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6

        

       

       “돼, 됐다…….”

       “끄윽……. 나, 나는 더 못해.”

       “엄마아, 제가 해냈어요오…….”

       

       끝내 열 개를 채우고 쓰러진 제자들을 보며 글레이시아가 질린다는 얼굴을 했다.

       

       ‘저게 진짜 된다고?’

       

       횟수를 거듭할수록 마법은 안정적으로 변했고, 시전 속도도 빨라졌다. 그 횟수가 다섯 번을 넘어갔을 때부터는 가시적인 변화가 있을 정도였다.

       

       마침내 열 번을 채웠을 땐, 어느새 어설픔은 사라져 있었다. 고된 훈련으로 굳어있던 얼굴에 미소가 번져 나가는게 그 증거였다.

       

       제가 펼쳐낸 마법에 만족한 것이다.

       

       “허어…….”

       

       글레이시아가 탄성을 뱉어냈다.

       

       정말로 저 무식한 훈련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매 순간이 한계를 쥐어짜는 강도였는데 효과가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사실 한계를 쥐어짠다는게 말이 쉽지, 조금이라도 수틀렸다간 잘못되기 십상이다.

       

       그래도 올리비아가 어련히 조절을 잘 했는지, 그렇게 큰 문제는…….

       

       “스승님……. 우욱, 우우욱!”

       “우웨에엑…….”

       

       ……음. 

       

       이제 보니 좀 심각한 것 같기도 하고.

       

       글레이시아는 눈을 비볐다 떴다.

       

       맨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그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가관이었다. 

       

       추위에 손발을 덜덜 떠는게, 그녀가 다 애처로울 지경이었다.

       

       “……저대로 내버려둬도 됩니까?”

       

       오죽했으면 그렇게 물었을까.

       

       “괜찮아. 이제 쉬게 해줄테니까.”

       

       아니, 그건 당연한거고!

       

       침대, 하다못해 이불이라도 깔아주라고!

       

       저거, 저. 맨바닥에서 벌벌 떠는거 안보이냐?

       

       이런 최소한의 인정조차 없는 놈과 계속 다녀야한다고 생각하니 뒷골이 저려왔다.

       

       제자도 저렇게 대할진데, 제자조차 아닌 자신은 얼마나 험하게 다룰지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할 말 있어보이는데. 지금 말해.”

       “……없습니다.”

       “지금 아니면 기회 없어.”

       “진짜, 진짜로 없습니다.”

       “그으래?”

       

       순순히 물러나는 올리비아를 보고 글레이시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 인간을 상대할 때는 절대로 트집 잡힐 거리를 줘서는 안된다.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다. 

       

       ‘무조건 잘못은 내가 했고, 나만 병신이지.’

       

       제 처지를 실감한 글레이시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순간이었다.

       

       휘이이잉!

       

       칼바람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내부로 흘러들어왔다. 소름끼치는 소리만큼이나 품고 있는 냉기도 예사롭지 않았다.

       

       “으허헉!”

       “에취!”

       “크허헉, 크헉!”

       

       바람에 직격당한 제자들이 벌떡 일어나 서둘러 로브를 뒤집어썼다. 그런 그들을 물끄럼히 지켜보던 올리비아가 입을 열었다.

       

       “야.”

       “……말씀하십쇼.”

       “혹시 지금 춥니?”

       

       ……이건 또 무슨 병신같은 질문이지?

       

       바깥에 폭설 내리는거 안 보이나?

       

       하지만 올리비아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올리비아는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짜로 추운 줄 몰랐다고?’

       

       그러고보니 처음에 만났을 때도 이랬다. 두꺼운 가죽을 가진 와이번들도 얼어붙던 와중에, 올리비아는 멀쩡히 서 있었다.

       

       그때는 마법으로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냉기 저항력이 말도 안되게 높은 거였다.

       

       ‘빌어먹을. 그때 쎄하다고 느꼈어야 했는데!’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글레이시아가 되물었다.

       

       “지금 춥냐고 물어보신 겁니까?”

       “그럼 덥다고 물어봤겠니?”

       “……죄송합니다. 제가 선천적으로 귀가 나빠서요.”

       “그래서 춥냐고.”

