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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9

       ……‘사라’가 돌아오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계속 대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정말로 그럴까?

        

       유하늘의 마음속에서 그런 대화가 계속 오갔다. 한쪽은 상황을 계속 긍정적으로 보려고 했고, 다른 한쪽은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려고 했다.

        

       둘 다 일리가 있는 생각이긴 했다.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지금까지 ‘사라’가 달라진 모습을 보아온 유하늘이었다.

        

       아직 최나경 회장에 대한 미련을 완벽하게 버리지는 못했어도, 자신을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라’였다.

        

       비록 ‘소중하게’ 여기는 방식은 ‘사라’와 사라가 모두 다르긴 했지만, 둘 다 유하늘에게 있어 소중한 친구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유하늘은 사라를 믿었다. ‘사라’도 믿었다.

        

       자기 어머니와 마주하더라도, 바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생각은 계속해서 반대쪽으로 머리를 굴렸다.

        

       문제는 ‘사라’의 마음속에서 최나경 회장에 대한 미련이 완벽하게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거였다.

        

       유하늘은 사라가 최나경 회장에게 안기던 장면을 기억했다.

        

       ‘사라’의 일생에서 가장 강렬했던 기억.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었던 인간.

        

       그렇기에, 이번 대화에서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였다.

        

       “…….”

        

       책상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본다. 아직 ‘사라’가 나간 지 1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 가는 시간, 대화하는 시간, 그리고 다시 오는 시간까지 하면 당연히 그 이상은 걸리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놓이는 기분이 들었다.

        

       “유하늘. 수업에 집중해라.”

        

       평소에 다른 학생들이 무슨 짓을 하건 뭐라고 하지도 못하던 선생은, 유하늘에게 그렇게 말했다.

        

       “…….”

        

       최나경 회장이 이번에는 얼마를 뿌리고 간 걸까.

        

       얼마 전, ‘사라’는 선생들을 압박하기 위해 ‘돈값을 못한 만큼 뱉어내라’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각서까지 받아버렸으니, ‘사라’에 대한 선생들의 반감은 아주 심했으리라.

        

       그리고 당연히 그 반감은, 사라의 친구들인 유하늘과 소희에게도 향한다.

        

       아니, 아마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모든 장학생에게 똑같이 향할지도 모른다. ‘사라’라는 존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고 도움을 받은 계층의 아이들이 바로 그 아이들이었으니까.

        

       주변에서 굳이 키득거리는 것을 참지도 않았다. 대놓고 유하늘을 비웃는 모양이었다.

        

       소희가 짜증 난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마지막에 소희가 선생들 앞에서 기선제압을 했던 것처럼 분위기를 휘어잡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참 한심하게도, 몇몇은 눈을 피하고 입을 다물었다.

        

       저들의 눈에는 소희가 정말로 막 나갈 수 있는 인간으로 비치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물론, 소희는 아이들을 때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멱살까지는 잡을 수 있겠지만.

        

       “수업에 집중해라. 성적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으면 이 학교에 다닐 수도 없을 테니까.”

        

       “…….”

        

       유하늘은 이를 악물었다.

        

       역겨웠다.

        

       바깥에서 이 학교를 보면서 동경하던 시절도 있었다. 실제로 그토록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왔으니까.

        

       모든 시설이 최고급이고, 선생들도 최고급이고, 다니는 학생들도 그야말로 ‘상류층’.

        

       어쩌면 동경하지 않는 쪽이 더 이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학교에는, 그 상류층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더러운 것들도 함께 모여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버틴다.

        

       아직 ‘사라’가 여기에 있었으니까.

        

       수아도 있고, 소희도 있었다.

        

       이 아이들과의 추억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펜을 들고, 선생의 중얼거림을 노트에 받아적는다.

        

       ‘사라’가 돌아올 때까지만, 그때까지만이라도 참자.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

        

       하지만, 돌아온 것은 ‘사라’가 아니었다.

        

       아직 수업도 끝나지 않았는데 문이 드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하늘아! 소희야!”

        

       그리고 그렇게 크게 외친 것은, 돌아와야 할 ‘사라’가 아니었다.

        

       여기까지 얼마나 열심히 뛰어왔는지, 숨을 몰아쉬고 있는 수아였다.

        

       “수업 중에 무슨 짓—”

        

       “무슨 일이야?”

        

       선생이 수아를 나무라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유하늘이 몸을 일으켰다.

        

       수아가 이렇게 열심히 뛰어온 것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수업 도중에 바깥으로 나가던 것은 언제나 유하늘과 소희, 그리고 사라 아니면 ‘사라’였으니까.

        

       “지금—”

        

       자신을 대놓고 대화를 이어 나가는 것에 격분이라도 한 것일까. 어쩌면 오히려 건수를 잡았다고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눈엣가시를 벌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교사가 짐짓 성을 내는 표정을 지었지만,

        

       딱!

        

       그 선생의 얼굴에 뭔가가 세게 날아가서 부딪혔다.

        

       “악!”

        

       상처가 날 정도로 대단한 세기는 아니었지만, 갑자기 공격당한 것에 놀란 건지, 선생은 얼굴을 부여잡았다.

