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6

       한편, 유세하, 마하나 두 사람이 전리품을 챙기고 게이트에서 빠져나오기 약 10분 전.

         

       ‘길드’는 말 그대로 초초초 비상사태였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직원들과 한 번에 4개의 스마트폰을 들고 전화하는 직원 등.

         

       다양한 이들이 보이지만, 그중 정중앙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중년의 남성이 가장 인상적일 것이다.

         

       “다들 뭐 하고 있어! 서둘러 윗선에 전화 걸어서 A급 이상의 고위 헌터님들 모셔오라고 해! 그리고 당장 긴급 체제로 돌리고 시민들 안전부터 챙겨!”

         

       목이 터지라 소리치는 남성.

       핏대가 설 정도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이 남자는 바로 길드의 부길드장이었다.

         

       젊은 청년 시절.

         

       유명한 헌터가 되는 것이 목표였던 그는 남성으로서의 태생적인 한계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 좌절하고 꿈을 포기한 수많은 이들 중 하나였다.

         

       눈물을 머금고 현장을 떠난 그였지만.

         

       멀리서라도 헌터들의 꿈을 지켜보고 싶었고 노력 끝에 부길드장이라는 엘리트의 위치까지 올라간 유능한 인물이었다.

         

       이때, 부하 직원 한 명이 눈치를 보며 말을 걸었다.

         

       “저, 저기 팀장님…<설빙>님도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고위 헌터님들은 그렇다 쳐도 굳이 긴급 체제를…”

         

       윗선에 들어가면 깨질 걸 염려한 자기 보신적인 말에 부길드장의 눈이 획 돌아가 버렸다.

         

       “머저리 같은 소리 하고 있어! 정신 안 차려! 혹시라도 브레이크 아웃이 다시 유발되면 끝이야! 그리고 아직 안에 두 헌터가 남아있잖아! 그분들까지 안전하게 탈출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우리들이 국민들의 세금을 받아먹으면서 일하는 이유야!”

         

       정론에 가까운 호통에 부하 직원은 꼬리를 말며 여기저기 연락을 넣기 시작했다.

         

       ‘…한심하기는…’

         

       약, 30분 전.

         

       부길드장은 《설빙》이라는 별호를 가진 유망주.

         

       문보라와 만났다.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그녀에게 수고하셨다고 말이라도 하려던 찰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폭탄 발언을 듣고 말았다.

         

       ―브레이크 아웃이에요.

       ―……네?

       ―지금 이 던전, 브레이크 아웃을 목전으로 두고 있었던 던전이라고요.

         

       천지지변이나 다른 바 없는 말.

         

       부길드장은 그 자리에서 졸도할 뻔한 걸 겨우겨우 참았다.

         

       ‘브레이크 아웃은 단순한 위기 상황급이 아니야.’

         

       대규모 재앙.

         

       시민들이 다니는 도시 한복판에 펑-! 하고 게이트 폭발이 일어난다.

         

       온갖 괴물들이 몰려나와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거다.

         

       부길드장 또한 브레이크 아웃을 직접 겪어보았던 인물이다.

         

       지금이야 주기적으로 정규직 헌터들이 근무하니 그만큼 피해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그때의 공포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끔찍했지.’

         

       눈앞에 커피를 마시며 대화했던 상사의 머리통이 잘려나가 허공을 맴돌았다.

         

       미친 듯이 도망치고, 도망쳐서 화장실에 숨어 오들오들 떨며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하였다.

         

       그때 같이 있었던 동기 중 살아남은 것은 오직 자신뿐이었다.

         

       그런 재앙이 다시 일어나려고 했다는 소리다.

         

       ‘…다행히 보스를 쓰러트렸다고 하셨지.’

         

       [기믹형] 같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든 보스는 던전의 핵을 담당한다.

         

       보스를 쓰러트리면 자연스럽게 마력의 흐름이 돌아오고 과포화 현상도 조정된다.

         

       그래도 방심할 수 없는 게 게이트인지라 지금 이리 비상사태를 유지하고 있는 거다.

         

       그는 문보라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듣자 하니 초기에 바로 알았다던데…

         

       그런데도 도망치지 않고 무려 보스까지 잡아준 거다.

