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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그래서 진짜 저 분은 누구야? 현실에서 무술 하시는 분이야?

       

       “글쎄요.”

       

       엔리도 백아라가 이전에 뭘 하던 사람인지는 정확하게 몰랐다. 엔리와 아라가 알게 된 지는 채 한 달이 되지 않았으니까.

       

       이전에 무술을 배운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자기보다 두 배는 큰 남자를 가볍게 제압하는 걸 보면 확실했다.

       

       그 이상은 모른다. 추궁할 생각도 없었다. 본인이 말을 해주지 않는 한 과거에 대해 묻는 것은 실례가 될 테니까.

       

       “비밀로 할래요. 제 친구는 방송을 하는 사람도 아닌 걸요.”

       

       나중에 본인이 무언가를 밝힌다면 말릴 생각은 없지만 엔리가 먼저 나서서 아라의 과거를 파고 들 생각은 없었다. 

       

       기껏 사귄 친구인 걸. 엔리는 아라가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기를 바랐다.

       

       “엔리. 끝났어요.”

       

       백아라가 엔리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뒤편에는 바닥에 널부러진 곰인형의 모습이 보였다.

       

       고장난 기계처럼. 아니 고장난 기계가 맞나? 어쨌건 삐걱거리고 있는 곰인형은 불쌍함을 자아냈다.

       

       “이제 끝인가요?”

       “그런 것 같아요. 저 인형이 보스였대요.”

       “이제 끝을 볼 시간이네요.”

       

       공포게임을 이런 식으로 끝내도 되나 싶었지만 시청자들도 딱히 불만은 없어 보였다.

       

       엔리는 게임을 하는 동안 항상 그랬던 것처럼 아라의 팔을 붙잡았다.

       

       “또 뭐가 나올 수도 있잖아요.”

       

       자기 입으로 끝이라 말했으면서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엔리의 모습에 아라는 웃음과 함께 어깨를 으쓱였다.

       

       *

       

       천마로서 자라나며 얻은 기질 중에 하나는 나를 무시한 자에게 응당한 처벌을 가해야 마음이 풀린다는 것이었다.

       

       무시 당해서는 안 된다. 천마는 모두의 공포를 사야 하는 존재다. 라는 삼장로의 세뇌가 잘 먹혀든 까닭이었다. 이 기질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남아 있었다.

       

       물론 처벌의 정도는 과거보다 낮아졌다. 예전엔 바로 목을 빼앗았지만 지금은 자잘한 괴롭힘 정도에 만족할 수 있었다. 

       

       엔리와의 공포게임 방송을 끝마친 후 나는 바로 아피스를 켰다.

       

       사유는 하나. 나에게 굴욕을 안긴 데케이라는 작자에게 나의 분노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

       

       정보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바에 따르면 데케이는 챌린저 구간에 서식하는 자였다.

       

       아피스를 업으로 먹고 사는 이이기에 대개는 여러 캐릭터로 아피스를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쉬이 말해 챌린저 티어를 달성한 후 그가 방송을 하는 시간에 맞춰 게임을 한다면 그 자를 만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이를 알아낸 후 나는 바로 랭크게임을 시작했다.

       

       챌린저에 도달하지 못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데케이라는 작자도 나에 비하면 한참 하수라 부름이 옳은데 그보다 못한 이들이 나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겠는가.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의 차이일 뿐 내가 그 계급이 도달하는 건 예정된 일이었다. 

       

       수준이 낮을거라 예상하고 뛰어든 랭크게임이었지만 그 정도가 심했다.

       

       랭크게임에서 내가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싸움에 관해 무지했다.

       

       이해는 한다. 현대에 사람들이 타인과의 투쟁에 힘을 쏟을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하지만 말이다. 그대들도 패배를 하기 위해 게임을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이기기 위한 노력을 어찌 하지 않는가!

       

       랭크 게임의 시작은 은색이었다. 은색의 무인들은 생각이 없었다. 보정시스템 덕분에 기술은 뛰어났지만 그 뿐이었다.

       

       모든 것을 뚫는 창이 있다 치더라도 말이다. 그 공격이 닿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게급의 색이 금으로 바뀌니 그래도 아해들에게 머리가 생겼다.

       

       기술의 배분을 고민하고, 상대의 의도를 살피려 하고, 여러 공격을 뒤섞어 자신의 의도를 성공시키려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하는 척에 불과했다. 조금만 궁지에 몰려도 은색의 아해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 되었지.

       

       그들의 공격이 나에게 하나도 닿지 않았음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였다.

       

       결국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나는 백금의 색을 지니게 되었다.

       

       [축하드립니다! 플레티넘으로 승급하셨습니다! 전사의 영광스러운 전투를 기원합니다!]

       

       기쁨은 없었다. 랭크 게임 그 어디에서도 내가 바라는 투쟁은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래서 플레티넘을 찍으셨다고요?”

