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60

    <160 – 유령에 홀린 자>

     

    “최근 교내에 퍼지는 불미스러운 소문에 학부생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렸네. 상급반 교수로서 제군들에게 한 마디 해주지.”

     

    플라톤 교수의 상급반 육체단련 강의시간.

    모처럼 교수님다운 언동을 보이는 플라톤 교수에게 상급반 학생들이 기대를 담아 쳐다봤다.

    교수님, 아니죠?

    헛소문 맞죠?

    초롱초롱 빛나는 1학년들의 시선에 플라톤 교수는 와하하 웃으며 전면 이두근과 광배근을 부각하는 보디빌딩 자세인 프론트 더블 바이셉스Front Double Biceps 포즈를 취했다.

     

    “중간고사를 치르면 학생들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은 잘못되었다!”

    “와아!”

    “역시 플라톤 교수님이야!”

     

    꿈틀!

    역동적으로 근육을 꿈틀거린 교수님이 하얀 건치를 빛내며 말을 이었다.

     

    “‘나약한 학생들이 죽는다’. 이것이 올바른 진실이니 중간고사에 대해 결코 착각하지 말도록!”

    “와…”

    “역시 플라톤 교수님이야…”

     

    소문이 조금도 착각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1학년 상급반 학생들은 기가 죽었다.

    그러나 1학년 사이에서도 실력파 학생들은 누구 하나 겁먹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막말로 실력만 되면 아무리 흉흉한 소문이 돌아도 겁먹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제발 움직여!! 당근 5700피스를 줄 테니까 움직이란 말이다!!”

    “히히히히힝!!”

     

    애초에 실력이 없더라도 상급반은 두려움을 품을 여유도 없었다.

    철인삼종경기,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기승코스.

    정해진 거리를 자신이 테이밍한 탑승물을 이용해서 통과해야 하는 시험.

    시험의 통과를 위해서는 탑승물을 길들이고 얼른 빨리 달리도록 조련을 해야 한다.

    겁을 먹는다면 3주 뒤에 다가올 본 시험보다는 당장 눈앞에 있을 탑승물이 더욱 두려울 학생들이었다.

     

    “아이린은 무섭지도 않아?”

    “거추장스러우면 전부 얼려버릴 뿐이야.”

    “…탑승물을 얼리면 어떻게 하려고.”

    “아이스수달이라고 하면 되겠지.”

    “아이린의 탑승물은 진짜 말 잘 들어야겠다…”

     

    반친구의 감탄을 살 정도로 무서운 조련법을 지닌 학생들은 탑승물이 학생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오크노디는 골렘을 골랐었지?”

    “넹!”

    “그거 어떻게 조련할 거야?”

     

    손에 원반을 든 이사벨이 펄쩍펄쩍 뛰는 대형견을 손으로 밀다가 힘에 부쳐서 원반을 저 멀리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신이 나서 달려가던 대형견이 평야 한복판에 세워둔 내 골렘의 다리에 박힌 원반을 보고 낑낑 울었다.

     

    “조련을 왜 해야 해요?”

    “…거기서부터 차이가 나는 거야? 새삼 수석과 일반상급반 학생의 차이가 느껴지네.”

    “에이. 골렘은 순한 탑승물이니까 그렇죠. 이사벨도 원반만 던지면 개를 다루기 쉽잖아요.”

    “대신에 하도 원반을 던져서 팔이 너무 아파. 주말에도 친화도를 올리려고 따로 시간을 내느라 진이 다 빠져. 체력단련까지 되는 기분이야.”

    “그래도 저기보다는 낫잖아요.”

     

    손오천이 매달린 기린은 귀찮은 원숭이를 떨쳐내겠다며 펄쩍펄쩍 뛰며 산으로 달려가서 온 몸으로 나무와 바위를 들이받으며 아주 발광을 하고 있다.

    나무 몇 그루가 쿵 쿵 쓰러지며 지축이 울릴 때마다 기린을 고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학생들의 안도의 한숨이 늘었다.

     

    “전 그냥 훈련이나 하려구요.”

    “부럽네. 나도 그럴 여유가 나면 좋겠어.”

    “힘내세요!”

     

    이사벨을 배웅하고는 어깨를 붕붕 돌리거나 다리를 쭉쭉 뻗어 앉았다 일어나며 관절가동범위를 넓히는 식으로 가볍게 몸을 풀었다.

    훈련 중에 가장 효율이 좋은 훈련은 역시 기능 경험치 훈련이다.

