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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

       “악당이라뇨. 저는 예술가랍니다.”

         

         

       키시시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모험가 사냥꾼은 허리춤에 맨 단검을 뽑았다. 가늘게 뜬 눈으로 한나와 나를 향해 푸르게 벼려진 칼날은 들이밀고 있는 모습이 어느 곤충을 연상하게 했다.

         

         

       “곤충하고는 처음 싸워보는데.”

         

       “저는 충술사가 아닙니다. 신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마법으로 사람을 조각하는 예술가입니다.”

         

       “아무리 봐도 맞는 것 같은데…. 머리 가슴. 배로 나눠 있고. 아…. 팔이 6개가 아니라서 아닌가.”

         

         

       본인을 욕하는 걸 눈치챘는지, 모험가 사냥꾼은 실눈을 뜨고 내게 물었다.

         

       

       “어떤 부분에서 그러신지?”

         

         

       가늘어진 눈으로 나를 보는 남자. 심기에 거슬리는 말을 한다면 당장에라도 내 목을 찌를 것처럼 살기를 뿌리고 있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허리를 숙이고 슬금슬금 걸어오는 것부터 단검 두 개를 역수로 쥔 모습까지. 사마귀 그 자체니까.

         

         

       사람을 얼굴 가지고 판단하지 않기로 다짐했던 거만, 눈앞에 남자의 관상은 지나치게 곤충을 닮아있었다. 저걸 사람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인류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나는 인류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불편한 진실을 그에게 알려줬다.

         

         

       “생긴 게 사마귀를 닮아서 곤충이라고 착각했습니다.”

       “네?”

       “비실비실하게 생겨서 딱밤 한 대 때리면 죽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성깔 하나는 더러운 곤충이요.”

         

         

       너 말이야.

       정말 못생겼어.

         

         

       “그쪽 사마귀 닮았어요.”

         

         

       천천히 남자의 얼굴에 균열이 일었다. 불편한 진실을 맞이해서 그런가. 어머니께서 항상 잘생겼다고 가스라이팅을 해줬을 텐데. 괜히 불편한 진실을 말해줘서 불효자가 되는 게 아닐까 걱정됐다.

         

         

       그래도 어떡하냐.

         

         

       진짜 사마귀를 닮았는데.

         

         

       남자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속 좁은 사람으로 보이기 싫은 모양인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아하하’ 거리는 꼴이… 타격감이 좋았다.

         

         

       “제가 사마귀를 닮았다고요?”

       “네.”

       “하하하…. 미치겠네요. 저한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정말 좋은 친구를 두셨네요.”

       “…죽고 싶습니까?”

         

         

       어머니의 거짓말을 깨달은 사마귀에게 내 진심이 통하지 않았다.

       

         

       소설에서 미하일이 이 녀석에게 밟히는 장면을 봐서 알고 있다.

         

         

       -광기의 대주교…! 네 녀석 손에 죽은 죄 없는 사람들의 수가 몇인 줄 알아!

       -키시시싯… 저는 그저 예술작품을 만들었을 뿐입니다. 세상을 파괴하는 오물들을 그저 죽음이라는 예술로 순화했을 뿐이랍니다.

       -죽여버린다….

       -저번에도 그렇게 말씀하시더니, 못 죽이시지 않았습니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미하일씨… 당신도 언젠가 제 예술작품으로 만들고 싶은데 말이죠.

         

         

       진정한 광기를 보여주며 미하일을 압도했던 모습. 여주인공의 파티를 상대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인물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은 곤충을 닮은 행위 예술가에 불과했다.

         

         

       나는 그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저도 살면서 처음입니다.”

       “…”

       “사마귀를 닮은 사람을 만난 게 말입니다. 초등학생이었다면 곤충 채집통에 넣어서 키우려고 했을 텐데 말이죠.”