       “네.”

       

       어학당의 수업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 엔리에게 랭크게임의 감상을 이야기 해주었더니 그녀가 헛웃음을 흘렸다.

       

       “저는 몇 년 동안 한 번도 플레를 찍어 본 적이 없는데.”

       

       엔리도 그곳에서 헤매고 있는 건가. 그것도 모르고 수준이니 뭐니 이야기를 했으니 기만이라 여겼을 지도 모르겠다.

       

       허나 말을 고치지는 않았다. 그들의 수준이 낮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엔리는 분명 좋은 사람이지만 사람이 괜찮다 해서 무인으로서 뛰어날 수는 없는 것이니.

       

       “재능이란 게 중요한가 봐요.”

       “아뇨. 그건 재능 이전의 문제에요.”

       

       자신이 다루는 무구의 기본조차 모르는 이들이 태반인데 어찌 잘 싸울 수 있겠는가.

       

       “아피스를 잘하려면 무술을 배워야 하는 걸까요.”

       “도움이 될 겁니다.”

       

       자신이 왜. 여기서. 어떠한 동작을 해야 하는 지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크다.

       

       설령 실행하지 못할 지라도 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배우실 거라면 제가 알려드릴 수도 있는데요.”

       

       여태 받은 호의가 있으니 말이다. 내 가르침에 인색한 편이기는 하다만 엔리라면 수고를 들일 가치가 있지.

       

       

       “그래주신다면 고맙기는 한데요.”

       “걸리는 부분이 있나요?”

       “아무래도 자존심이.”

       

       몇 년이나 아피스를 했는데 뉴비한테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는 게 슬프다는 엔리에 말에 절로 웃음이 새 나왔다.

       

       

       *

       

       

       “아라 씨. 전에도 저를 가르치려던 사람이 몇 명 있었어요.”

       

       엔리가 아피스 속에서 고른 캐릭터는 장창을 든 여성이었다.

       

       체구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필요한 부분마다 잡힌 근육과 잔상처가 가득한 피부가 그녀가 투쟁 속에 살아온 사람이란 걸 설명했다.

       

       이름은 용사냥꾼이라 했던가. 내 호칭이 전생과 같다는 걸 생각해보면 저 자도 전생에 진짜 용을 잡은 이일 가능성이 높았다.

       

       용이라. 분명 강하겠지. 대적해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하지만 다들 포기하고 도망쳤죠. 아라씨는 저를 가르칠 수 있을까요?!”

       “그거 자랑하려고 하는 말이더냐?”

       

       무림에서의 어투로 답하자 엔리가 자그마하게 웃었다.

       

       

       “자랑이겠어요?”

       “그렇겠지.”

       

       신기하구나.

       

       엔리는 명석한 사람이다. 그녀가 가르침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난 잘 상상하기 어려웠다.

       

       한 명도 아니고 여럿의 사람이 그녀를 내버렸다면 스승의 문제가 아니라 엔리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은데.

       

       “일단은 덤벼 보거라. 문제를 파악해야 하니.”

       “살살 해주세요.”

       “걱정 말거라. 힘조절은 내 특기다.”

       

       엔리의 첫 공격은 돌격이었다.

       

       너무도 정직한 공격에 절로 웃음이 샜다. 엔리의 기세는 강맹했지만 창수가 돌격이라니. 거리를 벌리고 유지해야 할 사람이 왜 돌진을 한단 말인가.

       

       거기에 더해 돌격에서 이어지는 공격은 머리를 노리는 찌르기였다. 너무 동작이 정직해서 예측을 할 필요도 없었다.

       

       왜 처음부터 머리를 노리는 게냐. 공격에 성공한다면 치명적이기야 하겠지. 그렇다만 머리를 노린다는 걸 보이면 피하는 게 너무 쉽지 않잖느냐.

       

       고개를 슬쩍 돌려 창날을 피한 후 엔리의 가슴을 밀어 다시 거리를 벌렸다.

       

       “어떻게 피한 거에요?”

       

       정말 몰라서 묻는 게야?

       

       할 말이 너무도 많았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이제 대련을 시작한 셈인데 벌써부터 기를 죽여서는 안 되니.

       

       대련이 이어지며 내 머리에 생긴 의문은 점차 커져 갔다.

       

       기본이 없어도 너무 없지 않느냐. 나에게 아피스를 소개해 준 장본인이 엔리이니 그녀가 아피스 속 투쟁을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닐 터인데.

       

       내 헛웃음을 자아낸 것은 바보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엔리가 보정 시스템 덕분에 기술만큼은 나쁘지 않단 사실이었다.

       

       그렇게 십 분 가량 대련을 하고 나니 엔리의 상태를 이해할 수 있었다.