         

       그 사이에 게이트가 터지지 말라는 보장은 없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뒤늦게 붙잡아서 감사 인사를 하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외였다.

         

       ―아니요. 저는 한 게 없습니다. 오히려 이건 모두 유세하씨와 마하나씨의 덕분입니다. 그 둘의 강한 마음과 의지가…사건의 유발을 막은 겁니다.

         

       그로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한 사람은 낙오자라고 불리는 인물이었고, 다른 이는 오늘 처음 던전에 들어간 헌터.

         

       심지어 자신과 마찬가지로 남성이었으니까.

         

       ‘…《설빙》이 빈말이라도 그런 말을 할 성격은 아니니까. 사실일 텐데.’

         

       “…! 부길드장님. 지금 두 분 나오고 있습니다!”

       “…!! 좋아. 당장 모시러 간다.”

         

         

       *

         

         

       우리 소중한 므냥이의 손을 붙잡고(실상은 못 잡고) 낭낭하게 챙긴 부산물과 함께 밖으로 빠져나온 직후였다.

         

       나와 마하나는 게이트 바로 입구, 못해도 수십은 몰려있는 인파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조금만 생각해보면 ‘브레이크 아웃’ 때문이란 걸 알 수 있을 텐데.

         

       경황이 없어서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자 중년의 남성이 눈치껏 앞으로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유세하씨, 마하나씨. 저는 이곳 길드의 부길드장을 맡은 사람입니다.”

         

       뒤를 이으는 자세하고 꼼꼼한 설명에 그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문보라님께서 두 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특히 유세하씨의 검이 매서울 정도로 크게 활약하셨다고…”

         

       “아하…”

         

       문보라 이 녀석.

       얼굴에 너무 금칠을 해주고 갔잖아?

       다음에 만나면 보답이라도 해줘야겠다.

         

       “그리고 죄송하지만…혹시 브레이크 아웃에 관련된 증거품을 가지고 있으신지요? 저희 또한 확실한 현장 보고를 위한 물품이 필요해서 말입니다. 당연하지만 가격은 높게 쳐 드리겠습니다.”

         

       피곤할 텐데 미안하다는 듯 쓴 미소를 지으는 부길드장.

         

       이 아저씨…높은 위치에 있는 것치고는 착한 사람이었다.

         

       ‘…그건 그렇고…’

         

       아까부터 묘하게 느낀 건데 방금 아저씨의 말로 더더욱 확실해졌다.

         

       등뒤 너머에 있는 직원.

         

       많지는 않지만 약 10명 정도가 불신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해 못 할 바는 아닌가.’

         

       문보라가 말해줬다고 하여도 나와 므냥이는 제대로 된 자격을 증명하기에는 부족한 위치인 건 사실이니까.

         

       한 명은 낙오자, 한 명은 오늘 처음 게이트 들어간 남성 헌터.

       좋은 기분은 아니지만 납득은 할 수 있었다.

         

       ‘…이거 문보라에게 고맙다고 문자라도 줘야겠네.’

         

       꼭 보스의 머리를 챙기라고 말했는데…이리될 걸 미리 알고 있었던 듯싶다.

         

       “하나씨.”

         

       나의 요청에 망설임 없이 보따리 하나를 여는 마하나.

         

       그녀의 손에 잡힌 것은 혀를 쭉 뺀 채 죽은 [실버백]의 머리통이었다.

         

       “…미친 저거 실버백이잖아?!”

       “고블린 부락지에…저 녀석이 나타났다고?”

       “그럼 정말로…”

         

       다들 놀라서 웅성거리는 상황.

       부길드장을 제외하고는 서로 안색이 굳어져 당황 섞인 말들을 내뱉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새로운 머리통에 전원 아연실색을 하였다.

         

       “카, 카파 라이노!?”

         

       카파 라이노의 잘려나간 두개골과 마력을 머금은 마석이 등장하자 삿된 비명이 새어 나왔다.

         

       두 마리 모두 튼튼한 방어력과 높은 체력을 가진 [야수계] 몬스터.

