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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은 어느샌가 11화까지 방영되었다.

         

       10화가 방영될 시점에선 이미 국내 모든 프로그램 중에서 당당하게 화제성 1위를 달성할 정도로 한국에 드라마 열풍을 불러오고 있었으며 시청률도 안정적으로 25프로대를 유지하고 있다.

         

         

       “흠.”

         

         

       뉴스 기사를 읽고 있던 나는 너튜브에 채널에 접속해 금주의 조회수 1등 태그가 달린 영상을 시청했다.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 11화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

         

         

       이틀 전에 올라온 영상인데 조회수가 무려 400만. 심지어 댓글은 1만 개, 좋아요는 6만이었다.

       

       이 장면은 하온이 겨울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이다.

         

       물론 그의 고백에 대답하려고 겨울이 입을 여는 순간 다음 화의 예고편이 나오며 11화는 끝난다.

         

       전형적인 ‘뒷 내용이 궁금하면 다음 주 본방송을 시청해주세요^^’를 시전한 거였다.

         

       이쪽 세계의 드라마는 뭔가 이런 식의 흐름 끊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작가들이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의식해 잘 활용하지 못한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전생의 살던 곳에서 질리도록 당해왔던 수법이었기에 내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아, 참고로 이 흐름 끊기에 내성이 없다면.

         

       -여기서… 이걸 끊어…? 927 작가 너 사탄 들렸어?!

       ㄴㄹㅇ ㅋㅋ 이 새끼는 우리가 일주일 동안 얼마나 고생할지 전혀 생각 안 하는 듯

       ㄴ진짜 사람의 감정선을 가지고 노는데 탁월한 놈임

         

         

       댓글창의 반응처럼 대충 저런 느낌으로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래도 작가가 스토리 맛있게 썼으면 일단 나부터 개추

       ㄴㄱㅊ

       ㄴㄱㅊ

       ㄴㄱㅊ

       ㄴ지금 성적 보면 진짜 괴물이긴 함;;

       -근데 설소영 조금 부럽지 않냐? 은근 남궁환이랑 잘 어울림

       ㄴ남궁환 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ㄴ응~ 설소영 아직 미자야

       ㄴ경찰 아저씨 여기에요!

       ㄴ설소영이 백배는 아깝지 ㅋㅋ

       ㄴ확실히 그림은 예쁨. 내 삘 이대로만 가면 대충 14화쯤에 둘이 키스 갈길 것 같긴 함

         

         

       스크롤을 내려 추천수가 높은 댓글들을 위주로 보는데 뭔가 조금 어질어질했다.

         

       뭐, 남궁환이랑 설소영이 키스를 갈겨?

         

       일단 나이 문제를 무시해봐도 그런 장면은 없다.

         

       앞으로도 설소영이 내 작품에 출연한다면 계속 없을 예정이고.

         

       이유는 간단하다.

         

       그냥 내가 그 꼴을 보기 싫어서… 는 사실 부가적인 이유고 설소영의 아버지인 설한용 사장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이번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에서 스킨십이 과한 장면이나 키스라도 갈긴 게 나왔다?

         

       오우…….

         

       그러면 설한용 사장이 ‘이거 대본 쓴 새끼 누구야!’라고 고함을 지르며 본격적으로 나를 찾아 나섰을걸?

         

       원작을 본 사람으로서 그의 딸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아니까.

         

       그때였다.

         

         

       지이이잉-

         

         

       스튜디오엔믹스 측으로부터 받았던 휴대폰이 오늘도 어김없이 진동했다.

         

       어째 이놈의 휴대폰은 조용한 날이 없는 것 같네.

         

       이건 조금 슬픈 얘기인데 이 정도면 원래 가지고 있던 다른 쪽 휴대폰 보다 연락이 많이 오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나 PD님]

         

         

       웬일로 나영진 PD님에게서 먼저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에요?”

       ─은우 군. 저희 한 번만 살려 주세요.

         

         

       ……?

         

       전화를 받았는데 다짜고짜 살려달라고 비는 나 PD님.

         

       아니, 이 양반이 또 무섭게 왜 이래?

         

       뭔가 설소영이 내 전화번호를 얻으려고 했던 때의 PTSD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

         

         

       “뭐 때문에 그러는데요?”

       ─경영 사업국장님이 어제 한국으로 돌아오셨습니다.

         

         

       경영 사업국장…?

         

       문뜩 용석이 형에게서 들었던 스튜디오엔믹스의 조직도가 떠올랐다.

         

       스튜디오엔믹스는 특이하게 두 명의 국장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한 명은 드라마 제작과 관련된 부분을 책임지는 박용오 제작 국장.

         

       그리고 또 한 명은 경영과 사업에 관련된 부분을 모두 책임지는 스튜디오엔믹스의 진정한 실세 유연정 경영 사업국장.

         

       참고로 유연정 국장은 박용오 국장의 아내이기도 하시다.

         

       나 PD님의 말처럼 아무래도 몇 달간의 일본 출장을 끝내고 돌아오신 모양.

         

         

       “그래서요?”

       ─그게… 그분께서 927 작가님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저를요?”

         

         

       음, 그냥 얼굴이나 보자고 부르는 건… 아니시겠지?

         

         

         

       ***

         

         

         

       하루 전.

         

       일본에서 한국으로 복귀한다는 유연정 국장의 소식이 스튜디오엔믹스에 전해졌다.

         

       원래라면 박용오 국장이 직접 마중 나갈 계획이었지만, 갑자기 미팅이 잡혔다는 핑계를 대며 도망쳤다.