    그리고 기능 경험치가 오르는 판정은 특정행위를 기준으로 한다.

     

    궁술은 시위를 당기는 동작을 취한다거나.

    검술은 베는 동작을 취한다거나.

     

    경험치가 일정수준 올라가면 단순동작으로는 오르지 않고 보다 어렵고 복잡한, 혹은 정밀하고 까다로운 동작의 반복시행이나 연속시행을 요구한다.

    이런 요령을 모르는 사람들은 마냥 열심히 마구잡이로 노력해서 열심히 하다보니 어느새 경험치가 올랐다! 라는 느낌이 된다.

    물론 판정 트리거를 아는 고인물은 그런 비효율적인 단련은 하지 않는다.

     

    “에잇!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 굴리기 쉽게 좀 더 다리를 웅크리고 팔도 삐져나오지 않게 둥글게 있으란 말이야!”

     

    효율적인 기능단련을 위한 내 훈련방법은 바로 골렘굴리기였다.

    무거운 물체를 밀고 당기면서 <궁술> <검술> <체술>이 동시에 훈련된다.

    덤으로 미는 거리에 따라서 <천하장사> <11살에 골렘을 든 자> 따위의 타이틀 습득에 필요한 조건도 일부 충족된다.

     

    “이얍!”

     

    역도선수마냥 열심히 낑낑거리며 바위 굴리듯이 골렘을 굴리고 있으니 주변에서 황당하다는 시선이 쏟아지는 것도 당연했다.

    일단은 기승훈련 중이니까.

    타고 다니려고 호감작을 해도 부족할 시간에 골렘을 괴롭히는 꼴이 주변에서 보기에는 퍽 괴이하게 보일지도 몰랐다.

     

    “오크노디. 그렇게 하면 뭐가 좋은 거야?”

    “여러가지로 좋아요!”

    “그럼 나도 해볼까?”

     

    어쩌다보니 같은 골렘오너인 헤스티아도 덩달아 옆에서 골렘을 굴리기 시작했다.

    주변의 시선이 더욱 괴이한 광경을 보듯이 변했지만 애써 따가운 시선을 외면했다.

     

    “사료 줄 테니까! 겨울에 줄 사료 당겨서 미리 줄 테니까 제발 달려줘! S급은 바라지도 않으니까 B+학점이라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오!”

     

    말고삐를 붙잡고 질질 끌려다니며 애걸복걸하는 호너 후라이드치킨에 비하면 뭔 짓을 해도 상대적으로 정상처럼 보이기는 했다.

     

     

    * *

     

     

    [골렘굴리고 잡아당기고 멀리 던지기로 다양한 기능의 종합훈련을 수행했습니다.]

    [궁술 경험치+15]

    [체술 경험치+10]

    [검술 경험치+5]

    [공포유발 경험치+3]

    [근력이 1점 상승합니다.]

    [칭호 <11살에 골렘을 든 자>를 습득합니다.]

    [칭호 보유효과로 근력이 1점 상승합니다.]

    [칭호 <골렘케틀벨 훈련법 개발자>를 습득합니다.]

    [칭호 보유효과로 근력이 1점 상승합니다.]

    [해당 훈련법을 공유할 시, 명성이 대폭 상승합니다.]

     

    열심히 골렘을 밀고 굴리고 당기고 번쩍 들고 훈련을 하고 있으니 학생들의 시선보다 훨씬 뜨겁고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시선에 진짜 불이라도 붙은 건 아닌가 깜짝 놀라 돌아보니 플라톤 교수가 뒤에 서있었다.

     

    “오크노디. 자네, 괴력박살부에 들어오지 않겠나? 내 지도교수로 있는 동아리인데 그 괴력은 괴력박살부에 들어오기에 충분해 보이는군!”

    “죄, 죄송해요. 다른 동아리를 생각하고 있어서…”

    “어떤 놈들이 감히 눈도장을! 말만 하게. 여름방학이 되기 전에 그 동아리를 부숴버릴 테니!!”

    “…”

     

    교수님 같으면 말하겠어요?

    면전에서 그 동아리를 부순다고 말하고 있는데.

     

    “저, 다음 강의가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있어서 다행이다. 덕분에 플라톤 교수도 마지못해 나를 보내줬다.

    듣던 강의가 없었으면, 혹시 그 강의 교수님이 조금이라도 약하거나 만만했다면 플라톤 교수에게 붙잡혀서 괴력박살부로 끌려갔을지도 모른다…

    상상만으로도 너무 무섭다.

