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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9

       여느 때처럼 수업을 듣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실은 나는 의자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어제는 참 일이 많았다.

       

       본래는 내 시청자들과 놀아주고 나서 전투마법사를 하며 마법을 쓰는 법에 대한 조언이나 구해 볼 생각이었거늘.

       

       갑작스레 연락이 와서 습격에 대처하고 무림맹에 쳐들어가기까지 했으니.

       

       나는 아직도 백일을 폐인으로 만든 후 공포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이들이 생생했다.

       

       그리 박살을 내두었으니 다시는 본인에게 위협을 가할 생각을 하지 못하겠지.

       

       거기에 더하야 본인의 주변을 건드리겠다는 발칙한 생각도 하지 못할 것이고.

       

       다만 그 난리를 친 덕분에 내 정파에 구획을 돌아다니는 것이 어려워지기는 할 것이다.

       

       내게 해할 생각이 없다 하여도 한 번 불에 데인 그들은 내가 찾아왔다는 사실에 과민반응을 할 것이 분명하니까.

       

       후회는 없다.

       

       그 정도로 경고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바루가 피해를 입는 일이 생길 게 분명했으니까.

       

       다른 문파원들이야 죽어도 살아나는 녀석들이니 상관이 없고,

       

       학영충이야 이전에도 정파의 적이었으니 저 알아 살아남을터이나.

       

       바루는 다르다.

       

       그녀는 분명 약하지는 않으나 그렇다하여 세상의 모든 위협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 않다.

       

       누군가 작정하고서 노린다면 분명 위험에 처하겠지.

       

       당장 무림맹의 습격 당시에도 내가 제 시간이 도착하지 않았다면 바루는 분명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내가 항시 그녀의 곁에 붙어있는 거겠지만 본인은 그럴 생각이 없다.

       

       내 다시 무림에 들어간 이유는 어디까지나 호기심 때문이었다.

       

       화산의 일 덕분에 요 근래 오랜 시간을 화룡무인에 들이긴 했지만 딱히 무림에 큰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화산파를 건설했고 그 문주가 되었으니 문파의 일엔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 뿐이다.

       

       나는 아직 현대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많으니까. 언제까지고 무림에 틀어박혀 있을 순 없다.

       

       그렇기에 백일을 본보기 삼은 것이다.

       

       본인을 적대하게 된다면 그 꼴이 날 것을 각오하라 알리기 위해서.

       

       그를 통하야 바루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무림맹의 간부인 백일조차도 나 하나를 막지 못해 병신이 되었는데 정신머리가 박힌 녀석이라면 어디 본인을 건드리려 하겠는가.

       

       덕분에 본인은 여러 무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을 터이나 그는 과거에도 그랬었으니 별 문제 없다.

       

       그저 본래대로 돌아갔을 뿐이지 않은가.

       

       어쨌건 간에 백일을 병신으로 만든 후 내게 달려드는 무림맹의 아해들을 대충 처리하고서 다시 화산으로 돌아왔더니 문파원들이 모두 다 모여 있었다.

       

       늦은 시간인지라 다들 자고 있었을 터이다만 설아가 보낸 연락을 받고서 다 모인 것이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보고서 마침 잘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안 그래도 그들에게 전할 말이 있었으니까.

       

       ‘이제부터 신 화산은 정파를 적대하게 되었다.’

       ‘이는 본인이 저지른 일에 따른 것이니 떠날 이는 떠나도 괜찮다. 말리지 않으마.’

       

       나야 정파의 미움을 받는데 익숙하다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을 것 아닌가.

       

       하나의 세력을 적대한다는 것은 그리 가벼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난 그들에게 빠져나갈 기회를 주려 한 거였다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해들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저희가 왜 떠나요?’

       ‘뭐. 정파 관련 퀘스트 안 받으면 되죠.’

       ‘어차피 챙겨먹을 건 다 먹어 놔서.’

       

       왜 정파를 공격한 것이냔 불평 정도는 들을 거라 생각했다만 그들 중에서 내게 잘못을 따지는 이는 없었다.

       

       공격을 받았으면 그에 보복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는 듯한 그들의 반응에 오히려 내가 당황할 정도였다.

       

       되래 그들은 무림맹 외에도 유저 무림맹에도 쳐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를 했다.