        

       데구르르, 바닥에 볼펜 하나가 굴러갔다.

        

       꽤 비싼, 묵직한 금속 볼펜이었다.

        

       “신소희!”

        

       이번에는 화난 척이 아니라, 진짜로 화난 표정으로, 교사가 그렇게 외쳤다.

        

       소희는 볼펜을 던진 자세 그대로 덕을 괴고 앉아 무료한 표정으로 그 선생의 분노를 받아내었다.

        

       “입 좀 닥치고 있으면 어디가 덧나나? 지금 내 친구들이 대화 중이잖아.”

        

       “지금 선생님께 무슨—”

        

       하지만, 이번에도 그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에는 볼펜이 아니라 필통이 통째로 날아갔으니까.

        

       황급히 몸을 눕혀 피하다가, 선생은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평소에 운동이라도 좀 하시지.”

        

       소희가 한숨 쉬듯 말했다.

        

       주변의 몇몇 학생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풉, 하는 소리를 내다가, 소희가 살벌한 눈으로 돌아보자 얼른 입을 가렸다.

        

       몸을 일으키는 선생의 얼굴은 여기저기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분노와 부끄러움 모두 겹친 얼굴로, 선생은 소리쳤다.

        

       “너희들, 지금 이건 절대로 그냥은 넘어가지 않을 거다!”

        

       “그것도 전부 우리가 학생일 때나 가능한 거지.”

        

       “뭐?”

        

       “내가 보자 보자 하니까 더 봐주기가 영 그래서요. 이딴 쓰레기 학교, 더 다닐 생각도 안 들고.”

        

       소희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먼저 일어나 있던 유하늘을 한 번 보았다. 입을 살짝 벌리고 소희를 보고 있는 그녀에게, 소희는 그저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였다.

        

       “어차피 나한테 어울리는 학교도 아니었고, 뭐.”

        

       그리고 소희는 저벅저벅 걸어서 선생이 있는 교실 앞으로 걸어갔다.

        

       “너, 너, 지금 선생님한테—”

        

       “거, 님은 좀 빼시지. 나는 당신 높여 부르고 싶은 생각 없으니까.”

        

       선생의 바로 앞까지 다가간 소희는, 교복 주머니에 손을 쿡 찔러넣고 선생을 삐딱하게 올려다보았다.

        

       소희는 선생보다 키가 작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압도적으로 키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마주 보고 서면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는 된다.

        

       “……내가 학생이라고 자꾸 뭐라고 하는데, 선생 취급받고 싶으면 좀 선생처럼 굴어보던가. 이딴 식으로 계속 더럽게 굴어왔으니 다른 애들도 선생 취급을 안 하는 거 아냐.”

        

       “…….”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지만, 선생은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마 본능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소희가 지금 폭발 직전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가장 큰 이유는, 돌아오지 않는 ‘사라’ 때문이었다.

        

       지금은 돈이 문제가 아니다.

        

       말 한마디라도 잘못했다가는, 정말로 당한다.

        

       물리적으로.

        

       아니, 어쩌면 지금 선생의 앞에 서 있는 소희는 선생이 ‘원인제공’을 하기를 원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소희야.”

        

       하지만, 그런 피 말리는 대치는 금방 끝났다.

        

       소희의 어깨를, 유하늘이 두드렸기 때문이다.

        

       “……엉?”

        

       소희가 돌아보자, 유하늘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 그럴 가치도 없으니까.”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사람을 물리적으로 패버리면 문제가 커진다. 여기서 경찰이 오기라도 하면 그대로 ‘사라’에게 도움이 되지도 못할 테니까.

        

       “…….”

        

       소희는 다시 고개를 돌려, 선생을 가만히 올려다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퉷.”

        

       선생의 발치에 그렇게 침을 뱉은 소희는,

        

       “이딴 학교에서 계속 선생 하면서 잘 먹고 잘살아 봐. 나는 더러워서 더는 못 해 먹겠으니까.”

        

       “소희야.”

        

       유하늘이 소희를 불렀지만,

        

       “진짜야. 사라한테도 말하려고. 굳이 이런 곳 아니라도 갈 곳은 많잖아?”

        

       “…….”

        

       유하늘은 그런 소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소희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그래, 그러자.”

        

       그리고, 그런 소희에게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일 필요가 없지.”

        

       유하늘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그래, 다른 것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들은, 이미 주변에 있었으니까.

        

       그깟 학교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래서, 수아야.”

        

       유하늘은, 아직도 얼굴이 창백한 수아를 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

        

       질문을 받은 수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사라가, 그, 어머님과 함께 나갔어!”

        

       한꺼번에 내쉬듯이 그렇게 말했다.

        

       순간 유하늘과 소희의 시간이 멈췄다.

        

       “……가자.”

        

       하지만 정신을 차리는데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수아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리고 사라는 어째서 최나경 회장과 함께 나갔는지.

        

       그런 것은 가면서 들어도 되는 일이었으니까.

        

       어느새, 세 사람은 함께 뛰고 있었다.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어?”

        

       “일단 방향은……!”

        

       “선배!”

        

       소희는 이미 양혜인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

        

       유하늘은 열심히 뛰면서, 그저 사라가 무사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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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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