이,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벌써 이런 게 나온다고?’

         

       격이 높은 마물들이 통로를 넘어오는 시기는 극 후반부다. 그 중에서도 트리사이드 정도 되는 마물들이 출몰하는 시기는 마왕 강림이 임박했을 때 쯤.

         

       수천 판 동안, 마물들의 출몰 시기는 단 한 번도 달라진 적이 없었다.

         

       지금을 제외하고.

         

       ‘……당겨졌다.’

         

       늦으면 내년, 빠르면 올해 말.

         

       올리비아는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올리비아는 더 깊숙한 곳으로 내려갔다.

         

       까드드드드득!

         

       어둠 속에서 울려퍼지는 검명이 점점 선명해진다.

         

       올리비아는 태고의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이때까지 내려오면서 보았던 검흔으로 추측하건데, 작금의 키엘은 태고의 지팡이 없이는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할 것이다.

         

       [충고 하나만 할게. 금탑주는 네 스승이니 어쩔 수 없다 쳐도, 다른 사람들은 지금처럼 네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편이 좋을거야.]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광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키엘을 무작정 방치할 수도 없었다.

         

       앞으로 있을 계획에, 키엘은 반드시 필요했으니까.

         

       “키엘.”

         

       대검이 허공에서 뚝 멈췄다. 기계처럼 검을 내지르던 키엘이 고개를 돌려 올리비아를 보았다.

         

       그의 안광은 여전히 짙은 묵색이었지만, 지치고, 탁해져 있었다. 단정하게 잘려 있던 머리는 어깨까지 길게 내려와 있었다. 한참 동안 눈을 깜빡거리던 키엘은, 그제서야 올리비아를 인식했다.

         

       “너는……?”

         

       그의 목소리는 처음에는 살짝 떨렸다. 그 텁텁하고 갈라진 목소리에서, 올리비아는 키엘이 지난 5년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직감했다.

         

       미련한 새끼.

         

       “너는……올리비아가 맞나?”

       “당연한 소리를…….”

       “넌, 빈사상태였다.”

       

       키엘의 말투는 불신으로 가득했다.

       

       “완전히 의식을 잃은 네가, 아스모데우스에게서 도망칠 수 있었을 리 없다. 네가 지금 살아있는 건, 아스모데우스가 널 죽이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겠지.”

         

       왜 대악마가 그런 결정을 내렸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살려둘 이유가 없는데.

         

       “이 곳에 5년 동안 폐관하며, 참으로 많은 마물들을 만났다. 개중에는 도플갱어라고 불리는 것들도 있었지.”

         

       키엘이 잠시 올리비아를 바라보더니, 허공에서 검을 뽑아냈다.

         

       마음이 꺾이지 않는 한, 절대로 부러지지 않는 검.

         

       심검(心劍).

         

       아직 완전히 진리를 깨닫지는 못했는지 그 형상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키엘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분명 심검이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너는, 올리비아가 맞나?”

         

       고오오오오……!

         

       예상과는 다른 상황에 올리비아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그의 의심 자체는 합리적이다.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올리비아 자신조차도 제 몸 속에 마신의 잔재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 아스모데우스의 본의를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키엘이 하는 짓이 억지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5년 사이에 저런 말도 안되는 경지에 도달했으면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올리비아의 마력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하.”

         

       키엘을 마주 노려보던 올리비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꿈틀거리는 미약한 감정.

         

       저 감정이 무엇인지, 올리비아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런 거였나.

         

       “나는, 키엘 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손속에 여지를 두지 않고 겨뤄줄 수 있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 일대가 남아나지 않겠지.”

       “…….”

       “그러니 괜한 핑계대지 말고, 원하는 게 정확히 뭔지 말해. 들어줄테니까.”

       

       올리비아가 그렇게 말했을 때, 키엘은 대답하지 않고 올리비아를 노려보았다. 그 시선에서, 올리비아는 키엘의 의지를 느꼈다.

       

       입이 아닌, 검으로 답하겠다는 아집.

         

       올리비아는 더 묻지 않았다. 그 대신, 지팡이를 들어 키엘을 겨누었다.

         

       고오오오……!

         

       한없이 고조되는 날카로운 공기.

         

       “전력으로 간다.”

         

       파지지지직!

       

       그 말과 동시에 올리비아의 손끝에서 강렬한 전광이 번뜩이더니, 수백 갈래의 번개 줄기들이 동굴 벽을 타고 날아든다.

         

       전력이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는지, 올리비아의 공격에는 빈틈이 조금도 없었다. 숙련된 검사라면 번개 줄기를 몇 개 베어낼 수야 있겠지만, 그뿐일 것이다. 공격을 허용할 수 밖에 없도록 마법의 궤도 자체를 비틀어 놓았으니까.

         

       사악.

         

       그 순간, 키엘이 움직였다. 그의 의지에 따라 묵색으로 빛나는 심검이 유려하게 회전했다.

         

       뇌전과 심검이 닿음과 동시에, 폭발하려던 마력이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그곳에 ‘베는’ 일련의 행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뇌전은 분명 베여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당황하지 않았다. 키엘이 심검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도달한 이상, 저 정도는 당연히 해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중에는 횡으로 휘둘러도, 종으로 베어내는 기예를 선보이겠지.

         

       스르릉!

         

       잔존 마력을 털어낸 키엘이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

         

       중단세(中段勢).

       

       그의 눈동자에는, 더 이상 탁함이 보이지 않았다.

         

       고요하기 그지 없는 눈빛으로, 올리비아의 다음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공격하려고 달려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서지도 않는다.

       

       마치 누군가를 영원히 지켜내려는 것처럼.

         

       검성, 키엘 로트실드.

         

       그의 의지가, 찬란하게 솟구쳤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1. 검성, 키엘 로트실드.
    2. 금탑주, 멜리나 디비아에.
    3. 성녀, 리브가.
    4. 파도잡이, 에스티 아쿠아르.
    5. 무왕, 아쉐 발타르.
    6. 혁명가
    7. 악마사냥꾼
    8. 드루이드
    9. 화이트 드래곤 로드, 카르시안
    10. 레드 드래곤 로드, 에리야스
    11. 연쇄살인마.
    12. 암주
    13. 대마녀, 아우렐리아.
    14. ????
    15. ????

    이제 둘 남았군요.

    한 자리는 황녀, 아리아.

    감회가 새롭습니다.

    – 정말정말고마워요 님 108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매일 연재할 수 있었던 건 다 독자여러분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7

    -뚜알기가 조아님 123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Ilham Senjaya님도 메리크리스마스!!!!!

    활기차고 복된 새해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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