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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

    밤의 숲은 마력이 충만하다.

    루크는 밤바람을 맞으며 절찬리에 마나를 축적하는 중이었다.

    집에서는 돈이 들지만, 적어도 자연의 마나는 무료니까.

    루크는 집에선 이제 자제해야하는만큼, 숲에서 쌓아놓을 셈이었다.

    “춥지않아? 안 들어가도 돼?”

    “아직 괜찮다. 고맙구나.”

    숙소 앞에 앉은 루크에게 코코아를 탄 종이컵을 건넨 예르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용서는 이미 했다.

    아이가 고의로 한것도 아니고, 충분히 반성하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용서를 안하겠는가.

    게다가, 서클을 안정화시키기위해선 마나가 필요하다고 듣기도 했다.

    그게 그만큼이나 비쌀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말해준건 고맙지만……. 으으, 300만길은 조금 속이 쓰린걸…….’

    그 지출의 이유가 마나누수든, 루크의 과소비이든, 뭐든, 일단 예르나가 지불해야하는 돈이기는 했다.

    역시 단번에 300만길을 낼 돈은 없어서 12개월 할부로 내기로 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속이 쓰린건 어쩔 수 없으리라.

    결국엔 생돈 300만길이 날아간다는 것이니.

    서클을 지닌다는건 몸 자체가 하나의 지팡이가 된다는 뜻.

    그것은 지팡이처럼 마나를 충전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루크는 유례없을 정도로 마나감응력이 뛰어난 아이.

    따라서 그 서클의 유지에 필요한 마나량도 무시무시하게 많았다.

    ‘앞으론 집에선 절대 못키우겠는데…….’

    아이를 데리고 있으니 이것저것 비용이 든다고 생각은 했지만, 마나요금은 정말로 예상밖이었다.

    이정도라면 시설에도 절대 데려다놓을수가 없을게 분명하다.

    매달 이 정도의 마나요금을 고아 한명에게 쏟아줄 시설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앞으론 숲에도 자주 데려와서 마나를 먹여줘야하는걸까……?’

    예르나는 그것이 현재로썬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루크가 혼잣말처럼 말한다.

    “아. 반딧불이로구나.”

    허공에 떠다니는 녹색의 빛.

    꽤 아름답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예르나가 가장 먼저 떠올린 감정은 의아함이었다.

    “이상한 일이네, 겨울에 반딧불이라니.”

    “그렇구나, 참 별난 일이야.”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딧불이는 보통 늦봄이나 여름에나 볼 수 있는 곤충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예로부터 때 아닌 반딧불이는 정령의 ‘전령’이었다고 하지.”

    “흐음, 그래?”

    예르나가 그건 또 무슨 동화의 얘긴가 싶어 맞장구를 쳐주자, 루크는 손을 앞으로 내밀며 말을 이었다.

    “혹, 모르는가? 엘프는 본디, 뭇 정령들의 친구가 되지 않던가?”

    5000년 전, 루크가 살던 시대의 엘프라면, 정령친화도가 높아 지성을 가진 종족중에는 정령과 가장 가까운 종족이었다.

    따라서 예르나가 이러한 사실을 모른다는것이 의아했던 루크의 표정에 예르나는 황급히 말했다.

    “그, 그랬지이! 하하, 나도 참……. 깜빡했네.”

    엘프가 정령과 친하다는것은 동화의 단골소재이다.

    동화를 좋아하는 루크에게, 엘프인 자신은 당연히 정령과 꽤나 친할거라고 생각된게 분명하다.

    지금에 와서는 세상에서 정령들도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지만.

    물에 빠트린 기사의 검을 정령이 주워줬다던가하는 그런 동화같은 일은 이제 벌어지지 않는 것이다.

    일전에 병원에서 자신이 루크의 동심을 부숴버렸다고 생각한 예르나는,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아무리 지금은 그 정령이 엘프에게마저 숨을 죽인 시대라고해도.

    루크는 그런 예르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 잠깐 잊고 있었던겐가. 하긴, 엘프라면 딱히 전령이 필요하지도 않겠구나. 직접 말을 걸면 되니까.”

    하긴.

    공간에 제약이라던가, 마력친화도가 낮아 직접 볼 수 없을때에나 전령을 쓰는 것이지, 엘프라면 그다지 전령따위는 필요가 없을 터였다.

    그러니 엘프라면 반딧불이에 대한 이야기를 모를수도 있겠지.

    혼자서 납득한 루크가 예르나에게 물었다.

    “그럼 그대도 평소 친분을 쌓아둔 정령이 있는가?”

    루크의 질문에 예르나는 당황을 겨우 숨기며 마치 변명하듯이 말했다.

    “으응, 하하. 근데 내가 요즘 정령친구한테 연락을 잘 안해서, 잘 모르겠네……!”

    “연락……? 흐음. 그런가……?”

    정령도 뭔가 인간같은 연락이 필요한 존재던가?

    그런건 아닐 터인데…….

    뭔가 이상하기는 했지만, 루크에게 정령친화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 정령과의 대화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턱이 없었다.

    정령의 친구라는 엘프인 예르나가 적어도 자신보단 정령에대해 잘 알겠지 생각한 루크는 다시 앞에서 춤추는 녹색의 빛무리에 시선을 던졌다.

    예르나는 그때 레이저를 잡으려 했던 것처럼 루크가 반딧불이를 잡으려고 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떠올라 충고했다.

