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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0

        

       황궁 근처 식당.

         

       나름 로만 시(市)에서 제일 번화가 지역.

         

       번화가에 흔하지 않은 로만식 대중적인 레스토랑이 존재한다.

         

       정보부에서 받은 위장 마법이 걸린 반지를 낀 채로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웨이트리스가 나와서 나에게 자연스러운 미소로 말을 건다.

         

       “손님, 몇 분이세요?”

         

       “저 혼자 왔습니다.”

         

       내 말에 미소를 유지한 채로 작게 고개를 끄덕인 웨이트리스가 안쪽의 빈자리에 자리를 마련해준다.

         

       “아직 주방 준비가 덜 되었는데 괜찮을까요?”

         

       “너무 늦지만 않으면 됩니다.”

         

       내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메뉴판을 건네자, 내가 대충 훑어보고 메뉴판을 건네며 말한다.

         

       “저는 크림 파스타로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주문을 받은 웨이트리스가 자리를 뜨는 걸 보며 생각한다..

         

       자연스러운 말투와 행동을 보며 누가 감히 정보부 요원이라 생각하겠는가?

         

       사실 여기 식당을 며칠 전부터 정보부에서 통째로 빌렸다.

         

       군데군데 도청 마법과 정보부 요원에게 위해를 가하려 하면 바로 제압할 수 있게끔 제압 마법과 100여 명의 병사가 근처에 대기 중이다.

         

       웬만하면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야 저들을 통해 어둠에 숨은 마족 숭배자들을 찾아야 하니까.

         

       그렇게 자리에 앉아, 아몬과 그 일당이 오기를 기다린다.

         

       어느새, 예전에 봤던 고란과 함께 들어오는 몇 명의 사람들.

         

       저들 모두 정보부에서 창설한 평등당의 중진들이다.

         

       그들이 웨이트리스의 안내를 받고 대각선 식탁에 앉는다.

         

       흐음… 아몬이 좀 늦네?

         

       아직 시계를 보니 조금 시간이 남은 걸 보며 초조하게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입술을 적신다.

         

       긴장해서인가?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 거 같다.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검은 머리 남자와 갈색 머리 남자, 붉은 머리 남자 셋이 들어온다.

         

       저… 검은 머리가 아몬이네.

         

       검은 머리와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눈꼬리 밑에 있는 작은 점.

         

       전체적으로 미남자라 할법한 얼굴.

         

       소설 속 묘사에서 봤던 아몬이 맞다.

         

       드디어… 잡았다.

         

       내가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누를 때.

         

       “파스타 나왔습니다. 손님.”

         

       그렇게 말하며 내 앞에 파스타를 내려놓는다.

         

       “고란씨, 일찍 오셨군요.”

         

       “아닙니다. 저희도 온 지 얼마 안 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아몬과 인사하는 고란.

         

       이내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여기 음식이 꽤 맛있습니다. 거기다가 이곳 레스토랑의 주인과 일하는 분들이 평등당 소속 분들이니 마음 편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그러자 아몬이 주변을 둘러보고 힐끔 나를 보며 말한다.

         

       [저기 남자분이 계시는데요?]

         

       그 말에 고란이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걱정하지 마시지요. 레스토랑 주인에게 듣자, 하니 저분은 이곳 단골이라 믿으셔도 됩니다. 정치 성향도 저희 쪽이고요.]

         

       그 말에 아몬이 살짝 미심쩍은 표정이 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고란의 목소리와 아몬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게 느껴진다.

         

       원래라면 거리가 있어서 소리가 잘 안 들리겠지만.

         

       현재 내가 앉은 의자에는 특별한 마법이 걸려있다.

         

       고란 일행과 아몬 일행이 앉은 식탁에서 하는 말을 이 의자에 앉은 사람에게만 들리게끔 마법이 걸려있다.

         

       주변으로 소리가 울려 퍼지지 않고 오직 의자의 주인에게만 들리는 마법.

         

       예전의 도박장에서 꾼들이 속임수를 쓸 때 쓰던 마법이라고 한다.

         

       어쨌든 비슷한 원리로 레스토랑 밖에 있는 정보부 요원들도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있다.

         

       [아아! 다행이군요. 사실 뵙자고 한 자리가 시내의 식당이라고 해서 걱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하, 아마 대공의 개들도 저희가 도심지에서 이렇게 대범하게 만날 거라 예상하지 못할 겁니다. 아! 우선 메뉴부터 주문하시지요.]