       

       대체 이전의 스승들에게서 무엇을 배운 거냐.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엔리는 완벽한 백지였다.

       

       당연 스승을 두었다면 그 자가 아무리 아둔하다 해도 배운 바가 있어야 할 터인데. 왜 그녀는 이리도 미숙한 것일까.

       

       “아라 씨. 저 어때요?”

       “참으로 순수한 사람이구나.”

       “그거 칭찬이에요?”

       “칭찬이겠느냐.”

       

       좋게 생각하자꾸나. 백지라면 그 위에다 그림을 그리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더냐.

       

       허나 개인적으로 두려운 부분은 엔리가 백지가 아니라 흑지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화백이라도 흑지 위에 붓으로 그림을 그릴 순 없는 노릇이니.

       

       “엔리. 싸움에서 거리가 중요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느냐?”

       “네. 무기에 따라 거리를 달리해야 한단 거죠? 주먹이 초근접. 검이 근접. 창이 중거리. 활이나 마법 같은 게 원거리였던 걸로 기억해요.”

       

       정확히 말을 하자면 다르다만 뭐어 비슷하니 일단 넘어가자꾸나.

       

       “다른 무구를 다룰 때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이나 창은 더욱 거리를 잡는 게 중요하다.

       실력있는 창수는 결코 상대에게 거리를 내주지 않는다. 무슨 수를 써서든 자신의 공격은 닿고 상대의 공격은 닿지 않는 거리를 유지하지.”

       

       말로 설명을 해주었지만 기계처럼 네. 네. 라는 답만을 반복하는 엔리가 내 말을 거의 이해 못했음은 뻔한 사실이었다.

       

       평소 명석하던 엔리도 무라는 지점에 있어서는 어린 아이와 다름 없구나.

       

       하긴 나조차도 언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기본 중의 기본도 못하는 중이니까. 사람마다 잘하는 게 있고 못하는 게 있는 법이다.

       

       이럴 땐 눈으로 이해시켜주는 것이 제일 빠른데.

       

       “잠시 기다리거라. 캐릭터를 바꿔올 테니.”

       

       캐릭터를 천마에서 용사냥꾼으로 바꾸니 몸 안에 기와는 다른 무언가가 머무르는 게 느껴졌다.

       

       이것은 무엇일까. 평생 느껴본 적 없는 형태의 기운이었기에 위화감이 들었다. 사기는 아닌 듯 하다만.

       

       “왜 그러세요?”

       “몸 안에 이상한 게 있구나.”

       “마나 캐릭터 처음 해보세요?”

       “마나?”

       

       생소한 단어에 의문을 표하자 엔리가 설명을 해주었다.

       

       대충 알아듣기로 마나라는 것은 기와 비슷한 것이었다. 범인은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무언가 말이다.

       

       “잠깐 시간을 다오. 이 몸 안의 기운을 파악해봐야겠구나.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야.”

       

       몸 안의 마력을 움직여보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처음 사용해 보아 그런 것일까.

       

       그래서 난 꺼두었던 보정시스템을 다시 키고 창을 휘둘러보았다.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시스템에 따라 내 몸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안에 머무르고 있던 기운도 함께.

       

       나는 눈을 감은 채 내 안에 움직이는 기운에만 집중했다.

       

       몸 안을 돌아다니는 기운은 이질적이었으나 그렇기에 더욱 본질을 파악하기 용이했다.

       

       마나라는 것은 기와 비슷하면서도 완벽히 다른 것이었다.

       

       기는 기본적으로 자연의 이치에 따라 운용함으로써 무공을 펼치는 것이다.

       

       풀어서 말하자면 자연의 법칙을 해석해 무공이라는 결과물을 내놓는 셈이라 해도 좋았다.

       

       괜히 무인 중에 신선의 자리에 오르는 이들이 많은 게 아니었다.

       

       이 마나라는 것은 정 반대였다.

       

       마나는 자신의 힘으로 직접 이치를 써내려 가는 힘이었다.

       

       세계의 이치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그 위에 자신의 뜻을 써내려 가는 것. 제멋대로인 패도적인 기운. 그게 바로 마나였다.

       

       재밌구나. 잘만 활용한다면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겠어.

       

       사용에 따라서는 마나만으로 무공을 재현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구나. 당장은 이 마나라는 것을 다루는 데 서툴러 확답을 내릴 순 없겠다마는.

       

       대충 파악이 끝낸 후 눈을 뜨자 엔리가 신기하다는 듯 나를 구경하고 있었다.

       

       

       “왜 그러느냐?”

       “방금 보정 시스템 쓰신 거 맞죠?”

       “그렇다.”

       “같은 보정 시스템을 써도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엔리의 감탄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대와 내가 무에 바친 세월이 다른데 어찌 같을 수 있겠느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16화의 내용 중 뒷부분이 변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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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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