         

         

       모험가 사냥꾼의 미소는 점차 건조해졌다. 수십 년 동안 몰랐던 진실을 깨달아서 그런가. 집에 거울이 있다면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설마, 정말로 본인이 곤충을 닮았는걸 몰랐던 모양, 어쩌면 스스로가 잘생겼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소설에서 그런 설정은 안 나와서 몰랐는데, 내가 의도치 않게 인신공격을 해버려서 굉장히 미안했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정말 닮으셔서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울분이 섞인 모험가 사냥꾼.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 출생의 비밀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 모양이다.

         

         

       악역이 불쌍할 줄이야.

         

         

       가슴이 아팠다.

         

         

       현대였다면 의술의 힘을 빌려볼 수 있을 텐데, 시대를 잘 못 태어난 것을 원망해라. 사마귀.

         

         

       “제에가..”

         

         

       검은 기운이 사마귀의 단검에 모이기 시작했다.

       불길하면서 서늘한 기운.

       흑마법이었다.

         

         

       번뜩. 눈을 뜨고 말하는 사마귀.

         

         

       “그 아름답지 못한 존재를 닮았다는 건가요?”

         

         

       나는 허리춤에 찬 검을 뽑으며 말했다.

         

         

       “넹.”

         

         

       순간 사마귀의 몸은 내게로 날아올랐다. 아지랑이 같은 검은 기운이 빠르게 숨통을 조이기 위해 눈 앞을 가렸지만.

         

         

       팟. 하는 소리와 함께 힘없는 잔상만 남기고 사라졌다.

         

         

       [‘흑마법 내성’이 ‘파스칼’의 마법을 상쇄합니다.]

         

         

       나는 악당다운 미소를 지었다.

       잔혹하면서 동시에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는 순백의 미소.

         

         

       “뭡니까. 지금 독침을 쏘신 겁니까?”

         

         

       그 어떤 정신계 마법보다 강력한 도발이 파스칼에게 도달했다.

         

         

       “사마귀인 줄 알았는데, 다른 곤충이셨군요.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파스칼의 이성은 그 이후 날아가 버렸다.

         

         

       ***

         

         

       “허억…. 허억…”

         

         

       로웬은 빠르게 달려왔다.

         

         

       목적지는 산 정상에서 들려오는 굉음의 발생지. 불길한 기운과 함께 진한 피 냄새가 바람을 타고 몰려왔다.

         

         

       이상하게 마음이 조급해진다.

         

         

       분명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불길한 생각은 잦아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계속해서 막내딸이 죽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애달프게 자신을 찾는 모습이 떠오르고 차갑게 굳은 시체를 끌어안은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젠장….’

         

         

       이곳에 달려오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다.

         

         

       ‘내가 잘못한 것인가?’

       ‘만약에 막내가 죽는다면 나는 감당할 수 있을까.’

       ‘후회를 안 할 자신이 있을까.’

         

         

       확실한 건.

         

         

       자신의 딸이 만약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면 로웬은 지금처럼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없다는 거다.

         

         

       만약,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우려 중에서 한가지라도 실현이 된다면.

       눈앞에 그런 일이 펼쳐진다면 로웬은 이성을 지킬 자신이 없었다.

         

         

       하멜 산맥에 있는 모든 오크 군락지를 쓸어버리던가. 아니면 제국에서 오크라는 생물을 멸종시킬지도 몰랐다.

         

         

       무슨 핑계라도 대고 싶을 테니까.

         

         

       오크가 없다면 딸이 죽지 않았을 거라는 핑계를 대며 원인을 제공한 자신은 돌아보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니까.

         

         

       로웬. 자신은 고지식하며. 고집이 강하고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자란 걸 본인이 가장 잘 아니까.

         

         

       ‘미련한 놈.’

         

         

       조금씩 소리의 근원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무 사이로 사람들의 시체가 보였다. 오크의 짓이 분명한 시체가 보이기도 했고, 사람의 흔적이 탄 시체가 보이기도 했다.

         

         

       로웬은 검을 꽉 잡았다.

         

         

       조급했다.