         

       그리고 이내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고란과 아몬 일행.

         

       그러는 사이 나는 파스타를 먹으며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하하, 여기 좋은 와인이 많군요? 저는 센토 몽프르로 시키겠습니다.]

         

       [세토 몽프로는 저도 좋아합니다, 아몬 씨 몰랐는데. 와인에 조예가 깊으시군요.]

         

       그리고 내가 다 먹을 때쯤.

         

       그들이 시킨 음식이 나와 식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음식을 다 먹을 즈음에 술을 시키고 대화를 나눈다.

         

       [고란 씨, 지금까지 시위 방식으로는 저 음흉한 대공을 내쫓을 수 없습니다. 좀 더 강경한 방법이 필요합니다.]

         

       슬슬 이제 본격적인 대화가 진행되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군가를 다치게는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고란의 말에 아몬이 손가락을 까닥까닥 흔들며 말한다.

         

       [제국의 악습을 막기 위한 일입니다. 기득권들은 지금 체제가 변하지 않기를 바라니 그렇게라도 해야지요.]

         

       [시위가 과격해지면 경비대와 싸움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많은 사람이 수감될겁니다.]

         

       [피를 흘리지 않으면 혁명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지금 대공이 저렇게 활개를 칠 수 있는 것도 구질서 때문이 아닙니까?]

         

       흐음… 과격 시위를 일으켜 소요 사태를 원하는 건가?

         

       왠지 이럴 거라 예상했다.

         

       그렇게 해야 마왕을 소환할 준비를 할 수 있을 테니.

         

       마왕을 소환시키기 위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많은 사람을 죽여서 얻은 피와 초대 용사의 후손.

         

       이 둘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제국이 혼란스러워야 한다.

         

       마을 수십 곳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더라도, 황족이 실종되어도 신경 안 쓸 정도로 혼란스럽지 않으면…

         

       제국과 교황청의 추격을 받을 테니.

         

       조이의 얼굴이 문득 떠오른다.

         

       순수하고 귀여운 얼굴.

         

       원작에서는 조이가 그 희생양이 되어 버렸지.

         

       그런 소녀에게 그런 처참한 짓거리를 했다는 것에 욕지기가 치밀어 오른다.

         

       우선 진정하자, 저들은 마족숭배자의 끄나풀.

         

       마족숭배자의 수뇌부를 잡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후후, 진짜 그렇게 미적대서는 아무것도 변하는 것이 없습니다. 고란 씨! 로만 밖에 수많은 사람이 일 년 동안 힘들게 농사지은 걸 귀족과 상인들에게 헐값에 빼앗기고 있습니다. 다른 도시들에는 남편을 잃은 미망인이 자식과 함께 굶주리고 있는데! 그런 말이 나오십니까?]

         

       격양된 목소리로 말하는 아몬을 보며 고란이 반박한다.

         

       [그러면 제국을 뒤엎으면 당신이 말한 것들이 사라집니까? 아니요? 저는 오히려 더 늘어날 거 같군요.]

         

       [수많은 제국민의 아픔을 두고 보실 생각입니까?]

         

       [그럼, 그대가 피를 흘리시던가요. 왜 애꿎은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겁니까?]

         

       고란의 말에 아몬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아무래도 좋은 상황은 아니군.

         

       고란의 단호한 말에 내가 생각에 잠긴다.

         

       여기서 고란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아몬은 계획을 바꿀 거야.

         

       자신이 직접 당을 차리든 미지근한 수뇌부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을 선동하든…

         

       그것만큼은 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웨이트리스를 부른다.

         

       그래서 내가 웨이트리스를 부른다.

         

       “저기, 화장실이 어디 있지요?”

         

       내가 웨이트리스를 부르고 화장실을 간다고 하면 조금 뒤에 고란이 따라 나오기로 해놨다.

         

       “아, 저기 뒷문에 있어요.”

         

       웨이트리스가 알려 주는 방향으로 걸어가 화장실로 향한다.

         

       이내…

         

       -똑똑!

         

       노크 두 번과 함께 문이 열리자, 고란이 들어온다.

         

       “부르셨습니까 대공 전하?”

