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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

       

        

        

        

        다크 존.

        

        압도적인 현실성과 그에 비례하는 수많은 편의성 패치로, 밀리터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을 문어발처럼 끌어당긴 가장 성공한 VRFPS게임.

        

        사람을 말 그대로 갈아버림으로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믿을 만한 인게임 퀄리티와 웅장한 BGM, 그리고 이전에 존재하던 수많은 컴퓨터 FPS게임의 판권을 구매하여 게임 내에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등,

        

        그야말로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라고 칭할 수 있을 법한 무궁무진한 컨텐츠까지.

        

        심지어는 인게임 플레이로 이뤄진 영화마저도 성공적으로 개봉하여 훌륭한 성적을 거뒀을 정도로, 다크 존과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은 게임을 넘어 문화를 선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다크 존 역시 완벽하기만 한 게임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거의 언제나 선두를 달리는 문제점 하나가 있었으니,

        

        

        

       ───!

        

       “히끅, 아이! 잠깐만! 잠깐만!”

        

        

        

        바로 튜토리얼 격인 센트럴 파크 HQ까지 가는 이동이 심하게 어려웠다는 사실이었다.

        

        파티 플레이를 거의 작정하고 의도하였으며, 레벨 디자인 또한 그에 맞게 구성된 게임에 있어서, 게임 초반 –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시점에서, 혼자서 이동하여 지정 위치에 도착하게끔 만들어놓은 튜토리얼.

        

        이는 그야말로 평지 위에 느닷없이 나타난 절벽이라고 해도 무방한 입문 난이도를 지니고 있었다.

        

        

        물론 게임이 점차 고여가고, 수많은 사람들의 연구를 통해, 이 튜토리얼이 다크 존에서 살아남기 위한 모든 스킬을 처음부터 빡세게 익히기 위한 아주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기에 튜토리얼의 난이도에 대한 안건은, 한 번 제시될 때마다 몇 시간씩 커뮤니티를 토론과 논쟁의 장으로 불태우는 훌륭한 장작 그 자체기도 했고.

        

        하지만 그것이 어쨌든 간에,

        

        

        

       “잠깐, 이거, 너무 현실감 넘치잖아요…!”

        

        

        

        발치로 굴러들어온 수류탄을 간신히 반대편으로 잡아던진 하모니는, 도대체 자신이 어떻게 살아있는지조차 모를 상황의 연속 그 자체를 맞이하고 있었다.

        

        까놓고 말해서, 그야말로 불지옥 난이도였다.

        

        

        

       -어케살았노 ㅆ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판단력 ㅅㅌㅊ ㅋㅋㅋㅋㅋ

       -ㅁㅊ 수류탄 어케집어던짐? 벌써 고여버렷자너 ㅋㅋㅋ

       -울언니 탈옥수뿌셔 무인기뿌셔~~~~

        

        

        

        물론 보는 사람에게는 꿀잼이었지만.

        

        또한 언제나 그렇듯 전장은 사람의 본성을 드러내기에 아주 충분한 장소였고, 하모니는 결국 평소에 하던 존댓말을 집어치운 채 울부짖었다.

        

        

        

       “아니, 안전가옥이 코앞인데! 도대체 왜 정찰대한테 걸려가지고오오오! 타이밍이 뭐 이래!?”

        

        

        

        하지만, 원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것이 쥐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언제나 자명한 명제였다.

        

        그 와중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었다면, 그녀는 모든 보정을 거의 맥스로 찍었다는 사실이었고, 그것이 본격적으로 기동하기 시작했다.

        

        FPS에 전혀 일가견이 없는 평범한 인간조차 교전 상황 속에서 그럭저럭 싸울 수 있게 해주는 마법같은 도움.

        

        그것에 힘입어, 그녀는 손에 들려있는 한 정의 M4를 간신히 어깨에 견착하고, 채찍 소리를 내며 주변을 스쳐가는 탄환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사이트의 붉은 점 위로 적들을 놓고 힘겹게 방아쇠를 당긴다.

        

        

        

       “제발 다 꺼져───!”

        

        

        

        탄피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샷건을 갈겨대며 성큼성큼 전진하던 탈옥수 한 명이 가슴팍에 총알을 맞아 그대로 널브러진다.

        

        많은 뉴비들이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이는 튜토리얼이었고, 방탄조끼를 입지 않은 적들은 한두 발 맞으면 쉽게 죽을 수 있었다.

        

        또한 이는 유저가 선택한 보정 정도에도 영향을 받았고, 모든 보정을 전부 거의 풀차지로 선택한 하모니는 가장 약한 적들만을 마주하게 됨을 의미했다.

        

        하지만,

        

        

        

       ───달칵.

        

       “야, 야! 뭐야! 총알 안 나가! 왜 이래, 이거! 살려줘!”

        

        

        

        언제나 그렇듯, 긴박한 상황 속 탄창 교체조차 까먹어버린 생초보에게는 크게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녀의 고통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우드득.

        

        나뭇가지 부서지는 소리 비슷한 것이 발치에서부터 들려왔다.

