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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

        

       “허,참….”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산자의 몸에 영기가 쌓이다니.

       

       “사실은 벼락 맞았을 때 죽은 걸지도?”

       

       아니, 그때 죽었다 해도 살아 있는 몸에는 영기가 쌓일 수 없다.

       

       나처럼 태어날 때부터 영기가 강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그게 총량이라는 것이다.

       

       죽지 않고서야 그 영기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걸 어디다 써야 하는데…?”

       

       기사는 마나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든다.

       

       마법사는 마법을 쓰고, 도사는 기를 모아 도술을 부린다.

       

       그럼 영기로는 무얼 할 수 있을까?

       

       “몇 개는 알겠는데…”

       

       전신에 흩어져 있는 영기를 머리로 집중시켰다.

       

       우웅 –

       

       머릿속이 울리는 느낌이 들며 과일하나가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스윽-

       

       천천히 날아와 내 손에 잡히는 과일.

       

       “악귀들이 어떻게 이런걸 하나 했더니…”

       

       폴터가이스트 현상이라고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물건이 저절로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그중에는 사념이 강한 귀신이 물건을 건드는 경우도 있고, 강한 악귀가 나처럼 힘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해 지금 내가 하는 건 귀신의 힘이라는 것이다.

       

       “이게 이렇게 다뤄진다고?”

       

       무당도 영기를 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태어날 때 가진 힘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신점을 볼 때, 신의 힘을 빌어 작두를 타는 것 같은 경우이다.

       

       하지만 이렇게 강한 물리력을 행사한다는 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다.

       

       “영안도 선명해졌어.”

       

       집중의 범위가 넓어진 느낌.

       

       크게 늘어난 건 아니지만 무당으로서의 전반적인 능력이 상승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야, 대가리!”

       

       – ….?

       

       내 부름에 대가리가 스으윽 미끄러져 왔다.

       

       굿 한번 해줬더니 저번보다 원념이 옅어져 있었다.

       

       “너 영기 쓸 줄 알아?”

       

       대가리가 자기 머리를 손으로 흔들었다.

       

       끄덕.

       

       “오, 그래? 한번 해 봐. 좀 배우게.”

       

       아무래도 막 영기를 얻게 된 나보다 귀신들이 이 힘을 더 잘 다룰 것이다.

       

       대가리가 진지한 얼굴로 집중을 시작했다.

       

       미약한 영기가 대가리의 몸을 타고 흘렀다.

       

       스으윽.

       

       나에게 다가온 대가리가 손을 뻗어왔다.

       

       “오?”

       

       뭔가 시작되려고 했다.

       

       기대감이 차올랐다.

       

       앞으로 내가 다루게 될 힘이니까.

       

       스윽.

       

       이윽고 손가락 하나가 내 목덜미를 건드렸다.

       

       툭.

       

       “응…?”

       

       툭.

       

       “….?”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나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하아…잡귀새끼 한테 뭘 바라냐.”

       

       딱 귀신의 장난이다.

       

       그것도 영감을 타고난 사람들이나 느낄 법한.

       

       굳이 말하자면 음산한 곳에서 싸한 느낌이 들고 ‘누가 내 어깨를 건드렸어!’라고 말할 정도의 힘이다.

       

       “어휴….”

       

       차라리 악귀를 찾아서 연구해 보는 게 나을지도···.

       

       어찌 되었든 영업하러 나갈 시간이었다.

       

       겸사겸사 란돌프도 찾아야 하고 말이다.

       

       그때, 멀리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보게! 크리스!”

       

       파라몬 영감의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클로셀과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영감님들! 어쩐 일이세요?”

       

       “늙은이들 둘이서 놀러 다니는 중일세.”

       

       하기야 은퇴하신 영감들이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저렇게 놀면서 노년을 보내는 게 당연한 일이다.

       

       “잘 오셨어요. 부탁드릴 일도 있었고.”

       

       “자네가 우리한테?”

       

       “껄껄. 말해 보게.”

       

       “지스몬드 경이 찾아왔었는데요.”