       “저는 괜찮지만……. 아무래도 쟤네들은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레어는 드래곤이 자는 곳이니까요. 인간이 자기에는 조금 많이 불편할거라고 생각됩니다.”

       

       올리비아는 허리를 숙여 바닥을 매만졌다.

       

       화이트 드래곤의 레어답게 평범한 돌멩이도 한기를 머금고 있었다. 이제 보니 천장에는 무려 얼음 정수들이 매달려 있었다. 저것들이 녹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어야 했다.

       

       올리비아는 얼음 정수 하나를 똑하고 떼어냈다. 얼음 정수는 무슨 드라이아이스마냥 냉기를 뿜어내더니, 손끝에서 녹아 사라졌다.

       

       ‘음, 많이 춥겠네.’

       

       자신은 잠깐 차갑다고 느낄 뿐이지만, 냉기 저항력이 약한 제자들은 다르게 느낄 것이다.

       

       아마 냉동고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겠지.

       

       지금까지 버틴 것은 그들이 백탑 출신 마법사이며, 로브에 냉기 저항이 걸려 있는 데다가, 어느 관대한 스승이 끊임없이 회복 포션을 제공해줬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일 것이다. 저대로 냅뒀다간 내일 초상 치르게 생겼다.

       

       “야, 너 뭐 쓸만한거 있냐?”

       

       올리비아는 무심한 얼굴로 레어 구석에 쌓인 아이템들을 가리켰다.

       

       글레이시아가 지난 몇 년간 모아온 재물이었다.

       

       드워프도 없이.

       

       혼자서.

       

       ‘이 빌어먹을 놈이 드디어 내 집까지 터는구나…….’

       

       이제는 해탈할 지경이었다.

       

       “쓸만한 거라면……. 냉기 저항 아티팩트 말씀이십니까?”

       “어. 있어?”

       

       ‘있겠냐! 블루 드래곤이 수중호흡 아티팩트 쓰는 소리하네!’

       

       글레이시아는 최대한 정중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습니다.”

       “찾아서 나오면 뒤진다.”

       

       이번에는 바로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정말 없는지 기억을 뒤져보는 모양이었다.

       

       “진짜 없습니다.”

       “……쯧.”

       

       올리비아가 혀를 찼다. 없다는 데 뭐 어쩔 수 있나. 

       

       ‘내거 써야지.’

       

       점점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로브 속에 웅크려있던 제자들이 식은땀을 흘렸다.

       

       ‘오, 온다! 떨지 마!’

       ‘하, 하지만 너, 너무. 추, 추운데.”

       ‘참아! 닥치고 참으라고!’

       

       제자들은 이를 악물고 자는 척을 시전했다. 그리고는 빌어먹을 스승이 눈치채지 못하고 돌아가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갔나?’

       

       제이나가 슬그머니 눈꺼풀을 들어올린 그 순간이었다.

       

       ‘……!’

       

       그녀는 보고야 말았다. 

       

       눈을 빤히 치켜뜨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올리비아를.

       

       ‘마, 망했다.’

       

       제이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분명 인기척이 없었는데!

       이걸 눈 뜰때까지 기다렸다고?

       

       ‘진짜 미친거 아니야?’

       

       우우우웅!

       

       다음 순간 제이나의 귀에 들려선 안 될 소리가 울려퍼졌다. 다른 제자들도 같은 소리를 들었는지 움찔거렸다.

       

       지옥문, 아니. 아공간을 열 때 생기는 특유의 공명음.

       

       저 소리가 들릴 때면, 어김없이 붉은 색 포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다음엔.

       

       – 앞으로 일곱 번 남았네. 이제 열 번만 더 기절하면 되겠다. 그치?

       

       끝없는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내가 어떻게 성공했는데!’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이젠 진짜 안 돼. 못해…….’

       

       하지만 올리비아가 꺼낸 물건은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건 단조로운 디자인의 원형 팔찌였다. 

       

       “이것들아. 추우면 춥다고 말해.”

       

       올리비아는 자는 척 하는 제자들에게 팔찌 아티팩트를 착용시켰다. 잠시 후 아티팩트가 붉은 빛으로 빛나며 사방으로 열기를 뿜어냈다.