        

        입에서 새어나온 김과 붉은 웅덩이에서 피어오른 김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허공으로 녹아드는 사이, 꿈틀거리던 움직임이 완전히 멎는다.

        

        이걸로 총 여덟 명.

        

        복장과 무장 상태를 보아 순찰 중인 러시아 상륙군이었다.

        

        

        

       “…하아.”

        

        

        

        환영인사치고는 상당히 거칠긴 하네.

        

        그래도 생각보다는 할 만했다. 만약 실제 상황이었더라면 온갖 개짓거리를 다 했었을텐데, 생각보다 AI 수준이 그리 높진 않았다.

        

        물론 치고들어온 소총수가 칼까지 휘두를 줄은 몰랐지만, 슬쩍 피하면서 개머리판으로 턱을 가격해주니 아주 그냥 좋아 죽더라.

        

        진짜 죽더라고.

        

        

        아무튼, 당연하게도 직군 세분화까지 되어있는 적들이었지만, 4년간의 경험은 이미 그런 이들을 하나하나씩 처리하는 법을 신체에 아로새겼다.

        

        그 결과는 불규칙하게 사방에 널브러진 시체들의 잔해였다.

        

        그것들을 차례로 뒤지기 시작했다.

        

        이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수류탄 세 개에 탄창 두 개 정도 썼나…평범하네.”

        

        

        

        원할 때 원하는 만큼의 군수물자 보급을 받기 어려운 실제 전장에서는, 적들의 무장 상태에 따라서도 가용 가능한 물자의 양이 변화했다.

        

        가령 이번 교전에서는 수류탄을 상당히 많이 썼는데, 이는….

        

        

        

       -부스럭.

        

       “…그럼 그렇지.”

        

        

        

        적당히 적의 파우치를 뒤지면 RGD-5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이게 뭔가 하면 러시아제 수류탄이었다.

        

        요컨대 그런 느낌이었다 – 방탄복조차 제대로 갖춰입지 못한 폭도 무리나 탈옥수들을 상대할때는 탄환을 최대한 아꼈고,

        

        한 눈에 보아도 무장이 제대로 된 인원들을 맞이할 땐 적에게 루팅 가능한 물품이 어느 정도일지를 예상하고 싸우는 센스도 필요했다.

        

        물론 포터블 터렛이나 전투용 투견 같은 무인기들과 싸울 때는 얄짤없었다. 그냥 있는 걸 다 쏟아붓는 게 정신적으로 편했지.

        

        

        아무튼, 대여섯 개의 수류탄을 추가로 획득했다.

        

        파우치와 다용도 포켓에서 느껴지는 잘그락거리는 소리와 묵직한 감촉은 다시금 내게 향수 아닌 향수를 느끼게 만들었다.

        

        타협과 협상의 여지가 없는 적들만을 만나다보니 구역 제압과 중화기 폭파를 위한 폭발물의 휴대는 필수이자 일상 그 자체였고, 이게 그 결과물이었다.

        

        꼬리 끝으로 핀을 뺀 뒤, 사격을 하는 와중 수류탄을 휘감고 원하는 곳으로 날리는 기술도 이때 습득했다.

        

        물론 하마터면 꼬리가 사라질 뻔한 적도 수십 번 정도 있었고.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미친 짓이었다.

        

        

        

       -무장안전가옥 발견 : 뉴욕 시청, 로어 맨하탄.

        

       

        

       “안전가옥 위치도 똑같네.”

        

        

        

        교전이 옛 세이프하우스와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벌어져서 게임 내에선 없나 싶었더니, 디바이스를 통해 확인된 정보에 의하면 또 그렇지도 않나보다.

        

        마치 살에 박힌 가시처럼, 로어 맨하탄을 일부분 관통하고 있는 브루클린 브릿지. 그 끝자락까지 이동했다.

        

        어느덧 검은 어둠이 도심 위로 소리없이 내려앉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불사르듯, 고층 건물들의 지하 예비 발전기 가동으로 인한 광원과, 안전가옥에 설치된 다양한 서치라이트 등이 주변을 하얗게 수놓았다.

        

        마치 저곳으로 가야만 한다는 것을 암시하듯.

        

        

        때마침 내비게이션 루트도 저곳을 향하고 있었기에, 슬슬 걸어나갔다.

        

        한 번도 밟히지 않아 얼고 녹기를 반복한 눈이 등산화에 짓밟히며 족적이 남았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

        

        

        

        상당히 많은 발자국과 쌓여있는 시체들.

        

        게임이라 그런지 이미 오브젝트화되어 사라지기 시작했지만, 어디에 총을 맞았는지는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다리. 배. 가슴. 팔. 얼굴…아주 그냥 사방팔방에 갈겼구만.

        

        일부러 그런 거라면 미친 놈이었고, 그렇지 않다면 총을 잡아본 적 없는 생판 초보나 할 법한 일이었다.

        

        

        하여간에, 이곳에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여러 발자국 가운데, 자그마한 등산화 족적이 끊기지 않고 시청을 향해 길게 이어진 흔적 역시도 충분히 식별 가능했고.

        

        같은 루트를 탄 유저가 한 명 정도 더 있었나보다.