       

       굉장히 답답한 표정으로 찾아왔었다.

       

       나를 묘지에서 내려보낼때보다 훨씬 답답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마치 왜 그걸 못하냐는 듯한 표정.

       

       “저쪽을 자꾸 가리키는데, 누가 있다고 했거든요?”

       

       “호오? 저쪽 말인가?”

       

       지스몬드 경이 가리키는 곳을 찾아봐도 아무것도 없었다.

       

       몇 번을 뒤져 봤지만 사람은커녕 영혼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계속 찾아내지 못했고, 지스몬드 경은 고개를 저으며 돌아가 버렸다.

       

       “무언가 있기는 하군.”

       

       클로셀과 파라몬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곳을 바라봤다.

       

       “예. 거기 맞아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네요.”

       

       “흐음….”

       

       두 영감이 유심히 한 곳을 관찰했다.

       

       영감들 정도라면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자네 정령사와도 아는 사이인가?”

       

       “대단한 경지의 정령사로구만.”

       

       “예?”

       

       정령사라고는 구경도 해 본 적이 없다.

       

       평민인 내가 귀하다는 정령사와 마주칠 일이 어디 있겠는가.

       

       “자네가 못 찾을 만 하네. 라몬과 나 정도는 되어야 간신히 알아채겠군.”

       

       “껄껄….저기 어디쯤이구만.”

       

       영감들에게도 느껴진다니 다행인 일이다.

       

       도움을 받아 같이 찾으면····.

       

       “영감님? 망치는 왜 꺼내시나요?”

       

       파라몬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망치를 꽉 쥐었다.

       

       “위치가 어디인지를 모르니 통째로 날리면 될 일 아닌가?”

       

       클로셀 영감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허허, 그렇구만.”

       

       날린다고?

       

       뭘?

       

       파라몬 영감이 손을 휘둘렀다.

       

       잡은 망치에는 벌써 선명한 오러가 맺혀 있었다.

       

       부웅-

       

       오러가 망치를 떠나 날아갔다.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소리가 주변을 뒤흔들었다.

       

       꽈아아아앙 –

       

       “미…미친….저게…”

       

       “물의 정령일세.”

       

       나는 입을 떠억 벌리고 말았다.

       

       그곳에서는 물들이 움직이며 벽을 만들고 있었다.

       

       뒤에 있는 내 집이 초라해질 만큼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이보게 라몬, 손님이 나올 생각을 안 하는 구만.”

       

       “껄껄.”

       

       웃음을 지은 파라몬이 계속해서 팔을 휘둘렀다.

       

       꽈아앙 – !

       

       “누구 계시는가?”

       

       꽈아아앙!

       

       “아무도 없는가?”

       

       꽈아아앙!!

       

       파라몬 영감의 노크에 물의 벽이 갈라지며 틈을 만들어 냈다.

       

       로브를 깊게 눌러 쓰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어….? 귀인?”

       

       어제 내가 찾아다니던 귀인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귀인이 모습을 드러내자 마자 냄새들이 밀려왔다.

       

       물의 냄새.

       

       흙의 냄새.

       

       바람의 냄새.

       

       도저히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가 아니다.

       

       직접 눈으로 마주하니 정확해졌다.

       

       “사람이 아니네?”

       

       거리가 가까워 질수록 확실히 느껴졌다.

       

       나와 인연이 얽혀 있었다.

       

       “또 뭘 시키시려고 이렇게 복잡한 인연일까…”

       

       나는 곧 귀인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두 분은 오랜만에 뵙는군요.”

       

       이렇게 생길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빛이 나는 듯 흘러내리는 초록빛의 머리카락.

       

       맑다 못해 청정함까지 느껴지는 초록색의 눈동자.

       

       새 하얀 피부.

       

       그리고 뾰족하고 기다란 귀.

       

       “자네는?”

       

       사람이 아니라 엘프였다.

       

       “가지를 지키는 잎사귀, 아이린이라고 해요.”

       

       “오랜만일세.”

       

       두 영감과 아이린은 이미 아는 사이인듯했다.