         

         

       쓰러져 있는 시체가 딸의 모습과 겹쳐 보여서. 강하게 먹었던 마음은 갈대와 같이 흔들렸다.

         

         

       본인은 죽음에 무감각하다고 생각했는데, 수많은 전장을 누비면서 죽음을 만들었고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만큼은 그 어떤 전쟁보다 두려웠다.

         

         

       익숙한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버지….

         

         

       환각 속 딸이 죽어가던 오크의 서식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로웬은 땅을 박찼다. 확인해보기 위해서 그곳에 자신의 딸이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로웬의 바람과 다르게 그곳에는 자욱한 먼지구름이 피어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제기랄’

         

         

       직감했다.

       이미 자신은 너무 늦어버렸다고.

         

         

       환각에서 딸의 마지막 모습은 자욱한 먼지가 끝이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은 먼지구름에서 딸의 숨소리는 끝이 났다.

         

         

       이성을 잃고 정처 없이 먼지구름으로 걸어오던 중.

         

         

       챙그랑.

         

         

       익숙한 검이 발끝에 치였다.

       화려한 금색의 손잡이와 가운데에 세공된 황금색 루비. 그리고 칼날에 새겨진 가문의 문양.

         

         

       한나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나중에 커서 이 검으로 히스타니아의 이름을 펼치라며 선물했던 오랜 추억이었다.

         

         

       아직도 이 검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날이 다 빠지고.

       손잡이에 손자국이 남아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 사용한 검.

         

         

       다른 자식들에게 수없이 사줬던 검이지만 한나에게는 단 한 번밖에 사주지 않았던 검이 가슴에 못처럼 다가왔다.

         

         

       무엇보다 날카로웠다. 어떤 검보다 가슴을 후벼팠고 어떤 검술보다 심한 상처를 남겼다.

         

       

       자신이 사줬던 검이 매정하게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

         

         

       바닥에는 피가 흥건하게 흘러있다.

         

         

       오크의 녹색 피가 대부분이긴 했지만, 사람의 붉은 피도 적지 않게 섞여 탁한 색을 이루고 있었다.

         

         

       로웬은 홀리듯이 말했다.

         

         

       “…아니다.”

         

         

       육성으로 부정의 말이 튀어나왔다.

         

         

       믿을 수가 없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고

         

         

       아버지가 소드 마스터인데.

       자신은 제국의 검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건 아비로서 볼 수 없다고.

         

         

       무엇을 위해 검을 휘둘렀는지.

       그렇게 인정받고 싶었던 딸을 모질게 대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로웬의 머릿속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이제서야 로웬은 푸른 창에 적혀있던 한 줄의 글귀가 생각났다.

         

         

       ‘죄인’

         

         

       그렇구나.

       자신은 죄인이었구나.

         

         

       로웬의 입에서 오랜만에 어색한 이름을 불러봤다.

         

         

       “한나야. 어딨느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을 향해서. 타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와 대련해야지. 약속했잖아….”

         

         

       대답은 안 했지만.

       그날 한나의 생일 때 매정하게 무시했던 자신이 너무나 미웠다.

         

         

       저 연기가 가라앉으면 어떤 비극이 자신을 맞이하고 있을까.

       환상에서 봤던 그 악몽이 재현되는 건 아닐까.

         

         

       로웬은 겁이 났다.

         

         

       “아빠가….”

         

         

       이제야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빠가 미안하…”

         

         

       그때였다.

         

         

       퍽…!

         

         

       “한나 씨 거기를 때리는 게 아닙니다. 갑옷에 싸인 부위를 때리셔야 티 안 납니다.”

         

       “아하…! 완벽범죄인가요?”

         

       “그렇죠.”

         

         

       딸이 어느 남자와 같이 누군가를 패는 모습이 사라지는 먼지구름 사이로 보이고 있었다.

         

         

       “흐히히….”

         

         

       검집으로 사람을 패는 한나의 표정은 지금까지 자기가 봤던 표정 중 가장 행복해 보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지각했습니닷…!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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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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