        

        그러나 내가 신경쓸 부분은 아니었다.

        

        

        도심을 나다니던 수많은 인파가 거짓말처럼 사라지며, 거대한 관짝이 되어버린 대도시 위로 남는 건 바람 소리와 눈 밟는 소리 뿐이었다.

        

        이 정적과 고요만큼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정간을 안전으로 전환하며 뉴욕 시청의 입구와 대교 끝자락 간의 접점으로 이동하자, 철창은 온데간데없고 높은 콘크리트 격벽과 컨테이너로 둘러쳐진 안전가옥의 서치라이트가 나를 조명했다.

        

        

        

       “정지, 정지!”

        

        

        

        …예전 같았으면 저 멀리서 꼬리만 보고도 문을 열어줬을텐데, 게임이라 그런지 어쩔 수가 없네.

        

        손목의 디바이스를 신경질적으로 흔들어 보여주자, 서치라이트가 꺼지고 두터운 철문이 좌우로 스르르 열렸다.

        

        NPC로 보이는 경비 인력이 헐레벌떡 뛰어와 나를 맞이해주었다.

        

        

        

       “죄송합니다. 방금까지도 근처에서 교전이 일어나서, 다들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라.”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특별히 해줄 말은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도 뉴욕은 아직까지 상당히 난장판인 것처럼 보였고, 이들의 혹사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항상 고생한다는 의례적인 언사와 함께 무장안전가옥 – 시청으로 진입하였다.

        

        내부에는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NPC인 듯, 크게 상호작용을 할 만한 이들은 따로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 튜토리얼이 끝이 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유저로 보이는 타 오퍼레이터들도 찾아보기 어려웠고.

        

        센트럴 파크 HQ에 가면 뭔가 좀 다르려나.

        

        

        

       ───털썩.

        

       “하아.”

        

        

        

        시청 지하에 설치된 안전가옥. 그 내부는 기억하던 것과 동일했다. 삭막하고 기계적이었지만, 동시에 그 사이에서도 쉴 수 있는 공간들이 몇몇 있었다.

        

        최소한의 정돈만 해둔 듯한 창고 구역. 그 주변은 온통 뭐가 들어있는지 모를 상자들로 가득 쌓여있었고, 한쪽에 세워진 보드판은 뉴욕의 지도가 붙여진 상태였다.

        

        총기 보관함과 박스, 총기 정비가 가능한 임시 작업대와 사격장 등도 갖춰져있었고.

        

        공기는 살짝 텁텁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적당한 곳에 걸터앉아 총기의 작동 여부를 확인했다. 영점이 틀어지지도 않았고, 여분의 탄창도 많다.

        

        약실이나 노리쇠멈치, 탄창멈치, 그 외 등등도 간편하게나마 점검해주었다.

        

        그러면서 느낀 건데….

        

        이 게임, 내구도 시스템 같은 게 없나? 총기 정비가 필요없어?

        

        

        

       “언젠간 알게 되겠지, 뭐….”

        

        

        

        뭐가 됐든 간에, 여태까지 몇 번 사격해본 결과 크게 기능고장이 나는 일도 없었으니까.

        

        비록 게임이기에 실제로 춥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슬슬 적당히 쉰 듯했다. 내비게이션 루트를 띄워 도착 예정 시간을 확인하였다.

        

        이제 막 뉴욕 하부에 도착했으니, 부지런히 걸어야겠지. 도착하면 인게임 기준으로 아마 자정 즈음이 되지 않을까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게 막 계단을 올라가려 했을까,

        

        

        

       “잠깐만요───!!”

        

        

        

        유달리 높은 고음이 세이프 하우스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무의식적으로 조정간을 단발로 변환하며 총구를 올릴 뻔했으나, 나의 눈은 한 발 앞서서 무장 상태와 IR 표식을 확인하고 있었다.

        

        아군이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호다닥 나의 눈 앞으로 뛰어와 급정지한 인영을 눈 앞에 두고, 나는 꽤나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었다.

        

        

        

       “…누구신가요?”

        

        

        

        차분한 민트빛 머리카락. 머리 위로 삐죽 튀어나온 삼각형의 귀…그런 것치곤 꼬리는 없는데. 아무튼 털이란 털에서 민트 향이 일 것만 같은, 작은 고양이를 닮은 그 소녀는 택티컬 기어는 눈곱만치도 어울리지 않는 외형이었다.

        

        그러나 굳이 심도깊게 분석하지 않아도, 그녀는 이미 갖춰입을 건 다 갖춰입은 유저였다. 구체적으로는 나와 같은 튜토리얼 진행 중인.

        

        주변에 유저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도 없었기에 되려 더욱 확신이 갔다.

        

        하여간, 발치 앞에서 급정지한 그녀는 총을 쥔 채 나와 눈을 마주했다.

        

        그리고-

        

        

        

       “저, 선생님!”

        

       “네?”

        

       “혹시 저랑 파티하실래요!?”

        

        

        

        아니.

        

        왜 이렇게 절박하게 말해. 불쌍하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냥 오늘부터 하루 2회를 며칠 정도만 유지하기로 했워요

    많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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