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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

       16. 슈퍼 상추.

       

       

       나의 학창 시절은 차원문의 등장으로 그리 길지 않았지만.

       짧은 학창 시절 동안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말이 하나 있었다.

       나는 구봉구의 주먹을 받아내며 말을 내뱉었다.

       

       “텟카이.”

       “아악-!”

       

       구봉구는 주먹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내 몸이 너무 강해져 버린 모양이다.

       이런이런.

       

       “상심하지마. 구봉구. 상대가 나였을 뿐이니까.”

       

       내 몸이 강철같이 단단해졌을 뿐이다.

       구봉구는 통증으로 인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미친 새끼. 돈 대신 몸으로 갚으라니까. 이제는 몸으로도 안 갚네.”

       

       상당히 어이가 없어 보였다.

       구봉구는 욕을 내뱉으며 내게 물었다.

       

       “아오 씨. 너 언제부터 그런 몸이 된 거냐?”

       “나도 정확히는 몰라. 아마 이렇게 단단해진 건 최근부터일걸.”

       

       수련이의 물을 매일 마셔서 생긴 일.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구봉구는 그런 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어쩌다 너 같은 빚쟁이 새끼가 각성하게 된 거야. 세상이 망하고 있다더니. 진짜 망하려나 보네.”

       “뭐, 운이 좋았을 뿐이야. 진심으로.”

       “웬일로 겸손하냐. 그건 그렇고, 이제 몸으로 못 갚는데, 남은 돈은 어떻게 갚을 거냐?”

       “어떻게 갚기는. 그냥 갚아야지.”

       

       이제는 몸이 아닌 돈으로 확실하게 갚아야 한다.

       이 몸이면 할 수 있는 일의 폭이 넓어지고, 그만큼 수익도 확실히 늘어날 테니까.

       빚에 크게 쪼들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50만원은 그냥 깎아주라. 나 각성한 거 봤잖아. 이제 돈 꾸준히 갚을게. 어때?”

       “네 미래를 보여준 걸로 50만원을 깎겠다고? 이 새끼 양아치네.”

       “에이, 나 이제 곧 영웅 될 텐데? 우리 사이에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좋은 사이처럼 포장하는 게 어이없네. 새끼.”

       

       말은 사납게 하지만.

       구봉구는 헛웃음을 지으며 내게 당부했다.

       

       “오늘 입금 확인했고, 한 달마다 찾아온다. 올 때마다 돈 준비해놔.”

       

       그리고.

       

       “각성은 축하한다.”

       

       구봉구는 그리 말하고는 뒤를 돌아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떠났다.

       나를 줘패지 않고 떠나는 구봉구의 뒷모습을 보는 건 오랜만이다.

       

       “생긴 것만 우럭을 닮지 않았으면, 저 모습이 참 멋있었을 텐데.”

       

       오늘따라 대머리가 더욱 빛나는 것 같네.

       구봉구는 돈을 받고는 자기 집을 향해 돌아갔다.

       나 또한 철문을 열어 나의 둥지로 돌아갔다.

       

       “아빠 왔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련이가 나를 맞이했다.

       수련이는 나를 위아래로 흝어보기 시작했다.

       

       “흠, 안 다쳤네?”

       

       내심 나를 걱정했던 모양이다.

       무표정에 맞지 않게 귀여운 모습이다.

       나는 바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주기로 했다.

       

       “내가 왜 다쳐. 너희 생각보다 아빠는 강하거든? 내가 반쯤 죽여놓고 왔어.”

       “…거짓말이네. 됐어. 그것까지는 안 물어봤어.”

       

       스으윽-

       수련이는 내 몸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TV를 보기 위해 자리로 떠났다.

       나는 수련이의 작은 어깨를 붙잡아 멈춰 세웠다.

       

       “왜.”

       

       수련이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나는 수련이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ㅁ, 뭐하는 거야”

       

       번쩍-

       수련이를 들어 올렸다.

       

       “이, 이거 놔!”

       

       수련이는 공중에 떠오른 채로 발버둥 쳤다.

       그럼에도 나는 수련이를 더욱 높이 들었다.

       

       “다 네 덕분이다. 수련아!”

       “ㅁ, 뭐가 내 덕분인데. 빨리 이거 안 내려놔? 집주인. 드래곤의 이름으로 말하는데 지금 당장 내려놓는 게 좋을걸.”

       “아빠가 너 고맙다고 비행기 태워주는 거야! 잘했다 수련아! 너는 이 집의 보물이야!”

       “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나를 노려보고 있던 푸른 눈에 당황스러움이 섞이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러는지를 정말 모르는 것 같았다.

       

       “수련아. 너 진짜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갑자기 나를 들어 올리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네 덕분에 내 몸이 강해졌어. 그 물을 마시고 나서, 몸이 단단해졌더라고.”

       “생각만 해봐도 당연한 일이잖아.”