       

       궁금한 표정으로 바라보니 클로셀 영감이 설명을 시작했다.

       

       “대전쟁 시절에 같이 싸운 엘프일세. 라몬과도 합을 맞췄었지.”

       

       “그녀는 이미 육백 년을 넘게 살았네. 엘프는 보통 천 년의 세월을 살지.”

       

       역시 엘프라서 그런지 알고 있던 대로 수명이 길었다.

       

       파라몬 역시 다시만난 동료가 반가운지 웃음을 흘렸다.

       

       “껄껄. 오랜만이구먼.”

       

       그런데 파라몬의 인사를 받은 아이린의 반응이 이상했다.

       

       무언가 신기한걸 본 것처럼 입이 살짝 벌어져 있던 것이다.

       

       “파라몬 당신…웃을 줄도 알았군요?”

       

       음?

       

       파라몬 영감은 자주 웃을 텐데?

       

       말할 때마다 웃음을 짓는 사람이었다.

       

       그 덕에 인자한 이미지 이기도하고 말이다.

       

       파라몬 영감이 머쓱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최근에야 다시 배웠네. 어떤가? 행복해 보이는가? 껄껄.”

       

       아이린의 얼굴에 싱그러운 미소가 맺혔다.

       

       “이제야 인간다워 보이는군요. 당신의 웃음을 보게 될 줄이야.”

       

       “아직은 어색하다네.”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 영감은 원래 잘 웃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처음만날 때 그랬었다.

       

       얼굴은 생긴 대로만 존재했고 표정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라곤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새로운 사실이네···.

       

       

       그건 그렇고, 지스몬드가 답답해 하던 이유가 엘프였다니.

       

       아마 이 엘프를 만나라고 그렇게 나를 재촉했으리라.

       

       나를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당신을 찾으러 왔습니다.”

       

       “저를요?”

       

       아이린의 웃음이 사라지고 진중함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얼마 전 세계수께서 저희에게 의지를 전달하셨어요.”

       

       “세계수가…!”

       

       두 영감의 감탄을 뒤로 아이린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미 번개와 함께 나타났으니, 이곳으로 와 춤을 출 것이다.”

       

       “호오?”

       

       벼락을 맞고 이 세상에 온 건 맞으니, 저게 나를 가리키는 게 맞을 것이다.

       

       춤을 춘다는 것도 그렇고.

       

       “가지의 흔들림을 따라왔더니 당신이 있더군요.”

       

       가지의 흔들림을 따른다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제대로 찾아온 게 맞다.

       

       벌써 머릿속으로 여러 장면들이 떠오르고 있었으니까.

       

       “흐으음…”

       

       아이린을 살펴보니 참 신기했다.

       

       “자연도 아닌 것이…사람도 아니고…”

       

       흙과 물로 사람을 빚어낸 느낌.

       

       바람으로 숨을 쉬며 불로 움직이고 있었다.

       

       “허어….”

       

       중요한 것은 나쁘지 않은 기분이라는 것이다.

       

       나와 연결된 신이 반가워하는 듯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지고 있었다.

       

       “딱 맞춰 찾아왔네.”

       

       그런데 저렇게 어둡게 끼여 있는 횡액이라니.

       

       앞날이 어두컴컴하게 가려져 있었다.

       

       나무들 사이로 떠오르는 것이 온통 시커먼 어둠 뿐이었다.

       

       “몸을 묶고 눈을 가려놓은 형국이로구나….쯧쯧.”

       

       “갑자기 무슨…?”

       

       아이린이 당황스러움을 내뱉자 두 영감이 제지했다.

       

       “기다려 보시게.”

       

       내 입이 저절로 움직이며 점사들을 뱉어냈다.

       

       “단단히 묶였구만. 큰일이 나겠어.”

       

       시커먼 어둠이 나무들을 꽉 잡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썩어들어가는 가지들도 보였다.

       

       그게 나라도 된 듯 눈앞이 컴컴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입이 열렸다.

       

       “많이도 죽겠구나.”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플러스로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선작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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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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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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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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