         

       “응, 오랜만이야 고란. 아무래도 아몬이 원하는 대로 대충 들어줘.”

         

       내 지시에 고란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지… 지금도 관리하기 힘든데, 소요 사태를 일으키라니요?”

         

       흥분한 고란에게 내가 차분히 말한다.

         

       “내가 책임질 테니까. 웬만한 건 그냥 받아줘. 내가 법무부랑 내무부랑 잘 얘기해 볼게.”

         

       만약 저들이 다른 방법을 택하면 곤란하다.

         

       “우선 그렇게 말하고 구체적인 건 내일 다시 얘기해 보자고.”

         

       그렇게 말하며 내가 자리로 돌아간다.

         

       그 이후 고란이 나와 아몬과 대화를 풀어간다.

         

       [크흠… 아몬 씨가 그리 말씀하신다니. 저희도 조금 생각을 달리 해봐야 할 거 같습니다.]

         

       고란이 화장실을 다녀와서 입장을 번복하자 아몬이 환한 얼굴로 말한다.

         

       [오? 정말 이십니까? 역시 고란씨야 말로 제국민을 진정 생각하시는 분이시군요.]

         

       아몬이 원하는 조건들이 하나둘 나온다.

         

       [우선 제국 전역에 평등당 지부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모금 활동으로 돈이 꽤 모인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전국적으로 시위대를 조직해야 하고…]

         

       [수뇌부가 잡혀갈 때를 대비해 지휘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 외 여러 가지 제안을 하는 걸 내가 묵묵히 듣고 있다가 헛기침을 두 번 한다.

         

       이 뜻은 우선 자리를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라는 지시다.

         

       고란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우선 말씀하시는 부분은 우선 동료와 상의를 해봐야겠습니다. 한번 동료들과 얘기해 보고 말씀드리지요.]

         

       그 말에 아몬이 기뻐하며 말한다.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하하!]

         

       좋아죽는 아몬.

         

       흐음… 우선 이건 천천히 덫을 준비해야 하겠네.

         

       그리고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몬이 말한다.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살펴 가시지요.]

         

       그렇게 협의가 끝났다.

         

       오늘의 협의 결과에 대해서 내일 장관들과 얘기를 나누어 봐야겠다.

         

         

         

       ***

         

         

         

       사비넬리는 현재 부대를 이끌고 듀폴을 빠져나와 아드리아 근처의 산에서 숨어있다.

         

       7만에 달하던 병력이 보급이 무너지고 만 명이 탈영했을 정도로 사기가 좋지 않다.

         

       그나마 전투를 멈춰 전쟁물자를 아껴서 다행이지만…

         

       ‘제기랄… 곧 식량이 떨어진다.’

         

       그때는 남은 병사들도 전부 탈영할 거라는 생각에 사비넬리는 초조하다.

         

       ‘요아네스 전하…’

         

       용병들의 배신으로 요아네스 왕이 죽고 비잔티온이 함락된 상황에 사비넬리는 암담함을 느낀다.

         

       ‘어떻게든…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

         

       이미 너무 많은 걸 잃은 니케아.

         

       자신이 니케아 출신은 아니지만 요아네스에게 은혜를 입은 몸.

         

       전쟁에서 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요아네스의 아들 안드로니코스 앙겔로스가 다음번 왕이 될 수 있게 자신이 분발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지만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걸. 사비넬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 6만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기도 벅차고 조금 뒤에는 모두 탈영할 것이다.

         

       어쩌면 자신도 요아네스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지도 모른다고 사비넬리는 생각한다.

         

       그때.

         

       “사령관님! 윌리엄과 제국군 주력부대가 비잔티온으로 이동하였다는 첩보입니다.”

         

       “뭣이?”

         

       눈치 빠른 사비넬리는 윌리엄이 아드리아를 떠난 이유에 대해 짐작한다.

         

       ‘아아… 비잔티온 앞에 있는 용병단을 척살하려는 것이구나. 그렇다면 아드리아는…’

         

       “당장 부대가 이동할 준비를 마쳐라! 우리는 데살로니카로 향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사비넬리는 지금, 이 순간 그 말이 참임을 몸으로 깨달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헤헤 선작과 추천 댓글은 저한테 큰힘이 됩니다!

    사랑해요! 여러분!

    그리고 후원해주신 디트리민님 너무 감사합니다!

    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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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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