       

       드래곤의 마력으로 생성된 물.

       순도 높은 마력이 스며들어 있는 물을 마시면.

       물을 마신 사람의 몸에 자연스레 마력이 흡수된다.

       수련이는 그리 설명하고는 비행기를 탈출하기 위해 끙끙거렸다.

       

       “드래곤의 마력은 순도가 높아서 쉽게 흩어지지 않아. 마력에 관해서는 세상에 그 어떤 존재보다 드래곤이 우월해. 이제 이해했겠지, 집주인?”

       “응,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럼 지금 당장 나를 내려놔.”

       “그건 안 돼.”

       “뭐? 왜 안 되는데?”

       “그야, 기분이 좋잖아.”

       

       비행기를 타면 수련이의 기분도 더 좋아지겠지.

       나는 수련이를 위로 들어 올리고, 아래로 들어 올렸다.

       

       “우리 집의 보물! 역시 너는 우리 집의 영웅이야! 이수련! 이수련!”

       “집주인이 드디어 미쳐버렸어…”

       “아빠는 수련이 덕분에 기쁘단다!”

       

       아하하- 아하하-

       나와 수련이는 꺄르륵거리며 재밌게 비행기 놀이를 즐겼다.

       

       “집주인. 내가 그만하라고 했지.”

       “아악-!”

       

       찰싹-!

       결국 수련이가 꼬리로 내 얼굴을 쳐버려서 비행기가 추락하긴 했지만.

       이쯤 하면 내가 얼마나 고마운지 수련이는 잘 알 거라고 생각했다. 

       

       “…당분간 나한테 접근하지마. 경고야.”

       “아빠 슬퍼.”

       “아빠 소리도 하지마.”

       

       애들은 비행기에 환장하던데.

       수련이는 아닌가 보다.

       나는 가만히 누워있던 초련이를 들어 올렸다.

       

       “샤아아-?”

       

       화련이는 애초에 무서워서 건들지도 않았다.

       나는 들어 올린 초련이에게 비행기를 태워줬다.

       

       “야호-! 야호-!

       “샤아아-! 샤아아-!”

       “초련이는 좋아하는데… 이상하다…”

       

       드래곤의 성격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유치해.”

       

       

       ***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드래곤들과 함께 옥상에 올라왔다.

       오늘은 다름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다 자란 것 같네.”

       

       상추.

       드래곤의 힘을 빌려 성장한 슈퍼 상추.

       이 녀석은 10일도 지나지 않아서 푸릇푸릇한 색을 내고 있었다.

       딱 보기에도 신선하고, 아삭거릴 것만 같았다.

       

       “자 그럼 애들아. 우리 다 같이 상추를 따볼까?”

       “내가 왜!”

       

       화련이는 내 말에 곧바로 반응하며 소리쳤다.

       

       “내가 왜 상추를 따야 하는데. 집주인. 그건 인간인 너가 해!”

       

       화련이는 그리 말하고는 저 멀리 도망쳤다.

       손에 흙을 묻히기 싫은가 보다.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러던가.”

       “…”

       “그럼, 화련이는 빼놓고. 수련이랑 초련이만 하는 걸로 결정-”

       “싫어. 나도 할 거야!”

       

       방금은 하기 싫다더니.

       자기만 빼놓고 하면 욕심이 생기나 보다.

       화련이는 비워놨던 자기 자리에 다시 섰다.

       나는 상추 화단 앞에 서서 녀석들을 향해 말했다.

       

       “그럼 슬슬 따자. 다들 따서 이 검은 봉투 안에 넣으면 돼. 알겠지?”

       “귀찮게 왜 이런 걸 시키는 거야.”

       “샤아아-!”

       

       투덜거리는 수련이와 밝게 대답하는 초련이.

       수련이는 귀찮다고 말하긴 했으나, 화단의 상추를 향해 과감하게 손을 뻗었다.

       

       툭-

       

       “이렇게 뽑으면 되는 건가 보네.”

       

       수련이는 손쉽게 상추를 따냈다.

       상처 하나 없이 잘 뽑았다.

       

       “잘하네.”

       

       나는 수련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 치워.”

       

       수련이는 부끄러운지 내 손을 치워냈다.

       그리고는 다시 상추 따기에 열중했다.

       

       “잘하고 있네. 어디보자 화련이는…”

       “나 왜!”

       “음…”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좋겠지.

       

       “…너무 힘이 강하네. 상추에 상처가 많이 났어.”

       “강한 드래곤에게 상처를 입는 건 당연한 거야!”

       

       내가 강했기에.

       상추는 상처를 입었을 뿐이다.

       화련이는 그리 주장하고 있었다.

       

       “어딜 풀이 드래곤을 이기려고 들어! 이건 당연한 결과야! 내가 못 한 게 아니라구!”

       “그래그래. 너가 최고다. 화련아.”