       

       ‘맹주 그 인간 또 뭔가 저지르지 않을까요.’

       ‘맞아요. 그 전에 먼저 쳐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어차피 화령님이 있으면 무력적으로 밀릴 일도 없으니까.’

       ‘시유검님. 어디부터 공격하는 게 좋을까요?’

       

       태연스럽게 그런 이야길 하는 이들을 보며 난 현대인들의 사고방식이 평범한 무림의 사람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나마 시유검과 한민준이 이성을 지니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 두 사람은 습격의 계획을 짜고 있는 다른 문파원들을 말리며 지금은 더 이상 행동해서는 안 될 때라고 이야기를 했다.

       

       나도 그 두사람의 의견에 동의했다.

       

       일을 크게 벌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한 번 경고를 해두었는데 또 다시 사건을 벌여버리면 두려움에 몸서리치던 짐승이 이빨을 내밀 수도 있거든.

       

       지금은 얌전히 때를 기다려야했다.

       

       내가 그리 말을 하자 습격을 소리치던 아해들이 아쉬움을 드러내기에 내 그래서 친히 시간을 들여 그들의 혈기를 빼내 주었다.

       

       열이 많을 때에는 움직임으로써 그를 식혀주어야 하지 않겠나.

       

       문파의 아해들이 지쳐 쓰러져 습격의 ㅅ자도 못 꺼내게 만들어 준 내가 화룡무인의 세상에서 빠져나왔을 때는 이미 아침이 되어 있었다.

       

       [이번 정류장은…]

       

       하차역을 알리는 목소리에 잡념에서 빠져나온 나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을 해버렸으니 고양이들이 노는 영상이나 보고 있을까.

       

       *

       

       아라는 언제나 앉는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평소처럼 동물들이 노는 영상을 보고 있는 것이리라.

       

       아라 씨 그렇게까지 기분이 나빠 보이진 않는데?

       

       엔리에게는 잘 된 일이었다.

       

       만약 아라가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면 엔리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를 포기했을 테니까.

       

       엔리가 조심조심 아라에게로 다가가자 어떻게 눈치를 챈 건지 아라가 고개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라씨! 오늘은 뭘 보고 계신 건가요?!”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높아지는 엔리의 목소리에 아라가 고갤 갸웃거렸다.

       

       누가 보더라도 긴장해서 삐걱거리고 있는 게 티가 나는 엔리였지만 아라는 무어라 캐묻지 않았다.

       

       대신 어깨를 으쓱이고는 자신이 본 영상에 대해 말할 뿐이었다.

       

       엔리는 느긋한 얼굴로 고양이들이 두루마리 휴지를 넘는 걸 해설하는 아라의 말을 들으면서 어떻게 본론으로 들어가야 할지를 고민했다.

       

       허나 그 고민은 무의미했다.

       

       마이튜브 영상이 끝나자마자 아라가 먼저 말을 꺼냈으니까.

       

       “그래서 뭘 부탁하러 오신 건가요?”

       “…네? 전 딱히.”

       “다 티나요.”

       

       어떻게 눈치 채신 거지?

       

       내 표정에서 그렇게 티가 났나?!

       

       엔리는 자신의 행동을 가만 돌이켜 보았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무척이나 이상해보이긴 했다.

       

       으으. 멍청한 나 같으니!

       

       “엔리 씨 부탁이면 어지간하면 들어줄 테니까 말이나 해봐요.”

       

       엔리가 스스로를 자책하는 동안에 아라는 피식 웃으며 그리 말했다.

       

       부탁을 받는 사람이 부탁을 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상황이라니.

       

       아라 씨는 천사야.

       

       말을 꺼내도 되나 싶어 멈칫거리던 엔리는 결국 아라의 배려를 받아들였다.

       

       “아라 씨. 저번에 제가 대회 나간다고 그랬잖아요.”

       “그랬죠?”

       “저어. 아실지 모르겠는데 어제가 대회의 팀을 결성하는 날이었거든요.”

       

       엔리에게 어제 저녁은 그야말로 악몽보다도 더 끔찍한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엔리를 놀리기 바빴던 시청자들이 점차 진짜로 좆 된 거 같다는 소리를 할 지경이었던 것이다.

       

       엔리는 시청자들이 자기들끼리 슬슬 자제해야 하지 않겠냐는 채팅을 치는 걸 본 게 처음이었다.