    “루크, 반딧불이를 손으로 잡으면 냄새가 심해.”

    반딧불이에는 ‘취선’이라는 기관이 존재해, 위협을 느끼면 극심한 악취를 뿜어낸다.

    어릴적 숲에서 살던 예르나도 그것에 된통 당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루크도 그 사실을 모르는건 아니었다.

    5000년 전에도 반딧불이는 있었으니까.

    “나도 잘 알고있다. 억지로 잡으려는게 아니니 안심하거라.”

    “그래?”

    루크는 앞으로 내밀었던 손을 나비가 앉게 하는 듯 검지를 내밀었다.

    처음보는 것인 레이저와는 달리, 반딧불이는 5000년 전에도 존재했던 생물.

    그러니 딱히 호기심이 든다거나 참을 수 없이 잡고싶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고양이의 그것과는 다른 본능이 루크를 자극하는 중이었다.

    ‘이것도 본능……. 인가.’

    하지만 제멋대로 몸이 나가는 고양이의 것과는 전혀 다른, 마력의 운용에대한 본능이었다.

    어떻게 마력을 움직여야하는지,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는것이 정말로 의아했다.

    하지만 제멋대로 몸이 움직인것도 아니고, 그저 머릿속으로 하나의 마나배열이 떠올랐을 뿐이다.

    그러니 이번엔 본능적인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궁금증이 앞선다.

    이 배열대로 마나를 운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이론을 따져보면 그다지 위험한 배열도 아닌 것 같고……. 한번 해보도록 할까.’

    갖고있는 지식을 이용해 결과값을 대충 계산해본 루크는 딱히 공격적인 마나배열도 아니니, 한번 써보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겠다는 호기심이 들었다.

    곧 루크가 본능적으로 떠오른대로 손가락 끝에 마나를 배열해 방출하자, 한 반딧불이가 꽁지에 빛을 과시하면서 눈 앞을 날다가 살풋이 루크의 손가락 위에 앉는다.

    그 모습을 본 예르나는 살짝 놀란듯이 말했다.

    “반딧불이가 사람 손가락 위에 날아와서 앉다니. 얘는 겁이 없는앤가봐.”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반딧불이를 유인하는 마나배열인가?

    어쩌면 정령을 불러내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루크는 살짝 실망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손가락 끝에서 꽁지의 빛을 암전시키는 그것의 모습은 꽤 신선하고 아름다운 모습이기는 했기에, 루크는 그것을 코앞으로 가져와 빠안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살아있는 반딧불이를 이토록 가까이 본적은 없었구나.’

    반딧불이와 정령은 관계가 있었지만, 마법과는 큰 관련이 없는지라 루크는 이렇게 바라볼 기회가 없었다.

    본다고해봤자 박제된 곤충을 스치듯이 보았던 기억 뿐.

    하지만 곤충의 꽁지에 발광하는 마력배열이 있다는것이 꽤나 신기한 일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이제와서 문득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예르나는 이게 무슨 동화의 한 장면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루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예쁘네, 루.”

    “아. 그렇구나, 꽤 아름다운 빛이야.”

    ‘이런, 내가 한 말은 네가 예쁘단 뜻이었는데’하고 생각한 예르나는 그 생각을 그대로 입에 담았다.

    “아니. 내말은, 우리 루가 참 예쁘다구.”

    그것은 예르나가 부디 루크가 이번일로 죄책감을 갖지 말고 이전처럼 자신감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말이었다.

    그러나 루크는 그런 예르나의 심리는 생각할 겨를이 없이, 자기에게 ‘예쁘다’라는 형용사가 붙여진것이 퍽 부담스럽고 닭살이 돋았다.

    나이에 맞지않게 엄청나게 당황했을만큼.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그런 말은 내 부탁하건데, 다시는 하지 말거라!”

    루크가 당황하여 소리치자, 갑작스런 소음에 놀란 반딧불이가 뽀르르 날아가버렸다.

    취선에서 독한 향을 내뿜으면서.

    “으으…….”

    그 탓에 손가락에 극심한 악취를 갖게된 루크가 인상을 한껏 찌푸리고 말았는데, 루크의 외침에 잠깐 당황했던 예르나가 급하게 루크의 표정을 살폈을때는, 그것이 마치 들어선 안될것을 들은 표정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런 질색하는 표정을 본 예르나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이게 그렇게까지 싫어할만한 말인가 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그 외모가 불만인 것일까.

    귀여운 외모는, 노예라면 단지 상품가치이상은 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을수도 있겠지.

    “아, 미안……. 그렇게까지 싫다면 이제 안할게.”

    “으음……. 그래준다면 참 고맙겠구나.”

    그렇게 말한 루크는 손끝을 코에서 멀리 떨어트리며 인상을풀었다.

    예쁘다는 말을 하지 말랬다고 저토록 어두운 표정을 지을 필요가 있는걸까 생각했지만, 아무렴 좋은 일일것이다.

    루크는 충분히 식은 코코아를 입에 가져다대며 그 지독한 냄새를 잊고자 했다.

    하지만 예르나는 그런 루크에게 자신이 트라우마를 씻을 수 있도록 잘 대해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토록 귀여운 아이한테, 예쁘다는 말이 트라우마로 남은채 살아간다는건 너무 슬프니까.

    나중에라도 루크가 자기는 실제로 귀엽다는걸 알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생각을 품으며, 하루가 또 지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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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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