         

       《설빙》이 참여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백업]으로서 참전한 거라 제대로 된 힘을 쓸 수 있을 리 없었다.

         

       이 말은 즉, 저 미청년과 꾀죄죄한 고양이 수인 여자가 제대로 활약했다는 소리이다.

         

       ‘…세상에.’

         

       부길드장을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이것들을 잡은 무용(武勇)도 무용이지만 정말 큰일이었기 때문이니까.

         

       ‘…코앞이었어.’

         

       실버백이 최종 보스여도 충분히 위기상황인데, 무려 카파 라이노가 최종 보스란다.

         

       이 말은 이들이 던전을 깰 수 있는 마지막 공략 조였고, 유일한 해결책이었다는 소리였다.

         

       “……두 분…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부길드장은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감격을 겨우 삼키며 유세하와 마하나의 손을 꼭 붙잡았다.

         

       “덕분에…수많은 이들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그의 말을 시작으로 직원들 전원 앞다투어 감사 인사를 전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밥줄은 물론이고 목숨까지 살려준 이니 얼마나 고맙겠는가.

         

       “감사합니다. 용기 있는 결단을 해주신 덕분에 살았습니다.”

       “정말로…고마워요.”

         

       “…어, 음…”

         

       막상, 당사자인 유세하는 당황스러웠지만 말이다.

         

       살아생전 이리 많은 감사 인사를 들어본 적이 없기에 어색하게 웃던 찰나.

         

       뒤늦게 마하나가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뭐, 뭐야…므냥이 어디 갔어?’

         

       휙휙 둘러보니 어느새 구석으로 가, 오늘 카운터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여직원과 대화하고 있었다.

         

       ‘…뭔가 불길한데?’

         

       대단한 활약을 한 것 치고는 마하나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살그머니 [미증유의 감]을 틀고 그 강도를 올렸다.

         

       삽시간에 붉어지는 시야를 애써 참으며 청각에 집중하자 두 사람의 말이 들려왔다.

         

       *

         

       “마하나씨 정말 잘하셨어요! 이번 일로 길드에서 보상금은 물론, ‘공적’ 점수도 높게 내려줄 거에요.”

         

       공적 점수.

       길드 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한 헌터들이 필수적으로 챙겨야 하는 점수.

         

       본인의 강함과 활약, 신뢰도, 그리고 이 점수가 합쳐져 헌터의 등급이 정해졌다.

         

       “보통 점수가 아니에요. 이정도면 최소 1년…아니 2년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도-”

       “-언니.”

       “……!”

         

       여직원은 순간 흠칫거렸다.

       사적인 자리가 아닌 이상 절대로 언니라고 말을 올리지 않는 아이이다.

         

       그런 아이가 갑자기 언니라는 호칭을 단 거다.

         

       “…하나…씨?”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배시시 웃은 마하나는 품을 뒤져 조용히 청동패를 반납하였다.

       E급이라 적힌 헌터증에 당황하는 여직원.

         

       “…저 길드 탈퇴하려고요.”

       “…하, 하나야…”

       “헌터.”

         

       그만두려고요.

         

         

       * * *

         

         

       약, 두 시간.

         

       계속해서 몰려드는 직원들의 감사 인사와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보상을 전부 정산한 뒤의 이야기이다.

         

       ‘…많이 벌었네.’

         

       투명꼬리원숭이(D)의 마석, 총 25개.

       개당, 50만원으로 측정되어 1,250만 원을 벌어들였다.

         

       ‘…생각보다는 싼 거 아닌가…싶었는데 말이지.’

         

       잡몹이 떨구는 마석은 보통 이정도 한다고 하더라.

       오히려 이것도 감사의 의미로 시세보다 더욱 높게 쳐준 거다.

       원래는 개당 30~40만원 선.

       추가로 투명꼬리원숭이(D)라는 레어몹의 마석이기에 추가 가격이 붙은 거다.

         

       대신, 보스 2마리의 마석은 짭짤하였다.

         

       ‘실버백이 1천 7백만 원. 카파 라이노가 2천만 원…’

         

       여기에 길드에서 ‘브레이크 아웃’을 막아준 것에 대한 감사 의미로 건네준 현상금 5천만원까지.