       

       올리비아의 진의를 알아챈 제자들이 놀란 얼굴을 했다.

       

       ‘……따뜻하다.’

       

       몸에 떨림이 점차 잦아들었다. 순식간에 긴장이 풀리며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오늘 수고했다. 한숨 푹 자라.”

       

       

       

       

       올리비아는 수마에 빠진 제자들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많이 피곤했는지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어, 엄마 보고 싶어요…….”

       “흑, 흑…….”

       

       음.

       

       내가 너무 심했나?

       

       올리비아는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로는 그렇다쳐도 제이나는 꽤 당찬 성격이었는데 말이다.

       

       아라미스는…….

       

       “죽여……. 반드시 죽여 주마. 이 망할 마녀어…….”

       

       쟤는 나중에 교육 좀 해야겠네.

       

       아무튼.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잘 따라올 줄은 몰랐다.

       

       열 번은 고사하고 한 번씩만 성공해도 괜찮다고 여겼는데, 전부 다 열 번씩 해낼줄이야.

       

       ‘내 생각보다 훨씬 독한데?’

       

       아무리 겁을 줘도 안 될 놈은 안 된다.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고된 수련을 이겨내는 정신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몇 번씩 쓰러지고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정신력이라면 더더욱.

       

       그런 의미에서 이 셋은 천재가 맞았다. 백탑을 이끌 차세대 인재다웠다.

       

       이 추세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스토리 후반부에도 1인분은 톡톡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올리비아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

       

       마탑 근방에 심어두었던 서리 정령이 의념을 보내왔다. 올리비아는 곧장 마력을 전송해 서리 정령과 청각을 공유했다.

       

       [대장, 드래곤이요. 드래곤. 증원을 불러 오는 편이…….]

       [확인만 할거야. 확인만.]

       [아오, 진짜…….]

       [정말 마녀가 드래곤을 조종했는지 안 했는지…….]

       

       신호가 끊겼다. 음량이 점점 작아지던 것으로 보아하니 사정권 바깥으로 벗어난 모양이다.

       

       정령 마법은 다 좋은데 이게 문제였다. 소음도 소음이지만 화면 없이 목소리만 들리니 당최 누구 목소린지 알 수가 없었다.

       

       확실한건 백탑의 마법사들은 아니다. 박살난 탑을 수습하기도 벅찰텐데, 산맥을 넘어올 여유가 있을리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백탑은 누군가를 대장이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용병들이나 그런 호칭을 쓰지.

       

       ‘뭔가 목소리가 익숙했는데.’

       

       많이 들어본 목소리였다.

       

       지금 이 시기에 북부에 올만한 사람은 기껏해야 검성 키엘 뿐. 하지만 키엘은 이미 기절시켰고, 근처 마을에 머무는 용병들은 굳이 거리도 먼 백탑까지 찾아오지 않는다.

       

       ‘설마 금탑에서 벌써 지원을 보낸건가?’

       

       뭐가 됐든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 지키고 있어라. 잠깐 나갔다 올라니까.”

       “네?”

       “애들 깨우면 알지? 그리고 아티팩트에 틈틈히 마력 넣어줘라. 갔다 왔는데 애들 감기 걸렸으면 알아서 해.”

       “자, 잠시…….”

       

       올리비아의 신형이 일순간 사라졌다. 바닥에 새겨진 공간이동 마법진만이 올리비아가 방금까지 여기 있었음을 나타냈다.

       

       ‘끄르르르륵!’

       

       글레이시아의 눈깔이 분노로 뒤집혔다. 입에는 거품까지 물었다.

       

       이제는 노예로 모자라서, 애새끼들이나 돌보고 있으라고?

       

       저, 저 망할 새끼!

       

       ‘진짜 죽어버려라! 죽어! 제발 죽어!’

       

       글레이시아가 절규했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 와중에 애들 깨우면 맞을까봐 소리 못지른 글레이시아.

    **

    항상 봐주시는 모든 독자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건 다 Ilham Senjaya 님 덕분입니다.

    앞으로 연재 시간은 매일 밤 12시입니다!

    내일, 혹은 내일 모레에는 플러스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