         

       그 유연정 국장과 1대1로 순조롭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인물은 아마 나영진 정도밖에 없었기에 그에게 유연정 국장을 데려오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결국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인천 공항에 도착한 나영진.

         

       얼마 지나지 않아 갈색 코트와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유연정 국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어머, 나 PD. 저번에 봤을 때보다 얼굴 좋아 보이네. 요즘 제법 살만한가 봐?”

       “하하. 다 국장님께서 일본에서 열심히 일해주신 덕분이죠.”

       “흠, 그래?”

         

         

       유연정이 쓰고 있던 검은 선글라스를 벗고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그래서 나 없는 동안 그이랑 아주 재밌는 짓을 벌여놨구나.”

         

         

       여기서 그이는 박용오 국장을 뜻했다.

         

         

       “재밌는 짓… 말입니까?”

       “눈치 빠른 사람이 뭘 모르는 척이야? 927 작가 말이야. 일본에서도 아주 난리가 났다고.”

       “아직 드라마가 종영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소식이 거기까지 전해졌습니까?”

       “그래. 일본 방송국에서도 내게 연락이 왔어. 수출 건으로 관심이 있다고 말하더라.”

       “맙소사…….”

         

         

       이것 역시 이례적이라면 이례적이었다.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드라마를 사랑하는 국가.

         

       다만, 보통은 드라마의 리메이크 건으로 연락이 오지 저렇게 원작의 수출과 관련해서 직접적으로 어필하는 경우는 드물다.

         

         

       “어디서든 극찬을 듣고 있는 대작품인데 당연한 일 아니겠어?”

         

         

       데뷔 작품부터 시청률 25프로를 찍은 괴물 작가. 평소 까다롭기로 유명한 평론가들조차 그의 작품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아직 클라이맥스 씬이 있는 15화가 방영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지.”

         

         

       유연정이 씨익 웃었다.

         

       그녀는 본인의 직책을 활용하여 미리 모든 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단언컨대 15화의 클라이맥스 씬은 유연정 본인이 지금까지 봐왔던 모든 드라마 중에서 최고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그이랑 나 PD가 오랜만에 회사에 도움되는 일 했네.”

       “운이 좋았습니다.”

       “이 바닥에선 운도 실력이야. 어쨌든 스튜디오엔믹스의 대표로서 그 잘나신 작가 양반이랑 얼굴 한 번 정도는 봐야 예의겠지.”

       “……예? 927 작가님이랑 만나시려고요?”

       “당연하지.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는걸? 그리고 일본 방송 건이랑 후속작 건도 오붓하게 얘기를 나눠봐야지.”

         

         

       순간 나영진의 심장이 철렁거렸다.

         

       생각해보면 유연정 국장은 지금까지 일방적인 보고만 들어서 927 작가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신다.

         

       그러니 박용오 국장님과 그분이 나누었던 계약도, 그분의 나이도 아마 잘 모르실 거다.

         

         

       “왜? 무슨 문제 있어 보이는 얼굴인데.”

         

         

       그때 나영진의 이상을 단번에 눈치챈 유연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계약이……”

       “계약? 그이랑 나 PD가 아마추어도 아니고 당연히 전속 작가로 계약했을 거 아니야? 이번에는 몇억이 들어가도 그냥 눈감아 주려고 했는데.”

         

         

       활짝 미소 짓고 있는 유연정을 보며 나영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 미소가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라도 눈치챌 것이다.

         

       그래서 나영진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여 사과부터 박았다.

         

         

       “죄송합니다. 작가님의 개인 사정으로 인해 전속 계약까지는 따내지 못했습니다.”

       “그래? 도대체 무슨 사정이길래 눈앞에서 그런 원석을 놓쳤을까?”

         

         

       순간 유연정의 눈이 이글거렸다.

         

       사실 그녀에게 이유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현재 927 작가가 스튜디오엔믹스 소속이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언제든 바람처럼 떠날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닌가?

         

         

       ‘그건 절대 안 되지.’

         

         

       그녀는 품에 들어온 사냥감을 놓아줄 생각이 절대 없었다.

         

       차라리 후환을 생각해 자신의 손으로 망가뜨리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할 인물이었다.

         

       다만.

         

         

       “사실 927 작가님께서는 학업이 많이 바쁘신 분입니다.”

       “어머, 대학생이었어? 어디 학교인데? 설마 S대야?”

       “아니요. 그냥 평범한 중학교 다니십니다.”

       “……하?”

         

         

       누가 상상할 수나 있을까.

       현재 세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927 작가가 이제 겨우 중학생이라는 것을.

         

         

         

       ***

         

         

         

         

       유연정 국장과의 만남은 정말 총알같이 이루어졌다.

         

         

       “안녕하세요. 스튜디오엔믹스 경영 사업국장 유연정이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그렇게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나는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음, 그녀의 첫인상은 뭐랄까… 굉장히 세련된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동작이나 말투 하나부터가 상당히 고급진 사람이었다.

         

         

       “일단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조금 편하게 말해도 될까요?”

       “저는 상관없어요.”

       “고마워요.”

         

         

       그녀가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다름이 아니라 몇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 이렇게 만남을 주선했답니다.”

       “몇 가지 묻고 싶은 거요?”

       “네. 나영진 PD에게 전해 들었어요. 차기작도 저희 쪽에 파신다고?”

       “분명 그런 약속을 하긴 했죠.”

       “그럼 그다음 작품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다음이요…?”

         

         

       음.

         

       그건 전혀 생각 안 해봤는데.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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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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