         

       기타 등등 잡스러운 폐지까지 전부 처분하여 총 합쳐서 약, 1억 원 정도를 벌었다.

         

       음…솔직히 말해서 그 정도 활약치고는 너무 적은 거 아니야? 싶었는데.

         

       아직 길드장에게 말이 안 들어가서 당장 줄 수 있는 보상금만 준 거라고 하였다.

         

       분명, 해외에 있다고 했었던가?

         

       ‘뭐…나중에 더 준다는 소리겠지.’

         

       아무튼, 오늘은 정말 알찬 하루였다.

         

       ‘이야…다들 괜히 헌터, 헌터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긴 해.’

         

       겨우 반나절 한번 돌았다고 1억 원이라는 거금을 벌다니…

         

       B급 이상을 취급받는 중급 던전이면 모를까.

         

       D급의 하위 던전에서 이만큼 벌어들인 ‘헌터’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고 한다.

         

       아무튼, 그렇게 번 돈을 3등분.

         

       바로 문보라에게 송금하였다.

         

       물론, 보내자마자 바로 전화가 왔지만 말이다.

         

       ―……저기요. 제 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직원분에게 물어보니 그냥 알려주던데요?

       ―……

         

       그리고, 바로 반송당했다.

         

       ―제 몫은 받지 않을게요.

       ―…아니 제일 고생하셨는데 돈은 챙겨야…

       ―처음 《헌터》을 준비하는 것만큼 자금이 소중할 때가 없지요. 저한테 있는 것보다 두 사람이 유용하게 쓰는 게 훨씬 가치 있을 겁니다.

       ―……그래도.

       ―착각하지 마세요. 이건 투자입니다.

       ―……투자요?

       ―네, 유세하씨. 당신의 미래 가능성에 대한 투자. 그리고……마하나씨를 두고 호언장담하였던 그 말에 대한 기대. 그것을 보고 싶기에 낸 겁니다. 그러니 괜히 마음에 빚을 달아주실 필요는 없어요.

         

       라고 하더라.

       솔직히 말해서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냥 주고 싶었으면서 투자 이러네…’

         

       솔직하지 못한 게 정말이지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여자이다.

         

       동시에 고마웠다.

         

       나중에 기반이 탄탄해지면 모를까.

       지금 햇병아리인 상태에서는 3,000만 원은 엄청 소중하니까.

         

       ‘여튼, 그래서 5천만 원씩 나누려 했는데…’

         

       여기서도 약간 문제가 있었다.

         

       별건 아니고…마하나.

         

       이 귀염뽀짝한 아이가 자기 몫을 덜 받으려고 했으니까.

         

       “…7대 3으로 나눠요. 제가 3으로…”

       “5대5.”

       “…6, 6대4…”

       “5대5!”

       “……5.5대 4.5…-”

       “-5대5!!”

         

       계속 주장하니 결국, 마지못해 받더라.

         

       어허, 감히 ‘고스라’의 미소녀 캐릭터면서 ‘지도관’에게 돈을 더 주려고 해?

         

       얌전히 후원이나 받으라고.

         

       그렇게, 지금의 상황으로 돌아온 거다.

         

       “오늘 하루 정말 길었네요.”

       “…그러게요.”

         

       넌지시 던진 말에 마하나는 작게 대답하였다.

         

       어깨가 축 처지고 기운이 없는 게 오늘따라 그녀의 등이 무거워 보였다.

         

       “…오늘 정말 좋았어요. 유세하씨. 그럼 저는 피곤해서 먼저 가볼게요.”

         

       대답과 함께 몸을 돌리는 마하나.

       노을 진 그림자가 그녀의 얼굴에 어둠을 드리웠다.

         

       마음 같아서는 붙잡고 싶었다.

         

       조금 전에 여직원이랑 하였던 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감도는 씁쓸하면서도 서글픈 미소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

         

       “……그럼 안녕.”

         

       마치, 다시는 못 볼 거라는 듯한 헤어짐의 한마디.

         

       망부석처럼 굳어진 나는 사라져가는 그녀를 멍하니, 멍청하게 바라만 보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