     

    “교수님, 그거 저도 들 수 있습니까?”

    “헤스티아? 음, 자네도 골렘을 잘 들고 있었지. 좋네. 내 견학 한 번 시켜주지!”

     

    저런……

    잘못된 선택을 해버린 헤스티아에게 명복을 빈다.

     

     

    * *

     

     

    디스트로이어는 괜히 눈치가 보였다.

    지난주 일요일.

    오크노디의 집사의 재회를 직접 방해했던 그.

    그 행각을 모를 오크노디가 아니건만.

    어째서인지 오크노디는 조금도 그를 탓하지 않았다.

    때로는 짚고 넘어가지 않아서 더 찝찝해지는 문제도 있다.

    그에게는 지금이 그랬다.

     

    ‘돌겠네. 남학생이면 그냥 붙잡고 뭐 꼬운 거 있냐고 물어보기라도 할 텐데.’

     

    오크노디는 여학생이다.

    그것도 11살 아이.

    아무리 쓰레기 같은 재단의 인사를 괴롭혔다고 해도 침실에 애착인형이 하나쯤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의 학생이다.

    늘 덮던 이불은 애착이불이 될 수도 있겠지.

    애착집사라고 없을 리가 없다.

    아끼던 물건도 누가 함부로 손을 대면 화가 나는데 아끼던 집사는 또 어떨까.

     

    ‘마음이 너무 앞선 나머지 몹쓸 짓을 했어.’

     

    내색하기 힘든 어색함을 뒤로한 채, 디스트로이어는 애써 마음의 짐을 덜고 싶은 것처럼 다가올 시험에 대한 힌트를 주었다.

     

    “슬슬 중간고사가 걱정되겠지만 너무 신경 쓸 것 없다. 내 강의는 강의를 듣기만 해도 자동으로 점수배점이 주어지니까.”

    “딱히 걱정은 안했어요!”

    “하긴 모의라고는 해도 용사의 모험기담에서 답이 술술 나오는 학생에게 1학년 중간고사 따위는 그리 대수로운 것도 아니겠군.”

     

    마음의 빚을 덜기 위해서라면 더 큰 정보를 줄 필요가 있다.

     

    “교내에 음에너지가 퍼진 것에 대해서는?”

    “알아요!”

    “학부모가 유령이 되어 나타나는 것도?”

    “성불시켜드리고 답례도 받았는데요?”

     

    손에 찬 반지를 보니 넘치는 행동력에 감탄이 앞서 나온다.

     

    “그럼 유령이 한 명이 아닌 건?”

    “넹??”

    “그건 몰랐나보군.”

     

    이제야 부채감을 없앨 수 있겠어.

    디스트로이어는 기쁜 마음으로 정보를 전했다.

     

    “음에너지는 유령을 부르고, 유령은 산 자와 가까운 존재로 위장하여 곁에서 생기를 흡수하지. 보통은 위화감을 깨닫고 유령을 멀리하거나 적대하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네.”

    “티토소가의 유령파파처럼 사이좋은 부모님의 모습을 빌려 나타나는 경우요?”

     

    정답이다.

    유령임을 알고 있지만 없애고 싶지가 않아서.

    가짜라도 좋으니 곁에 두고 싶어서.

    유령이 요구하는 바를 듣고 타협한다.

    <유령에게 홀린 자>는 그런 식으로 탄생한다.

     

    “1학년 중에 유령에게 홀린 자가 되어가는 학생이 한 명 있네. 오늘 강의는 그 학생을 해방시키는 것으로 대체하지.”

    “누군지도 혹시 알려줄 수 있어요?”

    “어려울 거 없지. 아마 오크노디 너도 알 거다. 같은 상급반 학생에 꽤 눈에 띄는 학생이니까.”

     

    독특한 학생이 많은 상급반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특이한 학생이었다.

     

    “분명 동방에서 온 검을 쓰는 학생이었지.”

    “으엑.”

     

    모험기담을 들으면서도 양 속의 시체를 이야기할 때도 주눅 들지 않고 대답하던 오크노디가 보기 드물게도 오만상을 찌푸리며 목을 움츠러뜨렸다.

    동방검객 싱.

    요즘 사람 같지 않게 과묵하고 진지한 것이 용사의 자질이 조금 보이는 학생이었다.

    역시 같은 반 학생이라 그런지 이미 알고 있던 사이인가보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