       “으흠- 나야 나. 드래곤이라구!“

       

       화련이는 내 칭찬 아닌 칭찬에 만족스러운 콧김을 뿜었다.

       대충 상추를 따면서 놀게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가장 작업에 불편함이 있는 초련이에게 다가갔다.

       

       “샤아아- 샤아아-“

       

       이빨로 끊어내고, 앞발로 상추를 들고, 검은 봉투에 넣는다.

       초련이는 열심히 울음소리를 내며 상추를 잘 수확하고 있었다.

       

       “초련이도 잘 하고 있네.”

       “샤아아-!”

       “자기가 수확한 걸 직접 먹으면 더 맛있을 거야. 화이팅!”

       “샤아아-! 샤아아-!”

       

       초련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작업에 열중했다.

       그 모습은 내가 본 초련이의 모습 중에 가장 속도가 빨랐다.

       그만큼 맛있는 상추를 먹고 싶다는 소리겠지.

       

       ‘이렇게 다들 어떻게 식물을 수확하는지 경험하는 거지.’

       

       내가 한 가지 미안한 게 있다면.

       드래곤 녀석들에게 많은 경험을 시켜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녀석들을 데리고 나가기에는 치안이 좋지 않고, 돈을 벌어야 해서 시간도 없다.

       영웅 적합 심사를 통과하게 되면 전보다는 시간이 더 나겠지만.

       나는 다른 부모들과 달리 많은 경험을 시켜줄 수 없다.

       그래서 최대한 이런 사소한 경험이라도 녀석들이 직접 했으면 싶었다.

       

       “다 수확했네. 들어가서 밥 먹자.”

       “샤아아-!”

       

       많이 기대하고 있네.

       나는 초련이를 어깨에 올리고서 집으로 향했다.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럼 이제 남은 일은…

       

       “초련아.”

       “샤아아-!”

       “네가 기다렸던. 기대했던 상추다.”

       “샤아아아-!!”

       “먹으렴.”

       

       초련이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상추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삭아삭-

       우물우물-

       

       겉보기에도 신선한 물기를 머금은 상추.

       일반 상추와 비교하면 크기부터 압살이다.

       초련이는 그런 상추를 우물우물 먹으며 기쁨의 울음소리를 냈다.

       

       “샤아아아-“

       

       그렇게 상추 3개를 다 먹어갈 때쯤.

       핸드폰을 쳐다보며 한눈을 팔고 있던 사이.

       갑자기 화련이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앗! 초련이의 상태가!”

       

       나는 화련이의 말에 따라 초련이를 바라봤다.

       

       “어?”

       

       화련이의 말대로.

       초련이의 상태가 이상했다.

       초련이는 자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갑자기 녀석의 몸이 하얀빛을 내기 시작했다.

       

       “ㅁ, 뭐야 이게! 화련아 이게 무슨 일이야!?”

       “이건 그거야! 그거!”

       “그게 뭔데?”

       “그거라니까! 왜 이해를 못 해!”

       

       그게 뭔데.

       화련이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나는 하얀빛을 내는 초련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샤아아- 샤아아-“

       

       초련이는 그저 계속해서 상추를 우물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하얀빛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차례 눈을 멀게 할 만큼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

       

       파직-!

       

       “실명하는 줄 알았네…”

       

       나는 꽉 감았던 눈을 떴다.

       초련이의 몸을 휘감고 있던 강렬한 빛은 사라지고, 초련이는 여전히 상추를 씹어 먹고 있었다.

       한 가지 전과 다른 게 있다면.

       

       “마시써- 마시써-“

       

       폴리모프.

       초록 꼬리와 초록 뿔을 단, 소녀의 모습으로 온몸에 상추를 뒤집어쓴 채, 상추를 아주 맛있게 먹고 있다는 것이었다.

       녀석은 찹쌀 같은 볼을 움직이며 상추를 열심히 씹고 있었다.

       

       “햄스터 같네.”

       

       유치원생 정도의 모습을 한 초련이.

       무해한 초식 동물을 보는 느낌이다.

       나는 그런 초련이에게 다가가 질문을 건넸다.

       

       “초련아.”

       “으웅?”

       “너는 어떻게 이 모습이 된 거야?”

       

       초련이가 이 모습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초련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냥 이렇게 된 거라 나도 몰라!”

       “?”

       “그린 드래곤은 자연과 가까워질 때가 가장 그린 드래곤답다고 하거든! 아마 그래서 폴리모프가 된 것 같아!”

       “으음, 친환경 드래곤이란 소리구나?”

       “아마두? 친환경이 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럴 거야!”

       

       헤헤-

       초련이는 실실 웃으며 입에 상추를 물었다.

       초록색 머리를 쓰다듬고 있자 하니.

       초련이는 인간이 되었어도 참 초련이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추 맛있어?”

       “으응, 마시써!”

       

       좋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느린 다르팽이입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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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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