       

       어제 엔리의 팀 분위기는 실로 처참했다.

       

       감독은 자기도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억지로 우리 팀이 좋다는 소리를 하고.

       

       천상 광대인 배민황과 엔리가 억지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력했으며.

       

       거기에 방송인인 팀원들이 동참하여 괜찮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지만.

       

       그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데는 다른 팀과 붙은 스크림 한 판이면 충분했다.

       

       검방기사 장인 바니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겪은 처참한 패배는 팀원들의 사기를 완전히 박살을 내버렸다.

       

       그 후로 6연패를 했을 즈음엔 어느 정도 재미를 보장하는 방송인 다섯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디오가 조금씩 빌 지경이었다.

       

       그 날 방송이 마무리 될 즈음에 엔리는 생각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이대로 갔다간 이주일 동안 고통만 받다가 광탈로 대회를 마무리하게 될 거라고.

       

       그것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도와주세요. 아라씨! 저를 사람으로 만든 것처럼 저희 팀의 짐승들도 사람으로 만들어주세요!”

       

       *

       

       엔리가 무얼 바라는지는 알 것 같았다.

       

       그녀는 내가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해 하루 만에 실력을 키워줬던 것처럼 자신의 팀원들을 바꿔주기를 원하고 있었다.

       

       실력이 낮은 하수들이야 커다란 문제 하나 둘만 고쳐도 많이 나아질 수 있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그 분들의 동의는 구하셨나요?”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이들이 본인의 방향성에 따라줄 때의 이야기다.

       

       만일 그들이 나를 진정으로 따를 생각이 없다면 내 아무리 유익한 것을 가르친다 하더라도 무의미하다.

       

       “물론이에요! 다들 아라 씨가 가르쳐 준다면 환영한다고 했어요!”

       

       엔리의 말에 따르면 자신들과 같이 아래에서 허우적거리던 그녀가 요 근래에 급격하게 바뀐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는 모양이다.

       

       자신들도 엔리처럼 성장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고생을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나.

       

       “감독님한테도 동의를 받아뒀어요. 아라 씨가 도와주신다면 그걸 막을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요? 그럼 도와드릴게요.”

       

       어차피 엔리가 처음에 수상한 기색을 보였을 때부터 그녀를 돕겠다고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려 둔 뒤였다.

       

       내 현대에 귀환을 하고 나서 그녀에게 받은 게 너무도 많은지라 왠만하면 그녀가 하는 부탁은 모두 들어줄 셈이었으니.

       

       물론 내가 인형이 되는 것은 사양이다.

       

       그것은 내 존엄과 관계된 문제이니 말이다.

       

       “정말요?!”

       “네.”

       

       내가 돕겠다 이야기를 하자 엔리가 눈을 빛내더니 내 손을 붙잡고 폴짝폴짝 뛰었다.

       

       아직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이리 기뻐하다니.

       

       내가 엔리에게 많은 믿음을 받고 있긴 한가 보구나.

       

       저 기대를 배신할 수는 없으니 본인도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겠지.

       

       어차피 화룡무인의 세상은 본인이 저지른 일 탓에 당분간 분위기가 경직되어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니 내가 할 일도 많지 않겠지. 가끔 들어가서 학영충이 잘 하고 있나 확인을 하고 바루와 놀아주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학영충 그 녀석에게 한 마디를 해둬야겠군.

       

       화산이 무림맹의 위협을 겪는 동안에 코빼기도 비추지 않다니.

       

       가르치는 자로써 너무 책임감이 없는 것 아닌가. 내 다음에 볼 때에 그 녀석에게 책임감을 좀 심어주어야겠어.

       

       “감사합니다! 아라씨! 아라씨 진짜 천사에요!”

       “천사요?”

       

       허어. 녀석. 예전에 목사가 될 뻔했다는 녀석이 천사라는 말을 그리 쉬이 담아도 되는 것이냐?

       

       여태 내가 저지른 죄만 해도 지옥의 밑바닥에 처박힐 지경일 터인데.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바보 같은 웃음을 짓는 엔리에게 되묻는 것도 이상한 것 같아 그냥 나도 웃고 말았다.

       

       그래. 내 최선을 다해보긴 하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천ㅅ… 천마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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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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